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2 Trance\진≠기/nimble scene3
    2022년 04월 23일 00시 41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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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89/

     

     

     

     즐겁고 떠들썩한 시간이라는 것은, 그만큼 지나가는 것도 빠르다. 서쪽 하늘에 주황색이 깃들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흥청거림은 잦아들고 차분한 시간이 시작된다.

     슬슬 귀가 준비를 시작하는 편이 좋으려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코하루 씨의 모습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보다, 코하루 씨만이 아니라 우가키 씨도 없네?'

     

     "응? 츠구미, 혼자 뭐해?

     "아, 코우 군. 츠나기쨩도."

     따분해하던 내게 말을 건 사람은 코우 군이었다. 무뚝뚝해 보이는 모습의 코우 군의 뒤에서 쓴웃음을 짓는 것은, 츠나기다.

     

     "린쨩은?"
     "저기."

     코우 군이 가리킨 방향을 보자, 그곳에는 루이 씨가 자기 무릎 위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린의 모습이. 아아, 하고 내심으로 합장을 하면서 코우 군한테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린쨩.

     

     "난 코하루 씨가 돌아올 때까지 쉬는 중. 코우 군이랑 츠나기쨩은?"

     

     물어보자, 츠나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흘끗 시선을 향한 곳에는, 여전히 주물럭 당하고 있는 린이 있었다.

     

     "우리들은 저 무리에서 막 빠져나왔어."

     "린을 희생해서."
     "맞아! 코우도 참 너무하지 뭐야. 츠구미를 찾던 린을 희생양으로 삼다니!"

     

     그건..... 나중에 엄청 혼나겠는데. 린도 그렇지만, 이나호 씨한테.

     

     "뭐, 코하루 씨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들도 시간이나 때우자."
     "응!"

     "나도? 뭐 상관없지만."

     

     내 옆에 걸터앉은 츠나기와 정면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는 코우 군. 왠지 묘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말인데."
     "츠나기쨩?"

     "낮의 일 말인데, 너희들, 사랑이 뭔지 알아?"

     

     츠나기는 그렇게 말을 꺼냈......지만, 연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느낌도 아니다. 뭐라고나 할까, 그래, 맛을 모르는 커피를 마시고서 쓰다고 말하는 듯한.

     

     "사랑이란, 그렇게나 좋은 걸까?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존중받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 모두가 미학과 미담? 사랑이란 뭔지 잘 모르겠어. 사랑이란 뭘까?"

     

     츠나기의 말에는, 깊은 감정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까지는 모르겠다.

     

     "글쎄. 깨끗한 사랑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대에 따라 다르다고."

     코우 군이 그렇게 단언했다.

     

     "상대? 자기가 아니라?"

     

     무심코 물어보자, 코우 군이 작게 끄덕였다.

     

     "그래.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상대가 곤란해한다면, 그건 단순한 괴롭힘이지."
     "풉......아하하하하핫, 대단해, 코우. 딱 정리됐어!"

     "확실히 그래. 코우 군은 연애의 달인이네."
     "시끄러."

     "저기, 코우, 츠구미."

     "......왜."
     "응......?"

     한껏 웃었던 츠나기쨩이, 무릎을 감싸며 중얼거린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거, 어렵네."

     

     그건ㅡㅡ그 마음은, 이해한다.

     

     "좋아한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겠어? 사람을 찔렀으니 식칼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맞아. 반갈죽을 내버린다고 기계톱이 나쁜 게 아냐."

     "츠구미는 좀 가만히 있어."

     코우 군은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해줬다. 아직 츠나기 안의 결심이 선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조금 전보다는 망설임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츠나기는 뭘 품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무리하게 들춰내면 망가져버릴 듯한 위험성이 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

     

     "자, 츠구미. 코하루 씨를 찾으러 가자! 아, 코우는 린쨩을 구출해줘."
     "켁......알았다고. 나중에 어머니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르니까."
     "아하하, 응, 그래. 그럼 가자 츠나기쨩."

     들은 대로 일어서서는 츠나기의 옆에 섰다. 코우 군은 매우 싫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린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찾으러 간다 해도, 어디에?"
     "가게 주위에는 있을 거라 생각해. 뒷문이라던가."
     "아~ 그렇구나. 역시 츠나기쨩."

     출입구를 향해 걷던 츠나기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날 돌아보았다.

     

     "맞다. 츠나기라고 편리 불러."
     "엥?"

     "왠지 그러는 편이 '친구'같잖아."

     "후후......응, 그래. 알았어, 츠나기."

     

     수줍어하는 츠나기쨩..... 츠나기는, 눈에 띄게 가벼운 걸음걸이로 나아갔다. 친구라는 말을 고할 때의 그녀는, 왠지 때 묻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누구나 처음부터 친구인 것은 아냐. 우르우도 처음에는 길냥이 같았지. 이렇게 조금씩 걸어 나가면 되는 거야.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얼어붙은 마음도 녹일 수 있을 테니까.

     

     

     

     

     

     

     

     

     

     

     

     가게 옆에 세워둔 검은 차량. 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바로 보였다. 말을 걸려고 했지만, 츠나기가 손으로 제지해서 걸음을 멈췄다.

     

     "뭔가 진지한 얼굴로 대화하는데? 잠깐 기다리자."
     "응, 그래."

     입간판의 뒤. 무거운 벽돌에 걸터앉자, 차량 쪽에서는 우리의 모습이 완전히 감춰졌다. 그렇게 하자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둘의 대화가 잘 들려온다.

     

     

     "어울리게 해서 죄송했어요."

     "하하, 그대 같은 젊은 아가씨가 미안해해도 곤란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고개를 숙이는 코하루 씨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나의 '소리 안 나는 방울' 이었다. 차내에 떨어트리고 만 것을 코하루 씨가 눈치채서 가지러 온 걸까. 돌아갈 때 다른 차......가 되어버리면 곤란해지지. 으으, 죄송합니다.

     

     

     "이렇게 뒷좌석에 츠구미쨩을 태우면, 옛날 일이 떠오르는군."
     "옛날, 이요?"

     "그래......아, 미안. 그만 쓸데없는 말을."
     "아니요. 일부러 찾아주셨으니, 이야기 정도는 얼마든지."

     "나한테는 조카가 있는데, 바쁜 동생 부부 대신에 자주 애를 봐줬지만...... 착하고 붙임성 좋고, 기운차고 귀여운 아이였지. 마침, 그래, 예쁜 검은 머리를 자랑하면서, 하하."

     "그건ㅡㅡ"

     "아아, 아니. 뭐 죽어버린 건 아니라고. 다만, 어느 일이 원인이 되어 마음이 망가져서, 지금도 입원 중.....이지."

     "......"

     

     

     마음이 망가져? 그건, 설마.

     떠오르고 만 가능성은, 분명 츠나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요 며칠 동안의 뉴스를 떠올려보고서, 우가키 씨가 그 사건에 강하게 관여하는 이유도 짐작해버리고는 숨을 삼켰다.

     

     

     "그 연속여아폭행사건. 최초의 피해자가 내 조카ㅡㅡ아오바였으며, 처음으로 그녀를 발견한 사람이, 나였다."

     

     

     그것, 은ㅡㅡ그것은, 세상에. 아아, 하지만, 안 되겠다. 이 이상을 들으면 안 된다. 이 이상은, 우가키 씨의 '중요한 부분'이다.

     

     "츠나기, 돌아가자."
     "...... 잠깐."
     "츠나기?"

     일어서려던 내 소매를, 츠나기가 약하게 움켜잡았다.

     

     "왜,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간단히 상처 입혀?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고개를 숙인 츠나기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가한테 상처 입고 짓밟히고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깨닫고, 말았다. 지금 우가키 씨가 말한 '아오바쨩'에 누구보다도 자신을 겹치고 있는 자는, 분명 츠나기 자신이니까.

     그래서 난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가늘도 연약한 손이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사람의 마음은 몰라도 돼."

     "츠구미?"

     "하지만 다치고서 우는 츠나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잊지 마."
     "ㅡㅡ그런, 하지만, 그래도."

     옆에 고쳐 앉아서 츠나기 쪽으로 체중을 싣는 것처럼 기댄다. 사람의 체온은 언제나 누군가를 따스하게 해주는 법이니까.

     

     "난 츠나기가 좋아. 소중한 친구. 그러니 츠나기가 괴로운 건 싫어."
     "츠구미......"

     "아니면. 나로선 역부족이야?"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ㅡㅡ그렇지 않은걸."

     

     고개 숙인 그녀한테 계속 몸을 기댄다.

     그것이 츠나기를 구하는 일이 된다면, 얼마든지 이렇게 해주고 싶다. 이런 일밖에 못하는 나여도ㅡㅡ분명, 이렇게 하는 것만은 할 수 있으니까.

     

     

     

     

     

     

     

     

     

     

     

     

     

     

    ――/――

     

     

     "하악, 하악, 히, 하하하."
     "츠구미땅과, 히, 히히, 츠나기땅까지 있네."
     "흐, 히, 하하하하, 큭큭큭ㅡㅡ"

     

     

     

     "ㅡㅡ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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