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11 TURN<RETURN=TURNING scene62022년 04월 20일 05시 00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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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과 쥬리아가 나란히 밤의 숲으로 사라지고서.
"으엥, 흑, 히잉, 으에엥, 스승님은 바보, 멍청이, 흑."
"이야~ 재밌었다. 한번 더 가고 싶은데. 역시 도중에 있었던 해골이 나한테는 MVP."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서 우는 린과, 정말 만족스러워하는 쥬리아가 나란히 돌아왔다. 린이 저런 식으로 우는 거 처음 보네~
"미미, 조심해."
"리, 리리리, 린, 쨩?"
"진짜 유령이 있었다.""히이이."
아니 진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옆에 있어준 코하루 씨를 올려다본다. 그랬더니 코하루 씨는 평소대로의ㅡㅡ아니, 어라? 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
"해골? 오우카 씨와 란 씨는 기술로 놀래킨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
그 무심코 마한 중얼거림은, 생각보다 잘 들렸다. 어깨를 움찔하는 미미. 새파래진 린. 눈을 반짝거리며 빛내는 쥬리아. 모두의 모습에 질려버린 나.
"리, 린쨩, 기기기기,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라?"
미미의 애원 같은 목소리에, 린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어둠 속에 멍하니 떠 있는, 새하얀 머리. 그건 분명 해골이었어."
"히이, 히이이, 히이이이이."뒤집어쓰는 것 정도라면 했을지도. 아니 잠깐. 이건 혹시, 오우카 씨의 작전 내일지도?
코하루 씨한테도 거짓 정보를 주고서, 미리 '해골 따윈 없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걸 코하루 씨가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진짜에 가까운 악령을 보여주는 기믹.
"후, 후후후."
"츠, 츠구미쨩?"그랬구만 그랬어.
ㅡㅡ실력을 쌓았네, 사쿠라쨩. 나는 기쁘단다.
"이 담력시험, 재미있어졌어."
"에엥......"우리들 턴의 신호는 코하루 씨가 내린다. 그래서 코하루 씨를 기대의 시선으로 올려다보자,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볼을 붉히고 있었다. 응?
"그, 그럼, 크흠ㅡㅡ츠구미 님과 미미님의 페어, 스타트입니다."
신호를 듣고 기분을 전환시킨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놀라게 해 줄까. 어떤 식으로 재밌게 해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뛸 것만 같다.
"에엥, 벌써?"
"가자, 미미쨩!"
"아앗, 아아아앗, 아아아아아아."
미미의 손을 이끌며 밤의 숲으로 진군한다. 조명은 발치에서 뿌옇게 빛나는, 태양광 충전식의 라이트였었나.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땅이 보인다면 구르거나 크게 길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를 위한 배려겠지.
"츠구미쨩, 츠구미쨩, 츠구미쨩."
"응? 왜 그래?"계속 미세하게 떨고 있던 미미가 부르자, 고개를 기울인다.
"즈, 즐거워 보이네?"
"응."
"흐아아!? 누, 눈부셔."
미미, 오늘은 왠지 조금 이상해. 겁이 많으니까, 담력시험 힘들지도. 음~ 너무 달래주는 건 즐기는 법이 아니지만, 조금만 미미의 두려움을 가시게 해주자.
"미미쨩, 담력시험을 즐기는 방법, 알고 있어?"
"즈, 즐겨?"
"물론 무서운 것도 즐거움의 하나지만, 또 한 가지 있어."
"그래?"
미미가 흥미를 갖고 나를 바라본다. 좋아 좋아, 조금 떨림이 가셨다.
"그건ㅡㅡ유령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
"엥?"
"보고 있어."
우리들 것이 아닌 발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하는 하이스펙 보디. 실력을 제대로 써내어, 귀신 역할의 위치를 파악. 후후후후, 오랜만의 악령 포지션이다, 불타오르는걸.
미미를 먼저 걷게 하고서, 발소리를 줄이며 미미의 그림자에 따라붙는다. 귀신 역할은......란 씨인가. 나무아미타불.
"내 눈......내 눈......내 눈 돌려내....."
"히. 히이이이익."
나무 뒤에서 뛰쳐나오는 것처럼 나타나는 란 씨. 어두워서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등장의 타이밍도 절묘했다. 그 기술력은 역시 대단해. 하지만 예상한 이상 대책은 있다. 내가 없다는 점을 란 씨가 눈치채기 조금 전에, 슬쩍 등 뒤로 다가가서 흰 목덜미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으으■아아■■이이■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우리가 왔던 길로 달려가는 란 씨. 그래, 이거, 이거라고, 내가 원하던 것은. 으음~ 역시 악령은 보람 있어. 코하루 씨가 악령 역할 좀 가져와 줬으면 좋겠는데.
...... 물론 나중에 란 씨한테 제대로 사과하겠습니다. 훈계 정도는 각오해두자. 전생에서도 사쿠라와 우르우한테 자주 혼났었다.
"어땠어? 미미쨩."
"대, 대단했어. 응, 그래도, 왠지 조금 전보다 무섭지 않을지도."
"음후후훗. 그럼 이런 느낌으로, 오우카 씨도 무섭게 해주자!""아하하, 후, 후후후, 그, 그건 미안하잖아, 츠구미쨩."
꽤 괜찮아진 모양이다. 이제는 오우카 씨의 대책을 세우면서 팻말을 가져오면 끝이겠지. 후후후, 지지 않아, 오우카 씨.
"으으, 조금 괜찮아졌지만, 여, 역시 밤의 숨은 무서워."
"아하하, 확실히 무섭(즐겁)네.""...... 조금 뉘앙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원래 전생에서 익숙한 길이기 때문에, 이동도 꽤 부드럽다. 미미의 손을 이끌면서 팍팍 걸어가자, 시선 끝에 토리이가 보였다.
....... 그렇다는 말은, 오우카 씨가 슬슬 올 거라는 뜻. 약간 깜짝 놀라면서도 계단에서 떨어지지 않을 널찍한 공간. 토리이가 보여서 안심하여 정신이 풀린 한순간의 틈. 노리는 것은 그때가 틀림없다. 그래, 토리이를 보고 어깨에서 힘을 뺀 미미를 곁눈질하며, 기척을 찾아ㅡㅡ어라?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아니, 달라. 나무랑 동화된 거야!'
커다란 나무, 그중에서도 부자연스럽게 굵은 나무. 어둡기 때문에 가능한 동화술을 순식간에 간파해서, 놀래켜 주려는 오우카 씨를 대비한다. 하지만 그 순간, 오우카 씨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 기척은ㅡㅡ위!?'
"미미쨩, 위!"
"엥?"
미미가 위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우카 씨의 모습이 없다. 중심이동에 의한 고속 착지!
"이런ㅡㅡ"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면에서 거꾸로 보이는 목은, 브릿지 자세에 의한 것이다. 도약에서 바로 브릿지로 전환하는, 키리오 츠구미의 특수기법ㅡㅡ설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니!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앗, 미미쨩! 혼자 가면 위험해!"
달려가는 미미를 쫓아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 오우카 씨를 생각한다.
'훗......이번에는 내 패배야, 사쿠라쨩.'
예전의 조그마했던 친구의 큰 성장을 가슴에 새긴다. 역시 오우카 씨는 아직 내 라이벌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역시 여기선 한번 제대로 악령을 해내서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데.
"하악, 하악, 하악."
"미, 미미쨩, 괜찮ㅡㅡ"
"끄으으."
"ㅡㅡ앗!?"
이제야 따라잡은 미미쨩은, 완전히 도망쳤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더니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앗, 위험해!"
어떻게든 넘어지기 전에 안아서 일단 사당까지 데리고 가서, 처마 근처에 살짝 앉혀놓았다. 사당이라고는 해도 어린이 한 명 정도는 들어갈 사이즈니까. 눈이 뜨이면 바로 안심할 수 있도록, 팻말을 미미한테 쥐어주게 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 미미한테서 떨어져서 휴대전화를 잡았다.
"음~ 문자는..... 레인을 열어서, 음......"
코하루 씨한테 '조금 늦게 돌아가겠지만, 걱정하지 마.' 라고 보내니, 묘하게 빠른 승낙이 돌아왔다. 역시 빠르네, 코하루 씨.
오우카 씨도 돌아가는 파트에 놀라게 할 준비를 할 무렵일 것이다. 그건 그거대로 기대되지만, 일단 미미가 깨어나기를 기다려야지.
"음......음......"
"괜찮아~ 귀신은 없어~"
신음하는 미미한테 말을 걸어주면서, 무심코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 저편까지 다 보일 듯한 탁 트인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조부모를 따라가서 처음 맞이하는 밤에 올려다봤던 하늘도 이런 식으로 반짝이고 있었지.
발밑만 바라보며 살아왔었다. 식량과 돈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짐승처럼 달려들며 살아왔다. 앞을 돌아볼 때는 언제나 격정으로 불행한 현실에 이를 악물 때만이었다.
그래서 그날, 올려다본 하늘의 아름다움에 왠지 눈물이 그치지 않았었다.
"그랬지ㅡㅡ응?"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야 구석에 조명이 보였다. 오우카 씨? 아니면 란 씨? 코하루 씨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저것은, 내 묘소 쪽이다.
'여기에 미미를 남겨두는 건 걱정되지만......코하루 씨의 배려라면, 제일 안전한 곳도 여기일 거야.'
"미미쨩, 조금만 기다려."
작게 고하며 쓰다듬고서, 기척을 죽이며 걸어간다. 저편에 조명이 있다면 내게 조명은 불필요하다. 익숙한 길을 걸어가서 나무 그늘에 숨어 묘소를 바라본다.
'어ㅡㅡ저건.'
돌층계에 놓인 지팡이.
무릎을 꿇고 있는, 상복 차림의 남자.
'츠지구치 씨......?'
아직 익숙지 않은 백발머리. 아, 혹시, 린이 봤던 해골이란 츠지구치 씨였을지도. 왠지 납득이 갔다. 어두운 곳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츠지구치 씨. 언제였나, 꿈을 서로 이야기했던 남성. 지금은 그를 모르게 되어버렸다. 뭘 생각하고 뭘 꿈꾸고 있는 거지. 그래서 눈앞의 기회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기척을 죽인 채 묘비의 뒤로 숨었다. 어둠 속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나, 이렇게 가까이 와서 어쩌려는 거람.'
대답은 안 나온다. 다만, 너무나 변해버린 츠지구치 씨의 모습에 가만 놔둘 수 없었을 뿐이다. 차라리, 나가볼까. 어린이로서 물어볼까? 아니, 그 정도로 내심을 폭로할만한 사람도 아니었지.
"ㅡㅡ또, 염치없게도 여기에 와버렸습니다."
고민하는 나를 일깨우는 것처럼, 츠지구치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키리오 씨. 저는 계속 속죄하고 있습니다. 용서받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속죄? 죄를 씻는다?
잠깐만. 츠지구치 씨한테 무슨 죄가 있어? 그런 이야기는 모르는데......
"당신을 죽인 죄를, 용서받고 싶지 않습니다."
죽여......죽였다?
"당신을 잃은 날로부터, 모든 시간을 멈추고 살아왔습니다. 살아있는 것이야말로 속죄가 된다는 것을, 당신이 없는 세계를 살아가는 지옥에서 살아가는 일이 속죄가 된다고, 믿어왔니다. 저는......저는, 사실 이런 성묘도 허락받을 수 없는ㅡㅡ죄 많은. 사람입니다."
교통사고였다. 츠지구치 씨도 큰 부상을 입었겠지. 그 대가의 의족일 것이다.
아아, 하지만, 나를 죽였다? 키리오 츠구미를, 죽였다? 하, 하하. 무슨 농담이람, 츠지구치 씨. 그런 거 전혀 웃을 수 없잖아.
20년 동안 살아오는 것을 지옥이라고 생각하며, 속죄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런 거, 인정할 수 없어.
다른 누가 뭐라고 하든, 나만은ㅡㅡ용서할 수 없어.
움켜쥔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어서 찌릿한 아픔이 느껴진다. 난 언제나 그렇게 해왔듯이, 의도적으로 자기 안의 스위치를 넣었다.
츠지구치 씨가 그렇게 20년을 살아왔다면, 5년밖에 살지 못한 소라호시 츠구미의 말은 분명 닿지 않는다. 그럼 30년을 살다 죽은 여자의 말이라면, 당신의 마음에 닿겠지?
골수까지 떨리게 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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