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2 Trance\진≠기/nimble scene4
    2022년 04월 23일 03시 39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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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90/

     

     

     

     츠나기의 옆에 계속 기대어 앉아있으면, 당연히 돌아오는 코하루 씨 일행과 만나게 되어버린다. 그럼 훔쳐 듣고 있었다는 것이 되니 두 사람한테 미안하다.

     

     "츠나기, 일단 돌아가자."

     "......응. 츠구미랑 함께라면."

     "아하하, 나 어디에도 안 가."

     

     손을 맞잡고서 슬쩍 간판 뒤로 빠져나간다. 관목 울타리 뒤로 관리용 공간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뒷문 향해 빙글 이동할 수 있다.

     

     "이쪽."
     "응."

     

     전에, 우가키 씨가 말했던 말했던 일이 뇌리를 스친다. 츠나기가 품은 것. 그녀의 안에서 싹트는 어둠은, 그래, 분명 커다란 고독. 그리고ㅡㅡ

     

     

     

     

     

    『그리고 분명, 다 끌어안을 수 없는 비밀 때문에 가슴을 파먹히고 있다』
    『비밀이요?』

    『그래, 맞아.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 이 아저씨는, 거짓말을 간파하는 것도 장기거든. 어려운 일이야. 그러니까, 네가 옆에 있어준다면 분명 그 비밀을 밝혀내 줄ㅡㅡ지도 몰라』

     

     

     

     

     

     배 위에서 나누었던 대화. 거짓이라는 비밀. 츠나기는 우리들한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건 다시 말해, 거짓믈 말하지는 않고 숨기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가키 씨는 어째서 '거짓'이라고 예를 든 걸까.

     단순한 비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근거없는 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지. 내 뇌리에서 그 말이 벗어나지 않는다.

     

     

     

     

     거짓.

     비밀.

     아니, 하지만, 그러고 보니ㅡㅡ

     

     

     

     

     

     "츠구미, 잠깐만!"

     "엥?"

     

     

     

     

     

     츠나기의 목소리로, 연결되던 사고의 끈을 놓는다. 츠나기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왤까? 하는 나의 의문은 몇 초도 되지 않아 풀렸다. 귀에 들리는 셔터음, 뒷골목 끝, 역광을 받고 있는 긴 그림자가 뻗어서는 우리를 뒤덮는 것 같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통통한 체형과 안경의 윤곽. 그리고 손에 카메라를 든 것만은 알겠다.

     

     "너, 너, 소라호시 츠구미땅, 이지? 요정의 상자의."
     "죄송하지만,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을 걸면 안 된다고 들었어요."
     "소인은 유토라라고 하오. 자, 이제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고."
     "몰라요."

     

     이름을 댔다고 자 친구라고 할 수는 없다. 거절하자, 남자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자기 머리를 긁어댔다.

     

     "으으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냐고 뭐냐고 뭐냐고, 생각대로 안 되면 이상하잖아!! 후우, 후우, 후우."

     그 이상한 기색에, 무심코 뒷걸음질친다. 남자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안경을 벗더니 "하아." 하고 숨을 불고서, 옷소매로 닦았다.

     일련의 행동은 그에게 있어 루틴화된 의식 같은 것으로 보인다. 숨을 고르고 상태를 되돌리더니, 기분 나쁘게 웃는다.

     

     "히, 히히, 됐어. 모두 처음에는 솔직하지 않다고."

     한걸음 물러선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ㅡㅡ연기가 아닌 광기가 닭살을 돋게 한다.

     

     "이 오빠랑, 과자라도 먹으러 가지 않을래?"

     "당신은 제 오빠가 아닌데요."

     ".....으극, 끼이이, 아으으으으으으! 후우, 후우, 후우......히힛."

     남자가 한걸음 내딛는다. 그래서 나는 츠나기를 감싸려고 손을 벌리ㅡㅡ기 전에, 츠나기가 먼저 내 앞에 섰다.

     

     "츠나기!?"
     "다가오지 마! 츠구미한테는 다가가게 두지 않아. 난, 이제, 누구도 잃지 않을 거야!"

     

     작게 떨리는 손. 밀어내면서 옆에 서서 올려다보니, 츠나기의 얼굴은 핼쑥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 앞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그럼, 그럼, 됐어ㅡㅡ먼저 너부터 울려주마. 정말로 츠나기땅과 츠구미땅은 츤데레구려. 으히, 히히히."

     "오지 마!"

     "언제까지나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구려. 이 오빠가 몇 번이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써줄 테니까, 자, 후, 휴, 흐흐흐흐."

     

     남자가 다가온다. 도망쳐야만 한다. 하지만 츠나기를 두고 갈 수는 없다. 뒷골목, 인적은 없다. 애초에 그다지 사람이 지나는 길이 아닌 것은 전생부터 잘 알고 있었다. 방심했어.....

     

     

     "자아, 오빠랑 함께 벗자꾸나, 츠나기땅, 츠구미ㅡㅡ"

     

     남자가 끈적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서는.

     

     

     

     "여기다!!"

     

     

     

     들어본 기억이 있는, 커다란 목소리에 뒤덮였다.

     

     "ㅡㅡ땅......아, 힉."

     통통한 남자가 목소리에 반응해서 등을 돌린다. 목소리의 주인조차 확인하지 않는 멋진 도망이다. 하지만 도망가는 남자를 뒤쫓는 것처럼 검은 그림자가 질주한다. 아스팔트를 박차는 소리. 검은 정장을 입은 코하루 씨가 도망치는 남자를 뒤쫓는다.

     

     "어딜 도망치십니까."
     "히, 갸악!? 어, 어째서, 이야기가 다르ㅡㅡ히이이이익!?"

     

     길로 도망친 남자의 비명이 모퉁이 너머에서 들린다. 걷어차는지, 끌어당기는지, 남자의 신음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자, 지금 안에 빨리!"

     "우가키 씨......가자, 츠나기!"

     "그, 그래, 응. 그나저나 미카도 씨는 어느 틈에."

     

     코하루 씨가 남자를 제압하고 있을 것이다. 그 틈에 우리들도 도망치려 하자, 먼저 소리 내면서 달려왔지만 코하루 씨한테 추월당한 우가키 씨가 우리의 손을 잡고 이끌어줬다.

     

     "자,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여기 있어라."

     

     우가키 씨는 재빨리 자기 차량의 문을 열고서 우리들을 안으로 들여보낸 다음, 바깥에서 열쇠를 잠갔다.

     

     "네. 츠나기도."

     "응. 고맙습니다, 우가키 씨!"

     "절대 열면 안 된다. 하하, 괜찮아. 곧 끝날 테니 안심하고 기다리거라."

     

     그렇게 말하고서, 우가키 씨는 따스한 페트병 하나를 츠나기한테 건넸다. 그녀는 그걸 떨리는 손으로 받아서는 한 모금 마셨다.

     

     "후우, 후우, 하아..... 츠구미, 츠구미, 괜찮아?"

     "응. 츠나기가 지켜줬으니까."

     "ㅡㅡ아무것도, 아무것도 못했어. 앞으로 나섰을 뿐이었어."

     

     막아선다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앞장선다니,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니까. 하지만ㅡㅡ하지만 지금 말한대 해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츠나기가 말없이 건넨 페트병을 받아서, 한 모금 들이켰다. 단맛의 밀크티다. 우가키 씨 다운 초이스에 조금 가슴 안쪽이 포근해졌다.

     

     '코하루 씨는 괜찮으려나.'

     

     페트병을 잡은 손을 강하게 움켜쥔다. 아무것도 못하는 소녀의 손이다. 아직 발버둥 하나도 쳐본 일이 없는 손이다. 나는 이 손으로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츠나기......츠나기?"

     "츠구, 미."

     

     츠구미는 괜찮으려나. 그렇게 생각해서 말을 걸려 했더니, 츠나기의 몸이 기울어진다. 내게 기대 오는 것처럼.

     

     

     

     

     

     그리고.

     

     

     

     

     

     "아."

     

     

     

     

     

     뻗은 손이 허공을 가르자, 뚜껑을 연 페트병이 좌석을 젖어들게 하며,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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