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46――
    2022년 04월 18일 08시 32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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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48/

     

     

     

     아마 내 얼굴이 경직되었는지, 내 얼굴을 본 우베 할배가 입을 연다.

     

    "생각이 안나는가."
     "어, 어어? 예."

     "흠. 그럼......"

     

     어, 아니 잠깐만, 흘려보내는 거냐고. 내 쪽이 오히려 놀랐는데. 그렇게 생각했더니 이 할아버지, 내 쪽을 보며 싫어질 정도로 냉정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처음부터 없었던가, 외적 요인 탓인가, 단순히 경이 잊었을 뿐인지는 나로선 판단할 수 없네."

     

     아니 확실히 내가 깜빡했을 가능성도 있긴 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태도는 좀 아니잖아요.

     

     "경이 잊었을 뿐이라면 떠올릴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말일세."

     

     무심코 머리를 감쌌다. 그러고 보면 옛 현자나 은자들은 대게 이런 느낌이었지. 흥미를 잃으면 이쪽이 아무리 신경 써도 무관심. 그런 면까지 재현해놓지 않아도 되는데.

     

     "외적 요인이라니 무슨 뜻이죠?"

     "경은 현재의 세상을 이상하게 생각해본 일은 없나."
     "무엇을 기준으로 하냐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만."

     

     그렇게 대답하자, 우베 할배는 조금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그렇지. 그럼 반대로 가볼까. 경은 왜 마물을 쓰러트리면 강해진다고 생각하나."

     

     왜냐. 게임상으로는 적을 쓰러트리면 경험치가 들어와서 일정량이 되면 레벨업하니까. 하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어떻게 되어있지.

     

     "표현은 어떻든 상관없지만, 설령 원마력이라고 해둘까. 자연계의 동식물과 광물에 이 원마력이 존재하고 그걸 흡수하면 히미 올라간다고도 하네."
     "광물에도요?"

     "흡수가 쉬운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일세. 어떤 종류의 마물은 금속을 통해 원마력을 흡수한다고 하면 이해되겠는가."

     

     그렇군. 예를 들어 아이언 토드는 철을 먹어서 커진다고 하니까. 여기까지는 알겠다.

     

     "처음에는 쓰지 못할 고위력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되거나, 딱딱해서 칼이 들어가지 않았던 마물의 피부를 찢을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그런 게야."
     "적을 쓰러트리면 흡수할 수 있는 겁니까."
     "그것도 흡수의 한 방법이기는 하네."

     

     그리고 흡수하면 사람은 조금씩 강해진다라. 어라, 그럼 혹시.

     

     "기사단의 기사들도 그렇습니까."
     "당연히 마찬가지지. 하지만 반대로, 어떤 조건하에서는 머리가 나빠지게 된다네."

     엥. 뭐야 그게.

     

     "머리요?"

     "애초에 머리가 좋다는 표현의 의미는 폭이 넓다네. 기억력이 뛰어나다, 이해력이 좋다, 판단력이 탁월하다. 모두 머리가 좋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건 일단 알겠습니다."

     "원마력에 크게 영향을 받은 마물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지. 경도 경험은 없는가."

     

     확실히 있다.

     

     "인간도 영향을 너무 받으면 위험성이나 신중함이 사라지는 겁니까."

     "모험가도 아슬아슬하게 이길 때는 상대의 약점을 생각하며 싸우지만, 강해지면 그냥 뭉개버리지 않나. 그게 알기 쉬운 예시라네."

     

     확실히 그런 면도 있나. 다시 말해 우베 할배의 말을 요약하자면.

     

     "고대왕국 시절에 비해 더욱 강해진 그 원마력의 영향을 받고서, 인간도 필요한 일은 점점 생각하게 되지 않았다는?"

     "그것도 경의 다른 기억에 있었는고."

     "아뇨."

     "흠. 조금은 이해한 모양이구먼. 한 인간을 한 장의 천조각으로 예를 듬세. 평범한 수단으로 원마력을 흡수하면 색이 물들어가지. 예쁘게 물든다면 좋은 일이겠지."

     "뭐 그렇겠죠."

     "하지만 탁한 색이 배이면 천 자체가 훼손되는 일도 있는 법."

     "그럼 원마력이라는 것도 2종류가 있다는 말씀이신지?"

     "나는 마왕한테서 유래한 원마력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네. 아직은 가설이지만."

     그 대사를 듣고 무심코 생각에 잠겼다. 그럼 마치 고대왕국시대에는 마왕에서 나온 원마력이 없었다는 말 같잖아. 마왕이란 뭘까. 점점 궁금해진다고.

     

     "경의 필요한 기억을 잃어버린 것도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네."
     "그럼 이거 고칠 수 있을까요."

     "몰라."

     어이 할배.

     

     "그리고 개인차도 있네. 역병이 만연할 때도 그걸로 사망하는 자, 쓰러지지만 회복되는 자, 혼자만 태연한 자도 있지 않은가."

     "매사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는 일인가요."

     

     반대로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매사를 단순히 생각하는, 또는 어려운 것을 배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술이 점점 쇠퇴한다는 가설이 성립되는가.

     마치 뇌세포를 파괴하는 고약한 바이러스구만.

     

     "폐하와 전하는 알고 계십니까."
     "마왕의 원마력이라는 가설까지는 전해놓았네."

     

     일단 알리기는 한 건가. 하지만 확실히 이것도 섣불리 발표할 수 없겠어.

     

     "그런 상황도 있어서 그런지. 고대왕국 말기의 마왕 습격 후에, 지식과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복사하는 실험을 했었네."

     "지식과 기억을 복사."

     

     그런 일도 가능한가. 아니지 실험을 했었다는 표현을 쓴다는 뜻은.

     

     "성공은 못했다는 겁니까."

     "성공한 기록은 없네. 나는 경이 그 기억 복사에 성공한 기석을 손에 넣었을 가능성도 생각했었지."

     

     아~ 음, 과연.

     

     "기석이라뇨?"

     "돌 모양인데 지식과 기억을 복사한 물건을 그리 부르고 있네."

     

     엥, 그거, 혹시.

     

     "...... 마장의 코어는 혹시."
     "그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겠지. 나로서도 그런 것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 분하다네."
     "마왕은 고대왕국 시절의 기수를 쓴다는 뜻이 됩니까."

     "같은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하지 않았다면 확실히 같은지 모를 것이다.

     아니 잠깐, 왠지 어딘가 모순된 듯한 기분이 드는데, 머리가 안 돌아간다. 이런 사고력의 한계가 가깝다.

     

     "결국 가설뿐이네요."
     "확실히 그렇지. 흠, 잠깐 기다려보게."

     

     그렇게 말하고서 머리가 아파지려는 날 무시하고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봉인도 안 하고 내게 그 종이를 내밀었다.

     

     "뭔가요 이건."

     "폐하께 이걸 전해줬으면 하네. 경이 적임인 것 같으니, 왕도에서 고대왕국 건에 관한 조사를 부탁함세."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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