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6 마리 누나와 외곽의 남매와 문지기와2022년 06월 06일 12시 32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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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는 체격이 반보다 작으니, 6살 정도 같다.
남자아이는 3살 정도로 보인다.
양쪽 다 머리가 푸석푸석하고, 신발을 신지 않아서 차갑고 검은 돌바닥 위에 있는 다리가 시리게 보인다.
사과를 주운 쪽은 여자아이.
그 시선은 주문 사과에 못박혔다.
꿀꺽 침을 삼키고서, 옆의 남자아이를 보면서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고민했지만, 이윽고 내쪽으로 다가와서는 주운 사과를 내밀었다.
그 다리는 문의 앞, 도심에 발을 들이기 바로 전에 딱 멈춰 있다.
문의 옆에는 키가 2미터는 될 법한 거구의 남자가 문지기를 서면서 가만히 여자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여자아이한테 다가간 나는, 몸을 웅크리면서 시선을 맞춘 다음 그 사과를 받아들었다.
"주워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한 내가 받아 든 사과를 아이템박스에 넣자,
"앗......"
여자아이의 입에서, 분명하게 실망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소리를 내면 죄책감이 대단하지만..... 나는 더러워지지 않은 사과를 새롭게 꺼내서 여자아이의 눈앞에서 한입 깨물었다.
"음, 달콤하고 아삭한, 맛있는 사과네."
여자아이는 마을을 구분하는 경계를 넘지 않도록 한계까지 몸을 기울여서는, 나를, 정확히는 내가 먹고 있는 사과를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곤란한걸. 이 언니는 이제 배불러서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래! 괜찮으면 나 대신 이 사과를 먹어주지 않겠니?"
"어.....괜찮아요?"
"물론이지. 둘이서 먹어도 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먹던 사과를 슬쩍 새로운 사과를 바꾸며 건넸고, 여자애는 기뻐하며 남자애들 쪽으로 갖고 갔다.
하지만 사과는 두 사람한테 조금 컸던 모양인지,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마은의 실]로 잘라줄까 생각하던 찰나.
커다란 사람이 두 사람한테 걸어갔다.
그자는 문지기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한테서 사과를 빼앗았다.
"앗!"
분명 여자애는 [뭐 하는 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그가 허리에 매어둔 단검을 스윽 꺼내자, 입을 다물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면 그는, 시종일관 여자애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우리의 앞에서 그가 단검을 한번 휘두르자, 사과는 절반으로 잘렸다.
자른 사과를 두 사람한테 건네고는 가만히 원래 장소로 돌아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문지기의 일을 계속하는 남자.
잠시 어안이 벙벙한 두 아이였지만, 그가 그냥 잘라줬을 뿐이라는 걸 이해하자 곧장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남자애는 사과를 반쯤 먹을 즈음에 먹기를 그만두고 남을 사과를 가만히 바라본 뒤, 문지기한테 다가갔다.
그리고는 먹던 사과를 양손에 들고는,
"자아!"
라는 귀여운 목소리와 함께 그에게 내밀었다.
"......"
그는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받아 든 사과를 단도로 다시 반으로 쪼갰다.
그리고 절반은 먹고, 남은 반은 남자애한테 말없이 돌려줬다.
"에헤헤."
그가 먹어준 것이 기뻤는지, 남자애는 미소를 가득 지으며 남은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먹을 양이 줄어든 남자아이는 곧장 모두 먹고 말았지만, 그걸 본 여자아이가 자기 몫을 남자애한테 줬다.
아아, 이런 거 안 돼.
우리 동생들이 떠오르잖니.....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참는 사이, 레이티아 씨와 라일이 다가왔다.
"마리아 씨, 갑자기 혼자 가버려서 걱정했잖아요? ......음, 이건 대체?"
사과를 나눠먹는 낯선 아이들을 보고, 레이티아 씨가 물어봤다.
"레이티아 씨...... 바깥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먹기 힘든 상황인가요?"
"그렇네요...... 외곽에 사는 분들은 나라에 세금을 납부하는 의무를 짊어지지 않는 대신, 나라에서의 보호도 받지 않아요. 하지만 임금님은 그런 분들을 위해 먹고살만한 일을 알선해주시고 계세요. 하지만 부상과 병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나, 부모가 없는 어린아이는 일할 수 없어서 먹는 것도 힘들지요. 임금님은 우리 국민을 많이 생각해주고 계시지만....."
"그런가요."
나는 두 사람이 사과를 모두 먹는 걸 기다린 뒤, 말을 걸었다.
"저기, 너희 이름을 알려줄래? 나는 마리아."
".....에마."
"로마!"
누나인 에마는 약간 경계하는 느낌이지만, 동생인 로마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에마랑 로마구나. 둘 다 아직 배고프지 않니?"
내가 묻자 에마는 잠시 망설였고, 로마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레이티아 씨, 죄송하지만 물 좀 사갖고 와주시겠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티아 씨는 이유를 묻지 않고 라일과 함께 흔쾌히 물을 사러 가줬다.
참고로 그레암 씨가 보면 매우 성가신 일이 될 것 같아서, 나는 주의 깊게 그들이 모습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좋아, 올 그린.
언제든 가능해!
아, 그전에.
"저기, 잠깐 여기서 요리를 해도 괜찮을까요? 저는 마리아라고 하지만, 저기......"
"브루타."
처음으로 듣는 그의 목소리는, 꽤 낮고 무거운 음성이었다.
외모와 어울려서 상당한 박력이 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위해 자리를 비워줬다.
나는 감사를 표하면서, 휴대용 생산키트를 전개하여 화로 위에 냄비를 놓고 버터를 넣었다.
문득 옆을 보니, 어느 사이엔가 에마와 로마가 내 앞에 와서는 군침을 삼키며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기다렸죠, 마리아 씨."
그리고 레이티아 씨와 라일이 나무통에 든 물을 들고 왔다.
"고마워요 레이티아 씨, 라일."
나는 다른 냄비를 꺼내서는 두 사람이 옮겨준 물을 따랐다.
"자 됐어요."
사과 보리죽을 완성한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에마와 로마는 뭔가 말하기 어렵다는 듯 주춤거리고 있었다.
흘끗 뒤를 돌아봐서 그쪽을 바라보니, 여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음, 어느 정도 예상대로의 전개네.
왜냐면 배를 곯는 아이가 두 사람만 있을 리가 없는걸.
그렇게 생각해서 일부러 냄새가 잘 퍼지도록 바깥에서 요리했던 거지만, 효과는 발군이라고 말해야 하나?
내가 두 남매한테 배고픈 아이들을 모두 불러와도 된다고 전하자, 앗 하는 사이에 십수 명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레이티아 씨와 라일의 도움을 받아서 사과 보리죽을 나눠주자 아이들은 허겁지겁 먹었고, 리필의 요구에도 응해준 결과 냄비 가득히 만들었을 사과 보리죽은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거, 냄비 하나로는 부족했던 걸지도 몰라.
그래도 아이들이 제각각 [고마워요] [맛있었어] [따스했어] 등을 말해준 것이 기뻐서, 응, 하기를 잘했어.
아이들을 배웅한 우리들은, 지켜봐 준 브루타 씨한테 감사를 전한 뒤 뒤처리를 하고서 시장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고생하셨어요, 레이티아 씨, 카일. 업무에 관해서는 훗날 저희 홈에서 다시 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와 라일은 저녁식사거리 좀 사고 돌아가 볼게요."
"식자재를...... 저기, 적당히 하세요?"
"후후후."
앗, 이거 자중하지 않을 느낌이다......
시장에서 가게를 연 분들, 굳세게 살아야 해요!
두 사람과 헤어진 나는, 식자재도 싸게 구입한데 더해 식당을 도와줄 사람까지 찾아서 기분 좋게 홈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변을 깨달은 것은, 홈까지 몇 분 안 남은 거리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인파가 모여들어서는 왠지 시끌벅적하다.
신경 쓰인 내가 멀리서 바라보니, 입간판 앞에서 그 내용을 읽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이다.
[시각강화] 된 눈으로 거기 뭐가 쓰여있나 읽어보고..... 나는 무릎부터 쓰러지면서 양손을 바닥에 대었다.
"마음에 걸렸던 정체는, 이거였구나....."
이번에, 나는 주변에 그레암 씨 일행의 모습이 없음을 면밀히 확인했다.
그리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안심했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걸로는 부족했어.
왜냐면 이전 나의 행동을 그레암 씨한테 보고했던 자는, 내가 모르는 사람.
아마 도심에 사는 사람이었으니까.
경계해야 할 대상을 착각했던 나는, 처음부터 그들과의 싸움에 져버렸던 것이다.
입간판에 쓰인 내용을 자세히 말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외곽의 아이들한테 식사를 나눠줬던 내용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그렇다, 정말 가까운 위치에서 보지 않았다면 모를만한 일까지, 상세히.
그리고 그때, 그런 짓이 가능했던 자는 레이티아 씨와 라일을 제외하면, 한 사람뿐.
레이티아 씨와 라일은 나를 도와주고 있었으니, 이런 정보를 바깥에 전할 틈이 없었을 터.
그럼 남은 한 사람은 어떠냐면, 내가 요리에 집중할 때는 그의 동향을 신경쓰지도 않았었다.
......아아, 그래.
이번에는 그런 결말인가요.
정말 정말 유명한 대사죠.
그래서 저도, 일부러 경칭을 붙이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브루타, 너마저......" [각주:1]
- "브루투스, 너마저?"는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친구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를 포함한 무리에게 암살당하면서 브루투스를 보고 외쳤다고 여겨지는 유명한 인용문이다. (위키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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