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1 TURN<RETURN=TURNING scene2
    2022년 04월 18일 21시 53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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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79/

     

     

     

     설마 내가 '술래'를 하게 되다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면에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서 둥글게 모인 아이들을 바라본다. 놀만큼 놀면 잠든다. 잠든 만큼 잠들었으면 논다. 올바른 다섯 살 아이의 모습. 이렇게 보면 역시 나이에 맞는 아이들로만 보이니까 이상하다.

     

     "츠구미 님의 상대, 감사합니다. 키리타니 씨."
     "아니요. 저도 동심으로 돌아가서 왠지 즐거웠지 뭐예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미카도 씨에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미카도 씨는 왜 계속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거람.'

     

     부모님한테 부탁이라도 받은 걸까. 그런 고찰은 일단 머리 구석에 두고서,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짐은 란에게 맡겨두고 있으니 괜찮을 테고.

     

     "ZZZ.......ZZZ......."

     

     가장 왼쪽에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아이가, 쥬리아다. 그녀한테는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그녀의 어머니한테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감정이 있다. 자신의 불운을 너무 츠구미 씨 탓으로 돌리는 바람에, 한번 철저하게 혼내준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어린애였다.

     

     "으뮤뮤뮤뮤뮤, 이히히히, 츠구미쨩......음냐."

     

     쥬리아의 옆에서 자는 아이는, 안경을 벗고 츠구미의 팔에 달라붙은 미미다. 미미의 어머니인 유우가오 나츠 씨와는 한번 같이 연기했던 적이 있는데......그 사람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연기도 잘하고 행동도 정중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페이스에 휘말려버린다.

     

    "ZZZ......스으.......뽑기.......으으음."

     

     그 옆이 츠구미지만, 그전에 내 귀여운 첫째 제자인 린. 탁월한 재능. 선천적인 비전. 노력을 힘들게 생각하지 않는 성질. 어느 걸 들어봐도 만족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나는 잘못을 범했고, 그녀를 대하는 방식을 잘못해서ㅡㅡ지금은, 예전의 츠구미 씨와 나처럼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진지하게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츠구미 씨와 우르우 씨 이래다. 제대로 마주 보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는 건, 도저히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없는 본심.

     ......뽑기의 일은, 으음, 과금을 도와주면 화내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린의 눈앞에서 최고 레어도의 캐릭터를 뽑았을 때의 그녀의 표정은, 꽤 귀여웠지.

     

     '그리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잠든 소녀. 일본인 같지 않은 은발과, 무서울 정도로 단정된 이목구비. 일상적으로 신경 써주게 되어버리는 상냥한 여자아이. 연기할 때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 세상의 전부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깊이과, 만지면 부서지고 말 듯한 섬세함을 겸비한 재능 덩어리. 츠구미 씨가 츠무기쨩을 본다면 질투해버릴지도 몰라. ......아니, 츠구미 씨라면 "새로운 라이벌!"이라 말하며 투지를 불태웠겠지.

     

     '정말로, 단순한 여자애? 아니면ㅡㅡ'

     

     어른스러운 연기.

     재능이라는 한 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종 기술들.

     가끔씩 보여주는, 전부 알고 있는 듯한,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미카도 씨."
     "네?"

     "츠구미쨩은, 집에서 어떤 아이인가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분이십니다. 상냥한ㅡㅡ아니, 너무 상냥한 분입니다."

     "확실히, 친구를 배려하는 아이네요."
     "네. 그리고 타인을 너무 우선하고 있고요."

     "그, 렇네요."

     위화감.

     이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여기저기서, 마치 츠구미 씨 같은 행동을 해. 하지만.....'

     

     츠구미 씨를 확실히 돌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일. 츠구미 씨를 보는 듯한 기분이 되는 한편으로ㅡㅡ츠구미 씨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는 점. 물론 타인이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말한다면 그렇지만.

     

     "ZZZ......음, 흐암......"

     "아, 츠구미쨩, 일어났니?"
     "오우카, 씨?"

     "그래, 오우카 씨란다."

     4인조 중, 츠구미만 눈을 뜬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졸린 눈이라서, 눈가를 비비며 초점이 맞지 않는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제대로 마주 보면, 보면 볼수록 숨이 멎어들 것만 같은, 선명한 스카이블루의 눈동자에 눈이 부시다.

     

     "오우카 씨."
     "?"

     

     츠구미는 졸린 채로 일어서더니, 내게 휘청거리며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았다. 난 그대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에헤헤, 오우카 씨의 손, 마미 같아......부드럽고, 따스해. 내가 좋아하는ㅡㅡZZZ"

     엥, 아, 잠깐.......정말, 어쩔 수 없네."

     

     츠구미는 내 손을 잡은 채 잠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어서, 츠구미를 내 무릎으로 이동시켰다.

     

     "......지나친 생각이었나 보네."
     "호오오오오오오옷."

     "미카도 씨?"

     "아무 일도 아니랍니다."

     

     옆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착각이었나 보다. 왠지 신경 쓰면 안 될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무심코 의식 밖으로 내던졌다.

     

     "Zzz......zzz......에헤헤......음냐......"

     

     내 무릎 위에서 양껏 웅크린, 자그마한 소녀. 아무리 연기에서 천재성을 보여줘도, 아무리 어른스러운 행동거지여도, 그녀는 친구와 가족을 좋아하고, 너무 남을 배려한다는 장점이며 단점도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다.

     잠에서 깨어난다는 가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나오기 쉬운 때, 가장 먼저 어머니를 찾아 부드럽게 미소 짓던 모습. 내가 과거의 보았던 츠구미 씨로는, 키리오 츠구미라는 사람한테는 있을 수 없는 표정이다.

     

     

     

     

     

     

     자살한 아버지의 시체의 제1목격자였던, 츠구미 씨의 어둠.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둠을, 동경과 기합과 근성과 상냥함으로 바꾸었던 츠구미 씨.

     그녀의 끝없는 노력들과, 상냥함에의 동경과, 커다란 어둠이 츠구미 씨를 이루었던 것이니까.

     

     

     

     

     

     

     

     

      '그렇다면, 의심했던 만큼, 이 아이한테는 상냥하게 대해야겠네. 그렇게 안 하면 귀여운 제자가 분명 삐질 것이 틀림없으니까.'

     

     츠구미의 온기를 찾아 손을 더듬는 린. 린은 위화감 때문에 눈썹을 찌푸리다가, 이윽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경직되었다.

     

     "츠구, 미? 어라?"

     

     몸을 일으켜서 좌우를 보다가, 손을 흔드는 나를 발견한다. 이어서, 곧장 내 무릎 위에서 잠든 츠구미를 보았다.

     이것은 '스승님만 독차지하다니 치사해' 라고 말할지도.

     

     "아~! 츠구미만 독차지하다니 치사해!"

     "엥......?"

     "스승님~ 저도!"

     "후후ㅡㅡ응, 그래."

     

     츠구미의 반대쪽 무릎에 머리를 기대며 눕는 린.

     

     "에헤헤, 츠구미랑 같다."

     "변덕스러운 아이. 후후후. 정말, 어쩔 수 없네."

     

     린의 머리를 쓰다듬자, 간지러운 듯 몸을 비튼다. 만일 츠구미를 의심해버린 것이 지금도 심연에서 날 응원해주고 있는 츠구미 씨의 인도하심이라면, 그것은 분명 내게 이 광경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다음 세대로 이어간다. 그것은 츠구미 씨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해왔던 일이니까. 그 기쁨을 내게 가르쳐줬다. 그런, 제멋대로인 해석.

     

     "그럼, 슬슬 점심식사네."

     "네. 그럼 츠구미 님을 일으키도록 하겠습니다. 스읍, 하아ㅡㅡ"

     "자, 일어나렴. 쥬리아쨩과 미미쨩을 깨워야지."

     "......."

     

     미카도 씨의 손을 빌릴 것까지도 없다. 그렇게 생각해서 두 사람의 어깨를 흔들어 일으키자, 경악으로 눈을 부릅뜬 미카도 씨의 모습이 보였다. 으음?

     

     "미카도 씨?"
     "아뇨,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그래요?"

     

     미카도 씨는 혹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재밌는 사람일지도?

     

     "그보다, 확실히 동반하는 조건에 오우카 씨의 볼일에 어울리도록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언제 어디로 가시려는 지요?"

     

     그러고 보니, 츠구미를 시험할 기회로 삼자고 생각했었던 것이지만, 이제 필요가 없어졌네. 아아, 하지만, 잘못해서 츠구미 씨가 튀어나와 주지 않을까 싶어서 타마미 씨의 제안으로 당분간 했었던 '그것'이 있었지.

     타마미 씨와 우르우 씨가 미국으로 가버린 뒤로 그만두고 만 일이지만..... 그런 판타지는 있을 수 없지만. 적어도 심연에서 기다리는 츠구미 씨가 보면 기뻐할 것 같으니, 란도 끌어들여서 해볼까. '그것'을.

     

     "하룻밤 자고서, 내일 성묘에 어울려줬으면 해요."

     "성묘, 말씀인가요?"

     "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요?"

     

     내일은 7월 27일. 츠구미 씨의 생일이다. 바쁜 탓에 매월 성묘는 할 수 없지만, 이 날과 10월 2일의 기일은 반드시 성묘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또 하나. 츠구미 씨를 자칫 심연에서 불러낼지도 모르는 중대한 의식.

     

     

     "고인은, 공포물에 정말 조예가 깊은 분이었거든요."
     "아, 그런가요?"

     "예. 그래서 그녀가 기뻐해 주도록ㅡㅡ"

     

     

     밤.

     여름.

     공포.

     환희.

     

     

     그것들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이벤트.

     

     

     

     "ㅡㅡ담력시험을 해보기로 했어요."

     

     

     

     란과 두 명이면 란만 힘들 테니, 다행이야. 그렇게 덧붙이자, 점심을 준비하던 란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 보니 무서운 것에 그다지 내성이 없는 란한테는 사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스승의 부끄러운 과거를 제자한테 가르쳐주고 만 벌로서, 받아들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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