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할로윈SS ~누구를 위하여 꿈을 꾸는가~
    2022년 06월 01일 11시 52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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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24/

     

     

     

     "Trick or Treat!"

     

     아바렌턴 변경백령에 있는 작은 마을, 아나바레스의 어느 민가에서 그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던 세레나 맥마덴은, 뒤에서 들린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가 수개월 전에 5살이 된 딸, 세레스티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트, 트릭.....? 세레스티, 지금 뭐라ㅡㅡ"

     처음 듣는 문구에, 세레나의 입술은 제대로 말을 따라 할 수 없었다. 거기다 아직 미묘하게 혀 짧은 어조였을 딸의 발음이 이상하게 유창했던 점도 한 원인이다.

     외국의 네이티브 발음을 듣지 못하는 일본인 같은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고개를 돌린 세레나는 질문 도주에 말문이 막혔다.

     

     놀랍게도 그녀의 눈앞에는, 하늘거리며 공중에 떠 있는 새하얀 고스트가!

     

     ......같은 일은 없이, 침대 시트를 위에서 뒤집어쓴 상태로 서 있는 세레스티가 있었던 것이다.

     

     "뭐 하고 있니, 세레스티?"

     "Trick or Treat!"

     "으음, 트릭 오어......?"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친다! 라는 의미야!"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니?"

     

     "응! 왜냐면 오늘 10월 31일은 [할로윈]인걸!"
     "할로윈......?"

     분명 오늘은 10월 31일이지만, 세레나는 그 [할로윈]이라는 것을 전혀 들은 기억이 없었다.

     

     "세레스티, 시트를 뒤집어쓴 것도 [할로윈]이라 그러니?"

     "맞아. [할로윈]은 괴물 모습으로 변장하는 거야."
     "괴물......그렇구나."

     

     세레스티의 모습은 머리에서 시트를 뒤집어썼을 뿐인 간단한 것이었다. 눈이 보이도록 구멍도 뚫지 않아서, 변장이라기엔 너무나 단출.

     

     '뭐, 시트에 구멍을 냈다간 혼내야 할 테니 그건 다행이지만...... [할로윈]이라니 정말로 뭐람.'

     

     "일단 세레스티. 시트를 벗으렴."
     "안 돼. 그런 짓을 하면 유령한테 끌려가버려."

     

     "끌려가? 뭐, [할로윈]이란 정말 뒤숭숭하네...... 세레스티, [할로윈]이란 대체 뭐니? 이 엄마는 도통 모르겠단다."

     

     그렇게 묻는 순간이었다.

     시트 너머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레스티의 분위기가 명백히 바뀌었다.

     

     "세레스티?"

     

     "ㅡㅡ할로윈. 그것은 고대 켈트인을 기원으로 하는 가을 축제. 당시의 켈트족한테 10월 31일은 1년의 끝을 의미해서, 그때 죽은 자의 영혼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었다. 동시에 산 자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마녀와 정령도 현세에 강림한다고 믿고 있어서, 부적으로서 가면을 쓰는 것으로 그들한테서 몸을 지키는 풍습이 정착되었다. 이에 따라, 10월 31일에는 호박을 파내고 안에 양초를 세워서 만든 등불 [잭 오 랜턴]을 장식하고, 마녀와 괴물로 변장한 아이들이 『Trick or Treat!(과자를 안 주면 장난친다!)』 라고 외치면서 이웃집을 전전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이때 과자를 못 받았을 경우에는 보복으로 장난을 쳐도 된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의 장난을 즐기려고 일부러 과자를 안 주는 자도 있어서, 그런 집에서는 장난의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갑자기 왜 그래, 세레스티!?"

     시트 안에서 무기질한 어조의 설명이 시작되자, 세레나는 눈을 부릅떴다.

     앳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 억양 없는 목소리는, 딸의 목소리일 텐데도 전혀 딴 사람 같았다.

     

     "세레스티!"

     

     끝나지 않는 설명에 못 견딘 세레나는, 세레스티의 시트를 홱 빼앗았다. 모습을 드러낸 세레스티는, 마치 인형처럼 눈빛과 표정이 없는 상태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세레스티이이이이이이이! 눈을 떠!"

     "ㅡㅡ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레스티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세레나는 딸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기세 좋게 흔들었다. 저항할 힘이 없는지, 세레스티는 몸을 흔드는 대로 고개를 뒤흔들며 설명을 그만둔다.

     

     "으아아아아, 엄마 눈이 돌아가니 그만해에에에에에."
     "세레스티! 정신 차렸구나!"

     

     움직이기를 멈추고 세레스티를 확인한다. 머리를 저으면서 기분 나빠하고 있지만, 방금 전 같은 무기질한 분위기는 흩어졌다. 세레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갑자기 이상해져서 이 엄마, 깜짝 놀랐잖니. 갑자기 왜 그랬대?"

     "음~ 기분 나빠...... 갑자기 이상해졌다니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할로윈]이 어떻다는 둥......"
     "할로윈? ㅡㅡ맞다! 『Trick or Treat!』이야, 엄마!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

     

     막 생각난 듯 달라붙는 세레스티. 세레나는 다시 불안해졌다.

     

     "......그건 그렇고, [할로윈]이라는 얘기 어디서 들었니? 이 엄마, 처음 들어서 잘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할로윈]이라는 것은......어라?"

     "왜 그러니?"

     

     설명하려던 차에 세레스티는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거울 반대편인 것처럼 세레나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만다.

     

     "음..... [할로운]은 뭐였더라?"

     "엥, 모르니? 그만큼이나 트릭 오어 머시기라고 말했으면서."
     "트릭 오어......? 어라라? 나, 뭐라고 말했더라?"

     

     세레스티는 정말로 모르는 모양인지, 조금 전까지 자기가 말했던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걸까? 설마 정말로 나쁜 마녀나 악령이 내려와서 세레스티한테 씌었다고 하는 걸까......?'

     

     세레나는 가만히 세레스티를 관찰했다. 그녀는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고, 조금 전 같은 기행을 일으킬 기색은 없었다. 평소의 세레스티다.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겠네......'

     

     세레스티 몰래 작은 한숨을 쉬면서, 세레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세레스티한테 고했다.

     

     "분명, 과자를 안 주면 장난을 친다고 했었지?"

     "ㅡㅡ앗! 맞아, 엄마! 과자,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

     

     "[할로윈]이니까?"
     "어? 아, 응! 그래, [헤로인]이니까!"

     

     마치 [할로윈]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은 듯한 반응을 하는 세레스티. 정말 조금 전까지의 행동은 뭐였던 거람.

     

     "......그래, 과자를 안 주면 장난을 치는 거네?"
     "응! 그러니 과자를 줘."

     "그러니. 하지만 곤란하네."

     "엥?"

     

     일어선 세레나는 볼에 살짝 손을 대더니, 고민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은 사놓은 과자가 없단다."
     "엥? 과자 없어?"

     

     "그래, 맞아. 정말 곤란해. 이래서는 장난을 당해버리겠네."
     "장난?"

     

     세레스티는 이상해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세레나는 의외라는 듯 눈을 약간 부릅뜬다.

     

     "어라? 과자를 안 주면 세레스티가 장난을 치고 마는 거 아니었니?"

     "엥? ......아, 응! 맞아!"

     

     "하지만 과자는 없으니 달게 장난을 받아들일 수밖에. 대체 어떤 장난을 치게 될까?"

     "으음......"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세레스티.

     이건 틀림없이ㅡㅡ

     

     '과자를 받을 거라 생각해서 장난의 내용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네.'

     

     세레나는 우왕좌왕하는 세레스티를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렀는지 뭔가를 깨달은 세레스티는 세레나를 올려다보며ㅡㅡ

     

     "과, 과자를 안 주면...... 간지럽혀서 장난칠 거야!"

     

     양팔을 홱 뻗은 세레스티는, 세레나의 허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다섯 살배기의 짧은 손가락으로 하는 간지럼 공격 따위, 세레나한테는 대단한 대미지가 안 된다.

     단지 그 모습과 몸짓이 매우 귀여울 뿐이다.

     그리고 어머니한테 그것은 함락시키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어라라? 후후후, 간지러워, 세레스티."
     "과자를 줄 때까지 간지럽힐 거야!"

     "큭큭, 그건 곤란한걸."

     

     세레나는 간지럽다기보단 즐거운 듯 미소 지으면서, 주방의 서랍에서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어머나. 전부 먹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 비장의 쿠키가."
     "쿠키!"

     

     "자, 과자를 줬으니 장난은 그만두렴. 차도 마실까?"

     "응!"

     

     세레나는 병에서 쿠키를 꺼내 들고는 접시에 담아서 세레스티한테 건네줐다.

     

     "세레스티, 이걸 테이블에 옮겨주렴. 난 차를 준비해야 하니."

     "차! 나도 우리고 싶어!"

     

     "불을 쓰니까 세레스티한테는 아직 빨라."

     "그래도! 차는 연습해야 잘한대!"

     

     "......그건 그렇지만 아직은 안 돼. 언젠가 가르쳐줄 테니 오늘은 참아야 해요."

     "그, 그래도......"

     

     "......어쩔 수 없네. 그럼 오늘은 찻주전자에서 잔으로 차를 따르는 연습을 해보겠니?"

     "ㅡㅡ! 응, 고마워 엄마!"

     

     세레스티는 미소를 가득 지으며 테이블 쪽으로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세레나가 지켜본다.

     

     '갑자기 [할로윈]이라고 말하고, 갑자기 차에 흥미를 가지다니.....'

     

     당돌한 딸의 변화에 불안함을 느끼는 세레나. 하지만 동시에, 그걸 기쁘게 생각하는 자신도 있다.

     

     '이게, 아이가 성장해간다는 일일지도?'

     

     눈이 빛을 잃었던 일은 역시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는 세레스티의 모습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철이 들고 나서, 세레스티는 그다지 매사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소녀였다. 감정표현이 적지는 않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무언가에 집착을 보이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어린이라면 뭔가에 흥미를 보이는 게 당연한데. 그래서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세레스티의 일면을 알 수 있었던 일에 세레나는 기뻤다.

     그리고, 약간의 쓸쓸함이 생겨난다.

     

     '세레스티의 성장을, 그 사람과 함께 지켜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마법의 인형 메이드 세레나는 눈을 떴다.

     멍한 기분으로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밝혔다. 그곳은 아나바레스의 지이 아닌, 루틀버그 백작가에 마련된 하인용 방. 세레나의 방이다.

     

     "......꿈은 처음으로 보았네요. 멜로디 언니도 참, 날 얼마나 정교하게 만든 건가요?"

     

     멜로디의 마법에 의해 제작된 인형 메이드 인 세레나한테는, 본래 수면이 필요 없다. 하지만 멜로디는 세레나가 메이드로서 행동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녀에게 수면기능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메이드로서 일한 뒤로 어느덧 2개월. 수면 중에 꿈을 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꿈을 꾸는 기능이 있음을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첫 꿈이 어째서 언니의 어린 시절의 추억일까요? 뭔가의 미스로 언니의 기억의 일부가 남았다? 그래서 언니의 꿈을 꾸었다?'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세레나.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은ㅡㅡ

     

     '......어라? 하지만 방금 꿨던 꿈, 이상하지 않나요? 그것이 언니의 꿈이라고 한다면, 저는 어째서 꿈속에서 언니를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그렇다, 그 꿈의 주인은 멜로디가 아닌, 마치ㅡㅡ

     

     

     그때, 세레나의 시야에 빛이 들어왔다. 창가의 커튼이 조금 열린 모양이다.

     오늘은 8월 1일. 이제 따스하지 않고 뜨겁다고 할 수 있는 여름의 햇살이 세레나에 닿는다.

     눈부셔서 무심코 손을 들어 빛을 막는 세레나였지만, 문득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이런. 오늘은 언니가 왕도로 떠나는 날이었네요.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야."

     

     세레나는 침대에서 박차고 나와서는, 서둘러 몸가짐을 바로 하고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방을 나갔다.

     

     

     

     어느 사이엔가 조금 전 떠올렸던 의문도, 꾸었던 꿈도, 세레나는 잊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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