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41――2022년 04월 16일 23시 46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43/
농성전의 준비 중 하나로서, 요새의 벽을 따라 물이 들어간 용기를 무수히 늘어놓은 것이 있다. 일본의 경우는 항아리나 나무통일 것이며, 서양이라면 여물통 같은 길고 가느다란 사자이기도 하지만, 관념으로서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마군 상대로도 쓸만할까요."
"뭘 해올지 모르니, 준비해도 손해는 안 볼 거다."
홀츠데페의 의문에 베르너가 대답했다. 이것은 보통, 지면을 뚫은 갱도를 통한 침입을 꾀하거나 벽 아래에 있는 지면에 동굴을 만드는 걸로 벽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공성 측에 대항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이 부근의 지하에서 지면을 파들어갈 경우, 그 부근의 수면이 일렁이기 때문에 지하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이형 진동측정기라고 할 수 있다.
"녀석들의 힘으로 판다면 순식간에 벽 밑까지 도달할 것 같으니까."
"확실히 그렇군요."
"각하."
그 베르너와 홀츠데페의 곁으로 아이크슈테트가 달려왔다.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는 두 사람에게 다가온 아이크슈테트가 투석기의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했다.
"탄두의 준비는."
"문제 없습니다. 좀 더 수량이 많으면 했습니다만."
"사치부릴 수는 없지."
만일 마를 쫓는 약이 대량으로 있다면 성내에서 던지기만 해도 시간 벌이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식료품처럼 필요한 물자조차 부족한 것이 전장이다. 화살의 수가 충분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대문만 무사하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요새의 벽을 치면서 베르너가 웃더니 그렇게 대답했다. 벽이 무너질 때까지 원군이 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부분은 낙관할 수밖에 없다.
"베르너 님."
노이라트가 소리내었다. 요새 위에서 신호가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아이크슈테트한테 신호를 하면 투석기를 움직이도록 명하고서, 노이라트와 슌첼 두 사람과 함께 요새 위로 올라갔다.
위에서 맞이해준 케스텐한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톱 모양으로 되어있는 틈새를 통해 먼 곳을 바라보자, 아직도 상당한 수를 유지하는 마군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 그대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오오~ 질주해오고 있네."
"도대체 뭘 하셨던 겁니까?"
"아~ 아니 뭐, 조금."
전생의 기억으로 말하자면 페트병 정도로 짧은 금속봉을 손에 든,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케스텐의 물음에 직접 대답하기를 피한 베르너는, 주변의 준비상황을 확인했다. 지원대와 경비대도 요새의 벽 위로 올라와서 모두가 바깥을 엿보고 있다.
대문 위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질주해오는 마군을 바라보던 베르너였지만, 그 집단이 화살이 안 닿을 범위에서 정지한 것에는 조금 감탄했다. 꼬라박는다면 편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지나친 희망이라는 자각은 베르너한테도 있다.
다음 순간.
『거기 있냐, 꼬마아!』
믿기 힘든 큰 목소리에, 베르너조차도 놀랐다. 게자리우스가 진심으로 소리 지른 것이다. 공기가 쩌렁쩌렁하게 흔들려서 압박감조차 느껴질 정도다.
그래도 놀란 정도로 끝난 베르너나 노이라트는 그나마 나은 편이고, 경비대와 지원대 중에는 목소리만 듣고 주저앉고 만 자들도 있다. 케스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뭘 하신 겁니까, 각하."
"......도발?"
"의문형으로 말하지 말아주십쇼."
하지만 따로 대답할 단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뭐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은 케스텐도 이해하고 있어서, 어깨를 으쓱거린 다음 베르너를 벗어나 자신의 담당구역으로 향했다. 격노한 모습의 게자리우스였지만, 그래도 집단이 흩어진 상황에서는 간단히는 다가갈 수 없다. 기묘한 대치 시간이 지나갔다.
이윽고 수가 어느 정도 모인 것일까. 마군이 움직였다. 적이 움직인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베르너가 깃발을 휘둘러서 마을 내에 설치해 둔 투석기대에 지시를 내렸다. 달려오는 마군을 보고 있던 베르너의 머리 위로, 투석기가 발사한 상자가 지나간다.
상자의 내용물이 지상에 흩어진다. 돌이 아니다. 대문 근처에 원통형 금속을 뿌려놓은 것이다. 벽 위에서 보고 있자 금속이 빛을 반사해서 전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반짝임을 낸다.
마군들은 급정지했다. 베르너의 잔재주를 경계했기 때문이리라. 그 금속에 다가가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원통형의 그것이 폭발해서 수증기에 의해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기화된 그것은 확실히 고온이지만 그 앞에서 멈춰 선 마군한테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흰 수증기가 바람에 휘날려 사라지고 보니 거의 상처 입은 자도 없고, 날아간 금속만이 지상 위에서 반짝거릴 뿐이다.
폭발이 끝났다고 본 마군이 다시 질주를 시작해서 금속 파편이 흩어진 부근을 지나쳐 대문으로 다가서려던 순간, 갑자기 몇 체가 비명을 지르며 지면에 빠졌다. 그중에는 선두에서 달리던 게자리우스까지 있었다.
딱히 이상한 짓을 한 것은 아니라, 말뚝을 대량으로 박은 구멍함정 위에 부드러운 흙은 덮어서 막아뒀을 뿐이다.
하지만 수증기 폭발처럼 보도 듣지도 못한 현상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에 방심했던 마군은, 발치를 신경 쓰지 않고 대문을 향해 돌진해버린 것이다. 베르너는 처음부터 수증기 폭발로 피해를 입으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대문 이외의 벽으로 향했던 마군도 발이 묶이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해자는 신경 썼지만, 그 앞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던 마군은 직경이 기껏해야 20cm 정도인 작은 구멍함정에 한쪽 다리만 빠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큰 함정과 해자라면 마물의 신체능력으로 벗어나기란 어렵지 않다. 거기다 큰 함정은 감추기도 힘들다. 그 때문에 베르너는 반대로 작은 구멍을 무수히 파게 해서,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구멍함정의 범위인지 파악하게 어렵게 한 것이다. 지뢰밭에 가까울 것이다.
벽을 향해서 일제히 달려들었을 군이 크게 혼란스러워지고 산발적으로 다가오는 자를 방해하는 것들에 의해, 기묘한 정체가 요새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격 개시!"
케스텐의 지시에 의해, 요새 위에 있던 병사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크로스보우의 화살과 슬링의 탄알이 날아간다. 이 탄알은 단순한 돌이 아닌, 럭비공 모양의 작은 금속제다. 하지만 그 파괴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직격 한다면 가죽 갑옷 정도는 의미가 없을 정도의 위력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게자리우스라 해도 이런 금속탄의 폭풍에는 상당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게자리우스가 놀란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벽에 다가간 마물과 대문 근처에 도달한 마물이 말 그대로 고슴도치가 될만한 집중 공격을 받고 그 자리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각개 격파되는 그 상황에, 게자리우스조차 당분간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케스텐은 요새의 벽 위에서 내심 두려움을 억누르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다음 목표를 찾는다.
벽으로 향해오는 마물한테 손에 든 봉을 향하고 뚜껑을 슬라이드 시키면 봉에서 뻗어 나온 붉은빛이 그 마물을 비추었고, 케스텐의 휘하의 궁병들이 그 상대를 향해 집중적으로 사격을 한다. 그러면 마물이 그 자리에 쓰러진다. 전장을 내려다보면서 겁먹은 표정을 몰래 억누른다.
봉 모양의 마도 램프의 강한 빛을 내도록 가공한 보석을 써서, 색을 입힌 빛이 다음으로 노릴 상대를 지정한다.
베르너가 말하는 이 레이저 포인터는, 공격해야 할 목표를 요새 위에서 계속 지정할 수 있다. 빛이 닿은 상대를 노리라는 지시를 내려둔다면, 누구나 특정 개체를 노려서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지정된 포인트의 공격에 참가하는 인원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술안이 뛰어난 지휘관이 지정한 장소로 장거리 공격을 집중시킨다는 발상도 방법도, 이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과거형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도구와 공격 방식은 당분간 은닉되다가, 대략 20년 후 옆 나라와의 국경 다툼에 사용될 때 농성군이 적군의 지휘관이었던 왕제를 고슴도치로 만든 것으로 '체아펠트의 광점집중사격' 이라고 알려지게 된다.
728x90'판타지 > 마왕과 용사의 싸움의 뒤편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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