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순간은 아주 즐거운 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잠들기 직전에 생각했던 것들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돌고 돈다. 아무리 눈꺼풀을 꾹꾹 눌러 닫아도, 개의치 않고 내 머릿속을 침범한다.
(미래의 꿈이라)
미래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봐야 부모님과 선생님 정도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는 신부라든가, 꽃집이라든가 하는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았다.
꽃을 보고 기뻐하는 그런 귀여운 감정은 없다.
ㅡㅡ먹을 수 있다면 생각하겠지만.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건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아.
ㅡㅡ애초에 나랑 결혼해도 소용없잖아.
학교 선생님 같은 건 상상도 못 해.
ㅡㅡ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불가능해.
아빠처럼 술에 찌든 사람이 되는 건 싫어.
ㅡㅡ술맛 같은 건 평생 모를 거야.
엄마처럼 밤일을 할까?
ㅡㅡ남자들과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 같아. 그게 뭐가 재밌지?
잠에 빠지려던 눈꺼풀을 뜬다.
창유리에 비친 것은, 머리칼이 덥수룩하며 빼빼 마른 어린이.
꾀죄죄하고 눈빛이 좋지 않아서, 마치 그림책에 나오는 마녀 같다.
(미래에는 마녀를? ...... 하하, 어울릴지도)
미래의 꿈. 되고 싶은 것. 무엇을 생각해도 내용 없는 공허한 미래의 예측만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결국 지친 뇌가 재빨리 활동을 거부해 버려서, 나는 이번에야말로 눈을 질끈 감고 의식을 놓아버렸다.
교실 가장자리. 창가의 가장 뒤쪽이 내 자리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틈새바람이 심한 창가는 부모도 가까이 가기 싫어한다.
창가. 방구석. 미닫이 문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껴안는다..
오직 누구의 기분을 해치지 않는 공기가 될 것.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풀어헤쳐 눈을 가려서 부모님한테 "건방지다"라고 혼나지 않도록 할 것.
그것이 나의 제자리이며ㅡㅡ나의, 일상이었다.
--/--
"......,......"
"......!"
목소리가 들린다. 깊은 잠에 빠진 눈꺼풀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이라는 행복한 시간을 방해받은 것 같은 짜증은 있지만, 파도를 일으키는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아 하품을 삼키며 눈을 떴다.
"키리오 씨! 이, 이제 곧 아침 조례야!"
목소리다. 고음의 목소리. 쨍쨍 울려 퍼지는 것이 어머니의 히스테리를 떠올리게 한다. 싫어하는 음계이지만, 그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졸려서 떨어질 것 같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책상에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러자마자, 탈색된 것도 아닌데도 색소가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헤어핀으로 앞머리를 이마를 드러내듯 쓸어 올리고 갈색 머리를 트윈테일로 묶은 소녀. 특징적인 덧니를 드러내며 나를 깨우기 위해 말을 건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많이 잠들었던 모양이다. 열혈 담임에게 깨어나기 전에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 음.. 알았어."
"정말! 제대로 안 일어나면 안 된다니깐!"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이름은 모르겠다)는 마구 화를 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와 마찬가지로 창가, 그중에서도 가장 앞쪽이 그녀의 자리다. 돌아가기 직전에 그녀는 내게 등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무, 무서웠어."라고 중얼거렸다. 무서우면 말을 걸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급위원으로서의 의무감이 그녀를 움직인 것일까.
(학급위원은 귀찮겠어. 생물 돌봄계라 다행이야)
자리를 바꾸기 전엔 자리도 가까웠던 그녀는, 그때부터 나를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던 것 같다 ....... 하지만 나는 내 일만으로도 바쁘다. 그녀에 대해 제대로 기억도 하지 못하는 나 따위는 그냥 내버려 두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지만, 왜 그녀는 이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일까. 그렇다고 배가 채워지는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