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40――
    2022년 04월 16일 13시 56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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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42/

     

     

     

     숨을 곳이 없는 초원 한가운데에 선 그 구조물에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다가가자, 그 전모를 이제야 확인한 게자리우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베르너가 말하는 제3의 요새는, 만일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커다란 삼각형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삼각의 정점에 제각각 감시대 같은 것이 세워져서, 보는 방식에 따라서는 세 감시대를 세 개의 벽이 이어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자리우스 속에 있는 푸클라와 맨골드의 지식에는 이런 모양의 요새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묘한 모양 이상으로 게자리우스를 경계시켰던 것은, 주변에 배치된 여러 물건이었다. 그것은 배회하는 마물의 시체이거나, 가축의 오물을 흩뿌린 흔적이거나, 묘한 모습을 한 나무이거나 하는 등 다양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커다란 원을 만들어서 요새 주변을 두르는 형태여서 마치 뭔가의 의식을 치른 뒷모습 같았다.

     

     물론 게자리우스도 경계했다. 베르너가 잔재주를 교묘하게 쓰는 상대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뭔가 술수를 부렸나 하고 경계하면서, 그 원의 외부에서 크게 요새를 둘러쌌다. 요새에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지만, 움직임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이윽고 심야가 될 때까지 몸을 숨겼던 게자리우스가 밤하늘에 신호의 포효를 울리자, 그에 맞춰서 마군은 전방위에서 기세좋게 요새로 달려갔다. 요새 측에서의 반응은 아무것도 없다. 마군은 일제히 요새를 습격했다. 어떤 자는 도약력을 살려 안으로 뛰어들었고, 또 어떤 자는 벽의 판자를 힘으로 때려 부쉈다.

     

     뛰어든 마무이 공중에 쳐놓은 망을 찢으면서 지표에 내려서자, 망에 걸려있던 주머니가 지면에 떨어지더니 그 충격으로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가루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힘으로 벽을 친 마물에 의해 벽 자체가 내부로 기울어져서 그 가루를 더욱 공중으로 띄운다. 그뿐인가 감시대까지 안쪽으로 쓰러져서, 대량의 흙먼지와 분말을 일으켰다.

     심야라는 시간대에 더해 일어난 분말로 시야를 빼앗겼고, 그 분말을 들이마신 마족들이 기침하면서 달려간다.

     

     그런 와중에 마군은 공격을 시작했다. 움직이는 상대한테 주먹을 휘두르고, 깨물고, 손톱을 세워 상대의 피부를 찢어발겼다. 짧지만 이곳저곳에서 고통의 목쇠가 오르기 시작한 차에, 게자리우스가 요새 전체에 울리는 노호성을 일으켰다.

     

     『그만!』

     

     게자리우스의 일갈에 흥분한 마군은 움직임을 멈췄다. 이윽고 사정을 파악한 마물들이 망연자실하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녀석......!』

     

     부상 입은 인간은 한 명도 없다. 처음부터 제3의 요새는 무인이었던 것이다.

     

     지난번, 일부러 야습 도중에 서쪽으로 향하라던가 제3의 요새로 가라는 말을 했던 것 자체가, 마군을 이 건물로 유도하기 위한 덫이었다. 베르너 일행은 여기를 통과해서 이미 안하임의 마을로 귀환했던 것이다.

     

     

     망연자실한 사이에 아침해가 솟아오르자, 게자리우스를 포함한 마군 몇 체가 요새에 내걸린 깃발을 세우던 기둥에 문자가 새겨진 것을 눈치챘다. 새겨진 문자는 간단했다.

     

     [안하임에서 밥 먹고 올게]

     

     마치 친구한테 하는 전언 같은 내용에 게자리우스는 분노의 표정을 지었으며, 주변 마물이 겁먹고 엎드릴 정도의 노호성을 내질렀다.

     

     『언제까지 공갈 짓을 할 셈이냐 그 꼬마!』

     

     게자리우스는 그렇게 화내고서 안하임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것에 의해, 마군은 그대로 안하임의 북쪽에서 똑바로 남하하게 되었다.

     

     

     

     게자리우스가 노호성을 지르던 무렵, 베르너는 졸린 눈으로 방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이라트와 슌첼도 이제야라는 느낌으로 눈을 뜬 참이었다.

     재빨리 안하임으로 복귀한 베르너는, 요새를 지키고 있던 벵크와 케스텐에게 최소한의 지시만 내리고는 그대로 영주관의 방에 드러누워서 숙면을 취했던 것이다. 피곤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소나마 수면욕을 만족시키고 방에서 나와서 아무렇게나 식사하고 있자, 먼저 벵크와 프렌센이 모습을 보였다. 인사 대신에 하품이 나온 것에는 둘 다 쓴웃음을 짓는 정도의 배려를 해줬다.

     

     "아~ 졸려."

     "조금 땀냄새납니다."

     "나중에 목욕하고 올게."

     

     다시 한번 하품하면서 프렌센한테 대답했다.

     

     "몇 가지 확인을 해두고 싶은데."

     "무엇인지요."

     

     베르너의 지시는, 벽을 넘어올 때의 대책이었다. 시가전이 되었을 때는 주민을 피난시켜야만 한다. 그를 위한 피난 요원, 훈련, 호위 수단 등의 지시도 한다. 대략적으로 지시한 뒤에는 벵크에게 세부사항을 맡겼다.

     

     "어쨌든 주민의 피해는 가능한 한 적게. 벽을 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넘었을 때의 일을 생각해 둬."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서 미지근해진 차를 들이켠 다음, 준비한 것을 내밀면서 말을 건다.

     

     "벵크 경, 프렌센."

     "예."

     "경들한테는 이걸 맡겨두마."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한테 스카이워크를 내밀었다. 두 사람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저기, 각하."

     "아아,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손을 휘저으면서 베르너가 대답했다.

     

     "질 생각도 죽을 생각도 없어. 대관의 의무라고 생각해."

     "그럼, 일단 맡아두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적이 아직 안 보인다면 케스텐 경을 불러줘."

     "알겠습니다."

     

     차 한잔을 더 마시고서야 겨우 한숨 돌리던 차에, 케스텐과 라페드가 들어왔다. 간단한 인사도 생략하고 먼저 케스텐한테 말을 건다.

     

     "케스텐 경, 왕도에 연락은?"

     "이미 끝내 놓았습니다. 봉화가 올린 직후와 몇 시간 뒤에, 두 명씩 스카이워크로."

     "좋아, 수고했어."

     

     그 외에도 인원 배치 및 무기관리와 도구류의 확보 등을 포함해, 여러 확인과 승인을 해나갔다. 투석기의 준비를 진행시키도록 지시도 내렸다.

     

     "마을의 평판은 어때?"

     "뭐 반반 정도는."
     "일단 그거면 충분해."

     

     서약인회에는 설명했지만, 평민들이 보기에는 베르너가 트라이오트 지방으로 병사를 보낸 바람에 공격받았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피할 수는 없다.

     

     "성공해도 질투받고, 실패하면 비난받는다. 정말 손해 보는 입장이군요."
     "슬퍼지니까 말하지 마."

     

     케스텐의 발언에 베르너는 무심코 풀이 죽었다. 피로가 쌓인 탓도 있겠지만 그다지 사람 앞에서 보여서 좋을 태도는 아닐 것이다. 라페드가 헛기침을 한다.

     

     "하지만 마장을 농락했다는 사실은 마을에서도 좋은 평판이더군요."

     "지금은 인기가 생명이니까."

     

     적이 옛 영주인 맨골드로서 나타난다면 내통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서, 그 견제를 위해서도 베르너의 평판은 높은 쪽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원군은 언제 올까."

     "글쎄요. 그것이 마군을 속이는 최대의 요소가 되겠지만."

     

     마장 게나리우스는 안하임에서 왕도까지 사자를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왕복 시간도 계산에 넣고 있을 것이다. 스카이워크를 써서 당일에 왕도로 보고가 도달했음에 의해 그만큼의 시간 차가 생겨난다.

     요새에서 요새를 경유하는 형태로 이동한 것에 의해 마군의 시간을 낭비시키는 일에 성공했다. 이제는 방어전에 달렸다.

     

     "그건 그렇고 각하, 냄새납니다만."

     "방금 전에도 들었어."

     

     라페드한테까지 듣고 싶지 않았지만, 베르너도 역시 쓴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심코 소매에 코를 가까이해서 냄새를 맡는다. 그 모습을 본 라페드가 말을 이어나갔다.

     

     "약혼녀 공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약혼녀 따윈 없어."

     "허어, 리리 공이 아니었는지?"

     

     그 물음에 쿨럭, 하는 묘한 소리를 내면서 베르너가 라페드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되는데."
     "아니, 대뜸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리 리리 공이 평민 출신이라 해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

     "확실히 방법은 있지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어쨌든 약혼자가 없다는 건 사실이다.

     

     "그다지 외부에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군요."

     "알고 있어."

     케스텐의 약간 빈정대는 표정에 쓴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노골적인 말로 하자면, 지금의 베르너는 안하임에 사는 야심만만한 부모와 육식녀들이 노리기 쉬운 신분인 것이다.

     

     너무 이상한 소문이 나도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 베르너는 욕조에 들어가기 위해 일어섰다. 현실회피였는지 따로 생각할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본인도 잘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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