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62――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64/

 

 

 

 이튿날은 다른 작업. 왕태자의 총지휘로 그 통로를 조사하게 됨에 따라, 조사담당 이외의 사람은 출입금지가 되어버렸다. 왠지 허탕 친 기분이었지만, 결과는 가르쳐 준다고 하니 참기로 하고 그 사이 나는 다른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상의 시종으로 임명된 것은 좋지만, 매일 지하서고에 있자 다른 귀족들한테서 '저 녀석 어디서 뭐하는뭐 하는 거지' 상태가. 거기다 서고의 존재 자체가 비밀이니까, 더욱더 뭐 하는 건지 의심받게 된다.

 그래서 반론도 못하고 오늘의 일을 맞이한 것이다.

 

 이후로도 3일에 1번 정도는 다른 업무를 해달라고 듣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다면 서고를 우선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시 말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작업을 할당받게 되었다.

 이유는 납득되지만 시간적인 면으로 생각하면 두통이 난다. 어떻게든 서고를 효율적으로 조사할 방법을 생각하자.

 

 

 그리고 오늘은 식기창고의 임시정리 책임자가 되었다. 오늘 안에 끝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니 적당히 해두라는 분위기다. 마치 만화에 등장하는, 몰래 스파이를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평범한 사원 같다.

 

 참고로 서고 업무가 아닐 때, 리리는 아침부터 체아펠트 저택에서 공부. 어머니가 오전에는 역사, 오후에는 댄스의 가정교사를 불러줬다. 역사는 몰라도 댄스는 내가 도움이 안 되니 힘냈으면 한다.

 

 "식자재의 관리상황은 내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지."

 "예, 전문가가 하게 되어있습니다. 자작님은 식기류의 지휘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알겠다."

 이 세계는 전체적으로 중세풍이지만, 궁전 내부는 근대에 가깝다. 솔직히 고마운 일이다.

 

 "좋아, 그럼 조를 나눠서 각자 조사한다. 식기의 파손과 은식기의 그을음도 주의해서 확인해."
 "예."

 

 왕궁의 식기는 정말 수가 많다. 전례대신인 아버지의 직속 부하 중에 전임 담당자가 있는데, 전에 조금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사람들이 관리하는 것은 도자기류만 6천 점, 나이프 등의 은식기류는 1만 점을 넘는다고 한다.

 

 "은식기의 수량에 문제는 있나?"
 "앞선 기사 서훈식 후에 변동은 없습니다."

 담당자와 수량의 확인.

 

 "잠깐, 수납할 위치를 바꾸겠다. 자주 이 방을 쓰는 사람은 손을 들고 다가가 봐."

 

 딴생각을 하고 있자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녀석이 있어서, 서둘러 일단 작업을 중지시키고 평소에 쓰는 담당자를 선별했다. 키의 평균은 이 정도인가.

 

 "좋아, 이 높이와 이 높이의 선반에 자주 쓰는 것을 넣어. 사용빈도가 높은 것은"
 "이쪽과, 이쪽입니다."

 "그럼 이 두 상자부터다. 사용하는 자가 쓰기 편한 위치로 이동시키고,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 알 수 있도록 상자에 표시해놔."

 

 귀족들은 식생활이 좋아서, 고용인과 관리자와의 사이에 신장 차이가 생기기 쉽다. 자주 쓰는 것이 수중에 있는 것도 편한 것도 당연하다. 이런 면은 주의를 시켜야겠다.

 

 

 

 오후에는 재정회의의 자료 운반 및 게시 역. 내 나이에 국가의 재정문제에 참견할 수 있을 리도 없으니 참가만 해두라는 것이다. 전에 난민대책회의에 있었던 문관의 입장이 된 것이구나.

 

 "이쪽의 자료는 다음 의제의 것이 됩니다."

 

 하지만 준비는 다른 사람이 이미 해주고 있어서 자료의 배포와 게시만 할 뿐. 생각할 시간은 있지만 이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마군과의 피해상황과 재정사정 등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의논하고 있었는데, 조금 흘려들을 수 없었던 것은 통화가치의 인하가 의제로 올라왔을 때였다.

 나는 20대 부근이라서 그런 귀찮은 문제에 대처하고 싶지 않다고. 나는 이 자리에서 발언권이 없으니까, 나중에 제안서나 제출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