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6 론리×온리×올 scene12022년 05월 22일 16시 31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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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떡해.'
손으로 펼친 대본은, 다음 주 이루어지는 연극회의 것.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단의 사랑을 하는 남녀와, 방해를 하는 악역이 있다. 주요 등장인물한테는 배역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그 외에도 조연을 희망하는 아이들한테는 조연으로 돌리기도 하여,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여러 가지를 체험해 보자' 라는 의미가 강한 연극회를 하는 모양이다.
규모가 커서, 반끼리 합동으로 한다. 나는 1반인데, 한 반마다 12명. 6개 반이 있는데, 두 반이 합동으로 연극회. 이 연번으로 옆반과 합동공연하는 것은 2년 동안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3학년이 되면 반이 바뀌니까. 적어도 레오가 옆옆반이 아니라 옆반이었다면 합동으로...... 아니, 노력하는 레오한테 이 이상 부담을 주면 안 돼.
그래서 그 연극회의 무엇이 문제여서 고민하고 있냐면.
대학에서나 볼 법한 부채꼴 모양의 강의실. 교단이 있는 위치에 무대가 있다는 것과 2층 부분에 강의실을 둘러싸는 통로가 있다는 점 외에는, 좌석이 배치된 평범한 강의실이다.
그 무대 위에 서게 된 나와 반의 몇 명은, 여성인 담임선생......리코인 선생의 지시를 받았지만.
"그럼, 각자 골든위크 전에 낸 과제를 토대로 한 장면씩 연기해봐요."
골든위크. 그렇다, 나는 그 골든위크 이후,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이 5교시 수업이 이루어진 그날 아침이 첫 등교였던 아동이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과제가 있다는 걸 오늘 알았고, 대본도 자기 책상 안에서 조금 전 발굴한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조금 전, 점심식사 때. 오우가 선배와의 대화 중 내 사정을 들은 그는, 갑자기 떠오른 것처럼 이렇게 고했다.
"휴학? 복학은 오늘? 그럼 연극회를 준비하기 힘들겠네."
"연극회?"
"음? 몰라? 이상한데...... 연락 정도는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감기에 걸려서 신경써 준 걸지도 모르겠네요."
"음~ 아니, 뭐 좋아. 그렇게 되었으니 대본 정도는 입수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17일에 이루어지는 연극회. 오늘은 그 합동연습이 있을 거야. 아마 너도."
"저도......요!?"ㅡㅡ그런 일이 있어서 서둘러 직원실에 확인을 해봤지만, 담임선생은 부재중. 적어도 대본만이라도 얻자며 책상 속을 바라보니, 안쪽에 파묻혀있던 대본을 발굴. 준비도 뭣도 없이, 정말 최소한의 상태로 참가하게 되어버렸다.
대본의 내용에 대해서는 방금 눈으로 훑어서 암기했다. 하지만 나의 이 배역으로 정말 과제를 할 수 있을까? 연습시간도 없고 배우 주변의 모두와 제대로 대화도 못 나눠서, 템포도 억양도 텐션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내던져져서.
'이런, 이런 거ㅡㅡ'
선생의 신호. 해야 할 일은 암기했다. 하지만 암기만으로 어떻게 될 만큼 이 세계는 녹록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ㅡㅡ두근거리지 않을 리가 없잖아.'
의식 안에서 키리오 츠구미가 따봉을 날린다. 나는 그에 응하는 듯 의식을 철컥하고 바꿔 끼웠다. 내 역할은 단순 명쾌하면서도 정말 적다. 제멋대로인 악역영애 아네사의 시종으로, 본편에서는 메이드복을 입은 역할이다. 그 연기 내용은 뭐냐면, 아네사가 히로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 독백 같은 장면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하거나 히로인에게 불평을 하러 가는 장면에서 인사를 한다던가 하는 장면이다.
지금부터 내가 연기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행동이 많은 장면. 아네사가 자기 방에서 나쁜 꾀를 짜낼 때,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거나 정돈하는 장면이다. 의자에 걸터앉은 아네사 역의 아네가와 양의 뒤에 서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듬는다. 관객석에는 옆얼굴이 보이는 형태고, 정면에는 화장대가 놓여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연습이라서 큰 거울만 놓여있다.
"그럼, 자기 위치로. 준비, 시작."
리코인 선생의 신호로 의식을 가다듬는다. 이미지 하는 것은 코하루 씨와 미카도 씨처럼, 우리 집의 '진짜 메이드'. 그녀들의 동작은 정말 세련되었기 때문에, 대사가 없는 배역에서도 행동에 의도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주인의 방해를 하지 않도록, 주인의 명령에 따라서,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정돈시켜나간다. 주인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주인을 칭찬하는 미소를. 주인이 다치지 않게, 손가락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조심스레. 그러면서 관객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손의 움직임은 확실하고 매혹적으로.
"진짜 짜증 나는 여자! 알렉스 님께 다가가다니 정말 꼴불견이야!"
동의하는 것처럼. 편을 드는 것처럼.
미소를 지은 채, 아네사의 머리카락을 빗으며ㅡㅡ
"ㅡㅡ거기까지."
"읏.......아."
선생의 한 마디에 생각이 끊긴다. 선생은 날 보며 어딘가 낙담한 것처럼 어깨를 떨궜다.
"소라호시 양, 당신, 자기 역할을 알고 있나요?"
"어, 아, 네. 선생님."선생은 일어서더니, 먼저 아네사 역의 아네가와 양한테 옅게 미소 지으며 "당신은 괜찮았어요."라고 말해서 안심시켰다. 그러나 나를 돌아보는 눈은, 왠지 정말 엄하게 보였다.
"말해보세요."
"...... 아네사의 머리를 빗거나 정돈하는 역할이에요."
"그래, 맞아요. 그렇다는 말은, 드러나면 안 되는 조연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방금, 드러나려고 했죠?""예......?"
"하아. 알겠나요? 소라호시 양."
한숨. 무심코 스커트의 자락을 거머쥔다.
"당신이 지금까지 티비에서 연기해온 배역은, 전부 다 사람의 눈길을 끄는 역할뿐. 추켜올리는...... 음. 칭찬받는 것이 기쁘겠지만, 여기는 당신의 부모님이 지켜주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 친구들과 하나의 무대를 만드는 장소이며 함께 배우는 학교입니다. 자기만 돋보여서 잘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셨나요?"
추켜, 올려......?
그렇지 않다. 그럴 생각도 없다. 단지, 나는 연기가 즐거워서. 하지만 즐겁게 연기했는데, 그랬는데, 그게 안 되는 거라니.
"소라호시 양? 대답 정도는 하는 게 어때요?"
"......네. 예, 힘낼, 게요."
"그래요. 당신과 다르게 골든위크 중에도 놀지 않고 노력해온 반 친구들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노려하세요. 대단한 역할도 아니니."있는 힘껏, 힘을 뺀다. 애써 힘을 빼지 않으면, 스커트를 거머쥔 손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아서.
그렇게 힘을 뺐더니, 주변의 목소리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내가 듣는 걸 예상하지 않은 작은 목소리였다.
"소라호시 양은, 꽤 버릇없구나."
"역시 그 소문은 진짜였어."
"아~ 연기가 잘 보이도록 몇 번이나 되풀이하게 한다는 그거."
"납득되네."
"골든위크에도 많이 놀았다고 해."
"모두 열심히 했는데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괴롭히는 아이의 연기도 연기가 아닐지도."
"헐~ 괴롭힘 당하고 싶지 않으니, 난 소라호시 양과 안 놀래~"무겁게.
무겁게, 짓누른다.
괜찮아. 다음에는 분명, 방금 전보다 잘 해낼 수 있어. 이미지 하는 것은, 언제나 그늘에서 날 지켜주는 코하루 씨와 마요이 같은, 드러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어른 여성. 기척을 극한까지 줄이고서, 그리고.
"거기까지.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어요."
"죄, 죄송합니다."기척을 너무 옅게 했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거기까지. 머리카락을 빗기만 하면 장면이 단순해져요."
"아, 네."대본에는 쓰여있지 않았지만...... 골든위크 전에 주석이라도 달았던 걸까? 나중에 대본에 더해둬야겠다.
"거기까지. 너무 돋보이지 말라고 말했죠?"
".......네."아뿔싸. 또 돋보이고 말았나. 아네사 역의 아네가와 양도,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반복하자 불안해진 모양이다. 빨리 어떻게든 수습해야.
"거기까지."
빨리. 빨리, 더욱더.
"거기까지."
.......빨리, 빨리, 빨리.
"거기까지."
......
"거기까지."
"거기까지."
"거기까지."
"거기까지."
"거기까지."
"거기까지."
"거기까지."
――……。
"거기까지...... 하아,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는 아닌가 보네요. 이제 됐어요."
"서, 선생님! 저, 저는.""피곤한 거겠죠. 이 장면은 나중에 하겠어요. 아이가와 양은 대사를 잘 외운 모양이니...... 자습을 해오세요."
"......................네."계속해서 연습이 이루어진다. 강의실 뒤로 내려간 우리들한테서 시선이 벗어났고, 웅성거림과 시선은 전부 무대로 쏟아졌다. 그곳에 내가 있을 곳은 없다. 거머쥔 대본이 약간 비틀린다. 울지는 않는다. 눈물을 흘릴 수는 없다. 하지만, 분함은 굳게 다문 입술에서 저릿한 아픔이 되어, 가슴 안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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