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scene2(1)
    2023년 08월 15일 23시 43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2――

     

     

     언제나처럼 아버지는 나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언제나처럼 어머니는 가족에게 무관심하다.

     언제나처럼, 나는 방구석에 쪼그려 앉는다ㅡㅡ







    "안녕하세요, 아빠."

    "뭐? 어, 어어."

    "다녀올게요, 엄마"

    "응, 어, 응??"







     ㅡㅡ는 일은 없이.

     부모님은 예전과 변함없는데, 나 자신은 조금 달라졌다.



















    (우선 금붕어 먹이주기. 그리고 아침 조례까지 도서관으로!)



     성격이 확연히 달라졌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시간 낭비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을 뿐이다. 모처럼 누구보다 일찍 학교에 왔으니, 생물 돌봄계의 일을 빨리 끝내고 도서관에 틀어박힌다. 그래야 공부를 할 수 있다. 숙제나 시험으로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까워서, 선생님의 수업은 제대로 듣고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며 공부한다.

     그렇다,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하는 공부는 학교의 공부가 아니다. 바로 어떻게 하면 내가 무서워질 수 있을까, 그 한 가지였다.



    (유령이 되면 될까? 아니, 하지만 내가 죽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화해시킬 수 없지 않겠어? 유령을 불러봐? 어떻게? 학급위원이라면 알지도)



     책가방을 짊어지고 등교하고, 먹이를 주고, 도서관에서 요괴와 귀신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갈색 머리의 트윈테일. 이마와 덧니가 특징인 그 학급위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으니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현재로서는 내가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는 ...... 혹은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은 그 아이뿐이다. 그녀가 내심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갑자기 귀신이나 유령 이야기를 하면 대답을 해줄까? 아빠의 맥주병이 날아오는 순간만큼 무서운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아버지는 맥주병을 던지지 않잖아? 그럼 귀신이 더 무서울지도)



     이리저리 흩어지는 생각. 신음하면서, 결국 '친해지지 않으면 들을 수 있는 것도 들을 수 없다'는 당연한 결론만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달라붙었다.

     인간관계는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라서, 몸을 쭉 펴고 판자로 된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귀찮다는 이유 같은 게 있어서, 나는 계속 그 방구석에 가만히 있었던 걸까.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데도 왜 배는 고플까 생각했다.



    (분명 그게 문제였어. 그렇다면 오늘부로 '귀찮음'은 그만두자)



     배고픈 것은 괴롭다.

     괴로운 것은 힘들다.

     힘든 채로 있는 것은, 싫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 따뜻함을 다시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싫다.

     공포영화를 보고 양옆에서 느꼈던 그 온기를 다시는 느끼지 못한다니, 싫다.



    (해보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오늘까지 미뤄왔으니, 이 정도면 딱 좋아)



     시선을 다시 책으로 돌린다. 귀여운 그림의 요괴의 책.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귀찮은 일이 아니라, 텅 빈 마음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설레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공부가 즐거워진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즐거워진다. 지금까지 잘 몰랐던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해라"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분명 어른들은 공부의 즐거움을 알고 있으며,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부모님은 나에게 공부하라고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내가 놀거나 게으르게 노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좋아, 아침 공부 끝)



     책을 정리하고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교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지만 몇 명의 반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세 명, 네 명이 둥글게 모여 있다. 그 중에는 학급위원의 모습도 있었다. 나를 등지고 있는 반 친구들의 그림자 사이로 그 아이의 옆모습이 보이는 배치다. 나에게 말을 걸 때면 항상 긴장한 표정이라 웃고 있는 모습은 보기 드문 것 같다. 오른쪽 뺨에서 살짝 보이는 덧니가 평소보다 더 잘 보이는 것 같았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