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13(●)――
    2022년 05월 13일 14시 34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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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217/

     

     

     

     성 밖에서 바이콘의 집단을 괴멸시킨 베르너였지만, 그 후의 마군 측이 취한 행동에는 놀랐다.

     하지만 사천왕 무브리얼이 왕도의 상공에서 매드 데몬을 생성한 것까지는 성벽에 시야가 차단되어서 보지 못했다. 보였던 것은 빨아들였던 공기를 내뱉자 굉음이 생겼던 것과, 그 후 사이클롭스가 다크나이트를 성 안으로 던지기 시작하는 부분까지였다.

     

     "엄청나구만."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겠죠.'

     

     설마 던져버리는 식으로 마물을 성내로 이동시킬 줄은 생각도 못했던 베르너였지만, 감탄하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곧장 주변의 기사들한테 말을 걸어서 부대를 정비했다. 상대가 거체이기 때문에 단독이나 소수의 공격으로는 되려 반격당해버린다.

     

     "사이클롭스를 쓰러트리려고 생각하지 마. 효율이 나빠져. 먼저 발을 베어 움직임을 멈춘다. 뒤꿈치를 노려."

     "예."

     

     그걸 위한 글레이브다.

     노르포트 후작 쪽의 전황을 확인하자, 한 부대를 써서 중앙에서 더욱 적을 분단시키고 분단된 쪽부터 각개격파하는 식으로 확실하게 적 병력을 줄이고 있다. 저거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한 순간, 무브리얼이 다시 움직였다.

     다시 한번 크게 공기를 흡입한다. 베르너 일행은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그 폭풍 같은 바람에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와중에, 움직이지 못하게 된 바이콘과 다크나이트가 빨려 들어가 삼켜진다.

     

     무브리얼이 날개를 펄럭거리자 무수한 돌이 그곳에서 날아들었다. 베르너 일행은 마석보다 옅은 검정색인 그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베르너 님, 저건!"
     "경계! 적이 늘어난다!"

     

     슌첼의 목소리와 베르너의 호령이 겹쳐지자, 체아펠트 부대가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 후 안개 같은 것이 퍼지더니 바이콘과 다크나이트의 모습이 되더니, 지상으로 내려왔다.

     게임에서 잔챙이가 무한정 솟아나는 건 이런 원리였나 하고 베르너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물의 핵이 마석이라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지만, 설마 마석 이외의 부분을 흡수해서 마석으로 재생시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 젠장, 그런 거였나...... 이어졌다."
     "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오겐! 네 부대는 노르포트 후작을 지원하러 가!"

     

     노르포트 후작도 새로운 적의 등장에 서둘러 전선을 재편성하고 있지만,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베르너 일행의 위치에서라면 노르포트 후작을 공격하는 적의 일부를 측면에서 칠 수 있다.

     그래서 베르너는 주저하지 않고 지시를 내렸다. 남방 전선의 최대 전력인 노르포트 후작이 병사를 추스르는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

     

     "맥스는 피리를 써서 새로운 적을 가능한 한 끌어들여. 바르케이는 맥스 부대가 밀어붙인 적의 측면을 노리고! 지시는 맥스가 해!"

     "베르너 님께선!?"
     "겟케의 용병대를 데리고 갈 테니, 뒤는 맡겨!"

     

     대답은 듣지 않고, 베르너는 용병대를 이끌고 달려갔다. 그의 뒤에서는 마를 부르는 피리가 울렸는데, 그러자 이쪽으로 향해오던 바이콘들의 방향이 바뀌었다.

     

     "기사단은 어쩌고." 

     "자력으로 어떻게든 하겠지."

     달리면서 물어본 용병한테 베르너가 짧게 대답했다. 사실 베르너한테는 그리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일단 상대의 움직임을 묶지 모하면 성내로 퇴각도 못한다.

     그리고 저렇게 무한정 새로운 마물을 만들어내서 왕도로 던져버리면 왕국군의 힘이 소진되고 만다. 사이클롭스를 쓰러트리지 않고 행동만 멈추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일 것이다.

     그 때문에, 왕성 안으로 마물을 던지고 있는 사이클롭스를 쓰러트리지 않고 팔과 다리만 베라고 용병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건 그렇고, 왜 저 큰 놈은 자기가 왕도에 안 들어가지."

     "아마 저 거체로는 목표를 손에 넣을 수 없어서 그렇겠지."

     숨을 고르면서 베르너가 짧게 대답했다.

     잘못 밟은 탓에 수정을 깨트리고 말아서 마왕한테 혼나는 무브리얼을 상상하자, 바보 같은 상상이라며 쓴웃음이 나왔다.

     

     "무기를 바꿔 들고, 왼쪽부터 친다. 돌입!"

     

     쓸데없는 상상을 떨쳐내고, 베르너는 돌입했다. 눈이 먼 사이클롭스가 아무렇게나 팔을 휘두르는 사이를 용병들이 빠져나갔고, 도중에 방해되는 상대의 다리에 칼날을 먹여줬다.

     

     "노이라트, 슌첼, 너희들은 부상자를 지키면서 싸워. 내 쪽은 신경쓰지 마!"
     "예!"

     베르너는 큰 맘 먹고, 호위들한테 지시를 내린 다음 혼전 속을 헤쳐나가서 무브리얼의 거체의 배 밑으로 숨어들었다. 창을 지면에 박고는 마법 가방 속에서 예비용 마를 부르는 피리를 꺼내들어서, 무브리얼의 배 밑에서 힘껏 불었다.

     

     그러자, 조금까지와는 다른 소동이 일어났다. 간부급이라 효과가 없는 무브리얼을 제외한 주변의 사이클롭스들이 일제히 무브리얼을 향해 돌진한 것이었다. 사이클롭스의 거체에 연이어 몸통박치기를 당하자, 무브리얼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왕도에서 눈을 떼어 돌아보았다.

     

     거기다 새롭게 생겨난 다크나이트와 바이콘들 중, 피리 소리가 들린 것들까지 달려왔다. 그대로 시야를 빼앗긴 사이클롭스에 격돌하자, 적한테 공격당했나 착각한 사이클롭스가 반대로 그 마물을 후드려 팼다. 마군의 중심 부대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혼란이 발생했다.

     

     무브리얼이 불쾌하다는 듯 몸을 떨었다. 인간보다도 굵은 발이 베르너의 주변에서 움직이자 그 진동이 대지를 뒤흔든다. 베르너는 지면 위를 구르면서 그곳에서 몸을 피하려고 혼전 속에서 다가온 다크나이트와 창을 겨루었다.

     몇 번 찌르기를 되풀이해서 상대의 갑옷에 창끝을 닿게 했지만, 상대는 신경 쓰지 않고 공격했다. 그 무거운 일격을 받아내고는 흘린 다음, 주위의 소음과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무브리얼의 복부를 신경 쓰면서 기사 차림의 상대와 거리를 벌렸다.

     

     "역시 후반 맵의 잔챙이, 강해."

     베르너가 식은땀을 흘리며 인정했다. 1대1로 이기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1대1로는 베르너라 해도 전력으로 싸워야만 하는 상대였지만, 얄궂게도 무브리얼이 그걸 도와주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동에 짜증을 느끼고는, 계속 날뛰기만 하는 사이클롭스를 짓밟는 짓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브리얼의 거체와 거대한 다리가 베르너의 주위를 움직이며 대지를 뒤흔들었기 때문에, 적도 아군도 움직이기 어렵다. 서로 짓밟히지 않도록 장소를 이동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다.

     베르너도 때때로 진동 때문에 자세가 무너졌지만, 다크나이트도 자세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어느 쪽도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주변의 전황이 다시 움직였다. 성벽에서 발리스타와 크로스보우가 성밑의 적을 향해 사격을 재개한 것이다.

     거의 동시에 노르포트 후작도 병사를 모아서 강렬한 반격을 개시하자 적군은 남방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북방의 기사단도 전선을 가다듬어 새로이 나타난 마물을 쓰러트리면서 오히려 마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무브리얼이 크게 숨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배 밑에 있던 베르너는 그걸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또 새로운 마물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초조한 기색을 띄우면서 눈앞의 다크나이트를 보았을 때, 다른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베르너는 달려갔다. 전력으로 창을 내질러 다크나이트의 어깨를 관통하고서 창을 버린 다음, 지면에 떨어져 있던, 열기에 의해 빨갛게 달구어진 발리스타의 화살을 거머쥐었다.

     고기 타는 냄새가 베르너의 손바닥에서 일어난다.

     

     "크아아악......!"

     

     하지만 고통을 견디면서 베르너는 달려갔다. 그대로 무브리얼의 뒷다리를 향해서.

     수백 년 된 나무 정도의 굵기를 한 발톱을 향해, 베르너는 그 화살을 꽂아 넣었다. 정확히는 발톱과 살의 사이였다, 작열하는 금속봉을, 발톱 내부에 억지로 눌러 담았다.

     

     통각이 인간과 다른 마물인 무브리얼이 갑자기 움직임을 바꾼 것은 전장에 있는 모두가 이해했다. 공격할 수 이는 자들이 일제히 무브리얼한테 공격을 집중했고, 근접전이 가능한 자들은 마물들을 베어버리며 쇄도했다.

     장수인 무브리얼이 동요하자, 마물들의 대응이 늦었다. 단번에 밀려버린 것이다. 전장이 무브리얼의 주위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검격과 비명과 피분수가 주변을 뒤덮었다. 발리스타의 화살이 무브리얼의 몸에 무수히 꽂혔다.

     

     그러자 무브리얼은 한번 소리를 내더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대로 지상에서 선회하더니 왕도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적도 아군도 잠깐 그것을 바라보았는데, 그다음 왕국군에서 환호성이 일어났다.

     왕도 근교에 남아있던 마물들을 그대로 베고 쓰러트리고 찔렀다. 마물들이 동요해서 도주하려 했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무수한 칼날을 연이어 쏟아지고 화살에 꿰뚫려 시체로 변해가기만 했다.

     

     날이 저물 무렵, 성 바깥에서 움직이는 자들은 왕국군의 기사와 병사, 그리고 용병들밖에 없었다. 왕국군은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고, 성내의 주민들도 그에 호응했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된 베르너가 발견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치명상은 입지 않았지만, 어느 곳에서 의식을 잃었던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갑옷과 바이콘의 시체 더미에서 잡아당겼을 때, 피와 수지와 흙먼지의 오물로 범벅이 된 그 모습은 마치 머드맨 같았다고 한다.

     

     곧장 성내로 운반되어 치료가 이루어졌고, 온몸을 젖은 천으로 닦고 나서야 베르너는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듯 기사 중 1명이 치료실에서 그 베르너한테 말을 걸었다.

     

     "체아펠트 자작님, 죄송하지만......"
     "아아, 보고...... 알겠다, 바로 간다......"

     

     맥주잔으로 물을 들이켜면서도 멍한 표정이 되었는데, 이건 완전히 진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무는 의무라며 성문 가까이에 설치된 노르포트 후작의 본진으로 향했지만, 후작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경의 보고는 내일 해도 된다며 그대로 돌아가기를 허가할 정도였다.

     

     

     

     체아펠트 저택으로 돌아가자, 놀란 표정의 클라우디아와 먼저 돌아왔던 리리가 베르너를 맞이했다. 무사함을 물어보는 클라우디아와 노르베르트한테 괜찮지만 피곤하다고만 말을 남긴 베르너는 방으로 향했다.

     리리가 서둘러 그 베르너를 따라가서 방문을 열었다. 휘청거리며 방 안으로 향한 베르너한테 리리가 주저하면서 말을 건다.

     

     "베르너 님, 저기, 적어도 상의만이라도."
     "리리."
     "아, 네."
     "몸은 괜찮아?"

     잠깐 놀란 표정의 리리였지만, 바로 수긍했다.

     

     "네, 괜찮아요. 베르너 님의 덕분이에요." 

     "그래......다행, 이다......"

     "베르너 님!?"

     서둘러 달려온 리리가 쓰러지기 직전의 베르너를 지탱하려고 했지만, 이미 허물어지고 있는 남자를 지탱하기란 무리가 있다. 베르너는 그대로 바닥 위에 쓰러졌다. 대각선으로 기울어지고 말았기 때문에, 지탱하려던 리리의 위로 쓰러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리리를 바닥 위에 쓰러트린 형태로 베르너는 의식을 놓았다.

     

     "엑, 저기, 베르너 님? 저기, 그."

     날뛸 수도 없고 큰소리를 내는 것도 좀 아닌 것 같다. 체격이 달라서 밀쳐낼 수도 없다. 가벼운 패닉 상태가 된 리리가 일단 베르너한테 말을 걸어보지만, 베르너가 깨어날 기색은 없었다.

     결국, 돌아오지 않음을 눈치챈 다른 메이드가 상태를 보러 왔다가 바닥 위에서 누운 두 사람을 발견할 때까지, 리리는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놀란 그 메이드가 클라우디아를 부르러 갔고, 그 광경을 본 클라우디아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무렵, 왕도의 이 가장 길었던 하루는 끝나고 다음 날로 날짜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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