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153――
    2022년 04월 21일 12시 38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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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55/

     

     

     

     일단 이것은 확인해둬야지. 당황한 표정의 마젤을 제쳐두고 아버지를 향해 물어본다.

     

     "주최는 왕실인가요."
     "루웬 전하의 생일연이다. 밤에 무도회도 있는."

     

     거절할 수 없는 이유잖아. 머리 아파.

     

     "저기."
     "일단은 마젤,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뭐?"

     

     놀란 표정의 마젤한테 설명. 정말 대충 예를 들자면 전승식은 그날 시작하는 주점에서의 연회라고 한다면, 연회라고 칭하는 것들은 대규모의 축제 같은 부류가 된다.

     마을 축제도 며칠 전부터 준비하는 것처럼, 연회에 드는 준비기간은 전승식과는 전혀 다르다. 만일 고위 귀족영애의 무도회 데뷔라도 있으면, 드레스를 만드는 천을 짜는 일부터 시작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다지 큰 목소리로는 말할 수 없지만, 체형에 문제가 있는 부인과 영애는 그 사이 다이어트에 힘쓰도록 한다는 주최 측의 따스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그 점은 일단 제쳐둔다.

     

     "참가자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와인만으로도 수백 병은 준비하는 규모야. 며칠 뒤에 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리고 사실 정말 귀찮은 것이 어린이용 소프트드링크. 보존기간도 짧고, 만들어서 잘못 놓아두다가 독이라도 넣어버리면 큰일 난다. 그래서 연회 당일은 아침부터 담당반이 과일을 짜서 병에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자리 순서도 정할 필요가 있고."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알겠어."
     "연회라는 것은 표면상의 이유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거나 해. 예를 들어 무도회에서 처음으로 춤추는 사람은 가족이나 약혼자나 애인이라는 관례가 있는데."

     

     마젤이 초대된 무도회에서 라우라는 대체 누구와 처음 춤출까.

     그건 어쨌건 아직도 당황하는 표정인 마젤한테 쏟아낸다.

     

     "다시 말해 마젤은 연회에 참가하고, 그날에는 왕도로 돌아온다 정도로 이해하면 돼. 그밖에는 마왕정벌 쪽만 신경 써."

     "그것만이면 돼?"

     그러자 이번에는 리리가 곤란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런데, 어째서 제가 여기에."
     "아~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무도회에서 처음 춤추는 건 가족이라는 경우도 있어."

     

     마젤이 처음으로 춤추는 건 성녀인가 여동생인가 아니면 다른 귀족영애인가. 귀족들은 신경 쓰일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쁘지만 주된 목적은 귀족들을 혼란시키기 위한 선택지다.

     

     "하지만 저, 댄스를 못 추는데요."
     "나도 그런데."
     "루웬 전하와 약혼녀인 슈람 후작영애도 나이가 나이니까, 첫 곡은 그리 어려운 곡으로는 하지 않을 거야. 기본만 배우면 괜찮아."

     

     아마도. 사실 나도 댄스를 잘 아는 건 아니다.

     

     "그 모습으로 보면 체아펠트 가문은 공적 대리인으로서 참가하는 겁니까."

     "그래."

     전례대신과 그 일족이니까. 주최 측에 가까운 입장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다음엔 뭐가 있을까. 그 왕태자가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면 목적이 따로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주목적은 바보 귀족이나 참견해 온 교회에 대한 대책이겠지.

     조금 생각하고 있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베르너. 너는 일단 내일 오전에 성에 출근하고, 오후에는 리리의 드레스를 준비해라. 예산은 백작가에서 내는 형태로도 좋다."
     "엥."

     

     안하임에서의 대관업무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더니, 강한 시선으로 아버지가 노려보았다.

     

     "귀족은 빚으로 죽지 않는다. 하지만 평판으로는 귀족을 죽일 수 있다. 빚에서 도망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

     

     으윽, 그렇게 들으면 반론할 수 없다. 자업자득이라고 하면 그 말대로지만 그 평판이 발목을 잡는가.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리고 아버지, 은근히 내가 의도적으로 그 소문을 퍼트린 일을 화내고 있는 거지.

     

     "루웬 전하의 생일연이라면 백일 조금 뒤인가요."

     "117일 후다."

     우와아. 마젤이 지금 페이스로 마군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면, 백일 지나면 사천왕 중 두명재를 쓰러트리는 곳까지 나아가도 이상하지 않겠는데. 그럼 왕도 습격과 연회,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까. 그것도 그 사이 조사해야만 할 일이다.

     

     이거, 상상 이상으로 빡빡한 시간제한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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