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2 Trance\진≠기/nimble scene72022년 04월 23일 18시 22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93/
무서운 것에서 도망쳐서 벌벌 떠는 유아 같았다.
아스팔트에 매달리는 것처럼 주저앉은 츠나기. 그녀ㅡㅡ아니, 그는 소리 내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면서, 색이 비치지 않는 눈동자를 방황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츠나기의 정면으로 돌아가서 내려다보듯이 섰다.
"츠나기."
"실망, 했겠네. 하하, 나를, 경멸ㅡㅡ"아아, 정말.
한숨. 어깨를 떠는 츠나기. 이런 방식은 너무 난폭하잖아. 하지만 정말 말해야만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그래서 나는, 고개숙인 츠나기의 볼을 양쪽으로 움켜쥐면서 위를 보게 했다.
"우에!?"
"난 츠나기가 여자아이라서 친구가 된 게 아냐. 츠나기가 남자라 해서 친구를 그만둘 생각도 없고."
"그, 그래도, 계속 속여왔는데!"애썼겠지. 괴로웠겠지.
"그게 어째서!? 난 츠나기의 친구야. 츠나기가 싫다고 하며 그만두지 않을 거야!"
츠나기가 뭔가 말하기 전에, 그의 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찰랑거리는 흑발.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지만, 직접 만져보니 알아채고 만다. 이것은, 아마 가발이다. 츠나기 자신이 이렇게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럼 대체 츠나기의 주위에 있는 누군가가 대체 얼마나 많은 거짓과 폭력을 그에게 심어왔을까.
어둡고도 어두운 감정이 가슴 안에서 스며 나온다. 이 감정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미온탕처럼 따스한 환경이, 전생의 기억에서 솟아 나오는 감정의 원천을 봉인해두고 있었다.
이 감정의 이름은ㅡㅡ
『다~! 아~, ~으!』
ㅡㅡ'증오'다.
츠나기는 몸을 움직이지만, 아쉽게도 내쪽이 유리한 자세다. 놓아주지 않아.
"츠나기가 내 친구라고 인정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
"......하, 하하. 그거, 협박이라고, 츠구미......괜찮겠어?""물론이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감각이, 부둥켜안은 머리에서 전해져 온다.
『다 들렸다고~ 맞이하러 갈 테니 기다려라. 하하하하하하핫!』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까.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나한테서 몸을 떨어트려서 불안하게 올려다보는 츠나기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고 보면 츠나기의 초커에 매달린 것은 소리 나지 않는 방울이다. 내가 츠나기를 지켜줄 수 있도록 주었던ㅡㅡ아니 잠깐. 정말로? 미카도 씨가, 정말로 내게 부적 정도의 물건을, 일부러 건네줬을까.
"잠깐 미안."
"응?""아프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초커에 손가락을 갖다 대서 휙 잡아당긴다.
"아아아아, 뭐뭐뭐뭐."
"역시."
"아아아아, 안 된다고, 츠구미!""아, 미안."
역시 아팠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을 뗀다. 하지만 역시, 빙고다. 뭔가의 칩 같은 것이 매우 찾기 어려운 곳에 부착되어 있었다. 그럼 분명 도와주러 오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을 벌면 된다. 내가 가진 '전부'로, 저 망할 놈을 혼내주면 된다.
"저기, 츠나기. 그거 가발이야?"
"뭐!? 아, 그렇지, 끌어안았으니 알겠네......응, 맞아."
"그럼 부탁이 있는데ㅡㅡ괜찮겠어?"
"어!?"숨바꼭질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도망치기만 할 수는 없다. 나는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결심했다.
천진난만한 여자아이.
언제나 정겹고, 기운차며, 그리고 망가져버린 여자아이.
그녀는 지금도 입원해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원한은, 공포는, 증오는 어느 정도의 것이었을까.
의식을 전환시킨다. 철컥 눌린 스위치가, 최대급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자, 반격의 시간이다.
――/――
"후하하하, 새끼 고양이는 어디 있을까."
우가키는 그렇게 무거운 문을 열었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전등. 그의 '전리품'이 전시된 컬렉션 룸이다. 사실 그는 츠나기한테는 털끝만한 흥미도 없었다. 여자아이 같은 남자아이를 맛보고 싶다는 감각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단순히, 우가키는 츠나기의 배후에 자리 잡은 '어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몰 만큼 내몰았으니, 이제 그의 눈앞에서 츠구미를 모독한다는 쾌락도 맛볼 생각이었지만, 그를 다치게 해 버리면 '배후'가 두렵다. 우가키한테 아쉬운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츠나기는 경찰한테 넘겨줘서 그의 배후한테 보낼 생각이었다.
'뭐, 저쪽도 한 통속이다. 츠나기한테, 내 입막음 정도는 해주겠지.'
오늘 이 날을 맞이하기까지의 자금원조. 그 대신의 '일'도 해왔으니까. 우가키는 컬렉션 룸을 걸어가면서 그렇게 미소 지었다.
"여기인가~?"
기척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바라본다. 이렇게 조금씩 몰아넣는 즐거움을, 우가키는 오늘까지 계속 참아왔다. 현장에 남는 체액도 그 남자의 것이 되도록 조절해온 것은, 길고 많은 즐거움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체가 발각될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얼굴을 보여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말할 수조차 없어질 때까지 갖고 놀 거니까.
"거기냐! 하, 하하하, 하?"
실내. 모퉁이에 선 그림자. 포기했나 싶어서 우가키는 내디뎠다.
"그렇게, 아이들을 상처 입혀왔구나."
"하하. 그래, 맞아. 설마 설득하려고는ㅡㅡ"
"생각하지 않아."목소리가 잠긴다. 그림자는 앞으로 쓰러지더니ㅡㅡ전등이, 깨졌다.
"돌이라도 던졌나? 어이어이, 발밑이 안 보이면 위험하다고."
깨진 전등은 하나. 다 꺼져가는 전등이 하나. 꽤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어린이 두 명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우가키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그림자한테 말을 걸었다.
"자, 아저씨랑 좋은 일을 하자. 정말 즐거운 일이란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자ㅡㅡ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정말이지, 꼼수나 부리다니."
눈 깜빡일 정도의 사이. 곧장 들어오는 전기.
하지만, 모퉁이에 있던 소녀의 모습은 없었다.
"어? 어디로......"
전등이 꺼진다.
점멸/빛이 들어온다. 반복되는 빛과 어둠의 끝에서ㅡㅡ희미하게 떠오르는, 흑발의 소녀의 모습.
"뭣, 이?"
"왜 그래? 놀아준다며? ㅡㅡ큰아빠."
노란색 우비.
찰랑거리는 흑발. 발랄한 목소리. 즐겁게 웃는 모습.
"흥 그런 연기로."
깜빡임.
"어딜 보고 있어?"
"윽."
깜빡임.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좌우에서 나타나는 소녀의 모습.
"이쪽이야."
"여기여기.""아하하하."
"어딜 보고 있어?""자, 놀자!"
빛이 꺼지더니, 또 들어올 때는 위치가 바뀌어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잘못 볼리가 없는 것이었다. 초승달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메아리치는 목소리로 우가키를 부르는ㅡㅡ조카의, 모습.
"누구냐, 누구냐 대체!"
"아오바."
등 뒤.
"우와아아아아아앗!!"
우가키는 떨쳐내려는 듯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깜빡이는 전등에 정신이 팔려서, 거리감을 파악할 수조차 없다.
병원의 침대 위에서 언제나 공허한 눈동자를 한 조카의 모습. 만일 그녀한테 혼이 들어있지 않다면, 원념은 우가키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다. 들켰을 리가 없다. 신중하게 해 왔는데! 누구한테도, 너한테도!"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
결국 집착 끝에 스러진 조카의 모습. 호칭도 모습도 전부 우가키의 기억 그대로였다.
"나는 완벽하게ㅡㅡ"
그래서.
'그것'을 눈치챈 것은, 우연이었다.
"ㅡㅡ하."
전등의 스위치 쪽에서 타이밍을 계산하는 것처럼 웅크린 '금발의 소년'. 그리고 잡음 속에서 들리는, 미끄러지는 소리. 경찰관의 필수과목으로서 무도의 경험이 있는 우가키는, 극한 속에서의 깨달음으로 그 정체에 도달했다. 고대 무술에서 나타나는, 체중이동과 무릎의 신축을 제어하는 것으로 쓸 수 있는 '축지법' 이라는 기술.
"어른을, 무시하면, 아픈 꼴을 당한다고 부모한테서 배우지 못한 모양이구만!"
우가키는 아무렇게나 벨트에 꽂아두었던 권총을 뽑아들었다. 그 남자를 사살하기 위해 갖고 다녔던 소지하던 탄환을 쓰는 것에, 아무런 주저함도 없었다.
"안심해. 분명 너는, 시체라 해도 예쁠ㅡㅡ"
들이미는 권총. 방아쇠를 당기ㅡㅡ기 전에, 검은 뭔가가 우가키의 손목을 쳤다.
"ㅡㅡ큭!? 뭐야."
그것이 검은 막대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츠구미 님을 다치게 한 죄. 지옥에서 후회해라."
"힉."
우가키의 몸에, 포탄과도 같은 발차기가 들어온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 권총은 어디론가 날아갔고, 기역자로 꺾인 몸. 쓰러질 수는 없다면서 크게 뒤로 물러선 우가키는ㅡㅡ자신의 옆구리에 파고든 검은 부츠를 왠지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큭, 크,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슬립니다. 조용히 하시죠."
"끄윽."불꽃을 만진 것 같은 아픔이 우가키를 덮친다. 하지만 비명도 길게는 이어지지 않았다. 밑에서 차올린 무릎이, 우가키의 턱을 부쉈기 때문이다.
"숨을 쉰다는 불손함, 법정까지는 허락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 츠구미 님을 보는 건 허락할 수 없지요."
멀어지는 의식. 맛보게 하던 아픔을 자기가 맛보게 된다는 굴욕. 그 모두를 소화하기 전에, 관자놀이에 꽂힌 옆구리가 우가키의 의식을 강렬한 아픔과 함께 앗아갔다.
"컥, 엌, 끅."
소리 내며 쓰러지는 우가키. 참혹한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 같은 광경의 앞에서 서 있는 코하루의 앞에, 우비와 검은 가발을 쓴 츠구미가 걸어왔다.
"다행이다. 코하루 씨, 와줬네요. 다친 곳은 없나요?"
"츠구미 님ㅡㅡ츠구미 님, 아아, 츠구미 님......"
코하루는 무릎 꿇더니, 츠구미의 볼에 손을 대었다. 그 따스함이, 츠구미가 살아있음을 가르쳐줬다.
"코하루 씨?"
"다행이다. 저는, 저, 흐흑, 저는, 눈물을 흘릴 자격 따위, 당신 앞에 설 자격조차 없는데ㅡㅡ"
"ㅡㅡ그래도 구해줬잖아, 코하루 씨. 괜찮아. 괜찮으니까. 나는 여기 있어."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갈 곳 없이 손을 이리저리 내젓고 있는 코하루의, 얇고 딱딱한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서 츠나기한테 그랬던 것처럼, 코하루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 마. 나는, 코하루 씨가 코하루 씨니까 함께 있고 싶은 거야. 도망치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앞에서, 츠나기는 시선을 방황시키다가 츠구미의 발치에 떨어진 가발을 뒤집어썼다. 그러고 나서 말을 걸려고 손을 뻗다가ㅡㅡ들려오는 여러 발소리에 움찔 놀라 손을 내렸다.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서 있는 츠나기의 앞에, 경찰과 미카도 가문의 별동대가 돌입했다. 증거는 여럿 있어서, 이제 변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게 된 젊은 형사, 단자와는, 무참한 모습으로 쓰러진 우가키한테 수갑을 찼다.
"저는...... 당신을 존경했었습니다."
그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츠나기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저 아이들한테 사정을ㅡㅡ아니, 모포랑 마실 것을."
"예! 단자와 경부보님!"깜빡거리는 전등 아래.
더러워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은발을 드리운 츠구미가, 코하루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다. 옆에 츠나기의 모습이 있음에도, 그것은 마치 한 장의 그림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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