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68(◎)――
    2022년 04월 26일 01시 22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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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70/

     

     

     

     결투재판 당일. 하늘은 청명하고, 결투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관객이 가득 차 있다. 전체적으로 귀족석이 많은 것은 통례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시민한테 개방된 자리도 넓다. 많은 시민들이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다.

     

     결투장에서 심판석에 해당하는 부분에 교회의 대표로 레페 대신관이 앉아있고, 좌우로 고발자와 피고인이 앉는다. 명의만이라고 해도 고발자가 된 가무리히 백작이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대리 피고인이 된 리리는 어떻냐면 결투장의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보고 긴장해서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귀족의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고압적인 태도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리리를 향해 다가가려 했다. 이유는 모른다. 옆에 있던 아네트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남자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아네트를 노려보았다.

     

     "저 평민한테 용무가 있다. 여자, 비켜라."
     "죄송하지만 응할 수 없습니다."
     "네년, 이 내가 누군지......"

     "누구라 해도, 그런 태도와 표정을 지은 분을 접근하게 둘 수는 업습니다."

     

     아네트의 반응에 남자가 분노하기 직전, 남자의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여기서 소란 피우면 대신관 공의 귀에도 들어간다네. 경 쪽이 물러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크누트 경."
     "세이퍼트 장작......"

     

     남자는 눈에 띄게 주춤거렸다. 세이퍼트 쪽은 이제 상대도 안 한다는 표정으로 아네트한테 말을 걸었다.

     

     "이것 참, 늦게 와버렸지 뭔가. 저쪽의 자리는 비어있나?"

     "아, 예, 비어있습니다."
     "그럼 그곳에 앉아볼까."

     

     그렇게 말하며 크누트라고 불린 남자의 옆을 지나친 자는 세이퍼트 혼자가 아니었다. 다브라크 자작과 크레치머 남작처럼, 지위는 높지 않지만 실전지휘관으로서 명성을 떨친 귀족들 여럿이 세이퍼트와 함께 근처의 자리에 앉았다.

     

     "한 번쯤 체아펠트 자작과 겨루고 싶군."
     "경이 상대라면 자작 쪽이 도망치지 않겠소."

     그대로 남자를 무시하며 잡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집단을 뚫고 가야만 리리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다. 리리를 노려보다가 혀를 찬 남자가 몸을 피했다.

     

     "가, 감사드립니다, 각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소란을 미연에 방지한 것뿐인 게야. 잘해줬다."

     

     아네트의 감사에 세이퍼트가 짧게 대답했다. 시선은 결투장 쪽으로 향한 채, 입안에서 작게 중얼거린다.

     

     "저자가 콜트레치스 후작의 장남인가. 오늘은 몰라도, 훗날 다른 소동이 일어나지나 않으면 좋으련만."

     

     

     대기실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대기실까지 후끈한 열기가 흘러들어온다. 생각해보면 마물이니 마왕이니 하며 왠지 불안한 정세 속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축제이니, 관객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빵과 서커스 중 서커스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싸우는 사람의 대기방이라서, 나 이외에는 우리 가문의 병사가 대부분. 입회인 중 1명이 방구석에 있다. 명목은 무기에 이상한 짓을 하지 않나 감시하기 위해서다. 독을 바르는 것은 금지. 당연한가.

     

     그건 그렇고 내가 있는 곳에도 여러 녀석들이 방문해줬다. 학교의 반 친구들이 몇 명이나 와준 것은 솔직히 기쁘다. 간단한 근황 보고회가 되어버렸다. 가끔 여학생이 '마젤 군을 위해서라도 지지 마.' 라고 해서 쓴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아.

     

     그리고 내게 추파를 던지는 귀족 아가씨도 있었지만, 감사만 말하고 정중히 돌려보냈다. 난 좌천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당한 고관이라서 온 것일까. 의외로 적었던 것은 낭비 자작의 평판 덕분일지도 모른다.

     

     "체아펠트 자작님, 준비되었습니다."
     "알았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시간이 된 모양이다. 접근전이 될 때 사용할 검을 허리에 차고서, 창을 손에 들고 대기실을 나선다. 통로는 사람을 물리쳐서 아무도 없다. 있다면 뭔가의 함정이다.

     

     어쨌든 조금 걸어서 결투장으로 향한다. 갑자기 태양빛을 보게 되자 눈부시다. 관객들의 대함성이 들려오지만, 냉정하게 냉정하게.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도 우쭐대는 것도 안 된다. 한번 멈춰 서서는 심호흡.

     

     "그럼."

     내가 움직여야 왕태자와 재상의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게 되니, 미끼 역할은 제대로 하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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