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6 론리×온리×올 scene22022년 05월 24일 23시 09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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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딱히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만이 지나갔다. 그러는 것도, 다른 장면의 연습이 우선되는 바람에 아네사 역인 아네가와 양과 연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네사는 여러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자습만 해서는 불안해져 버린다.
적어도 머리를 땋게 되고는 싶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선택지도 늘어난다. 키리오 츠구미도 그렇게 여러 기술을 배웠으니까, 나도!
"어때? 루루."
SST프로덕션의 메이크 룸. 나는 루루를 옆에 두고서 머리를 땋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연습 상대는 아네가와 양과 비슷한 길이의 머리카락...... 보브컷 정도라는 이유로, 코하루 씨가 연습 상대다.
"이 길이를 땋는 건 간단하지 않아. 하지만 역시 츠구미네. 좋아."
"해냈다. 고마워, 루루."
"이대로 다음 스탭으로 가자고. 알겠지?"
"응! 부탁해, 루루!"루루의 손놀림은 의외로 알기 쉬워다. 모델이 되어주는 코하루 씨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 주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정말 알기 쉽다. 이어서 여러 머리 모양을 배우자, 흥이 난 루루는 간단한 화장과 마사지 등도 가르쳐줬다.
어깨 결림은 느껴본 적 없겠지만, 연습대가 되어주는 코하루 씨는 왠지 기분 좋아해 주고 있다.
"에잇, 에잇......코하루 씨, 어때?"
".......................극락, 입니다."
"그래? 다행이다~"잘 되면 기쁘다. 잘 안 되면, 슬프다. 그래서 더욱 긴장하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자고 생각한다. 머리를 땋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연기 과제를 클리어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나아간다는 실감은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연기 말인데, 이게 곤란하다. 왜냐면 객관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나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니까. 자습으로는 아무래도 한도가 있다. SST의 트레이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만 있어서 누구한테 무엇을 가르침 받아야 할지도 애매하고.
"하아......"
"한숨. 벌써 다섯 번이야, 츠구미."
"앗, 미, 미안해, 루루."재빨리 사과하자, 루루는 "아니." 라고 짧게 대답했다.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네 재능을 가리는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해."
"잠깐 루루, 츠구미 님께 그런 말투ㅡㅡ""츠구미는 말투 하나로 태도를 바꾸는 사람일까? 코하루."
"ㅡㅡ윽.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코하루 씨와 루루의 호흡이 잘 맞는 대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즐거워진다. 소꿉친구라는 두 사람은 때때로 이렇게 가벼운 대화를 할 때가 있다. 그 거리감이 때때로 부러워지고 만다.
"그래서? 츠구미. 네 적은 뭔데?"
"아, 저, 적?"
"적이야. 방해되는 것은 전부."루루, 과격해. 아니 하지만 말하고 싶은 바는 이해될지도.
"코하루, 뭔지 몰라? 학교도 따라갔잖아."
"루루나, 너는 정말. 나한테 매니저 업도 있는 거 몰라?"코하루 씨의 말에, 나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내게 학교를 다니는 동안, 스케줄 조정과 새로운 일거리의 습득은 코하루 씨에게 맡기고 있다. 학교의 안에서까지 지켜봐 주는 게 아니다.
하지만 뭐, 물론 처음에는 학교의 일까지 양립시킬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그러면 코하루 씨의 쉴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학내는 다른 수단으로 납득시켰다.
그것은.
"학내는 요이케무리...... 츠구미 님 전속 호위인 마요이 네한테 맡기고 있어."
그렇다. 마치 닌자처럼, 어둠에 섞인 연기처럼 나를 호위해주는 그녀ㅡㅡ마요이가 날 지켜봐 주고 있다.
"하지만 지휘계통이 완전히 츠구미 님에 의존해서, 츠구미 님이 명하지 않으면 호위 이외의 일은 해주지 않아. ......츠구미 님. 학내에서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마요이 일행을 쓰셔야 합니다?"
"응, 물론이야!"
마요이한테 부탁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역시 목숨의 위기에 관련된 일이겠지. 연기나 친구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지!
"흥. 뭐 좋아. 그래서 츠구미. 결국 뭐가 문제인데?"
"연기가, 잘 안 돼."
"그래? 뭐가 안 되는데?"짧은 긍정. 사실만을 추구하는 루루의 자세는 오히려 말하기 쉬웠다.
"대사가 없는 역할인데, 너무 눈에 띈다거나 너무 눈에 안 띈다고 해서."
"그럼, 잘하는 사람한테 배우면 되잖아. 코하루,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을 찾아야겠어.""항상 그렇지만 성급해, 루루나. ......아니,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바로."
루루의 억지스러운 조타는 정말 '걸맞은'모양이다. 코하루 씨는 익숙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 양해를 구하고 일어섰다.
"츠구미, 이것 봐, 코하루의 머리 예쁘게 묶였지?"
"뭐? 아, 으, 응."
"하면 된다구. 그럼 하면 되는 거야. 확 부딪혀버려."과격하지만, 지금은 그런 꾸밈없는 말이 기쁘다.
"츠구미 님."
내가 루루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코하루 씨가 부드럽게 말을 걸어줬다. 무릎을 굽히고는 눈높이를 맞추더니, 그다지 장기는 아닌 미소를 지으며 날 배려해준다.
"더욱 부탁해주세요. 기대어주세요. 생떼를 부려보세요. 저는 당신의 소원을 이루고 싶답니다.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고요. 그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마음을 가르쳐주세요, 츠구미 님."
포개어지는 손.
"고마워, 코하루 씨."
"후후ㅡㅡ저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요."
"이제부터 해줄 테니까, 괜찮아."
"그건...... 기대되네요. 자, 뭐든 말씀해주세요. 츠구미 님."....... 부탁할 일은 이미 정해졌다. 의식 안을 들여다보니, 키리오 츠구미도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기다려주고 있다.
"조연의 선생님을 원해."
주인공이 아닌.
호적수도 아닌.
숙명의 적도 아닌.
지켜야 할 공주도 아닌.
주인공을 지탱하는 친구도 아닌.
적대자한테 복종하는 충신도 아닌.
길가에 떨어진 사과를 줍는, 그것뿐인 사람.
혼잡 속으로 사라져 갈 뿐인, 단지 등만 보이는 사람.
"코하루 씨."
"네, 츠구미 님."
부탁하기란, 어렵네. 그렇게 가슴 안으로 물어보니, 키리오 츠구미 또한 쓴웃음을 짓는다.
"부탁해."
"네ㅡㅡ알겠습니다, 나의 주인이여."
".......그 말은 조금 부끄러울지도."무릎 꿇고서 손을 잡아주는 코하루 씨의 모습에, 왠지 부끄러워진다. 코하루 씨는 정말 이야기 속 기사님 같다. 그러면 내가 공주님? 음~ 어울리지 않아.
"ㅡㅡ그래서? 둘만의 세계는 끝났어?"
"아."
"음, 아, 루, 루루나..... 더 빨리 말을 걸었어도 되었잖아?"눈을 가늘게 뜨고는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던 루루한테 놀라 어깨를 움찔한다. 어쩌지, 얼굴이 뜨거워. 귀도 뜨겁고.
"이야기가 마무리됐으면, 빨리 다음 스탭으로 가자고. 츠구미, 네 배역은?"
"으, 으음, 라이벌 역의 메이드."
"그래. 그래서 너무 돋보이지 않으면서 수수하고 인상은 옅게ㅡㅡ좋아, 해줄게. 앉아봐."루루의 재촉으로 거울 앞에 걸터앉는다. 루루는 한 손에 든 내 머리카락 둘레와 빗을 잘 보고 나서, 물 흐르는 듯한 손놀림으로 세팅을 시작했다.
"코하루는 코하루의 일을 해. 난 내 일을 할 테니까."
"하아, 정말. 좋아, 츠구미 님을 부탁할게."
그렇게 말을 남기고 사라지는 코하루 씨. 뒷모습을 좇을 수도 없는 사이, 거울 저편의 루루가 입술을 축였다.
"잘 들어? 너 같은 스타는 그 하트가 눈에 깃들어. 앞머리로 눈을 가리면 츠구미의 큐트함은 숨기지 않고 파워만을 억제하게 돼. 머리카락은 땋아서 늘어뜨리면 그것만으로도 청순함이 있는 소심한 메이드가 완성. 어때?"
앞머리로 눈가를 가리고 평범한 카츄샤로 고정한다. 본편에서는 이걸 프림 (메이드복의 머리에 쓰는 하늘하늘한 것)으로 바꾸면 그대로 쓸만할 거라 생각된다.
머리카락은 땋아서는 어깨를 통해 가슴으로 드리웠다. 조심스레 땋았기 때문에, 엉성함은 느껴지지 않은 채로 소극적인 메이드가 완성되었다.
"대단해...... 대단해, 루루."
"이 정도로는 아직 멀었어. 그래, 하지만 코하루가 선생님을 찾아내면 그 레슨 내용도 받아들여서 한층 더 갈고닦아야 해. 알겠지? 츠구미."
"응!"거울 앞에는, 처음 보는 분위기의 여자아이의 모습. 이거라면, 혹시 하는 생각이 샘솟아서, 무심코 가슴 앞에서 주먹을 만들었다.
아직 뭔가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실감이 무엇보다 기뻐서 무심코 내쉰 한숨이, 나의 긴장으로 굳어진 뺨을 느슨히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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