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43――
    2022년 04월 17일 11시 12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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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45/

     

     

     

     "두더지는 놓치지 마라!"

     

     베르너가 그렇게 외치자, 그에 맞춰 보병들이 창과 검을 들이민다. 조명과 돌진해오는 인간에 놀란 라이칸슬로프들도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지만, 곧장 난전이 되어서는 마물의 몸에 여러 칼날이 꽂히고, 때로는 베이며, 다리와 팔이 잘려 전투력을 잃었다. 1체의 워 타이거가 병사의 목을 물어버리려 했지만, 주변 병사들이 그 워 타이거의 등에서 몇 번이나 쳐대자 끝내 시체로 바뀌었다.

     

     베르너의 무거운 창이 한 워 모울의 다리를 꿰뚫어 움직임을 봉쇄하자, 그곳에 여러 병사들이 달려들어서 숨통을 끊어놓는다. 다른 구멍 주변에서는 노이라트와 슌첼이 제각각 부대를 지휘하며 마찬가지로 라이칸슬로프를 하나씩 매장시키고 있다.

     

     그렇게 싸우고 있자, 몇몇 마물이 전장에서 도망치기 위해 몰래 벗어나려 했다. 마을 안에 잠복해서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충분히 유리해질 테니까. 하지만 그 순간,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돌벽 위에서 움직임이 일어났다. 홀츠데페가 이끄는 병사들이 도망치려는 마물한테 화살을 쏴서 그 움직임을 묶은 것이었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마군들은 격하게 저항했다. 베르너한테 계속 당하기만 했던 분노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실패했다고 깨달았을 때 내지르는 게자리우스의 분노가 두려웠던 것이 제일 컸을 것이다. 어떤 이유든, 마을 내부로 잠입한 마족들은 결국 전멸할 때까지 싸움을 이어나갔다.

     

     "구멍을 막아라. 시간 정도는 벌어주겠지."

     "예."

     

     베르너의 지시에 병사들이 바로 움직인다.

     땅굴에 가능한 한 많은 시체를 채워넣고, 그 뒤에 항아리나 나무통 같은 용기로 구멍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항아리와 나무통 안에 모래와 물, 때로는 오물을 흘려 넣어서 그 중량으로 마개를 삼는다. 이렇게 내부에서 땅굴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인전의 일이라서, 마족한테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 것은 분명하다. 베르너 자신도 참가해서 급히 작업을 끝냈다. 그 직후, 희미한 포효가 베르너 일행의 귀에 들렸다.

     

     "베르너 님."

     "......땅굴 안에 아직 마물이 있던 걸지도 모르겠어."

     

     실패를 알아챈 게자리우스가 뭔가의 지시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베르너도 바로 움직였다. 남은 작업을 절반의 인원에게 맡기고, 남은 인원으로 북문을 향했다.

     

     북문이 보일 즈음에는 베르너도 상황의 변화를 눈치챘다. 대문의 한 곳에 통나무가 관통해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대문이 드디어 파괴되나 하고 혀를 찬 베르너는 동행한 병사들한테 남은 목재를 써서 대문 뒤를 보강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동시에, 발리스타를 발사한 진동이 밤공기를 뒤흔들어서 아직 문이 보이는 단계인 베르너 일행한테까지 전해졌다. 서둘러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성 밖에서 무수한 돌이 날아왔다. 돌벽 사이에 맞은 돌이 깨져서 가옥의 지붕을 부술 정도의 기세였다. 마물의 팔힘으로 던져버리면 그것만으로도 파괴력이 슬링 이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이쪽도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을 수도 없다.

     

     "드디어 적도 원거리전에 들어갔는가."
     "마군이 이런 수를 쓸 줄이야."
     "다른 수단이 없었겠지."

     

     계단을 오르면서 노이라트와 슌첼한테 대답했지만, 북서쪽에 설치해 둔 발리스타가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서, 돌이 날아들고 몇몇 병사가 쓰러진 상태의 상부에 도달했다. 바로 목적의 인물을 찾아서 말을 건다.

     

     "아이크슈테트, 어떤 상황인가."
     "무사하셨습니까, 각하. 저 통나무로 대문에 구멍을 낸 순간, 적이 움직임을 바꿨습니다. 북문 앞에 남아있던 마군이 벽을 뛰어넘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서 응전하고 있습니다."

     "발리스타는."
     "마장이 다시 한번 통나무를 덜지려는 것을 계산해서 좌우 양쪽에서 발사. 한쪽 화살이 마장의 어깨에 꽂혔지만 반격을 받아버려서......"

     "저건가."

     

     통나무가 직격한 발리스타였던 것을 바라보면서, 베르너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발리스타는 몰라도 조종하던 병사가 쓰러진 것은 베르너로서도 뼈아프다. 문득 생각난 것처럼 확인한다.

     

     "한쪽에 맞았다고?"

     "각하께서 마장의 한쪽 눈을 앗아갔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좌우 양쪽에서의 동시 사격에 거리감을 못 잰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경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을 자극시킬 뿐의 결과가 되어버린 것은 사실일 것이다. 부숴진 대문을 지키는 대신에 적을 자극시킨 것은 플러스 마이너스 중 어느 쪽일까 생각하고 있자, 투석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톱 모양의 틈새라 해도 자칫 고개를 내밀면 위험할 정도였다.

     

     "이거 못 참겠는데."
     "이쪽에서도 반격하심이 어떨지."

     

     노이라트의 말에 베르너는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결단을 내리려던 차에, 벽을 올라온 수많은 병사들이 달려왔다. 베르너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경들은 케스텐 경의."
     "예, 이쪽의 지원을 명 받았습니다."
     "베테랑의 판단은 빠르구만."

     

     베르너조차 감탄해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게자리우스의 포효가 들린 후에 갑자기 적의 기세가 줄어든 것을 느낀 케스텐은, 왕도에서 동행해 온 교관들한테 북문의 호위를 도와주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적이 북문에 전력을 집중시키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동문 수비에서 몇 명이 도착했을 뿐이었지만, 그 인물이 다른 병사를 지휘할 수 있는 인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요격전을 시작한다! 이쪽에서도 반격해서 대문에 가까이 오게 하지 마라!"

     

     아직 밤이 끝날 기색이 없는 와중에, 마군과 안하임 군은 치열한 사격전을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나 베르너가 이제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즈음, 갑자기 슌첼이 적의 더욱 뒤편을 가리켰다. 빛의 점멸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약속의 신호라는 것을 베르너조차도 순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정신을 되찾고는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도록 지시한다.

     

     "남쪽에도 신호를. 시작하자."
     "예."

     

     슌첼이 빛의 방향으로 빛을 반사시켰고, 다음으로 남문의 경비병들한테도 금속판의 반사로 신호를 보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마군이 다른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 눈에 비친 것은, 이른 아침의 빛을 반사시키는 아름다운 갑옷의 대열이었다. 바인 왕국기사단이 이른 아침의 빛을 반사시키면서, 마군의 후방으로 돌이을 시작한 것이다. 게자리우스가  『바보 같은!』이라고 소리쳤다.

     

     적진에 돌입한 기사단의 전투는 대단했다. 전장이 트라이오트가 아닌 구 쿠나프 후작령이며, 적이 안하임에 침공해왔다는 상황은 그들로서도 조국의 방위전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도 포함해 주저할 필요성 따윈 티끌만큼도 없었다.

     

     기사단의 랜스가 마물을 꿰뚫고, 검이 이족보행의 늑대와 황이 얼굴을 갈라놓는다. 캐로 발리스타의 화살은 일격으로 마물을 관통시켰고, 꿰뚫은 화살이 더욱 뒤의 마물까지도 뚫어버린다. 달리는 말 자체가 마군의 대열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마군은 단순한 마물 집단으로 변해갔다.

     한두 마리가 반격하려고 해도 여러 메이스와 워 해머가 다가가서 몽둥이찜질을 해서는 별 수 없다. 총지휘관 슈람 후작은 기사단을 양익으로 펼치고는, 싸움에 익숙한 용병을 선두로 삼아 마군을 분단시켰다. 마군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런이런, 기병대의 도착이라고."

     

     베르너가 무심코 주저앉은 것을 비판할 자는 없을 것이다. 안하임에 대한 공격이 급정지한 것이다. 심야 때부터 계속 뛰어다녔던 베르너는, 이제 와서야 겨우 숨 돌리면서 물을 입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예상 밖의 적의 출현에 따라 안하임의 남쪽으로 도망치려고 동서로 나뉜 마물들은, 무수한 왕국군이 함성 소리와 함께 놀라서 다리를 멈췄다. 명백하게 안하임의 전 병력을 상회하는 규모의 병력이 어느 사이엔가 남쪽에서 향해왔기 때문이다.

     

     "이야아!"

     

     이동을 멈춘 마군과 안하임의 동문 앞 부근에서 접촉한 자벨 남작은, 핼버드를 휘두르면서 적진에 돌입하여 손 닿는 것 모두 원 없이 베어버린다. 지금까지 나설 차례가 없었음을 분하게 생각했던 이 맹장은, 이제야 마음껏 무기를 휘두를 기회를 얻어 그 전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장수의 분전에, 지휘하의 병사와 구 트라이오트의 생존한 기사와 병사가 뒤를 이었다.

     

     한편 서문 앞 부근에서는 그레르만 자작의 군세가 겟케의 용병대를 선두로 마물을 쓸어버리며 병력을 진전시키고 있다. 그레르만 자작은 베리사 요새 철수전에 참가했으며, 그의 기사들은 체어펠트 부대와 함께 집단전투훈련에도 참가했었다. 이른바 왕국군 중에서는 얼마 없는 집단전투의 베테랑들인 것이다. 그런데다 그레르만 자작의 지휘는 지체함이 없다. 하나의 마물을 여러 병사로 포위하고, 전체적으로도 안하임의 돌벽을 이용하는 형태로 도망쳐 온 마물을 포위하도록 운용하여 괴멸시켜 나갔다.

     

     지금까지 야영은 해봤어도 전투는 하지 못했던 양군은, 기세에 맡겨 마군을 무너뜨리며 점점 기사단이 있는 북방으로 마군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윽고 마군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있을 리 없는 병력의 출현에 동요해서 도주하는 마군들에게 안하임에서 화살이 날아왔고, 구 트라이오트의 병사들이 증오를 드러내며 무기를 휘두르자, 안하임의 동서쪽 돌벽 바깥에는 마물의 피와 시체로 지면이 뒤덮였다.

     북문 외측에서는 제1, 제2기사단의 정예가 마군을 돌파하며 무너뜨리고 있다. 발리스타 사이즈의 화살이 일격에 마물의 숨통을 끊어놓았고, 용병들이 주저 없이 마물을 베어버렸다. 거의 승패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한 그때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포효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인간은 얼어붙은 듯 걸음을 멈추었고, 전장에 익숙할 말들조차도 겁먹은 듯 우뚝 섰으며, 심지어 마물들조차도 다리를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군이 미친 것처럼 기사단 속으로 돌입했다. 곧장 대난전이 벌어진, 그 순간.

     

     베르너를 포함한  경비병들이 한순간이라고는 해도 한숨을 돌렸던 안하임의 대문에, 그 거체가 돌진한 것이다. 안하임에 북벽 전체가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돌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게자리우스가 전력으로 대문에 돌진했기 때문이다.

     분명 보강해 놓았을 대문이, 믿을 수 없는 기세로 쪼개져버렸다.

     

     "세상에!"

     

     베르너가 놀람의 목소리를 내었고, 남아있던 눈가리개 불말과 돌이 떨어졌지만 게자리우스는 멈추지 않았다. 대문을 부순 김에 그곳에 있던 투석기를 힘으로 파괴했다. 돌벽 위에서 그걸 보고 있던 베르너도 놀랐지만, 방치할 수도 없다.

     

     "베르너 님, 위험합니다."
     "잠시 몸을 숨기시는 편이."

     

     노이라트와 슌첼의 목소리에, 베르너는 나도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속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저 상태로 마을에 들어가 날뛰며 얼마나 피해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기사단이 도착할 때까지 대문 근처에서 발을 묶지 않으면 주민에게 피해가 나와버린다.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베르너는 돌벽의 계단을 달리며 내려갔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게자리우스가 투석기를 다 부수고는, 문에 그 거체를 드러냈다. 공포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주변에서 들렸지만, 그 목소리를 압도하는 것처럼 베르너가 소리쳤다.

     

     "뭐야 마장, 또 한쪽의 눈도 갖고 와준 거냐!?"
     『거기 있었군, 꼬마아!』

     

     게자리우스가 달렸다. 단번에 간격을 좁혀 베르너를 노린다. 베르너가 잽싸게 몸을 피하자,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장소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베르너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제 못 참아...... 네놈만은 죽여주마』

     "오오 무셔. 무서우니까 돌아가도 될까."

     

     농담을 했지만 실제로 그리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자리우스는 완전히 열이 받았는지, 이제 조금도 주저할 생각도 없는 모습이다. 노이라트와 슌첼도 달려와서는 베르너의 좌우에서 검을 뽑았다.

     

     마장이 단번에 거리를 좁혔다. 창의 범위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베르너는 휘두른 상대의 팔을 창자루로 쳐냈다. 팔은 정말 굵었지만 새로운 창은 마장의 일격에도 견뎌냈다. 상대가 어깨를 다친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베르너는 그대로 상대의 불편한 눈 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동시에, 노이라트와 슌첼이 좌우에서 베어 들었다. 두 사람의 실력도 결코 낮지 않다. 등과 옆구리의 모피에서 피가 솟아 나왔다.

     

     『꺼져!』

     

     다시 한번 휘두른 팔을, 두 사람은 가까스로 피했다. 두 사람이 직격을 피하자, 게자리우스는 중심을 잃었다. 베르너의 창이 그 다리를 쳐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게자리우스는 안하임 공방전에서 처음으로 포효를 내질렀다. 만일 주변에 유리창이 있었다면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너무나도 강렬한 목소리를 근거리에서 들은 베르너 일행은 현기증을 느꼈고, 근처에 있던 병사들 중에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 자도 있었다.

     

     "디버프 효과라도 있나 이거."

     

     그럼에도 가까스로 거리를 벌렸던 베르너였지만, 다음 상대의 행동은 예상 밖이었다. 갑자기 게자리우스가 상처 없는 쪽의 팔로 지면을 뜯어내더니, 베르너 일행을 향해 던졌던 것이다. 흙덩어리가 눈사태처럼 세 명에게 다가온다.

     

     "우왓!?"

     "베르너 님!"

     

     대량의 흙을 온몸에 받아서 자세가 무너진 베르너에게, 게자리우스의 팔이 뻗어 온다. 주저 없이 머리통을 으깰 기세다. 그럼에도 베르너는 창을 잡았다. 받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 치고, 무저항으로는 끝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음 순간, 게자리우스의 팔이 그 자리에 떨어졌다.

     

     게자리우스도 베르너도, 노이라트도 슌첼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장의 팔을 일격에 잘라낸 사람이 매우 자연스럽게 베르너의 앞에 서서는, 마장과 정면으로 대치한다. 그대로 고개를 돌리면서 어딘가 자랑스럽게 입을 연다.

     

     "빚 하나 갚았다고, 베르너."
     "..... 마젤!?"

     

     '용사' 마젤 할팅이 미소 지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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