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58――
    2022년 04월 22일 03시 34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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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60/

     

     

     

     "공주님 같은 드레스인데...... 괜찮을까요."

     "그래, 필요 경비야."

     

     리리가 그런 말을 해와서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공주님 같다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한 드레스라고 생각하지만, 비교대상을 모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나.

     

     비아스테드 씨의 인선과 배려는 적절했다고 솔직하게 생각하지만, 그와 헤어질 때 미소를 보면 따로 기대했던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제안서에도 한번 눈길을 줘서 답변 정도는 해줄까.

     

     리리를 에스코트하면서 가게 밖으로, 마차를 가게 앞까지 불러오게 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이유도 있어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세워둔 마차까지 향했다. 마부는 백작가 사람이니 걱정은 필요 없다.

     마부가 마차의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길래 리리를 먼저 태우고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라도?"
     "아이 둘이 다가오길래, 백작가의 이름으로 용돈을 줬습니다."

     "알겠다."

     

     이 대화는 약간의 은어다. 어른이 아니라 아이라는 말은 감시하는 자가 있지만 상대는 무기를 지니지 않았음을 뜻한다. 인원은 그 말 그대로고 백작가라는 뜻은 상대가 아무래도 귀족가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이며, 용돈을 줬다는 것은 이쪽도 상대한테 미행을 붙였다는 의미.

     

     감시하는 측은 보통 자기가 감시받는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법이다. 일부러 마차를 멀리 대기시켜서 상대도 긴장이 풀어진 모양이다.

     

     "리리한테 마을을 보여주고 싶으니 조금 멀리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마부가 내게 대답하고서 마도 램프의 위치를 조절하는 몸짓을 보였는데, 이것은 루트 변경의 신호. 이 마차에는 눈에 띄지 않게 경비하는 사람이 앞뒤로 총 4명 있기 때문에 그쪽을 향한 것이다.

     아네트 씨는 마부석이기 때문에 나는 리리의 뒤를 따라 마차의 안으로 들어갔다. 리리가 뭔가 들은 듯한 표정은 짓고 있지만 그건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해둔다.

     

     "가는 중에 가게도 보며 다닐까."
     "......네."

     자, 여자애가 기뻐할 만한 가게는. 음~

     

     

     

     왕도를 돌며 관광. 이라고는 하지만 왕도 자체는 반나절이면 다 돌만한 넓이고, 시간대도 맞물려 마차로 들어갈 수 없는 장소도 있다. 이런 점은 어쩔 수 없다.

     

     "대단하네요, 이거."
     "이런 세공은 정말 손길이 많이 간단 말이지."

     

     어느 세계에서나 여자는 빛나는 것을 좋아하나 보네. 오늘은 보기만 할 뿐이라고 설득해서 보석가게에 들어갔더니 역시나 열중해버렸다고.

     

     "리리의 드레스에 어울리는 것도 골라야겠는데."
     "네? 저기."

     "원래 그런 거라니까."

     "으으......네."

     
     작게 대답하면서도 보석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앉아'라고 듣고 먹이을 참고 있는 강아지처럼 보인다. 그리고 호위를 위해 함께 들어온 아네트 씨가 흘끗거리며 보석을 본다는 것을 눈치채고서, 리리와 얼굴을 맞대며 웃음을 참게 되었다.

     

     

     

     

     "어, 이 건물 전부가 가게인가요."
     "이런 가게도 있어."

     

     5층 건물의 앞에서 리리가 놀라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각 층마다 다른 가게가 들어서서 간단한 백화점처럼 되어버린 가게는 전생의 중세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다. 건물의 소유주는 돈 많은 상인인 때가 많다.

     

     "베르너 님?"

     "응? 무슨 일이야?"

     

     불러서 돌아봤지만 딱히 원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모처럼 왔으니 카운터 안쪽에 있던 목조 테두리의 거울을 리리용으로 구입했다. 유리도 고가라서 사양했지만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떠들썩해진 노점 부근을 산책하다가 한 가게에서 꼬치구이를 둘 주문. 익숙한 손놀림으로 구우면서 이쪽을 바라보더니 싱긋 웃는다.

     

     "여어, 오늘은 미인 여친을 데려왔구만."

     "시끄러 아저씨. 빨리 해줘."

     

     노점 점주한테 편하게 말하자 리리가 놀랐다. 쓴웃음 지으며 구워진 꼬치를 하나 건넨다. 받아 든 리리가 막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연다.

     

     "저, 저기, 검식을."

     "여기선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원래는 고용인이 한입 먹고 나서 내가 먹게 되지만, 이 가게라면 신경쓰지 않는다. 귀족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이런 면도 체크하고 있어서, 이 노점에서 파는 음식이라면 학교 측도 묵인한다는 리스트가 나도는 것이다.

     

     "이 꼬치구이, 마젤 하고 자주 사 먹었거든."

     "그랬나요."

     "승부도 했었고."

     

     코인의 앞뒤로 누가 낼지 정하는 수준이었지만.

     깜짝 놀라며 바라보는 리리가 조금 웃더니 자신의 꼬치를 작게 베어 문다.

     

     "맛있어."
     "이상한 조미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먹기 쉬워. 학생들한테도 인기였지."

     고기 맛에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의 리리를 바라보면서 한입 더. 왠지 정말 그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최근 수개월이 질풍노도 같은 나날이라서 그런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가볍게 돌아보자, 고기를 물고 있는 리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왜 그래?"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꼬치구이를 다시 작은 입으로 옮겼을 때에는, 이미 평소의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리리가 왕도의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성벽을 오르는 곳까지 이동했다. 경비병은 물론 있었지만 내 얼굴을 아는 모양인지 거의 프리패스. 리리 쪽을 흥미롭게 쳐다본 것은, 음 뭐 어쩔 수 없지.

     위에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아네트 씨도 밑에서 기다리게 했다.

     

     "조심해."
     "고맙습니다."

     당연하지만 이 시대의 성벽은 관광용이 아닌 군사시설이라서 여자애가 오르기 쉬운 곳이 아니다. 손을 빌려주며 계단을 오른다.

     저녁이라서 바람은 약간 강하다.

     

     "저게 대저수지네요."
     "잘 아네?"

     

     성벽 위에서 리리가 가리킨 곳에, 커다란 인공 못이 반짝거리는 빛을 반사하고 있다. 원래는 군사용 저수지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이벤트로 쓰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저 주변에서 연회도 열린다.

     저게 항상 가득 차 있어서 왕도가 물 부족이었다니 생각도 못했다고 생각하면서, 더욱 먼 곳에 작게 보이는 수도교로 눈길을 향했다.

     

     "저쪽에 대신전이 있고, 건너편에 있는 것이 경기장인가요."

     "그래. 자세한데?"

     

     경기장이라고 해도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크지는 않다. 그냥 기사 선발시험의 일기토 부문과 마상창 시합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넓이다. 뭐 이벤트장이라는 의미에서는 저수지와 비슷한가. 그런데 잘 알고 있네.

     

     머리를 누르던 리리가 아련한 눈길로 왕도를 보고 있었지만,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동경했었어요."
     "동경?'

     "왕도라던가, 공주님이라던가. 오빠가 학교에 가고 나서는 더욱. 그래서 오빠가 조금 부러웠어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즐거웠겠구나 상상하면서, 오빠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몇 번이고 읽어봤었네요."

     

     그렇게 말하고서 키득거렸다.

     

     "베르너 님의 일도 많이 쓰여있었답니다. 학교생활이나 승부를 겨뤘던 일......아, 오빠랑 둘이서 속옷 도둑으로 붙잡혔을 때의 일도."

     "그놈 쓸데없는 일이나 쓰기는."

     

     우와 부끄럽다. 흑역사 정도는 아니지만 꽤 묻고 싶은 기억이다. 내 놀란 표정을 보며 리리가 웃었지만,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는 먼 곳을 바라본다.

     

     "편지는 전부 불타버렸지만, 그래서 더욱 추억인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때, 베르너 님한테 도움받고서, 귀족 저택에서 일하게 되고...... 왕도에서 생활하게 되어서."

     휴우, 하고 한숨을 쉰다.

     

     "전부, 동경이었습니다."

     

     내 쪽을 돌아본다. 무심코 예쁘다고 생각하며 넋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오늘 함께 돌아다니면서 다른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르너 님, 마을 안에서도 계속 주변을 둘러보시면서...... 저를 항상 지켜주고 계셨던 거네요."

     자연스레 행동할 생각이었는데 다 들켰나.

     

     "그것만이 아니에요. 마을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모두 편지 안의 일만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베르너 님이 평소에도 모두의 목숨과 생활을 지켜준다는 사실...... 제 옆에 있는 분은, 공상과 동경이 아니라는 것을."

     동경과 현실인가.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 비아스테드 씨가 너무 칭찬한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베르너 님."
     "응?"
     "......사모하고 있답니다, 베르너 님."

     

     호의를 가진 것 정도는 눈치챘었지만, 이번에는 표정으로 드러내면서 확실하게 말해왔다.

     

     "지금은 아직 옆에 있어달라고는 말하지 않겠어요.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반드시, 반드시 베르너 님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제가 될 테니....."

     

     시선은 내게서 돌리지 않고 있지만, 손과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부정당하는 게 두렵지만 그럼에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거겠지.

     

     자신의 마음에 물어본다. 리리를 보는 것처럼 다른 여자를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리리 이외의 여자한테 이 감정을 향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을 스스로 냈을 때, 이 정도로 똑바로 나를 바라봐주는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말하게 해 버린 것에 작은 한숨을 짓고 말았다.

     

     "알았어."
     ".......!"

     "하지만, 하나만 수정해야겠어."

     

     그녀는 잠시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기선 나도 양보할 수 없다.

     

     "기다리는 건 좋아. 하지만 그때가 오면 내가 리리를 내 옆으로 부를게."

     "에......"

     "그때는 내가 먼저 말해주겠어. 나와 함께 있어주겠냐는 질문을."

     "...... 네!"

     

     부끄러운 듯이 눈물을 그렁거리면서도 웃는 표정을 짓지 말았으면 한다. 무심코 부둥켜안고 말았다.

     

     이때부터, 나한테는 리리를, 아니. 리리와 행복하게 된다는 의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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