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2 Trance\진≠기/nimble scene2
    2022년 04월 22일 19시 10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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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88/

     

     

     

     아름다운 색소폰의 음색. 경쾌하게 나오는 고음에 맞추는 피아노와 드럼. 코가네 씨의 정열적인 색소폰에 맞추는 것처럼 영어로 된 노래를 열창하는 사람은, 싱어송라이터인 루이 씨다.

     루이 씨는 MV 촬영 때도 들려줬던 정열적인 가성으로 작은 찻집을 물들여갔다. 전세 내서 아는 사람들만 있을 터인데도 라이브 하우스와 같은 뜨거운 연주. 디스코에서 이런 걸 들었다면 밤새 춤추고 말았을 것이다. 

     

     '연기와는 다른 형태의, 표현.'

     

     연기는 몸의 전부를 써서 표현하는 형식이다. 누군가로 바뀌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렇게 코가네 씨의 연주를 보고 있으면, 음악도 하나의 표현으로서 배우한테 뒤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으음, 언젠가는 나도 '음악에 의한 표현'을 깊게 건드려보고 싶다.

     

     "오늘은 결성13년기념연주회에 와줘서 고마워!"

     

     코가네 씨는 시원스럽게 몸을 흔들며 색소폰을 치켜들었다. 아니 하지만 진짜 예상 이상으로 대단한 연주였다. 기술이라는 범주가 아닌, 정열의 단계. 가슴을 뒤흔드는 것만 같았다.

     

     "그럼 모두들, 파티를 계속 즐겨줘!"

     

     코가네 씨가 그렇게 끝맺자, 키가 훤칠한 여성ㅡㅡ코가네 씨의 여동생인 이나호 씨가 이 찻집의 종업원일 여성과 함께 요리를 날라줬다. 오무라이스와 나폴리탄, 포테이토 스틱과 튀김 등, 찻집에서도 나올 법한 메뉴인걸 보면 미리 조리해서 준비한 모양이다.

     종업원은 둥근 테의 안경을 쓴 작은 여성이다. 적갈색 머리를 어깨에서 땋아놓았다. 내놓은 커피를 보고, 그만 버릇으로 설탕도 우유도 넣지 않은 채 입에 대자, 향긋한 열기가 쓴맛과 함께 입안에 퍼져나갔다.

     

     "써....."

     

     맞아. 어린이의 입에는 쓰겠지. 아뿔싸. 예상밖이었따. 20대 중반에는 이미 커피가 쓰기만 한 음료가 아니라서 그 감각을 따라가고 말았다. 이런 나를 보던 린이 무심코 걱정되는지 설탕과 우유를 갖고 와줬다. 착한 아이다.....

     

     "츠구미, 괜찮아? 자, 설탕. 우유도 있어."
     "고마워, 린쨩."

     오오, 카페오레가 몸에 스며든다. 어린이의 혀에는 이 정도가 딱 좋다. ......음, 설탕 하나 더 넣어볼까. 달아.

     

     '달다고 하니......'

     

     카페오레를 조금씩 입에 머금으면서, 안쪽 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본다. 1명은 코가네 씨. 또 1명은 루이 씨다. 정말 발들 들이고 싶지 않은 분위기인데, 뭐라고나 할까, 분위기가 달달하다.

     

     "저기 코우 군."
     "앙? 뭔데."

     "저 두 사람은 어떤 관계야?"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던 코우 군한테 물어보자, 잠시 수상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지만 곧장 깨닫고는 "아아." 라고 중얼거렸다.

     

     "난 모르는데~"

     "그래?"
     "이나호 씨한테 물어보면 알지도. 어~이, 이나호 씨!"

     

     흥미진진하게 옆에서 귀를 기울이는 린과 그런 린을 보며 쓴웃음 짓는 츠나기를 제쳐두고서, 코우가 이나호 씨를 불렀다.

     

     "그래 코우 군, 무슨 일이니?"

     "저 두 사람은 무슨 관계?"

     "오우, 돌직구로 물어보네."

     

     과장되게 쩔쩔매는 이나호 씨는, 정말 분위기를 잘 맞추는 분일 것이다. 다만 몸을 젖혀도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 걸 보면 운동을 하는 걸지도.

     

     "엥~ 말해도 되려나 이거. 오빠, 괜찮겠어~?"

     

     이나호 씨가 고개를 비튼 뒤에, 가벼운 어조로 코가네 씨의 허가를 구한다. 당연히 대화에 참가하지 않았던 코가네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오히려 그의 옆에 있던 루이 씨가 눈치채고서 ok사인을 보냈다.

     

     "그러면, 허가도 나왔으니."

     

     이나호 씨는 일부러 헛기침을 한 다음, 검지 손가락을 척 들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오빠가 색소폰 일편단심으로 친가를 뛰쳐나와 상경해서 번화가에서 일했던 것은 코우 군도 알고 있지?"
     "그래. 그때 이곳 오너의 음식점에서 색소폰을 불었다며?"

     "하하하. 맞아 맞아. 그래서, 낮에는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 밤에는 음식점에서 연주, 빈 시간에는 연습, 길거리 연주도 일상...... 같았던 오빠가 밤의 번화가에서 양아치한테 시비 걸린 루이 씨를 구해줬었어!"

     

     몸을 기울이며 말하는 이나호 씨한테 제일 먼저 눈을 빛낸 사람은 린이다. 린은 "오오~" 라고 말하며 손바닥을 치더니, 살짝 내게 귀띔한다.

     

     "츠구미, 츠구미. 왠지 드라마 같아."
     "응. 맞아."
     "츠나기, 츠나기, 너도 알겠어?"

     "너무 가까워, 린......"

     

     츠나기도 린의 상태에 약간 질린 기색이었다. 하지만 츠나기. 만일 이곳에 미미가 있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정말로.

     

     "어, 그럼, 코가네 씨와 루이 씨는 설마......"

     

     코우 군이 뭔가 깨달은 듯 입가를 오므린다.

     

     "ㅡㅡ아니. 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는걸."

     

     어느 사이엔가 코가네 씨를 내버려 두고 이쪽으로 온 루이 씨가, 이나호 씨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선글라스 안에서 흔들리는 눈동자의 색은...... 동경일까.

     

     "음식점에서 연주하던 코가네는 거기서 한 여성한테 반해버렸어. 본명도 모르는. 다만 거기서 일하는 젊은 언니 중 1명이었다고 해."
     "루이 씨, 본명을 모른다면 뭐라고 불렀어요?"

     

     그야 물론 가명...... 아 린은 가명을 모르겠구나.

     

     "가명이라고 하는데. 그래, 소설가가 말하는 펜네임 같은 걸로 불렀지. 동백나무 꽃을 좋아하는 예쁜 여성이었다고 해."
     "그럼 그 사람의 가명은 츠바키?"

     

     츠바키, 츠바키인가. 난 꽃에 그리 흥미가 없었는데~ 

     

     "아니. 꽃을 좋아하는 분이었는지 스미레[각주:1]라는 이름이었다고 해."

     

     츠바키는 붉은 꽃이지만, 스미레는 보라색 꽃이다. 빨강에 파랑을 섞으면 보라가 된다. 좋아하는 것에 아주 약간 푸른 마음을 실었던 걸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까지의 의미는 없을지도. 하지만 정말이지, 조금, 생각나버린다. 스미레라는 이름에 그리 좋은 추억은 없었으니까.

     

     "흐음......?"

     

     그렇게 린은 납득이 안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장 조금 안색이 파래지더니 "아." 라고 중얼거렸다.

     

     "이었다라면, 설마."

     그래, 그렇겠네. 훨씬 과거의 이야기다. 설마 그분은, 이미......

     

     "아하하, 아니 아니. 린쨩은 상냥하네. 그게 아니라 코가네가 고백하기 전에 돈 많은 미남한테 반해서 결혼해버렸대!"

     "그렇구나~ 오빠도 때늦지 않게 해야겠네."
     "어이 린. 왜 지금 나를 들먹이는 거냐!?"

     "하지만 조금 부러울지도. 츠나기도 츠구미는 그런 거 없어?"

     

     린이 그렇게 물어보면 그렇긴 한데...... 전생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뭐. 대체 몇 살을 좋아해야 평범한 걸까.

     

     "난 아직 없어. 츠나기쨩은?"

     "엥? 없다구. 그런 건 어른의ㅡㅡ아, 츠구미의 매니저는?"

     

     츠나기가 그렇게 말하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코하루 씨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코하루 씨의 연애라고 하니, 전에 루루가 말해줬었나. 으음, 분명......

     

     "아, 손수건의ㅡㅡ아야야야, 죄, 죄송해요, 코하루 씨."

     

     눈치챘을 때는 이미 입을 잘못 놀리고 있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코하루 씨, 무슨 일 있었나요?"

     "아아, 이런. 린 님, 그렇게나 가까이에 오시다니, 아아."
     "?"

     

     코하루 씨는 꽤 파워풀한 분이지만, 그래도 쬐끄만 여자애를 내칠 수는 없어 보이는지 비틀거리고 있다.

     

     "나도 코하루 씨의 첫사랑에는 흥미 있는데."

     "루이 씨까지...... 아뇨, 상관없지만, 첫사랑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랍니다. 상대도 여성이었으니....."

     "어라, 그것도 좋잖아. 사랑에는 성별도 국경도 없거든. 물론 나이도. 글치, 코우 군?"

     "루이 씨까지 날 들먹이는 거 그만해주시죠!?"

     코우 군, 연상의 여자한테 놀림받는 역할이네. 조금 귀여울지도.

     

     "으음......네.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3살 때 공원에서 넘어져서 울고 있던 제게, 응급처치를 해준 언니가 있었어요. 상처를 씻고 손수건을 감아주고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사탕을 줬던 분입니다."
     "그 사람이 여성이었다는?"

     "네.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분이었지만, 손수건에는 이니셜이, T.K라고 적혀 있었지요."

     

     그건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이해될지도. 나도 어릴 때 그런 식으로 사탕을 받으면 기뻐해ㅡㅡ아니, 경계하겠네. 난 그렇게 순진한 아이가 아니었다. 으윽.

     

     "코하루 씨, 저기."

     린은 코하루 씨의 이름을 불렀지만, 손바닥에 있는 힘껏 뭔가를 썼다. 저건 알파벳? 이미 알파벳을 쓸 수 있구나. 요즘 애들은 대단해.

     

     

     

     "그건 스승님의 '키리오 츠구미' 씨 아닌가요?"

     

     

     

     철렁, 하고 가슴이 뛰어오른다. 이야~ 과연 어떨까. 아슬하게 살아갈 무렵일지도 모르겠지만, 기억이 안 난다. 만일 나였다면 코하루 씨한테 너무 미안한 일일 것이다.

     

     "빛의 키리타니 오우카, 어둠의 키리오 츠구미라. 린. 키리오 츠구미를 잘 알고 있네?"

     "오빠, 스승님이 자주 말씀해주셨어."

     "흐음. .....그러고 보니 키리타니 오우카는 순수한 키리오 츠구미 오덕이었지. 잊고 있었다."

     순수한 키리오 츠구미 오덕이라니? 그렇게나 소문날만한 짓을 한 거야? 잠자리에 나타날 필요가 있겠는데 이거!?

     

     "후후, 달라요, 린 님."
     "그래요?"

     "네. 키리타니 씨의 말로는, 제가 3살 때는 키리오 츠구미가 30세였다고 하더라고요. 봄이었으니 아직 살아있을 때였겠지만ㅡㅡ제가 만났던 것은 중학생 여자아이였으니까요."

     

     내심 안심한다. 그래, 내가 아니었네. 아니, 교복을 입고 일했던 적은.......응, 없었는지 아닌지 기억은 안 나지만...... 츠지구치 씨한테 물어보지 않는 한 모르겠는데.

     

     "중학생?"

     "네. 지방에서 유명한 세일러복이었는데, 나중에 조사해보니 그 중학교의 것이었답니다. 몇 학년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이해해. 그런 걸 조사하곤 하지. 이나호쨩은?"

     "저, 저한테 돌리지 말아 주세요, 루이 씨!"

     

     잡담하는 사이에, 잠깐 코하루 씨를 훔쳐본다. 기척을 줄이고서 커피를 입에 갖다 대는 코하루 씨. 그 표정은 따스하고 기분 좋은 추억에 젖어들고 있는지, 표정을 부드럽게 펴고 있다.

     

     

     '가만 내버려 두자.'

     

     

     그 상냥한 추억 덕분에 코하루 씨의 마음이 푸근해진다면, 그게 제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도 슬쩍 이나호 씨 일행한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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