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6 론리×온리×올 ending
    2022년 05월 25일 18시 03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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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71/

     

     

     

     반 합동연극회가 무사히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덕에 대디와 마미도 물론 와주었고, 관객석에는 란 씨도 와 있어서 무대에서 내려온 다음 칭찬해주셨다.

     그 다음날. 나는 이번 연극회에서 신세를 진 오우가 선배한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평소대로 살롱의 나무 그늘로 향했다.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야."
     "네! 저기,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난 아무것도 못 해줬는데. 츠구미, 전부 네 노력의 결과야."

     

     오우가 선배는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돌리며 도시락에 젓가락을 대었다. 아주 약간 홍당무 색으로 변한 귓불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드러내면서.

     

     "그건 그렇고 연습시기가 짧았는데 잘도 그렇게 완벽하게 해냈구나."
     "봐주셨나요? 에헤헤, 선생님이 좋았어요."
     "그래. 내 반과는 시간이 다르니까. ......근데, 선생님?"

     "란 씨라고 해요. 미나우치 란 씨."
     "미나우치, 란......으음? 윈터버드 프로덕션 소속의?"
     "네!"

     

     내 말에ㅡㅡ오우가 선배는 갑자기 눈을 빛냈다.

     

     

     

     "극단 키리사쿠라 출신의 미나우치 란! 키리사쿠라 재적 중에는 시키나미 란으로서 활동. 데뷔작은 단편영화 [귀뚜라미의 노래]에서 주인공의 누나를 연기했고 그 외에도 단편영화 [수국], [개가], [Blue]에서 여러 단역을 연기했지. 키리사쿠라를 졸업하고 윈터버드에 정식으로 소속되자 이름을 미나우치 란으로 바꾸고 CM출연, 드라마 촬영, 무대 출연 등 활동 영역을 확대. 어느 것이나 주연역이나 상대역이 아닌 조연, 단역 혹은 엑스트라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조금씩 침투시켜서, 지금은 '미나우치 란'의 이름을 본 적 없는 사람은 없다고 일컬어지게 된, 사이드 캐스트의 스타!?"

     

     

     

     

     ......무심코. 그래, 본 적 없는 어조와 태도로 단숨에 쏟아낸 오우가 선배를, 나는 아연실색하여 바라보았다.

     흘끗 오우가 선배를 엿보자, 흥분으로 반짝이던 눈동자와 상기된 볼에서 점점 핏기가 가셔 새파래지던 참이었다.

     

     "미, 미, 미안, 예전부터 아무래도 배우의 일이 되면 그, 흥분해버려서. 아아, 기, 기분 나빴다면ㅡㅡ"
     "대단해!"

     "ㅡㅡ대, 대단......?"

     

     뒤늦게 감정이 따라오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그런 말이었다. 조연을 지향하고 있는 오우가 선배는, 분명 여러 가지를 공부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나 많은 정보를 말할 수 있는 거야.

     

     "내, 대단해요! 똑똑하네요!"

     "아, 그래, 음~ 좋아하는 분야라 잘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
     "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으, 음ㅡㅡ여동생과 대화할 때와는 다른 의미로 상태가 안 좋아지네."

     

     여동생. 그러고 보니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고 말해줬던 일이 있다. 그 여동생은 언제나 오우가 선배의 이런 정열과 희망으로 가득 찬 시선을 마주 보는 걸까.

     

     

     "너도 별난 아이야."
     "엑. 이, 이상한가요?"
     "하핫, 그게 아니라."

     그렇게 웃으면서, 오우가 선배는 내 머리에 손을 얻고 작게 미소 지었다.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것뿐이야."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칭찬받는 일은 기쁘다. 오우가 선배는 미소를 가득 지으며 감사를 표하는 나를 바라보았지만...... 어쩐지 약간, 눈동자에 애수가 깃들어 있다.

     

     "츠구미, 나는."

     

     그다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그 소리를 눈치챘다.

     

     "앗, 죄송해요, 오우카 선배. 쉬잇~ 이에요."
     "음? 아, 아아."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부탁하자, 그도 바로 입을 다물어줬다. 그리고는 나무 그늘에서 살롱의 중앙을 엿보았다.

     그곳에 있던 자는, 반 친구인 아이다. 분명 모두가 오가와 양이라고 불렀던 아이. 재빨리 기억에서 외모를 참조해서 곧장 떠올렸다. [요정의 상자]에서 리리한테 괴롭힘 당하던 반 친구, '나나'로서 연기했던 오가와 린......이라고 생각한다.

     그 오가와 양을 살롱으로 부른 자는...... 누구일까. 여기서는 잘 안 보인다.

     

     "저건, 리코인 선생님인가?"

     

     오우가 선배의 중얼거림을 듣자, 아 하는 소리를 낼 뻔했다. 그, 그래. 잘 보니 알겠다. 내 담임인 리코인 카즈사 선생이다.

     리코인 선생이라고 알게 되자, 그 표정이 잘 보인다. 그 대화도 알아챌 수 있게 된다.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

     

     

     

     "오가와 양. 이번 연기도 정말 좋았어."
     "정말인가요!?"
     "특히 클라이맥스 신. 내가 말한 대로 잘 해냈네."
     "앗싸~!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후후, 괜찮아, 이후로도 힘 내주면 돼. 기대하고 있을 테니."
     "네! 열심히 할게요!"

     "그런데 오가와 양. 그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니?"
     "그 아이? 아아...... 그 아이인가요. 죄송해요, 전."
     "아아, 괜찮아. 오가와 양은 정말 잘해줬으니까."

     

     

     

     자애로운 목소리. /목소리, 뭔가와 비슷한.

     사랑으로 가득한 표정. /표정, 어딘가에서 느꼈었다.

     때때로 상냥함. /아냐, 안 돼. 그게 아니라.

     집착심. /독점욕, 혹은 사랑, 제멋대로인, 일방적인.

     

     

     "어, 어이, 츠구미?"
     "아ㅡㅡ"

     

     

     안 돼.

     안 돼.

     안 돼.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어째서 잘 보지 않았지?

     어째서, 말조차 걸지 않았지?

     어째서, 질문 한 번도 못했지?

     어째서, 선생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있지 않았지?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그 사람'과 너무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더니ㅡㅡ

     

     

     "어라? 저곳에 누가 있나?"

     

     

     

     ㅡㅡ시선이, 나를, 보고, 인식하자, 손이.

     

     

     

     

     

     

     

     

     의식, 이.

     

     

     

     

     

     

     

     떨어, 지, 면, 안, 돼..........................

     

     

     

     

     

     

     

     

     『이번만이야, 츠구미』

     

     

     

     

     

     

     

     눈을 뜬다.

     

     

     

     

     

     

     

     

     

     

     

     

     

     

    ――/――

     

     

     

     눈앞에서 몸을 휘청거리는 츠구미한테, 재빨리 손을 뻗는다.

     학교 살롱의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천진난만하고 귀여우며, 기운차고 노력가인 소녀. 내 여동생과는 정반대지만,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 작은 여자아이.

     

     '도와줘야 해.'

     

     내게ㅡㅡ아마미 오우가한테는 그녀를 도와줄 자격 따윈 없는데. 그런데도 정신 차리고 보니 손을 뻗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전해 들은 리코인 선생의 태도와 반의 상태도 전부 이상하다. 아직 어린애에 불과한 나조차도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도 조언자라도 된 양 참견만 할 뿐, 내게 가능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위기 때에는 지켜주는 것 정도는ㅡㅡ하고 생각했었는데.

     

     "잠깐, 미안."
     "츠, 츠구미?'

     "어깨 좀 빌릴게? 오우가 ."

     "엥?"

     

     갑자기 몸을 바로 한 츠구미는, 내 어깨에 손을 대더니 몸을 끌어올리는 요령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작은 체구를 마치 고양이처럼 다루어서는 살롱에 딸린 담쟁이와 금속 프레임으로 된 아치 위로 숨을 죽이며 숨어들었다.

     지, 지금 것은 대체. 그보다 저거, 어떻게 된 움직임이지?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보다, 기척이 너무 없어서 눈으로 좇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어라, 너는 아마미 씨의?"
     "리, 리코인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래. 또 한 명 있던 기분이 들었지만ㅡㅡ기분 탓인가?"

     그렇게 말하며 떠나가는 리코인 선생. 그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할 즈음, 내 옆으로 츠구미? 응, 츠구미가 돌아왔다.

     

     "미안, 오우가 군. 조~금 거북해서 말이야."

     "어, 어어, 그건 괜찮지만......"

     "잠깐 당황해버렸어."

     

     그런 식으로 웃는 츠구미. 하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다르다.

     아아, 그래, 눈이다. 예리한 시선. 도발적이고 굳세며, 탐욕적인.

     

     '정말, 예쁜.'

     

     속절없이.

     그래, 나 같은 사람을, 속절없이 끌어당기는 듯한.

     

     "아, 이제 점심시간 끝나지?"

     "그, 래."
     "오늘은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아, 자, 잠깐만. 그게 네 본성이야?"

     

     꼭 물어봐야만 했다. 꼭 물어서 확인해야만 했다. 지켜야 할 여동생 같다고 생각했던 츠구미의 여태까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아니. 지금은 애써 연기하고 있을 뿐인걸. 연기하는 중에는 몰입해버리니까. 그냥 그것뿐이야."
     "그, 렇구나."
     "응. 그럼, 이제 가야겠어! 바이 바이! 내일쯤에는 몰입도 빠져있을 거야!"

     "그, 그래."

     

     재빨리 달려가는 츠구미를 바라보면서, 두근거리며 고동치는 가슴을 억누른다.

     어째서 츠구미는 저런 식으로 행동했지? 리코인 선생이 있어서다. 위기가 찾아오면 저런 식으로 행동할까? 그럴지도.

     

     그렇다면.

     

     '다시 한번, 그녀를 만날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유혹의 뱀이 고개를 든다.

     그 상상을 떨쳐내려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츠구미는 기운차며 모든 일에 열심이고,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다.

     

     아아, 그래서.

     아아, 하지만.

     

     가슴에 휘몰아치는 고동과 불쾌감에, 아픔을 느낀다.

     나는, 나는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의문과 통곡만이, 깊게 가슴에 파고든다.

     

     

     

     

     마치, 가시나무처럼.

     

     

     

     

     

     

     

     

     

     

     

     

     

     

     

     

    ――Let's Move on to the Next Theater――

     


     ※ 이 소설은 이 편을 끝으로 1년 넘게 연재가 안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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