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3 장> 프롤로그?
    2022년 06월 01일 20시 40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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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25/

     

     제3장 시작입니다


     왕립 파르테시아 고등교육학교ㅡㅡ통칭 [왕립학교]는, 1학기의 모든 수업과 기말시험을 끝내고 모레부터 여름방학을 맞이한다. 내일부터 며칠 동안은 학교를 나가 귀성하는 학생의 모습을 무수히 목격하게 될 것이다. 친가가 왕도에서 멀기 때문에 그대로 학생기숙사에 머무는 자도 적지는 않지만.

     

     누구나가 잠에 든 심야. 왕립학교의 부지 안을 부드럽게 비추는 것은, 하늘에 뜬 달님뿐.

     그런 와중, 학생기숙사에서 왕립학교로 향하는 도로에 는 작은 발걸음이 울리고 있다. 조용한 심야에 매우 걸맞은 느긋한 발걸음. 하지만, 그 소리를 눈치챈 자는 아무도 없다.

     

     검은 로브를 둘러서 그 모습은 어둠에 녹아들 것 같았지만, 부드럽게 휘날리는 금발은 심야임에도 그녀의 존재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아, 나도 참 뭘 하고 있는 거람."

     

     올리비아 랭크돌 공작영애는, 우수에 찬 한숨을 지었다. 평소에는 머리를 뒤로 묶어서 빈틈없는 모양인 그녀지만, 지금은 취침전이라서 머리를 푼 탓에 평소보다 우아한 인상을 주고 있다.

     

     심야의 길 한복판, 그녀는 혼자였다. 누구나 잠에 들고 만 지금, 하인한테 비밀로 기숙사를 빠져나온 것이다.

     나른한 표정으로 도로를 걷는 올리비아. 딱히 목적지는 없다. 왠지, 그래, 왠지 밤중에 눈을 떠버린 그녀는, 충동적으로 방을 뛰쳐나가고 만 것이다.

     

     왕도의 저택이라면 불침번을 서는 하인도 있어서 빠져나가기 어렵겠지만, 이 학교기숙사에 있는 하인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철저하지는 않아서, 얼떨결에 저질러버린 사고 같은 것이었다.

     

     "......조용하네. 여기가 평소의 왕립학교였다니 거짓말 같아."

     발을 멈추고 아직 멀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학교 건물의 모습을 바라보는 올리비아. 달빛에 비친 학교의 위용은, 신비적이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무서운 면도 있어서, 그녀는 이 이상 나아갈 생각이 안 들었다.

     

     다시 작은 한숨을 쉰다. 문득 시야 한 구석에, 도로마다 같은 간격으로 설치된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올리비아는 슬슬 걷기 지쳤는지, 빨려 드는 것처럼 벤치에 걸터앉는다.

     

     '......정말로 나, 뭐 하고 있는 거람.'

     

     세 번째의 한숨. 여름방학을 앞두고, 올리비아의 기분은 왠지 밝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도 왜 이렇게 권태감이 드는지 잘 모른다.

     

     생각나는 거라면ㅡㅡ

     

     '역시, 기말시험 탓이려나......?'

     

     7월의 끝에 보았던 1학기 기말시험의 결과는......4위. 1위부터 4위의 결과는 중간시험과 같아서, 1위가 크리스토퍼, 2위가 안네마리, 그리고 3위가 루시아나.

     결코 나쁜 순위는 아니다. 부모한테도 좋은 성적이라고 칭찬받았고, 그것 자체는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결국, 루시아나 루틀버그를 이기지 못했다......'

     

     봄의 무도회에 호쾌하게 나타난 [요정공주] 루시아나 루틀버그 백작영애. [영웅공주]라는 별명도 한때 유행했지만, 역시 그녀를 지칭한다면 전자가 확 와닿는다.

     공작영애인 자신을 제쳐두고 무도회에서 찬란히 빛나는 모습은 그녀의 질투심을 부추겼다. 거기다 남몰래 동경하고 흠모하던 왕태자 크리스토퍼와도 친하고, 귀여운 외모도 포함해 당시에는 정말 미워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괴롭히려는 짓은 공작영애의 자부심을 걸고 생각도 안 했다. 왕립학교에서는 그 실력으로 그녀보다 우위에 서 보이겠다며 내심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양. 정말 한심해.'

     

     거기다, 자신의 마음이 상당히 새어나갔는지, 하인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거리낌이 생겨난 모양이라서, 1학기 동안 루틀버그 가문의 하인들은 주위에서 멀리하게 된 모양이다.

     그 사실은 알게 된 올리비아는 놀랐다. 하인들이 마음을 헤아릴 정도로 그렇게 분명하게 감정을 드러냈던 걸까 하고. 정보를 들은 것은 모든 수업이 끝난 뒤. 올리비아는 하인들한테 상황의 개선을 명령했다. 공작영애로서의 긍지가 그걸 용서치 않았기 때문에.

     

     '뭐, 그쪽에 관해서는 2학기부터 개선해가자. 내 하인들은 우수한걸. 문제는......나겠네.'

     

     또다시 한숨. 하인의 일을 계기로 객관적으로 1학기의 자신을 되돌아본 그녀는 아연실색했다. 루시아나 루틀버그에게 꽤나 감정적인 대응을 계속해 온 자신의 행태에.

     

     '확실히 무도회에서 주목을 빼앗긴 일은 분했지만...... 그녀한테는 크리스토퍼 님을 지켜준 은혜? 도, 있으니..... 그때 나도 전하와 함께 있었다면 나 역시..... 아니, 역시 그건 무리.'

     

     고개를 좌우로 젓는 올리비아. 어째선지 루시아나는 도와줬지만, 무도회의 습격사건에서는 자칫 목숨을 잃을 상황이었던 것이다.

     과연 자신에게 그럴 정도의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순간의 행동이기 때문에 드러나는 그 사람의 인간성. 루시아나는 그때 그것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숨이 그치지 않는다. 칭찬은커녕, 질투심을 부딪히는 것은 완전 잘못이다. 올리비아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왠지 감정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

     

     '학교 생활에서는 그녀와 거리를 뒀으니, 특별히 나서서 다툴 일도 없었는데......어라?'

     

     올리비아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다툴 일......없었지?'

     

     루시아나가 크리스토퍼와 마찬가지로 학생회에 추천받았을 때는 욱 했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내심에 머물러 있었고 루시아나와 직접 다툰 기억은 없다. 없지만......

     

     '뭘까? 이 위화감......'

     

     1학기의 학교 생활은 무사히 끝났을 터.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올리비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자, 이마에 맺혀있던 작은 땀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갔다.

     

     "......밤이지만, 그래도 덥네."

     

     심야에 눈을 떠서 몰래 방을 나온 그녀의 복장은 잠옷 그대로였다. 역시 이대로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은 꺼려졌기 때문에 로브를 걸치기는 했지만, 이미 8월이 눈앞인 한여름 밤에는 꽤 힘든 복장이다.

     

     올리비아는 로브의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볼의 땀을 닦고는, 다시 생각을 해나갔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딱히 결론은 안 나온다. 왜냐면, 스스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에.

     

     루시아나에 대해 솟구치는 감정ㅡㅡ아마 이것은, 질투심. 지금까지 쌓아온 공작영애로서의 긍지와 예절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정도의 감정일 터인데, 그걸 못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그녀한테는 이런 마음이 전혀 솟아나지 않는데.'

     

     안네마리 빅티리움 후작영애. 왕태자 크리스토퍼의 약혼녀 후보 필두.

     올리비아로서는 루시아나보다 훨씬 라이벌이라 해도 좋은 존재. 하지만 올리비아의 안에서 안네마리에 대한 질투심이나 대항심은 그다지 없다.

     

     정확히는ㅡㅡ이제 남아있지 않다.

     

     그 미모도, 능력도, 인간성도 자신으로선 당해낼 수 없다. 그 실력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결과, 올리비아는 안네마리와 겨룰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천재인 크리스토퍼의 옆에 서는 자는, 마찬가지로 천재인 안네마리 뿐.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실력차가, 처음 만났을 때의 올리비아와 안네마리의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숨을 쉬면서, 올리비아는 일어섰다.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어도 아무것도 안 되......려나. 슬슬 돌ㅡㅡ꺄악! 앗!"

     

     일어선 순간 강한 바람이 불었다. 무심코 바람에 놀란 탓인지, 올리비아의 손수건이 손가락을 빠져나가 바람에 잡혀가고 말았다.

     서둘러 손수건을 쫓아가는 올리비아. 손수건은 앉아이던 벤치와 반대쪽, 도로 반대편의 수풀 안으로 떨어졌다.

     

     "마음에 드는 손수건이었는데. 어디로.....아, 있다. 어라?"

     

     올리비아는 수풀에 들어갔다. 다행히 손수건은 딱히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면에 떨어져 있던 손수건 옆에 굴러다니던 다른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것은, 검? 하지만......"

     

     그녀가 찾은 것은 검이었다. 그것도, 한가운데의 검신이 뚝 부러진 검.

     

     "이거, 소재는 은 같네. 칼날도 손잡이도 전부 은......의례검인가?"

     

     양손으로 검을 들고서 얼굴 앞까지 치켜들면서 이상하다는 듯 검을 바라보는 올리비아. 달빛에 비친 은검은, 검신의 절반을 잃었음에도 어딘가 신비롭고 아름답다.

     

     아니, 오히려ㅡㅡ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렇게나 매혹되는 걸지도 몰라."

     뚝 부러진 은검을 바라보면서, 올리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게 친근감이 느껴져. ......왤까?"

     

     올리비아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뚝 부러진 은검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음, 소유자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올리비아. 당연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는 그녀 이외의 누구도 없다. 당분간 그 자리에서 고민하던 그녀였지만, 이윽고 은검을 바라보면서 결심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건 내가 잠시 맡아두자..... 소유자를 찾아낸다면 돌려주면 되겠지. 찾아낸다면."

     

     약간 기쁜 표정으로 올리비아가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이 뚝 부러진 은검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갖고 돌아갈 생각이다..... 소유자를 찾을 생각이 정말로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 자리를 떠나서, 약간 즐거워하는 발걸음으로 학생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녀의 오른손에서 떨리는 은검. 그 단면이 때때로ㅡㅡ약간 분말 같은 은빛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분명 밤하늘에 뜬 달빛 때문이리라......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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