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opening(2)
    2023년 08월 15일 19시 50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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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아침 식사라는 문화가 없다. 다만 어머니가 체면을 위해 지불하는 급식비 덕분에 점심은 먹을 수 있었다. 친구가 하나도 없는 나에게, 학교는 급식을 먹으러 가는 곳이었다. 오늘 저녁을 먹을 수 있을지 여부는 도박이다. 오늘은 야근을 마친 어머니를 아버지가 깨웠으니 분명 이번 도박은 내가 졌다. 기분이 나빠진 어머니는 분명 집을 나가서 내일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어머니가 없자 기분 나빠진 아버지는 술에 취해버릴 것이다. 만일 아버지의 기분이 좋으면 식당의 음식 하나라도 가져와 주실 텐데 ...... 아, 아니, 안 된다. 음식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말자.



    (오늘의 급식, 뭘까)



     학교까지 가는 길은 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하지만 우리 집은 버스비 같은 게 없어서 아파트 앞의 작은 길을 지나 버스가 다니는 큰길로 걸어서 통학한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때에도 40분은 족히 걸린다. 통학로에는 고로케를 파는 가게 등이 있지만, 나는 그 냄새 때문에 배고픈 게 싫어서 항상 뒷골목을 이용했다. 노숙자들이 많은 골목길은 비릿한 냄새가 가득하다. 술과 화장 냄새가 가득한 우리 집과 어느 쪽이 더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게 그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고개를 숙이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낡고 얇아진 운동화. 무거운 한숨을 내쉬자, 더러운 발톱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졌다.















     4학년 3반의 창가 맨 뒷자리가 내 자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각하지 않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기 때문에, 매번 아침시간은 나 혼자다. 홀로 교실에 있어서, 곧장 내 할 일을 한다. 담임선생님이 강요한 금붕어 먹이 주기를 끝내고 자리에 앉으면, 가방에서 오늘의 교과서를 꺼내 책상 안에 넣는다. 다 가져가는 게 귀찮고 무겁지만, 현재 담임선생님이 교과서 두고 다니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져간다. 들켜서 부모님을 부르는 것만은 싫다. 가뜩이나 변덕스러운 저녁 식사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구나. 급식이 없잖아. 밥은 어쩌지)



     요일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토요일은 오전 수업만 있기 때문에 학교에 오는 의미가 별로 없다. 하지만 집에 있을 바에야 차라리 학교에 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학교도 딱히 즐거운 곳은 아니다. 나는 미래의 꿈이 하나도 없는, 그저 내일 먹을 밥만 걱정하는 그런 초등학생이다. 올해 열 살이 된다고 하지만, 아직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우선 무엇을 할까. 바다에 갈까, 해산물을 먹으러 갈까. 망상은 쉽고 재미있지만, 결국 '무엇을' '어떻게' 돈을 벌게 될지 잘 상상할 수 없어서, 결국 망상일 뿐인데도 생각을 멈춰버렸다.



    (미래라)



     학교 건물 3층. 창밖으로 운동장이 보인다. 도심의 학교 운동장 따위, 시골에 비하면 고양이의 이마처럼 좁다고 술 취한 아버지가 말하던 게 생각난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 교정에 비친 햇살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내가 앉은 창가 자리를 비춘다. 그 햇살이 너무 따스해서, 봄의 쌀쌀함에 굳어있던 피부가 약간 뜨거워졌다.



    (잠깐만이라면, 괜찮겠지 ......)



     나는 책상에 엎드려 눈꺼풀을 감았다. 기분이 푹신푹신해지고, 마음이 흔들거린다. 나는 잠드는 순간을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싫은 것도, 힘든 것도 잊을 수 있다. 배도 고프지 않고, 두들겨 맞지도 않고, 내일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그래서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잠자는 것만이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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