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09(●)――
    2022년 05월 12일 19시 21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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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213/

     

     

     

     왕도의 서쪽 성벽에서 최초로 목격된 것은 하피 집단이었다. 50마리 정도의 비행하는 그 집단은 왕국의 위병들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만, 적으로서 올 것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역시 저 비행형 마물부터 왔구나."
     "체아펠트 자작이 조사해준 모양이지만, 대체 어떻게 조사한 거지."
     "용사한테서 들었겠지 뭐. 분명 자작과 용사의 여동생은......"
     "쓸데없는 말하기 전에 준비나 해!"

     잡담을 나누던 위병들에게 기사가 질타의 목소리를 낸다. 위병들이 서둘러 발리스타의 준비를 진행했는데, 액체가 든 용기를 늘어놓고는 그것에 더욱 다른 부품을 추가하며 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거리가 가까워지자, 성벽 위에서 최종단계의 준비를 하며 성내를 향해 금속판으로 빛을 반사시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서문이 열리고는 그곳에서 보병이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그것을 확인한 하피들이 속도를 내며 낙하를 시작했다.

     그걸 보고 병사들이 황급히 성내로 돌아갔지만, 아직 열린 채인 성문을 향해 하피들이 낙하를 계속했다. 베르너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굶주린 독수리가 독이 든 먹이에 달려들었다고 평했을지도 모른다.

     

     

     

     성벽 위에서 기묘한 소리가 연속으로 발생했다. 성벽의 높이에서 대각선 위를 향해 무수한 금속제 용기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하피들이 닫히기 전의 성문에 돌입하려고 더욱 가속하기 직전, 머리 위에서 액체가 쏟아지자 하피들은 공중에서 발버둥 치는 듯한 기묘한 행동을 보였고, 거기다 머리 위에서 그물까지 내려왔다.

     하피 집단이 눈에 띄게 혼란에 빠졌다.

     

     하피들은 전에 베르너가 세웠던 가설을 증명하는 결과가 되었다. 날개의 크기와 마물의 몸통 크기의 밸런스를 보면 비행할 때도 마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베르너의 예상대로, 분출하는 액체를 잃은 현재까지도 그물 가장자리에서 아직도 마력을 흡수하고 있는 바람의 마도구에 의해, 하피들의 비행능력이 방해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피들은 혐오감을 드러내며 몸을 비틀고 날개를 파닥거리며 묻어버린 액체를 떨쳐내려 했다. 공중에서 그물에 얽히면서도 그런 움직임을 하고 있으니, 공중에서 발버둥친다는 표현 쪽이 가까울 것이다.

     

     애초에 마를 쫓는 약은 마물이 싫어하거나 도망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상대한테 대미지를 입힐 정도의 힘은 없다. 왕도의 높은 성벽 위에서는 성벽 바깥으로 떨어트리기도 어렵다. 완전히 농성전이 되어버리면 쓰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성내로 피난한 주민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대비로 써야한다는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을 때, 베르너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물에 묽게 타서 써보면 어떻게 될까요?"

     회의실에 놀람의 공기가 퍼졌던 것은, 평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지면에 뿌려 효과를 내기 위한 짙은 용액인 것이다. 묽게 만들어도 상대한테 직접 뿌릴 수만 있다면 약간은 효과가 나올 거라 생각해서, 실제로 왕도 근교의 마물한테 실험적으로 사용해봤다.

     그 결과,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어 이번의 전황에서 장거리로 배포시키기 위해, 희석시킨 마를 쫓는 약을 분출하는 액체로 사용했던 것이다.

     

     "저건 무슨 기분일까요."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 피부 위에 대량의 개미가 기어다니는 듯한 상태 아닐까?"

     넓은 성벽의 약간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던 맥스가 질문하자, 화물의 확인을 하고서 성벽 위로 올라온 베르너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말한 나도 안 좋은 기분이 들었어."

     발언자인 베르너까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 전황이 바뀌었다. 성벽 위에서 무수한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첫 단계에서 그랬다면 그물을 뒤집어 쓴 몇 마리는 몰라도 그 이외의 개체는 회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묽게 탄 마를 쫓는 약에 의해 발버둥 치는 사이 점점 그물에 얽매인 하피들은, 개별적으로 도망칠 수도 없게 된 것이었다.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50마리 이상의 하피가 지면에 추락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는 것보다 빠르게, 베르너 일행은 성벽에서 내려왔다. 적의 눈을 멀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다음은 왕국군도 성 바깥으로 나가서 작전의 제2단계를 실행할 때다.

     

     "출진!"
     "체아펠트 부대도 나간다!"

     

     다른 부대에 이어 베르너가 지휘하는 체아펠트 부대도 성 바깥으로 나갔다. 적의 제2진이 도착하기 전에 해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첫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가 전무했던 점도 있어서 전의가 오른 왕국군은 서둘러 예정된 위치까지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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