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61――
    2022년 04월 25일 00시 50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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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63/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책장과 책의 앞에서 망연자실해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있어도 시간이 지나갈 뿐이다. 과연 사전조사만 해둬서 정답이었다.

     

     "저기, 베르너 님, 일단 한 권 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 아, 뽑았으면 같은 곳에 돌려놔. 아마 같은 종류의 것으로 정리되었을 테니까."
     "네."

     

     정리하지 않으면 혼난다고.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리리가 한 권의 책을 뽑는 것을 곁눈질하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의 원인을 찾으러 주변을 둘러본다.

     

     "와, 대단해. 페이지 하나하나가 진짜 얇아요 이 책! 그리고 문자 크기도 모두 같고 읽기 쉽네요!"

     

     오우, 깜짝이야. 왠지 리리가 감동하고 있다. 한번 보니 내가 아는 종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양피지나 마피지에 수기로 쓰던 것만 보던 단계에서 갑자기 종이를 보면 이런 반응이 되는가.

     

     "저기, 베르너 님, 이거 어떻게 썼을깡?"
     "아~ 아마 쓴 게 아니라 인쇄했겠지?"
     "인쇄요?"

     "으음, 먼저."

     

     활판인쇄의 방법을 간단히 설명했다. 손짓 발짓이 많아진 것은 봐줬으면 해.

     

     "글자를 읽기 쉬워지는 것만 아니라, 한번 이렇게 원판을 만들면 같은 것은 몇 번이나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 잘못 만들면 전부 잘못 찍히지만."

     "왜 지금까지 퍼지지 않은 걸까요?"

     "활자와 종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활자는 어느 정도 튼튼해야만 한다.

     

     "이 얇은 페이지는 뭘로 되어있는 걸까요."
     "식물이라고 생각해."
     "식물에서 만드는 건가요!?"

     "내가 아는 제작법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이 종이는 서양지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일본지의 제작법. 같은 것은 아니라고 운을 뗀 다음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애초에 이 세계에 닥나무와 삼지닥나무는 있을까.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더니 리리가 감탄한 듯 놀라고 있었다. 제지술은 따로 쓸 일이 없으니까 귀족이 아는 편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베르너 님은 정말 박식하시네요. 뭐든지 다 안다니 대단해....."

     "우연이라고."

     그냥 단순히 티비에서 본 지식일 뿐입니다.

     

     "한번 전체를 둘러볼까. 어느 정도의 넓이인지 확인하고 싶은데."

     "네."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며 넓이를 확인한다. 작은 도서관 정도의 넓이는 되어 보인다. 책장도 크고 책의 수도 많다. 하지만 뭐지, 묘한 위화감이 있는데.

     

     "왜 그러시나요, 베르너 님."

     "아~ 아니, 왠지 위화감이 느껴져서."

     "위화감......인가요. 책장 탓이 아닐까요."
     "책장?"

     "네. 그, 서고의 책장으로 보이지 않아요."

     

     그렇게 듣고서야 나도 겨우 깨달았다. 확실히 왕실을 위한 서고의 책장 치고는 멋이 너무 없다고나 할까 무기질 해서, 창고에서나 쓰는 책장 쪽에 가깝다. 

     

     "왠지, 다른 데서 여기로 이동시켰을 뿐으로 보이는데."

     "네. 정렬시켜놨을 뿐으로 보여요."

     

     내 감상에 리리도 그렇게 대답했다. 확실히, 서고가 아닌 방에 서적을 쑤셔 박았다는 편이 가까운 기분도 든다. 만일 그렇다면 분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거다.

     

     "일단 오늘은 돌아갈까."
     "아, 네."

     

     뭘까, 뭐가 신경 쓰이는 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뇨, 저기......저기, 베르너 님, 보물고 쪽으로 가봐도 좋을까요.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좋으니."

     

     글쎄. 왠지 표정이 흥미의 느낌은 아닌데.

     

     "안내인한테 허가를 받을까. 나도 부탁은 해볼게."
     "감사합니다."

     거부당하지 않아서 안심했는지 기쁘게 말해왔다. 그러니까 그 강아지가 꼬리 젓는 모습이 연상되는 듯한 얼굴은 파괴력이 크니 좀 봐줘.

     

     

     

     

     우리의 메달로는 보물고에 들어갈 수 없지만, 문 앞 까지라면 상관없다는 허가를 받고 안내인의 동행으로 보물고 앞까지 이동. 과연 이쪽에도 뭔가 패널 같은 것이 있다. 열쇠가 다르다는 것인가.

     그리고 문 앞에서 얼쩡거리거나 손을 펼쳐 보이는 리리. 음, 안내인 씨, 뭐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으니 내쪽을 보는 건 그만두십쇼.

     

     "역시. 베르너 님, 여기 이상해요."
     "뭐?"

     "저기, 말이죠."

     

     갑자기 말하는 리리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끌며 되돌아갔다. 이런 태도는 의외다. 안내인이 놀라니까. 이대로 질질 끌려가는 것처럼 십자로의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거기서 좌우의 통로를 둘러본다.

     

     "저기, 여기에서 보면 좌우의 통로 앞에 있는 문이 같은 크기로 보이잖아요?"

     "음? 아아, 그렇지."
     "하지만 실제 문의 크기는 달라요."

     

     예?

     

     "문의 크기는 다르지만, 여기에서 보면 좌우의 문은 같은 크기로 보이게 되어있어요."

     "어, 잠깐만."

     

     문이 너무 화려했던 바람의 크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일부러 문의 크기를 바꿔놓았나?

     뒤에서 쫓아온 안내인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저기, 결국 무슨 말씀인지요."

     "여기에서 보면, 같은 거리로 '보이도록' 착각하는 설계가 되어있다고 보입니다만."

     "네. 정확히는 재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통로의 폭도 문에 가까워짐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이곳의 십자로 중심에서 문까지의 거리는 좌우가 다른데, 거기다 그걸 숨기고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단순히 설계상이라는 점에서는 숨길 필요가 없을 터. 확실히 냄새가 나.

     

     "왕태자 전하께 보고해주시죠."
     "예."

     

     그건 안내인한테 맡겨두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꽤 늦어졌길래 보고만 올리고 돌아갈까 생각했더니 왕태자의 사자가 쫓아와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다시 성내로 돌아갔다. 곧장 왕태자의 집무실에 들어가게 되자, 또 리리가 딱딱하게 긴장하고 있다.

     살짝 등을 받쳐줬더니 딱딱한 표정이지만 웃어줬으니 그나마 낫다고 치자. 나도 긴장되니 어쩔 수 없다.

     

     "과연. 내용은 알겠다."

     그런 리리한테 시선을 돌리는 일 없이, 왕태자는 턱에 손을 대면서 생각하고 계셨다. 침묵이 찾아온 방에 있던 기사 중 1명이 입을 열었다.

     

     "뭔가의 착각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서고에 갔을 때는 서고에만 입실했고, 보물고에 볼일이 있을 때는 보물고에만 갔었지. 지금까지 양쪽의 거리와 문의 크기를 신경 쓴 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왕태자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그걸 그만두더니 내쪽으로 시선을 향해왔다.

     

     "경은 어떻게 보나."
     "통로의 거리를 바꾸고 그걸 숨겼다는 것은, 이유가 방 내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음. 방의 넓이가 다른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

     

     그렇겠지. 방의 넓이가 다르다면 딱히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결론은 이것밖에 없다.

     

     "결국, 그 통로 어딘가에 뭔가가 숨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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