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10(●)――
    2022년 05월 13일 02시 21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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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214/

     

     

     

     지면이 흔들린다. 진동이 울린다.

     정찰에 동행한 주위의 기사들도 안색이 안 좋았지만, 베르너 자신도 숨을 삼키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베르너의 감각으로 말하자면 '빌딩이 걸어오고 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다. 노이라트가 옆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거대하군요."
     "정말 그래."

     집단의 중앙에서 돌출된 거대한 독수리의 머리가 눈길을 끌지만, 사이즈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그리폰에 가깝다. 독수리의 날개를 가졌으면서도 걸어오는 것은 집단을 통솔할 필요가 있어서일까.

     문제는 크기다. 약간 먼 곳에서 보아도 이상한 크기다. 베르너의 이미지로 말하자면 6층 건물 정도의 맨션이 지상을 이동한다는 느낌이 제일 가깝다. 저것이 바로 사천왕의 일각을 담당하는 마지막 중간보스, 바람의 무브리얼일 것이다.

     게임을 모니터로 봤던 그것은 물론 보스 캐릭터다운 크기이기는 했다. 하지만 현실로 보자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왠지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

     작은 목소리로 전세에서 보았던 성벽 위에서 머리를 내민 거인과 싸우는 작품을 떠올리면서, 베르너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못하지만, 내심으로 그런 상상을 했던 것은 약간의 현실회피였을지도 모른다.

     

     "마젤은 이런 괴물과 싸우고 있었구나."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중얼거리는 베르너였다.

     마젤의 여행의 고단함을 왠지 가볍게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무심코 반성하고 있자, 약간 떨어진 곳에서 스스로 적의 시찰을 하겠다며 여기까지 왔던 노르포트 후작이 소리 내었다.

     

     "저건 확실히 무섭겠군. 이해는 한다. 하지만 모두들, 떠올려라. 왕도의 안에는 모두의 가족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겁먹을 수는 없는 일."

     노르포트 후작의 의연한 모습에 감탄하면서, 베르너도 직속 부대에 말을 걸었다.

     

     "당황하지 마라. 이번에도 농성기간 자체는 단기로 끝난다. 길어봐야 며칠만 지키면 돼."

     이것은 거의 상상이지만, 용사가 불의 사천왕과의 싸움에서 이길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베르너는 생각하고 있다. 게임에서는 불의 사천왕을 쓰러트리는 것이 왕도 괴멸의 플래그였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이제부터의 문제다.

     

     "적의 습격은 예상하고 있어서 준비는 갖춰놓았다. 이길 수 있어."

     이것은 반쯤 사실이다.

     

     "좋아, 베르너 경, 돌아가자."
     "예."

     노르포트 후작의 소리에 대답한 베르너는 말머리를 돌렸다.

     

     

     

     

     왕도의 성벽 위에서 보면, 진동과 흙먼지와 함께 향해오는 그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성벽 위에서 지휘를 맡은 할포크 백작과 뮤에 백작이 병사의 동요를 진정시키려고 큰 목소리로 달래면서, 최종 준비를 진행시키도록 재촉했다.

     

     "잘 들어, 절대 함락되지 마."
     "투석기의 설치, 서둘러."
     

     명령에 따르는 사이에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성벽 위에 나란히 설치한 소형 투석기에 몇 명이 달라붙어서 도자기 항아리를 올려놓고, 추격에 쓰기 위한 발리스타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마군 측은 인간을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위협을 위해서인지 일정한 페이스로 왕도를 향해 걸어오고 있기 때문에 조준하기는 어렵지 않다.

     

     "쏴라!"

     "쏴라!"

     몇 번이나 실험으로 확인했던 사정거리 안에 거대한 벽 같은 마군의 거체가 들어서자, 성벽 위에 투석기에서 항아리가 날아오른다. 인간이라면 상자나 용기가 날아오면 피하겠지만, 집단으로 향해오는 마군은 피할 수가 없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그것을 쳐내거나 깨트리는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해서, 도자기 항아리가 깨지자 흰 가루가 주변에 퍼졌다.

     이윽고 성벽 안에 피난한 민중들이 무심코 겁먹고 주저앉았으며, 성벽 위의 병사들도 고개를 마주 보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이클롭스들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뒤덮더니,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괴로워하며 거체를 지면 위로 뒹굴기 시작한 것이다. 주위에 있던 다크나이트 중 요령이 나쁜 녀석은 짓눌렸고,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다크나이트들 위에도 상공에서 분말이 내려오자, 바이콘들이 날뛰어 기사를 낙마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무래도 통하는 모양이군......"

     

     할포크 백작이 약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위험하다고 들은 밀폐해놓은 항아리를 만지지 말고 열지도 말라고 말하긴 했었지만, 내용물이 상상 이상으로 위험했던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략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바이콘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산화칼슘으로 바이콘의 눈을 멀게 해서 기병의 이점을 잃게 하는 것으로 아군만이 전술적인 기동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때 아군이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적의 한가운데, 적이 손쓸 수 없는 공중에서 확산시키려 했던 것이다. 상대가 거인임을 예상했기 때문의 비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전과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베르너도 사이클롭스한테는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인식만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사이클롭스의 눈을 멀게 할 수 있을지는 불명이었지만, 적어도 입힌 고통과 괴롭힘은 베르너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그 자리에서 분말이 눈에 들어간 모든 거인들이 날뛰자 다크나이트 부대까지 혼란이 일어나서, 싸우기 전부터 수십 기를 잃게 한 것이다.

     

     거기다 발버둥 치는 사이클롭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크나이트들이 그 자리에서 거리를 벌렸다. 대열도 뭣도 없이 단순한 집단적 피난이다. 결과적으로 다크나이트들은 스스로 군으로서의 이점을 잃게 되었다.

     

     이미 성 밖으로 출격한 노르포트 후작들이 움직인 것은 이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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