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1 TURN<RETURN=TURNING scene7
    2022년 04월 20일 08시 44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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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0230fu/84/

     

     

     

     전부 예정대로. 전날에 청소를 끝내고, 키리타니 오우카의 성묘 뒤에 묘소에 찾아온다. 참회하면서 죄를 확인하는, 20년 동안의 루틴. 도중에 만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 것은 예상 밖이었지만ㅡㅡ키리타니 씨의 담력시험이겠지. 아이들이 묘소를 더럽히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키리오 씨였다면 십중팔구 좋다며 스스로 참가했을 의식이다. 내게 말릴 자격은 없다.

     정말 유령으로서 나와준다면, 그렇게 빌고 싶지만, 천국에 있을 키리오 씨는 이런 지옥같은 하계에 내려올 일도 없을 거다.

     

     『ㅡㅡ』

     

     참회를 끝내고 일어서려 했을 때,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다. 위치는 묘비의 뒤일까? 담력시험하던 아이가 숨어들었나? ......키리오 씨는 아이를 좋아했다. 미아가 되기 전에 안내해줄까.

     

     "누가 있습니까?"

     『ㅡㅡ』

     "예?"

     

     방금 뭐라 말했지만 듣지 못했따. 시력은 약하지만 귀는 그렇지 않을 텐데......아니, 뭐지?

     

     

     『縺頑悍縺ソ騾壹j』

     

     

     이명?

     아니, 다르다. 가슴 안에 울리는 불협화음. 날카롭고, 듣기 괴로운 목소리. 벌레라도 울고 있는 걸까.

     

     

     『豺ア豺オ縺九i騾吶>蜃コ縺ヲ縺ゅ£繧』

     

     

     아니, 다르다. 뭔가가 있다. 뭔가가, 키리오 씨의 묘비 뒤에, 있다.

     

     "키리오 씨, 입니까."

     

     목이 탄다. 정말로 키리오 씨라면, 얼마나 기쁜 일일지.

     목이 탄다. 아니, 하지만, 왜 지금 와서?

     목이 탄다. 그러고 보니, 이 사당은 홍수에 의한 무수한 망자를 위령지내는 것으로서ㅡㅡ

     

     

     목이 탄다. 목이 탄다. 목이 탄다.

     

     

     『■■■ァァ――……――■』

     

     

     잠기려는 듯한 목소리로, 침을 삼켰다.

     

     "누, 누구냐! 거기, 누가 있는 거냐!?"

     

     스윽, 스윽, 스윽.

     뭔가를 질질 끄는 듯한 소리다. 묘비 뒤에서 스며나오는 것처럼, 무언가가 '기어 나온다'. 밤의 숲.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숙의 숲. 와드득, 와드득하는, 거슬리는 쇨.

     "윽."

     

     바람이 불었다. 나무들이 찰랑거리며 흔들린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 뜨자, 묘비의 뒤에서 기척이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다. 등 뒤다. 누가 있는 건가? 아아, 담력 시험하던 아이가ㅡㅡ언제?

     천천히 돌아본다. 하지만 그곳에는 누구도 없다. 다만, 뭔가가 떨어져 있을 뿐.

     

     "저건......?"

     

     잘 안 보인다. 다가가서 웅크리자, 이제야 그것이 방울이라는 걸 깨달았다. 담력시험에 온 아이들의 것일까?

     ㅡㅡ아니 잠깐. 방금 전의 아이는, 어디로 갔지?

     

     

     『諤ィ繧√@繧』

     

     

     바스락. 얼굴이 덮이는, 긴 머리카락. 불협화음이 가슴을 옥죈다.

     

     "히익."

     기도가 조여든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보니, 그곳에는 자그마한 모습이 네 발로 기는 자세로ㅡㅡ고속으로 좌우로 흔들거리다가 나를 향해서 도약ㅡㅡ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달린다. 하지만 의족으로는 제대로 달리지 못해서, 엉덩방아를 찧는다. 적어도 동물인지 인간인지 알 수 있다면. 그렇게 바랬는데, 안경은 방금 충격으로 날아갔다.

     

     "오, 오지 마아!?"

     

     뒤로 물러서자, 등에 묘비가 닿는다. 이 이상 도망치면 키리오 씨의 묘비를 쓰러트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 감정이 나의 도망치려는 마음을 가시게 했다.

     

     

     

    『蝟懊?縺ェ縺輔>』
    『譯千視鮓ォ縺ョ謔ェ髴翫′』
    『迴セ荳悶↓騾吶>蜃コ縺ヲ縺阪※縺ゅ£縺溘o繧』

     

     

     사사삭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린다. 원념의 음색이, 내 가슴을 옥죄인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공포의 감정. 마지막에 이런 감정을 품었던 것은 언제였더라......아아, 그래. 내가 침울해할 때, 기운을 차리게 하는 수단의 대부분이 어째선지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었던 키리오 씨.

     할로윈에 키리오 씨가 마스크를 쓰고 집의 처마 끝에서 흔들거리고 있었을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베란다에서 키리오 씨가 브릿지를 했을 때, 백중맞이[각주:1] 때 키리오 씨가 연못에서 뛰어 올랐을 때, 그때 느꼈던 영문 모를 공포가, 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아니, 틀려. 침울해할 때......?'

     

     안경이 없어서 모습이 잘 안 보이지만, 머리카락이 긴 무언가가 내 위에서 누르는 것을 알겠다. 만일, 아아, 만일, 그녀의 영혼이라면, 이렇게나 가벼운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죽으면 가벼워지니까.

     

     "제게, 보복해주는 겁니까......?"

     "윽."

     "이걸로 이제야, 죽을 수ㅡㅡ"

     "웃기지 마."

     "ㅡㅡ있, 아, 엥.......?"

     

     

     목구멍을 쥐어짜 내는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쇠사슬로 둘러쳐놓은 문을 몸통 박치기로 부수는 듯한, 강한 목소리. 강한 의지.

     이런,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혼내는 사람을ㅡㅡ나는 우르우 씨와 쿠로베 씨, 그리고 그녀밖에 모른다.

     

     

     "내가 죽었다고 꿈을 꾸는 걸 그만둬? 내가 사라지면, 나와의 약속을 깨는 거야? 나는......나는......나는, 설령 죽었다 해도 너와의 약속을 잊었던 적이 없었는데, 사토루 군은 잊어버린 거야......?"

     

     

     약속, 약속......?

     아아ㅡㅡ아아, 그래. 그랬었다. 제일 처음에 다신과 만나서, 의견이 엇갈려 싸우고, 함께 사무소에서 들려주었던 꿈. 세상 속 사람들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트리겠다며 웃던 당신에게 말했던, 나의 꿈.

     

     

     "『저는 배우가 좋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연기의 재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 손으로 배우를 헐리웃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꿈입니다』ㅡㅡ내게 그렇게 말해줬던 것은, 거짓말이었어?"
     "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을 죽게 만든 내게, 꿈을 꿀 자격 따윈 없다. 그러니.

     

     

     

     "그럼, 증명해 봐! 꿈을 버리지 말란 말이야...... 꿈을 바꾼다면 상관없어. 꿈이 꿈이 아니게 되었다면 어쩔 수 없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키리오 츠구미의 파트너가, 꿈을 짓밟으면 안 돼ㅡㅡ사토루 군."

     

     

     

     그래서, 그래서, 뭐야?

     그것이, 키리오 씨ㅡㅡ츠구미 씨와의 과거를 짓밟아도 되는 이유가 되는 건가?

     

     "죄의식에 사로잡힐 틈이 있다면, 한걸음이라도 많이 나아가서, 노력해서, 저 세상에서 나한테 '저는 이만큼이나 꿈을 이뤘습니다' 라고 자랑거리 하나라도 만들어 보란 말야!"

     

     ㅡㅡ우르우 씨. 당신의 예상은 조금 틀렸던 모양입니다. 츠구미 씨는 저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츠구미 씨와의 약속을 잊었던 자는, 나였다.

     

     "아직 늦지, 않았을까요."
     "아직 안 늦었어. 절대로. 성묘할 때마다 자랑해나간다면, 반드시."

     "하, 하하. 성묘할 때마다, 라니. 꽤나 급한 스케줄이군요."

     "내 속도에 맞추는 건 잘하잖아."
     "그건 자랑하지 말아 주시죠."

     볼에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 내가 그녀를 울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토루 군."
     "예, 뭔가요, 츠구미 씨."
     "혼자 남게 해서, 미안해."

     "아뇨. 신경 쓰지 않습니다."

     키득 하면서 새어 나오는 듯한 웃음소리.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

     

     "순 거짓말. 난 잊지 않아도 돼. 이제 와서 잊으라고는 말할 수 없어. 하지만ㅡㅡ"

     "ㅡㅡ예, 괜찮습니다. 말씀하고 싶은 일은, 이미 압니다. 키리오 츠구미가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슬픈 추억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응......약속이야."
     "예."

     이제, 약속은 어길 수 없다.

     이제, 꿈을 잊지는 않는다.

     

     이제, 당신과의 나날을 쓰라린 과거로는 만들지 않겠다.

     

     "츠구미 씨......츠구미 씨?"

     

     몸에 실렸던 체중이 사라진다. 서둘러 몸을 일으키고는 테가 찌그러진 안경을 쓰자, 그곳에는 어둠 속에 솟아있는 묘비만이 있었다.

     

     "꿈.....아아, 아니, 꿈만 같았습니다."

     

     지팡이를 줍고 묘비까지 걸어간다. 나를 보다 못해서 섭리를 왜곡시켜서 나타나 준 거라면, 정말 츠구미 씨답다. 독특하고 누구보다도 상냥한 당신답다.

     

     

     

     "저는ㅡㅡㅡㅡ츠구미, 씨, 저는.......아, 아아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단지, 묘비에 달라붙어서는 볼품없이 울부짖는다.

     

     

     

     약속합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꿈을 전하러 돌아올 것을.

     

     

     

     

     

     그러니 부디, 지금만은 당신과의 작별을 아쉬워하게 해주십시오ㅡㅡ나의 최초이며 최고의, 파트너.

     

     

     

     

     

     

     

     

     

     

     

     

     

     

     

     

     

     

     

     

    ――/――

     

     

     

     '어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번쩍 눈을 뜬 미미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그런 생각을 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기 옆에서 물끄러미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최애의 친구가 있었다. 항상 상냥하고 탁월한 재능을 가진, 미미의 자랑스러운 친구다.

     그런 미미의 친구ㅡㅡ츠구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미미는 조금 뒤늦게 눈치챘다. 저런 식으로 있어도, 마지막의 오우카 씨의 연출이 무서웠던 걸까. 하늘을 바라보는 옆얼굴에서, 눈물 자국이 잠깐 보인다.

     

     '츠구미, 쨩......?'

     

     하지만, 어째서일까. 미미한테는 그 옆모습이 매우 어른스럽게 보였다.

     

     "가지, 마, 츠구미, 쨩."

     정신 차리고 보니, 미미는 그런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어딘가로 간다는 말을, 츠구미는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멀리 가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워졌던 것이다.

     

     "어디에도 안 가."

     

     부드러운 목소리다. 미미를 눈치채고서 그녀를 바라보는 츠구미의 표정은,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 미미도 안심하고서 작게 "다행이다." 라고 대답한다.

     

     "돌아갈까."

     "으, 응. 오우카 씨, 무서웠어."

     "사쿠ㅡㅡ오우카 씨...... 응. 후후, 그래. 대단했어."

     

     츠구미의 도움을 받아 일어선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당에서 비치는 언덕 기슭의 집이 부드러운 빛을 내고 있었다.

     


     ※ 2022 연말 베스트 후보3


     

    1. 음력 7월 보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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