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6 마리 누나와..... 통곡
    2022년 06월 10일 19시 46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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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87/

     

     

     

     문 안으로 발을 디디자,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들 다음에 모험가들이 따라온다는 이야기였지만......"

     

     경계하면서 공간의 안으로 나아가자, 우리들이 열었던 문과 같은 문이 곳곳에서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모험가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처음에는 상황을 인식하려는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우리를 인식하자마자 달려 나갔다.

     

     서둘러 쿠거를 달리게 했지만, 추격자는 점점 늘어났다.

     

     연주대로 되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우리들은 마지못해 '죽음의 춤' 을 연기하게 되었다.....

     

     

     

     "쿠거, 오른쪽!"

     

     "쿠오!"

     

     내 말에 반응한 쿠거가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날아온 마법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무슨 마법이었는지 생각할 여유는 없다.

     

     쏟아지는 마법들과 날아오는 무수한 화살, 그리고.

     

     "으랴앗!"

     

     "큭."

     

     이쪽이 원거리공격을 피하려고 움직이는 동안, 끈덕지게 접근전을 걸어오는 모험가.

     

     [실 조종]으로 [마은의 실]을 다층으로 엮어 즉석 방패를 만들어 그 공격을 막는다.

     

     "이쪽도 잊지 말라고!"

     

     내가 막은 곳과 반대 측에서, 다른 모험가가 검을 휘두르며 공격해온다.

     

     "냐아!"

     

     나 혼자서는 완전히 피할 수 없었던 공격을, 네로가 접근해서 전격을 방출해서 물리쳐줬다.

     

     그럼에도 미처 물리치지 못한 몇 명은, 그가 맨손으로 상대해주고 있다.

     

     이런 공방이, 쿠거를 달리게 하며 이미 30분 이상이나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들이 건투하고 있다......라는 안이한 생각을 품을 정도로 나는 낙관적이지 않다.

     

     상대는 100명을 넘는 모험가들이고, 모두 나보다 훨씬 강할 터.

     

     그런데도 이만큼 버틴다...... 아니, 버틸 수 있는 것은......

     

     다급함 속에서도 흘끗 메피스토펠레스를 바라보니, 가면 밑의 두 눈이 미소를 짓고 있다.

     

     정말 사람의 신경을 긁는 게 능숙하네.

     

     우리들은 현재, 모험가들이 같은 간격으로 서서 만든 원의 안에 사로잡힌 상황이다.

     

     그 안에서 도망칠 곳도 없이 계속 달리고 있다.

     

     움직임을 멈추면 끝장. 원거리 공격의 좋은 과녁이 될 것이 확실.

     

     결과적으로, 연극의 이름처럼 춤추게 되는 것은 열받는 일이지만......

     

     "역시나 영웅 마리아 님. 이만한 전력차를 잘도 이겨내시다니."

     잘도 말하네,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죽지 않게 조절해왔으면서.

     

     이만한 인원이 있으면서도 일제히 공격하지 않는 이유.

     

     그것은 메피스토펠레스가 무언가의 수를 써서 모험가들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감정이 보이지 않는 모험가는 그런 경향이 뚜렷해서, 메피스토펠레스가 지시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한편, 제어되지 않는지 끈질기게 공격해온 이 사람들.

     

     그들한테는 제대로 감정이 보인다.

     

     다만 그 감정은, 아마 유쾌함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이해했다.

     

     그들이 누구인지를.

     

     "PK......"

     

    Mebius의 안에서 살인을 즐기는 사람들.

     

    이벤트에서 1등에 올라버린 나를 쓰러트려서 유명해지고 싶은 걸까?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모험가는 대체 뭘까.

     

     그런 내 의문을 꿰뚫어 본 것처럼, 메피스토펠레스가 내막을 밝히기 시작한다.

     

     "이 연기의 주역을 마리아 님이라고 한다면, 지금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그들은 조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가 조연이라고? 말이 심한 거 아냐?"

     

     "오히려 주역이겠지. 도망치기만 하는 저 녀석을 죽이지 않고 봐주면서 즐기고 있으니까."

     

     꽤나 제멋대로 외쳐댄다.

     

     죽이지 않고 봐준다라.

     

     그것 참 고마워서 할 말이 없네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그들은 엑스트라. 주연인 마리아 님을 돋보이게 하고, 마리아 님에 대해 심상치 않은 감정을 가진 분들. 그들의 감정은 실로 갖고 놀 보람이 있었습니다. 나라를 버리고 이상을 버리며 나쁜 감정에 몸을 내맡기는 모습은, 정말 가슴 뛰는 면이 있었습니다."

     "악취미......"

     

     무심코 대꾸해버린 내 목소리에, 메피스토펠레스가 유쾌하게 손뼉을 쳤다.

     

     "최고의 칭찬입니다, 마리아 님...... 하지만, 슬슬 연극도 절정에 다다를 무렵. 엑스트라 여러분도 연기해주기로 하지요."

     메피스토펠레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여태까지 감정을 보이지 않았던 모험가들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분노, 증오, 원망......

     

     어떻게 하면 저렇게까지 감정이 어둡고 검게 물들게 되는지, 나로서는 전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황이 더욱 절망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세가 오른 마법의 비가 도망치려는 곳에도 쏟아져서, 나는 쿠거한테 풍효를 전개시켜서 어떻게든 대미지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

     

     하지만 그 탓에 완전히 멈춰 서고 말았는데, 그걸 상대가 놓칠 리도 없어서.

     

     "타아아아앗!!"

     

     돌진해 온 체격 좋은 전사계 모험가가 휘두른 대검이 사라지기 직전의 풍효에 부딪히자, 그 여력에 의해 우리는 원 바깥으로 튕겨나 버렸다.

     

     "아얏...... 괜찮아, 쿠거?"

     

     쿠거가 나를 감싸준 덕분에, 바닥에 부딪힐 때의 대미지는 적었다.

     

     하지만 일어선 쿠거의 몸은 부자연스럽게 기울어있었다.

     

     분명 날 감싸준 탓에 제대로 충격을 흘리지 못해 큰 대미지를 입었나 보다.

     

     여기까진가......

     

     내가 쿠거를 되돌리려던, 그때.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화살이 쏟아졌다.

     

     눈치챘을 때에는 눈앞에 도달해 있었고, 노리는 것은 아마 나의 머리.

     

     눈을 감는 것도 때에 늦을 것만 같은 찰나의 때, 하지만 직격을 받은 것은 한 걸음 빨리 내 앞으로 몸을 내민 네로였다.

     

     그 후 네로의 몸은 갈기갈기 찢겨졌고, 눈에 박혔던 마석 중 하나가 내 발치에 굴러와서.....

     

     "아아, 아아아! 네로, 네로오!!"

     

     나는 울면서 네로의 몸을 모았지만 부상이 너무 심해서 형태를 알아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 사이에도 연이어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

     

     하지만 이번에는 쿠거가, 내 앞에서 양손을 펼치며 받아내기 시작했다.

     

     "안 돼 쿠거! 부탁해, 부탁이니 돌아가!!"

     

     내가 몇 번이나 쿠거를 되돌리려 해도, 그걸 완강히 거부한다.

     

     "어째서......"

     

     이상해.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나는 이 이상 가족을 잃고 싶지 않단 말야!!

     

     내가 돌아가도록 몇 번이나 조작해보아도 쿠거는 결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상대의 공격의 앞에, 악의의 앞에 서서 마주한 것이었다.

     

     "......크오..........."

     

     이윽고 쿠거는 마지막으로 한 번 울었고, 그 커다란 몸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쓰러질 때 쿠거의 몸 앞쪽이 보였는데, 그 푹신푹신했던 모피는 갈기갈기 찢기고, 불타고, 부러진 뼈가 내부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쿠거의 녹색 눈동자 하나가, 힘이 다했음을 드러내는 것처럼 굴러 떨어진다.

     

     "그런, 어째서...... 이런, 이런 일이......"

     

     슬픔과 괴로움과 분노가 휘몰아쳐서,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다.

     

     눈앞의 현실이 너무 믿기지 않고 비통해서,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아서.

     

     "으으, 으아아아아악!!!"

     

     나는 넘쳐나는 감정 그대로, 통곡했다.

     

     네로도 쿠거도 잃어버린 내게,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은 이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함께.....그렇게 생각해서 눈을 감은 나였지만, 또 하나의 가족이 그걸 허락해주지 않았다.

     

     쿠거조차 막지 못했던 공격을 막으면서, 그는 쥐어짜내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하고 있었다. 이 몸에 깃든 것의 힘을 해방할 때를. 동시에, 원치 않았다. 왜냐면, 그것은 네가 상처입는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너, 는......"

     

     "네 상냥함은, 대단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 안에 깃들 것한테 결코 인정받을 수 없어. 인정받기 위해서는 영혼이 찢길 정도의 통곡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네 통곡은 내게 깃든 것에 닿았고, 널 인정해서 모든 것을 내게 맡겼다."

     말을 끊은 그가, 내 쪽을 향했다.

     

     그 눈은 거무튀튀해서 감정이 보이지 않을 터인데, 지금은 보이는 느낌이 든다.

     

     그의 마음이.

     

     "내 이름을 불러, 마리아."

     

     그의 소원이.

     

     그래서, 나는......

     

     "..........나를.....나를 도와줘, 길스!"

     

     그 순간, 그의 온몸에서 검은 오오라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맡겨둬."

     짧게 대답한 길스는, 내 발치에 있던 네로와 쿠거의 마석을 손에 들고는 모험가들을 향해 단호히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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