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7 마리 누나와 맡겨진 그의 싸움
    2022년 06월 11일 20시 05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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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88/

     

     

     

     내가 가진 감정은, 내 안에 깃든 것, 다시 말해 [재앙의 용맹한 영혼]에서 흘러드는 감정이 전부였다.

     

     그것은 모험가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와 살의.

     

     하지만 그 녀석은..... 마리아는, 그런 나를 마치 어린애라도 달래는 것처럼 대해왔다.

     

     처음에는 그것에 짜증을 느껴서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지만, 마리아는 곤란한 듯한, 왠지 슬픈 듯한 눈을 할 뿐이고 아무 말도 없이......

     

     그게 묘하게 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왜 그런 식으로 느끼게 되는 걸까...... 나의 눈은 색이 비치지 않을 텐데도, 그 표정은 정말 선명하게 뇌리에 각인되어다.

     

     그런 나와 혼이 가진 감정이 결정적으로 어긋남을 느낀 것은, 외곽의 남자들이 마리아한테 돌을 던졌을 때다.

     

     그때, 나는 틀림없이 분노를 느꼈다.

     

     그만큼 원망했을 터인 모험가인 마리아를 위해,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싸우기 전에 했던 이름 짓기.

     

     마리아는 그 이름에 맡긴 마음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는 네 뜻대로 살아가. 네게는 너의 가치가 있으니까. 그 부탁을, 고기토 에르고 숨[각주:1]에서 따와 네게 선물하려고 생각해. 그 이름은......"

     

     아아, 그래.

     

     그 순간, 나는 길스의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혼은 그럼에도 마리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하기 위한 조건은 바로 알았지만...... 그걸 마리아한테 요구하는 건가......

     

     내가 갈등하는 사이, 사태는 진전되어 원치 않는 형태로 마리아가 그 조건을 이루고 말았다.

     

     만일 그 통곡을 들어도 혼이 반응하지 않았다면, 나는 스스로의 손으로 이 몸에서 혼을 끄집어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내몰렸음에도 반응하지 않는 혼에, 힘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가.

     

     그딴 것, 나는 필요없다.

     

     하지만 혼은 응답했다.

     

     그것은 내 안에 깃든 혼 하나만이 아니다.

     

     이 손에 든 혼을 합하여, 셋이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두 눈을 도려냈다.

     

     "그 세 명은 말했었지. 웬만한 마석으로는 내게 맞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마리아를 지키고 부탁하며 스러진 둘의 혼이 깃든 이 마석이라면...... 이 이상 내게 어울리는 마석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파낸 왼쪽 눈에 네로의 마석을, 오른쪽 눈에 쿠거의 마석을 끼워 넣었다.

     

     흘러드는 둘의 마음과 함께, 나의 시야에 빛이 깃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아니, 우리가 마리아를 지키자..... 어떠한 악의에서도, 위협에서도.

     

     그렇지? 큰 형 네로, 작은 형 쿠거.

     

     눈을 뜨자, 그곳에는 나를 향해 쇄도하는 모험가들의 모습이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나는 마리아한테 [모이라의 가호사]에서 [전조]와 [꼭두각시 시종]으로 바꾸게 했다.

     

     이러면 나는 마리아의 원래 힘과 합하여,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허리를 낮추며 기다리고 있자, 모험가들의 집단에서 도적 같은 남자가 혼자 튀어나와서는 스킬인지 뭔지로 순식간에 내 등 뒤로 돌아가서는 단검을 휘둘러왔다.

     

     "광대의 인형 따위가, 혼자 나대지 말라고!"

     

     필살을 확신하는 그 공격을, 나는 맨손으로 막아냈다.

     

     "아닛!? 어떻게 알아챘지? 그보다 어떻게 맨손으로 받아낸 거냐!!"

     

     큰 형 네로는 원래 기척을 찾는 일과 위기를 탐지하는 일에 뛰어났으니까.

     

     뭐, 그런 걸 가르쳐 줄 의리는 없지만.

     

     그리고 나의 골격은 높은 경도를 자랑하는 아다만타이트, 피부는 방검성이 뛰어난 비룡의 가죽으로 되어있다.

     

     설령 직격 당한다 해도 상처 하나 날까보냐.

     

     "이런 치트ㅡㅡ"

     

     끝까지 말하지 못하게, 나는 움켜쥔 주먹을 그 머리에 때려박았다.

     

     마리아한테서 넘겨받은 기운이, 지금의 내게는 있다.

     

     그 결과 일격으로 그 남자는 죽어버렸다.

     

     그 후에도 몇 명이 도전해왔지만, 남김없이 때려죽였다.

     

     물론 상처는 전혀 없다.

     

     그런 내 싸움을 보고, PK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한데 모여 소리 내었다.

     

     "치트도 정도가 있지!"

     

     "게임 밸런스 망가졌다고."

     

     "운영 놈들 웃기지 마."

     

     정말 제멋대로 지껄여대는군..... 하지만.

     

     "네놈들은 바보냐? 나는 너희가 말하는 생산직 수장 3명이 희귀재료를 아낌없이 털어 넣고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었다."

     소리를 낸 PK놈들을 박살 내면서,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사실상, 혼자서 그 재앙을 진정시킨 마리아한테, 마리아한테만 맡겨진 것..... 그것이 내 안에 깃들어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강함인지..... 마리아를 지키기 위해 스러진 둘의 마음이 깃든 이 강함을, 뼈저리게 느껴봐라!!"

     

     내 호통에 PK놈들이 겁먹었는지, 녀석들은 나를 당해낼 수 없다고 보고는 일단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보인 다음의 행동은...... 과연, 그렇게 나왔다.

     

     정석이겠지만, 네놈들은 여기서 마리아를 노리는 건가?

     

     크큭...... 크하하! 차라리 웃음이 나온다.

     

     사람이란, 이렇게까지 타락할 수 있는 것인가......

     

     좋다, 그럼 나도 그걸 쓰는데 이제 주저하지 않으마.

     

     원망할 거면, 자기 행동을 원망해라!

     

     그걸 양손에서 늘어뜨린 나는, 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찰나, 나를 우회해서 마리아한테 접근하려던 녀석들이 조각나버렸다.

     

     "앗!"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끄악."

     

     "떨어져, 어쨌든 떨어지 커헉."

     거리에 의미가 있을까.

     

     내가 가진 두 스킬 중 하나 [혼의 계승].

     

     이 스킬에 의해, 마리아가 가진 스킬의 일부를 나도 쓸 수 있게 되고 스테이터스의 일부도 덧씌워진다.

     

     마리아의 [실 조종]의 높은 레벨과 공간의 넓이를 생각한다면, 그들한테 도망칠 곳 따윈 없다.

     

     그리고 맡겨진 [용사(龍糸)]의 장비특성, 방어력 무시의 앞에서 버텨낼 자는 전무.

     

     나는 종횡무진으로 [용사]를 휘둘러서, 눈에 보이는 모험가들을 모조리 동강내버렸다.

     

     본심을 말하자면 손발을 날려버려서 찬찬히 죽이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마리아는 원치 않겠지.

     

     지금은 신속히 녀석들을 괴멸시키고, 마리아와 형들을 안전하고 조용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일방적인 싸움이 계속되기를, 십수 분.

     

     거의 처리가 끝날 즈음, 지금까지 없었던 대규모 마법이 날아왔다.

     

     나는 물론이고 마리아까지 휘말릴 기세로 대량의 얼음창이 쏟아진다.

     

     "얕보지 마!"

     

     마리아의 높은 DEX가, [용사]를 조종할 때의 정밀도를 높여준다.

     

     그것은 내게 대항할 힘을 부여해서, 다가오는 무수한 얼음창을 하나도 남김없이 격추시킬 수 있게 해 주었다.

     

     공격이 멈췄을 때, 나와 마리아 주변은 깨진 얼음에 의해 마치 황폐한 빙원 같은 꼬락서니가 되어버렸다.

     

     "그런가, 마지막에 맞서는 건 네놈들인가......"

     색을 기억한 나의 눈동자가 보이는 곳, 그곳에는 레온 일행 5명이 서 있었다.


     

    1. Cogito, ergo sum. 나는 의심한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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