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자리에 앉은 그녀의 모습은 중간쯤에 앉은 친구들의 등에 금세 가려졌다. 작은 체구. 하지만 옷차림은 단정하게 차려입은 것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주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아서 ...... 나는 그녀를 보고, 왜소한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사람들이 흩어지는 방과 후. 급식을 먹지 못한 나는 몹시 배가 고팠다. 집에 가서 아버지의 술안주라도 훔쳐 먹어볼까. 이제는 잡초나 골판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교실을 뛰쳐나가는 반 친구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었다. 책가방 속은 아침과 같을 텐데, 지금이 훨씬 더 무겁게 느껴져 몇 번을 흔들며 다시 짊어졌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가 힘들다. 기울어져서 넘어질 것만 같다. 발끝을 바라보니, 운동화보다 훨씬 더 예쁜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이젠 고개를 들고 싶지도 않다.
"키, 키리오 씨!"
"......반장."
"바, 반장?"
"아무것도 아냐. 무슨 일인데?"
얼굴을 들기 싫었지만, 반장(반장은 아니다)인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오른쪽 뺨에서 드러난 덧니가 기센 성격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녀는 여전히 주저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면서 내게 말을 건넸다. 치마 끝을 꽉 움켜쥐고 있는데, 내가 무서운 걸까? 무서우면 말을 걸지나 말지.
"소풍의 조 편성, 해야 돼. 안 그럼 선생님한테 혼날 거야."
"...... 아, 응. 남는 곳에 넣어줘."
소풍이라니, 가기 싫은데. 하지만 혼나는 건 싫다. 내가 한 마디를 하고서 조용히 하자, 학급위원의 그 아이는 망설이는 듯이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목소리를 높인다.
"그, 그럼, 내 조에 들어올래?"
"응?"
"읏."
"...... 내가 들어가도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네가 경원시당할지도 몰라. 그만두는 게 어때?"
"겨, 경원시? 키리오 씨는 어려운 말도 쓰네 ...... 혹시 날 걱정해 주는 거야?"
어째선지 조금은 기뻐하는 듯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운 단어라고 해도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다만 집에서 단어를 외울 때 신문이나 뉴스 프로그램을 교과서나 선생님으로 삼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
"자 ......라니? 어, 어쨌든, 조 나누기! 생각해 둬!"
"...... 알았어."
소풍. 도시락인가. 어차피 도시락 따위는 만들어 주지 않는다. 가도 비참한 기분만 들 것 같으니, 꾀병으로 쉬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담임선생님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가는 학급위원의 뒷모습을 본다. 반 친구들과 합류해 귀엽게 웃고 있는 그녀. 하얗고 깨끗한 버튼의 셔츠. 빨간 치마가 휘날린다. 머리도 예쁘고 단정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단아한 옷차림이 부럽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저런 옷은 분명 나한테 어울리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분명 부럽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에게 없는 것이니까.
(아아 ...... 배고프다)
책가방을 다시 짊어진다. 어깨에 걸리는 무게가 아침보다, 아까보다도 훨씬 더 무거워진 것 같다. 걸음을 내딛자 너덜너덜한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아이와는 달리, 전부 꾀죄죄한 나의 모습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눈을 감지 않는 한 시야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을 감아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하면 이번엔 걷지 못할 것 같아서 ......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사람들도 다 흩어진 교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