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2 Trance\진≠기/nimble scene5
    2022년 04월 23일 08시 49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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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91/

     

     

     

     '차가워.'

     

     손에 닿는 감촉에 눈을 뜬다. 고개를 들고 바로 확인한 것은, 마찬가지로 누워있는 츠나기의 모습이다. 손을 뻗자 만질 수 있다. 주위의 소리, 기척을 신경 쓰면서, 나는 츠나기를 흔들었다.

     

     "츠나기, 츠나기, 일어나."

     

     큰 소리는 낼 수 없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흔들면서도 주위를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콘크리트 바닥. 불안정하게 깜빡이는 전등. 콘크리트 파편이 널려있는 지면에는, 펼쳐둔 블루 시트와 부서진 선반과 탁자, 끊어진 철사. 그리고 부서진 휴대전화. 나의, GPS가 달린 것이다. 옆에서 함께 부서진 휴대전화는 아마도 츠나기 것이 아닐까.

     방의 넓이는 학교의 교실 정도. 창문이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하일까. 배기구는 컸고 환기 팬은 낡았다. '악과의 연'의 촬영에서도 사용했던 기억이 있는, 폐공장의 분위기. 도심부에서는 조금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으, 음......엄마......츠구미?"

     "쉬잇. 조용히."
     "으, 응. 어라? 왜? 여긴, 어디?"

     작은 목소리로 근황을 확인하는 츠나기의 모습에 안심한다. 후유증이나 다친 기색은 없다. 일단 안심이다. 더 많은 양을 마셨더라면 위험했을지도.

     하지만 결국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츠나기가 진정되기를 기다리고서, 나는 조금씩 행동을 개시했다. 기척이 없는지를 확인. 그러고 나서 천천히 문을 연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이런 자가 사냥감을 자유롭게 놔둘 때의 행동 패턴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호러 여배우의 지식으로서.

     다시 말해, 그들은 헌팅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출입구 부근에서 잠복하고서, 그걸 붙잡는다. 그러는 편이 사냥감의 감정의 격차를 맛볼 수 있으니까.

     

     그러니, 기합을 넣어라, 나. 여기서 실패한다면 둘이 함께 변태의 먹이가 된다.

     

     "츠나기, 상황은, 알겠어?"
     "음, 분명 우가키 씨한테서 밀크티를 받아서ㅡㅡ어라?"

     

     안이했다. 하지만 상대가 한두 단계 위였다. 밀크티를 마신 츠나기는 내쪽으로 쓰러져서 곧장 잠에 들었다. 안심한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곧장 졸음이 쏟아졌다.

     문으로 손을 뻗던 나를 비웃는 것처럼 문 앞에 서 있던 남성.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혀를 차더니, 그리고 바로 운전석에 탔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여기까지면 충분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친근해져서, 다가가서, 신용을 얻고ㅡㅡ결정적인 틈을 찾아내기 위해.

     

     

     

     "설마."

     츠나기의 목소리. 핼쑥한 표정. 그녀가 두 마디째를 내뱉기 전에, 나는 문득 떠올리고서 있는 힘껏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복도에는 사람이 없다. 나는 츠나기한테, 무엇보다도 자신을 북돋워주게 하려고 소리를 크게 내었다.

     

     "복도에 사람은 없어. 달려서 도망치자, 츠나기!"

     "엥? 어, 응!"

     

     그렇게 츠나기가 일어섬과 동시에,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세운다. 벽에 배치도니 배기 덕트의 위치. 자신의 신체능력. 부서진 선반을 달려 올라가서 덕트의 가장자리에 손을 댄다. 두께의 파악은 순식간. 곧장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서 덕트 가장자리에 걸고, 기세와 체중으로 넓혔다.

     

     "이쪽."
     "대단해......응."

     

     덕트에 어린이 두 명이 들어가고서, 넓혔던 가장자리에 걸었던 넥타이를 이번에는 내부에서 당기는 것으로 다시 되돌렸다. 완전하지는 않고 조사하면 곧장 알아차리겠지만..... 일단은 이걸로 충분.

     

     "일단 안으로." 

     "츠구미, 저기, 응, 알았어."

     덕트의 안으로 나아가자, 곧장 발소리가 들렸다. 되도록 어둠에 숨어서, 츠나기와 함께 좁은 안에서 숨을 죽였다.

     틈새로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방의 모습. 전부는 보이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천천히 걸어서 방에 들어온 자는, 상냥한 표정의 장년 남성. 오늘 찻집까지 우리들을 데려다준 그ㅡㅡ우가키 경부다.

     

     "앗차, 루트를 착각했나?"

     

     작게 쓴웃음 짓는 우가키 씨. 그는 볼을 긁으면서 떠나려 하다가ㅡㅡ갑자기 발걸음을 돌려서 배기 덕트와는 반대 방향으로 쓰러져 있던 책상을 차서 쓰러트렸다.

     

     "거기지!?"

     

     파괴음. 큰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는 책상의 잔해.

     

     "오, 아니었나. 하하하. 하지만 숨바꼭질은 이래야지."

     그렇게 말하며, 우가키 경부는 떠났다.

     

     '눈치채지 못했다. 전혀 의심도 안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온화한 경찰 아저씨이며, 항상 함께 있었던 젊은 형사ㅡㅡ단자와 경부보보다도 친절히 대해준 바람에, 왠지 단자와 씨를 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분명 사실은, 그 통통한 남자가 우리를 납치할 계획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코하루 씨가 우가키 씨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탓이겠지.

     

     "츠구미......여차하면 날 놔두고 도망쳐."
     "그런 '여차'는 존재하지 않아, 츠나기."
     "아니, 그게 아니야. 나라면 심한 짓은 안 당해. 그러니. 츠구미 만이라도 도망쳐"

     

     깊은 결의가 담긴 눈. 검은 눈동자......아니 다르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알 수 있다. 색이 있는, 콘택트렌즈다.

     

     

     

     "나는ㅡㅡ"

     "찾았다."

     

     

     

     덕트를 붙잡고 우리를 바라보는 얼굴. 높게 치켜든 입술 가장자리에서는 누런 이와 붉은 혀가 꿈틀거린다.

     

     "츠나기, 안으로!"

     "으으으!"

     "엇차."

     

     덕트를 떼어낸 그의 손이 뻗어온다.

     

     "으아."

     "놓칠까보냐, 흐하하핫."
     "츠구미를 놔!"

     "그렇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ㅡㅡ윽!?"

     

     

     다리를 잡혀서 끌려 나오기 직전에, 그 손이 느슨해졌다. 우가키 씨......우가키 씨의 볼에 부딪힌 것은 1장의 5백엔 동전이었다. 크고 딱딱한 동전은 잠깐의 틈을 만들었고, 나를 주박에서 해방시켰다.

     

     "가자!"

     "응, 고마워....."

     

     좁은 덕트를 기어서 나아간다. 정신을 되찾은 우가키가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큰 헛손질에 그쳤다. 어른의 몸으로 그 이상 들어가는 건 어려울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나아간다.

     시커먼 어둠 속, 손의 감촉에만 기대어,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술래잡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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