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6 론리×온리×올 scene4
    2022년 05월 25일 12시 57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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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69/

     

     

     

     ――윈터버드 배우육성학교 트레이닝 룸

     

     

     여러 사람들이 연기 연습을 하는 중, 편안한 복장으로 주변을 감독하는 자는 희대의 여배우, 키리타니 오우카 장본인이다. 오우카 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중후함 그 자체. 예쁜 분이구나 생각하는 한편으로, 어딘가 관록이 엿보인다.

     그런 오우카가 입실해 온 우리들을 눈치챔과 동시에, 그녀의 발치에서 작은 그림자가 뛰쳐나갔다. 눈부신 흑발을 나부끼며 그다지 움직이지 않던 표정에 희색을 지은, 나의 절친.

     

     "츠구미!"
     "린쨩!"

     

     달려온 그녀의 작은 체구를 끌어안고서, 기세를 죽이기 위해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기쁘다. 하지만 좀 위험했어, 린쨩.

     

     "후후, 오랜만에 츠구미 성분 보급이다!"

     "응, 그럼 나도 린쨩 성분 보급~"

     "꾸욱~!"

     "꾸욱~!"

     

     그런 식으로 린과 놀면서, 여기로 오게 된 경위를 떠올린다.

     듣기로는 코하루 씨가 매니저 동료들한테 수소문했다고 한다. 그러자 린의 매니저인 히타치 이나호 씨가 린의 선생님인 오우카 씨와 상담. 그러자 오우카 씨가 짐작 가는 분을 소개해주게 되어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준비하고서 윈터버드 배우육성학교로 찾아왔다.

     아무래도 린은 이나호 씨한테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어서, 내가 학교를 끝내고 코하루 씨한테서 들은 것보다 빨리 정보를 입수한 모양이다. 그후에 학교에서 했던 RAIN을 통한 린의 답신으로 이어졌다던가.

     

     "안녕, 츠구미쨩."
     "네, 안녕하세요, 오우카 씨!"

     

     오우카 씨는 조심스레 눈높이를 맞추며 인사해줬다. 그보다, 내가 먼저 인사해야 하는데...... 반성 반성.

     

     "오늘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 츠구미쨩한테는 린의 일로 은혜도 있으니까. 이 정도의 일이라면 힘을 빌려줄게."

     

     그렇게 말한 오우카 씨는 코하루 씨와 손을 마주 잡았다. 그 광경에 무심코 가슴이 따스해졌다. 린은 그런 내 상태를 깨닫고서, 살포시 손을 잡아주었다. 가까이에 있는 린의 따스함이, 지금은 무엇보다도 기쁘다.

     대화를 끝내고 그 자리에서 이동한다. 린도 함께 따라와 주는 모양이라서 왠지 든든하다.

     

     "츠구미, 요즘 그레프레는 어때? 계속하고 있어?"
     "응. 이전의 주년 이벤트 뽑기, 재밌었어."

     "......츠구미, 잠깐 보여줘."

     

     린한테 스마트폰을 건네주자, 그녀는 잠시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뽑기를 3백 번 돌리면 원하는 캐릭터를 주는 시스템이 있다. 덕분에 이벤트 기간 중에 맘에 드는 캐릭터를 둘이나 받았다.

     린은 "크으으으으." 라며 들어본 적이 없는 신음소리를 낸 다음, 내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그러고 나서 크게 심호흡한 뒤에 날 바라보았다.

     

     "이젠 나도 2학년이니까, 이런 일로는 화 안 내."
     

     그러면서 가슴을 펴는 린은, 부러워질 정도로 귀여웠다.

     

     "2학년이니까, 츠구미보다 언니야."
     "......린 언니?"

     "감동적이지만, 왠지 먼 것 같애. 츠구미, 평소의 하던 대로 부탁해."
     "후후....... 응, 린쨩."

     린의 토라진 듯한 표정에,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왔다.

     

     "아. 린쨩, 혹시 그 말은, 학교에서는 만나러 오지 않는다는 거야?"

     "윽......하, 하지만, 츠구미도 새 친구를 사귀어야 되고, 맨날 함께 있는 수는 없고, 절친은 나지만 절친 이외의 친구도 더 필요할 테니."
     "그렇구나...... 신경 써준 거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도 나를 우선해줬다. 그 말을 해서 그런지, 린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는데..... 귀밑까지 새빨갛게 물든 것을 보면 부끄러워하는 것은 일목요연하다.

     

     "린쨩, 린쨩."
     "왜?"

     "린쨩하고 꼬옥~ 하고 싶어."
     "어, 어쩔 수 없네~ 츠구미는 응석꾸러기라니깐."

     "응, 맞아. 그래서, 꾸욱~"
     "후후. 응 츠구미, 꼬옥~"

     린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 절친이 있다. 난 혼자가 아니라고 실감한다.

     그래서 분명 나는ㅡㅡ무슨 일이 있어도 힘낼 수 있다. 이 앞에 계속 어떤 일이 기다린다 해도.

     

     "자, 도착했어."

     

     끌어안은 채로는 걸을 수 없어서, 린과 손을 잡았다. 그러자 곧장 오우카 씨가 말을 걸어줬다. 안내된 장소는, 소규모의 연극을 하기 위한 무대가 설치된 장소였다. 웬만한 연기가 가능하도록 각종 기구가 설치되어있다.

     그 중앙에서는, 지금도 누군가가 무슨 연기를 하고 있다. 즉흥극일까. 남자 둘과 여자 둘. 언쟁을 벌이고 있다는 에튜드일지도.

     

     

     "니가 훔쳤잖아!"

     "난 몰라! 너 아냐?"

     "나는 몰라! 누가 남 탓하고 있어!"

     "지, 진정하세요."

     

     

     건장한 남자가 화내고 있다. 그것을 여자가 대답하고, 또 다른 남자가 호응한다. 마지막 여성이 타이르는 것을 보고, 난 무심코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시끄러시끄러시끄러! 그래, 내가 했다 왜!?"
     "이년이! 나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겠다!?"
     "어이, 폭력은 쓰지 마!"
     "어, 어떡해, 경찰을 불러야 하나!?"

     

     격앙과 노호성 속에서, 결코 드러나지 않지만 이 자리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연기. 그 광경을 한번 보고서, 나는 오우카 씨가 소개해주려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다름 아닌 오우카 씨와 조금 비슷한 외모. 다소곳하면서도 NG를 내지 않는 적절한 연기를 하는 수완.

     

     "란, 씨?"

     "후후. 그래, 맞아, 츠구미쨩. 내 조카인 미나우치 란. 그녀라면 분명 네 요청에 부응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사야] 의 촬영 때 에마 감독의 중단 없이 연기를 완수해 낸 단 한 명의 여성이며, 내가 이 업계에 발을 디딜 때 처음으로 함께 연기했던 분이었다.

     

     

     

     

     

     

     

     

     

     

     

     

     사람이 빠져나간 무대의 앞에서, 나는 란 씨와 마주했다. 그녀는 사정을 미리 들었는지, 내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맞춰주었다.

     

     "내가 츠구미쨩의 교사를 맡을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정말 나로 괜찮겠니?"

     

     그 물음에 나보다 빨리 입을 연 자는, 오우카 씨였다.

     

     "괜찮아, 츠구미쨩."
     "네!"

     

     오우카 씨의 말에 대답하자, 그 모습을 본 란 씨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그, '이런이런'이라는 표정으로.

     

     "미나우치 란이라는 여배우는, 적합의 천재란다."
     "오우카 숙모님, 너무 띄워주는데요."
     "여기선 숙모님 금지."
     ".......그럼 오우카 씨. 지나치지 않나요?"

     

     손이 잘 맞는다. 또는 템포가 좋은 대화. 두 사람은 마치 친구사이인 듯한 거리감으로 대화를 술술 풀어나갔다.

     

     "란은 어쨌든 '맞춘다'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나와 키리오 츠구미 이외에는 맞설 자가 없을 정도의 천재야. 그 재능은 주역으로서가 아닌, 누군가를 돋보이게 할 때 진가를 발휘하지."

     갑자기 비교당한 키리오 츠구미가, 내 의식 안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니 츠구미쨩."

     

     오우카 씨는 그렇게 나를 보면서.

     

     "네 요청에 이 이상 걸맞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장난기를 가득 담아서 윙크를 했다.

     

     "네! 저기, 란 씨!"
     "아, 아아, 음, 츠구미쨩?"
     "제게 란 씨의 연기를 가르쳐주세요!"

     고개를 숙이고서 몇 초. 앞이 보이지 않는 자세여서, 이 순간에 몇 배나 길게 느껴진다.

     

     "......알겠습니다. 뭐 괜찮겠죠."
     "정말이요!?"

     "다만."

     "윽."

     덧붙인 말에, 무심코 등을 폈다.

     

     "저도 아직 풋내기예요. ㅡㅡ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줘야 해요?"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나우치 란.

     오우카 씨가 말하는, '조연의 천재'.

     그런 사람한테 가르침을 청할 수 있다는 걸 알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제, 볼품없는 연기는 보이지 않아.'

     

     

     그렇게 다짐한 나는, 란 씨의 수업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그저 새로운 연기를 배울 수 있다는 고양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함을 설욕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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