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2 화 방패는 안되어도 그림자를 빌려서
    2020년 11월 04일 02시 00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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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2851fy/12/


     



     목에 걸려진 개 목걸이를 쇠사슬로 잡아당겨진 리리아가, 집사같은 남자와 병사 몇 사람에게 끌려나갔다.


     야윈 리리아는 제대로 걸을 힘도 없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아파하면서 따라갔다.


     의식도 몽롱하였고 발걸음도 불안한 와중에 도착한 곳은, 가구류가 보이지 않고 그냥 휑하게 비어있는 평범한 방이었다.

     

     중앙에 우리가 하나 있을 뿐이고, 그 외에는 딱히 아무 것도 없었다.


     창조차도 없어서, 감옥같은 무기질한 장소였다.


     "여기서 기다려."


     "윽, 으!"


     난폭하게 우리 가까이에 내팽겨쳐져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집사와 병사들은 시치미 뗀 표정으로 문 가까이에 대기했다.


     "하아, 하아, 하아."


     긴 거리를 걷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권태감이 리리아를 덮쳐서, 계속 숨을 고를 수 없었다.


     문득 시선을 느끼고, 우리 쪽으로 눈을 향했다.


     그러자, 차가운 얼음과도 같은 눈동자가 쓰러져 있는 리리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의 한구석에서 리리아보다 약간 커다란 몸을 움츠리고, 전신이 만신창이였음에도 강한 생기를 내뿜고 있었다.


     "ㅡㅡ자자, 이쪽입니다."


     "생각보다 빨랐네~. 일이 빨라서 기뻐."


     우리의 수인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나르시우스가 시리를 대동하고 방으로 찾아왔다.


     "......혹시, 이 눈앞에 놓여져 있는 빈약한 두 마리야?"


     기분 좋아 보였던 나르시우스가, 우리와 소녀를 보고선 한쪽 눈썹을 괴이하게 들어올리며 "진짜?" 라며 시리를 추궁하였다.


     "예. 그러믄요.... 제 손이 닿는 범위에 있으면서도 나르시우스님의 요청에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이젠 이 녀석들 정도밖에 없어서 말입니다."


     "뭐 그렇겠네. 내 눈으로 보아도 당신은 꽤 노력했다고 생각해. 하지만.....이 녀석들은 분명히 달라."


     "그, 그렇습니까...."


     "한번 잘 보고 싶으니까, 우리 안의 아이를 밖으로 꺼내보세요."


     시리와 집사들에게 동요가 일어났다.


     리리아는, 눈앞의 이상한 자세로 서 있는 남자와 뚱뚱한 귀족같은 남자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한 의식으로 자연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하, 하지만."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자, 빨리 하세요!"


     "......알겠습니다.....열어."


     시리의 지시에, 병사들이 쭈뼛쭈뼛 움직이며 우리에 다가갔다.


     그리고, 우리의 자물쇠를 연 순간, 수인은 발차기를 날렸다.


     "커헉!?"


     "그악!"


     "힉! 윽....."


     한순간에, 병사 세 명을 차서 죽여버렸다.


     "히이이!!"


     "어라, 좀 하네~. 저렇게 상처투성이인데. 감탄스러워."


     떨면서 등에 숨는 시리와 집사를 제쳐두고, 턱에 손을 대며 솔직하게 칭찬을 입에 담는 나르시우스.


     ".....하지만 역시 다르네, 유~감이야."


     하지만, 우리 위에서 으르렁거리는 파란색 늑대의 수인을 한번 보고 측정하고선, 한숨 섞인 한탄을 하였다.


     "조, 조심해야 합니다. 이 녀석은 포획작전 때에도 병사를 26명이나 죽였습니다.....그걸.....저 정도의 상처를 입고서."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봐. 가볍게 놀고 나서 한꺼번에 처리해버려야지."


     그런 말을 남기고는 한쪽 눈을 다쳤는지 계속 감은 채인 수인에게, 무경계로 접근하였다.


     "ㅡㅡ"


     "여~기."


     총알처럼 뛰쳐나간 수인의 배를, 카운터로 차 올렸다.


     "그악!?"


     바로 자세를 고치고, 후방으로 물러나는 수인소녀.


     "결국은 야수네~ 하품이 나오는걸. 단조로워서 아무런 배울 점이 없겠어."


     "오오! 역시나 나르시우스님! 그 수인을 마치 갓난아이 다루는 듯 하시다니!"


     배를 차여서, 내부에 울리는 아픔과 고통을 참는 와중에도, 다시금 뛰쳐나갔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목숨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야성의 본능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ㅡㅡ.


     "ㅡㅡ그악!?"


     너무나 쉽게, 길게 뻗은 다리에 의해 제지당한다.


     "뻔히 보인다고. 몇 번을 해도ㅡㅡ"


     "우라아우!!"


     발차기를 맞은 채로 피를 토하면서도, 무섭게도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선 그대로 뛰어들었다.


     "나르시우스님!!"


     하지만,


     "ㅡㅡ커, 헉..."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의 발차기가, 수인의 배를 꿰뚫었다.


     말도 안되는 각도로 몸을 젖혀서 피한 나르시우스가, 그대로 물구나무를 서서 팔과 다리를 웅크리고, 벌이 쏘는 것처럼 전신을 늘리는 형태로 발차기를 넣은 것이다.


     "긱! .....구우우."


     "그딴 것을 맞아줄 정도로, [복음] 의 소유자는 무르지 않다고? 우리 조직은 무투파가 모여서 경쟁이 심하니.....까!"


     "카핫!?"


     "!! 윽, 큿, 으으...."


     떨어지는 수인 소녀를 용서없이 차버려서, 리리아도 휘말리게 하여 수 미터나 굴려 보냈다.


     "아~아, 짜증나네. 짐승의 피로 더럽혀졌어~"


     ".....이 무슨 강함인가..... 이것이 [복음] 의 힘인 것인가요?"


     흥분하여 침을 튀기면서 기대감에 차올라 감격하며 말하는 시리.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아직 [복음] 은 커녕, 마력도 거의 안 썼는걸."


     "세상에!?"


     "지금 것은, 테・크・닉."


     "....."


     평소라면 짜증났을 나르시우스의 언동도, 너무 충격이 큰 나머지 얼빠진 얼굴로 열중하는 시리와 집사.


     "뭐 괜찮겠지요. 저 녀석들을 처리하는 덤으로, 약간 가르쳐 줄게. 마력을 다루는 방식을."


     그 순간, 마력의 파동이 분출되었다.


     "바, 바보같은...."


     ".....이것도, 아직 진심은 아닌 것인가. 그럼 [복음] 소유자는, 정말로...."


     나르시우스가 마력을 전신에서 내뿜는, 그냥 그것만으로 물리적인 타격을 입은 것처럼 몸이 압도당했다. 


     "가우우....."


     "....."


     만신창이의 수인이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리리아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괴이한 모습의 남자는, 이 세계의 강자라는 것을.


     자신같은 약자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구름 위의 존재라는 것을.


     "어라, 또 덤벼볼 기운이 있어? 좋아. 그럼 조금 더 놀고ㅡㅡ"




     ㅡㅡ[복음] 이라는 걸, 보여주지 않을래?




     "어......."


     어느 사이엔가, 그곳에 있었다.


     이 방의 누구도, 수인이 있던 우리에 가볍게 걸터앉아 있는.....'검은 갑옷의 남자' 를 인식하지 못했었다.


     팔짱을 끼고, 유유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흠!?"


     어떠한 강대한 적에게도 이빨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던 수인이, 튀어오르는 듯이 리리아의 그림자에 숨어서, 몸을 웅크리며 떨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갑옷의 남자가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


     "누, 누구냐!?"


     "......당신, 뭐하는 자야."


     나르시우스가, 처음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추궁하였다.


     그 얼굴에는 한줄기의 식은 땀이.


     그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시야에 들어왔을 터인데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하는, 너무나 이상한 경험이라고.


     "너 정도한테 일일히 이름을 댈 수는 없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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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제목 뜻이 뭐지 했는데 리리아의 그림자에 숨은 수인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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