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39――2022년 04월 16일 09시 50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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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일어나는 혈전 속에서, 게자리우스의 거체와 정면으로 맞서는 베르너의 내심은 겉모습 정도로 자신만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기묘한 여유도 있었다. 어렴풋하지만, 마장이 남의 몸을 빼앗을 때는 그 육체의 손상이 너무 크면 못쓰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게자리우스가 거리를 좁히며 팔을 휘두른다. 직전에 베르너가 피했다. 새로운 창이라면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부터 썼던 낡은 창이라면 도중에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그 반면, 약간이라도 가벼운 이 창은 몸놀림이라는 의미에서는 베르너에게 더 이득이다.
다음 순간, 게자리우스는 둔한 소리와 함께 등에 강렬한 일격을 받아서 자신의 몸이 공중에 뜨는 것을 느꼈다.
가까스로 돌아본 시선 끝, 요새 내부에 소형 바리스타가 설치되어 있음을 깨달은 게자리우스가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것에서 발사된 거대한 곤봉에 가까운 금속 덩어리가, 근거리에서 기세를 줄이지 않고 게자리우스의 등을 직격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의 강렬한 일격에, 마장조차도 자세를 유지할 수 없었다. 쓰러지는 마장을 보자, 베르너는 공격을 피하기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휘말리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발리스타가 들어간 마법 가방을 슌첼에게 맡기고, 마장이 언덕 위에서 눈을 돌릴 때까지는 숨겨놓으라고 지시를 내려두었던 베르너는 전투 시에도 자신이 미끼가 되어 발리스타의 직격을 가할 수 있는 순간을 노렸다. 그리고 마장이 언덕에서 등을 돌리며 베르너에게 의식이 집중된 순간, 발리스타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었다.
게자리우스의 거체가 언덕 위에서 굴러떨어진다. 주변에서 싸우던 마군이 그걸 놀란 표정으로 바라본다. 용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한 인간 군세에 의해 마장이 쓰러진 것이다. 마군이 보기에는 경악할만한 광경이었다.
"눈가림! 발리스타 다음 장전 서둘러!"
베르너가 호통치듯이 지시를 내리자, 도자기로 만든 눈가림 탄이 무수히 날아오른다.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진 게자리우스가 쓰러진 자세 그대로 그걸 손으로 쳐내지만, 마장의 힘에 도자기가 견딜 수 있을 리도 없다. 한번 휘두르자 둘로 깨진 도자기에서 눈가림 분말이 주변에 퍼졌고, 격통과 자극적인 냄새가 게자리우스의 시각과 후각을 완전히 빼앗았다.
거기다 여러 도자기가 더 날아와서 주변에 솟아오른 내용물이 온몸에 끼얹어졌다.
고통의 목소리를 내면서 게자리우스가 도망쳤다. 본인은 눈가림 분말과 발리스타의 사정거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이동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장이 등을 보이며 인간의 군대한테서 도망친 것이다. 믿기 어려운 순간을 목격한 마군에게 동요가 확산되었다.
"추격하라!"
베르너의 일갈에 전군이 함성을 지른다. 동요한 라이칸슬로프한테 검을 휘두르거나, 창끝이 모피를 꿰뚫거나, 워 타이거의 모피가 붉은 피에 물들고 유린된 워 울프가 자세를 허물며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다. 인간 측이 마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씻어낸 순간이기도 했다. 인간의 군대를 상대로는 있을 수 없는 기세로, 모든 마물이 언덕 위에서 쫓겨났다.
"전군 고개로 올가가라! 돌멩이 준비!"
쫓아보낸 베르너는 추격하지 않았다. 추격 대신에, 여기에 있던 산적을 공격하기 위해 투석기로 언덕 위에 쏘아 올렸던 것과 같은 어린이의 머리 정도 되는 돌을 일부러 고정시켜두었던 그물을 끊는 것으로 일제히 굴려 보낸 것이었다.
언덕 밑으로 쫓겨난 마군들이 굴러오는 거대한 돌에 놀라 언덕 밑에서 거리를 두었다. 군중심리라는 것일까. 한 마리가 몸을 피하자, 마군 전체가 일제히 달아났다. 장수인 게자리우스를 쫓아간 것 뿐일지도 모르나. 하지만 언덕 위에 있던 왕국군이 보기에는 분명히 마군이 도망친 것이다. 경악과 환호성이 뒤섞인 기묘한 목소리가 언덕 위에서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베르너 님!"
"해냈습니다, 각하!"
"들떠하지 마, 먼저 부상자의 치료다. 후퇴 준비를 진행시켜."
허세로 마장을 격퇴한 베르너는 주위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노이라트 일행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는, 크게 한숨을 지으며 땀을 훔쳤다.
투석기로 언덕 위에 쏘아 올렸던 돌은 전부 써버렸다. 눈가림 용의 항아리도 꽤나 소모했다. 두 번은 못할 승리다.
"저녁까지 준비를 진행해. 해가 저물 무렵에 이동을 시작한다."
"올까요.""오히려 야습 쪽이 녀석들의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최고의 타이밍에 발리스타를 쏜 슌첼을 치하하고서, 다시 마법 가방에 넣도록 지시한 베르너가 홀츠데페의 물음에 그리 대답했다.
"퇴각할 때 쓸 마법 램프에 조심하라고."
"명심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홀츠데페한테 정찰기를 보내도록 지시를 내리고서, 제일 정교한 지도를 꺼내서 노이라트와 슌첼, 홀츠데페와 겟케한테 의견을 물었다. 잠시 동안의 상담 결과, 의견은 일치했다.
"여기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냥을 한다면 여기로군."
홀츠데페와 겟케도 수긍했다. 제3의 요새로 향하는 방향에서 사냥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확인하고서, 먼저 그곳까지 서둘러 이동할 것을 결정한 뒤 철수 준비를 서두르도록 베르너는 지시를 내렸다.
야간이 되어 시각과 후각을 회복한 게자리우스가 요새로 향했을 때, 이미 요새가 불타오르고 있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바로 주변을 확인했다. 마물은 밤이라 해도 지면을 훑는 일이 어렵지 않다. 편자 자국을 발견하고서, 이동한 방향이 서쪽임을 바로 파악하였다. 안하임의 마을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아마 다른 시설이라도 있을 거라 짐작했다.
확실히 베르너 일행은 이동했다. 하지만 그것은 적이 쫓아옴을 예상한 움직임이다. 게자리우스가 다가올 방향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베르너는, 그 방향으로 기사를 배치해놓았다. 단순히 전투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말이라는 생물은 애초에 겁 많은 동물이다. 그런 만큼, 적의가 다가오면 곧장 탐지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말들은 기대에 부응했다. 결코 멀지는 않은 거리였지만, 그럼에도 주의 깊게 접근하던 마군을 인간보다도 빨리 눈치챈 것이다. 1마리가 높게 운다. 왕국군 전원이 그에 반응했다.
『가자!』
들켰다고 깨달은 게자리우스가 외친다. 그러자 마군이 일제히 달려간다. 왕국군의 기마대가 그것들한테서 도망치려고 달려간다. 기마가 달려가는 쪽에서, 보병은 대열을 이루고 있었고 그 뒤에는 금속을 두른 방패 같은 판자가 줄지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엎드려, 작동!"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로 날카롭게 베르너가 지시를 내리자, 보병이 일제히 그 자리에 엎드렸다. 보병과 금속판 사이에 숨겨져 있던, 마도 램프를 수십 개 늘어서게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램프의 조작을 하는 바람에 엎드리지 않았던 병사가 금속판 뒤로 숨는다.
다음 순간, 빛이 폭발했다.
마군은 밤눈이 좋은 것이 도리어 해가 됐다. 원래도 시력이 좋은데, 암흑 속에서 대낮에도 눈부실 정도의 광량을 바라보고 만 것이다. 마군 전부가 그 자리에 쓰러져서 발버둥 치고 있다.
"뒤로 물러서지 마! 돌겨억!"
섬광을 등진 베르너의 군대가 돌입한다. 마군은 눈을 뜨지 못한다. 고통 속에서 양손으로 눈을 가린 워 울프의 몸에 무수한 칼날이 꽂히고, 지면에 웅크린 워 타이거의 몸이 창에 의해 지면에 꽂힌다.
"돌파해서 서쪽으로!"
"빛을 보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 자는 놓고 간다!"
"적한테 상관하지 마, 제3의 요새로 향한다!"
제각각 그런 말을 하면서도, 왕국군은 적진을 돌파하면서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마군을 베고, 꿰고, 칼날을 목구멍에 꽂아버리고, 배를 가르듯이 검을 내리쳤고, 때로는 분노에 몸을 맡겨 걷어차면서 그대로 달려갔다.
전장이 고통과 절규의 비명으로 가득 차자, 피비린내가 평야에 충만해진다. 마찬가지로 눈의 고통을 참아내고 있던 게자리우스의 귀에,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때 마장. 니들의 저능함을 이해했어?"
그 목소리가 베르너의 것임을 이해하기보다도 빠르게 팔이 움직였다. 분노에 맡긴 휘두름이라서 맞았다면 틀림없이 목숨을 잃었겠지만, 시야를 빼앗긴데 더해 주변의 전투음과 피 냄새가 거리감을 방해한다. 오히려 너무 크게 휘두른 탓에 게자리우스는 자세가 크게 무너졌다. 빈틈 투성이다. 베르너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베르너의 창이 게자리우스의 오른쪽 눈을 꿰뚫었다.
고통과 분노의 목소리를 내며 게자리우스가 팔을 휘두른다. 베르너는 창을 놓고 거리를 두었다. 애용하던 창이었지만 내구력으로 보아도 슬슬 한계다. 그리고 이 야간에는, 눈 같은 작은 목표를 꿰뚫기에 이 창끝의 사이즈도 마침 적당했던 것이었다.
"그 창은 줄게. 그 대신 다음은 왼쪽 눈을 달라고."
일부러 큰 목소리로 게자리우스한테 그렇게 말을 걸고서, 베르너도 달려갔다. 왕국군이 중앙 돌파한 뒤, 그 자리에는 마군의 고통 어린 목소리만이 평야를 채웠다.『그 꼬마......! 두고 봐라! 죽여달라고 빌 정도로 괴롭혀주겠다!』
일방적으로 당해버린 분노로 몸을 떨면서, 게자리우스는 뽑아낸 창을 으스러뜨렸다. 그 증오의 목소리는 밤하늘에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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