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친해질 수 있다없다의 대전제. 우선 그 아이의 이름을 물어봐야 했으니까.
(우선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제대로 열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마리코쨩, 키리오 씨 안 무서워?"
반 친구의 목소리에 손을 멈췄다. 마리코짱? 누구일까. 문틈으로 눈을 돌리자, 학급위원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 저 아이는 마리코라고 하는구나. 기억해 두자.
마리코는 아직 내가 이름을 모르는 반 친구에게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이 손가락을 꼬고 있다. 내 각도에서는 옆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무섭지 않은 건 아니지만."
흠, 무섭구나. 그럼 혹시 나한테 유령의 소질이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기뻤다. 마리코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주자.
"무, 무서워하지 않는 건, 아냐. 그래도, 분명 나쁜 아이는 아닌 것 같다고 할까."
"어~ 정말? 하지만 무운데? 마리코쨩도 안마기처럼 떨고 있었잖아?"
"안마기? 아니, 그러니까 무섭냐 무섭지 않냐로 따지자면 무섭다고나 할까."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 이야~ 나는 남이 두려워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더 이상 몰래 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릴 것 같아서 소리를 내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마리코와 그 친구들이 어깨를 크게 움찔했다.
그래, 큰 소리는 무섭운 거네. 내 머릿속 무서운 것의 목록에 추가해 두자. 들뜬 입꼬리를 꾹 누르며, 나는 내심 그렇게 다짐했다.
"안녕, 마리코,:
"우헤엑, 키, 키키키, 키리오 씨? 저, 저기 혹시, 방금 얘기 들었어?"
"응."
마리코는 아까 그 아이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 안마기처럼 몸을 떨엇다. 조금 재미있을지도.
마리코가 과장되게 반응할 뿐,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도 않다. 댕기머리의 아이, 단발머리 아이, 천연 파마머리 아이. 마리코를 제외한 세 명은 그저 얼굴을 돌려서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하고 있을 뿐이다. 혹시 지금의 내가 두려운 걸까? 흐흥.
"음, 그건 그, 저기, 키리오 씨"
"그건 그렇고, 어디가 무서워? 나한테 더 무서워질 수 있는 곳이 있어?"
"...... ㅡㅡ어, 응? 키리오 씨, 무서워지고 싶어 ......???"
멍하니 입을 반쯤 벌리고 내게 묻는 마리코에게 내가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리코와는 달리 다른 세 사람이 노골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야. 키리오 씨는 재미있네."
"다행이다~! 마리코쨩, 알고 있으면 알려줘!"
"휴......"
댕기머리 아이는 털털하고, 단발머리 아이는 활기차며, 천연 파마머리를 한 아이는 조용하다. 모두 이름은 모르지만, 네 명이 모였으니 마리코만 불러도 되겠지.
"이거라면 소풍도 안심할 수 있겠어! 안 그래, 기리코쨩!"
"으, 응??? 기미에짱, 너무 빨리 삼키는 거 아니야 ......?
활기찬 단발머리는 키미에라고 하는구나. 기억해 두자. 키미에가 마리코의 등을 두드리며 빙그레 웃고 있다. 그래, 그렇구나, 이 네 명이 내 소풍 멤버인가. 봄 소풍은 4월 넷째 주 ...... 다음 주 토요일이다. 날짜도 가깝고, 여기서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내가 무서운 사람이 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대로 정보를 수집해 나간다면, 유령이 되거나 귀신을 불러들이지 않고도 나 자신이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대된다.
"그렇게 되었으니, 마리코. 나의 무서운 점, 팍팍 알려줘야 해."
"일단 그 돌발적인 부분이 무서워, 키리오 씨 ......"
"응 ......?"
논리 정연했던 느낌이었는데 ...... 어라~?
나는 맥빠진 모습의 마리코의 말에,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