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scene1(1)
    2023년 08월 15일 20시 53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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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 햇볕이 따스할 때 집으로 돌아간다. 결국 배가 고파서 어디에도 들르지 못했다. 무거운 몸을 끌며 귀가하여 낡은 아파트 2층으로 올라간다. 문고리를 비틀어보니 잠겨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린다. 큰 소리를 내면 야간 근무를 마친 어머니가 깨어날지도 모른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니, 이불을 덮고 잠든 어머니와, 다다미 위에서 코를 고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다, 자고 있어)



     깨어 있으면 성가시니까. 그래서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닫았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천천히 다다미방으로 들어간다. 썩어가는 다다미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만, 그 정도로는 두 사람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득 탁자 위를 보니 먹다 남은 주먹밥이 있었다. 속은 모두 파먹어 버렸지만, 내 양손만 한 크기의 밥이 남아 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아버지의 팔을 넘어 탁자 위로 다가갔다.



    (일어날 느낌은 ...... 없어. 좋아)



     최근의 마지막 밥은 어제 급식이었다. 배는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밥을 달라고 한다. 속이 없는 주먹밥을 집어 입에 넣자, 바글바글한 밥과 너무 적당히 만든 탓인지 너무 강한 소금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래도 배를 채우는 만족감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목이 막힐 것 같으면 공기를 마시며 밀어 넣어서 잔반 같은 주먹밥을 삼켜버렸다.



    "냠, 냠...... 쩝, 쩝, 하아..."





     일어나지는 않을까.

     잡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빨리, 빨리, 빨리 먹어야 해.

     입 주변과 손에 닿은 밥도 먹어야지.





     서둘러 먹고, 씹고, 삼켰다. 싱크대에 가서, 서랍을 조금 열고 디딤대 대신 발을 걸쳤다. 물을 살짝 떠서 바로 마시니 짠맛이 중화되어 배에 퍼져나간다. 그대로 싱크대를 들여다보니 매실장아찌의 씨앗이 세 개나 떨어져 있다. 얼른 씻고 줍고는, 만일을 위해 다시 책가방을 메고 집 밖으로 나간다. 가방을 놓고 집을 나서면 분명 부모님께 "우리는 일하고 있는데 너는 놀러 갔던 거냐?"라는 핀잔을 듣게 되고, 또다시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 테니까.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녹슨 계단을 내려와 아파트 뒤편으로 돌아간다. 아파트 뒤편은 주차장으로 되어 있고, 콘크리트 블록과 자갈이 떨어져 있다. 나는 콘크리트 블록 위에 매실 씨앗을 올려놓고는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집어 들고서 살폈다. 그것을 매실 씨앗에 두드리자, 씨앗 속에서 작은 열매가 나왔다. 나는 작은 열매에 흙이 묻지 않도록 입에 넣었다. 그러자 작은 열매에 담긴 감칠맛이 입안 가득히 퍼지면서, 마치 간식을 먹은 듯 가슴속이 따뜻해졌다.



    "...... 하아, 하아, 휴, 다행이다, 밥, 먹었어."



     손으로 입가를 닦고 집으로 돌아간다.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츠구미! 너, 내 주먹밥 먹었지!"



     큰 소리다. 분노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 어깨가 들썩인다. 놀람과 두려움에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아 무심코 입을 한자로 묶었다.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벌린 입이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일 뿐, 도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나의 조바심은 곧이어 불쾌해 보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묻혀버린다.



    "츠구미는 방금 집에 왔잖아. 여보가 혼자 먹은 거 아냐? 쓸데없는 일로 깨우지 말라고 했잖아!"

    "쳇, 시끄럽기는 ......"



     아무래도 나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던 조금 전의 내 판단을 마음속으로 칭찬한다. 만약 책가방을 두고 나갔다면, 어렵게 먹은 주먹밥을 토해내야 했을 테니까.



    "어이, 츠구미! 너, 술 사 와라"

    "어, 돈, 돈, 없는데?"

    "쳇, 스미레!"



     지금 반항하다 혼나는 것보다, 사 오겠다고 하고서 집을 나갔다가 못 샀을 때가 더 무섭다. 그래서 나는 현관 위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바지를 꽉 움켜쥔 채, 겁에 질렸음에도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용돈을 주는 일도 없고, 만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상가에서 고로케라도 사 먹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포기하고서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하지만 어머니는 완전히 삐져서 아버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져도 어머니를 때리지는 않았다.



    (나는 때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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