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37――
    2022년 04월 16일 03시 47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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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39/

     

     

     

     마장 케자리우스는 강 너머 요새의 상황을 엿보고 있다. 요새 위에는 체아펠트의 깃발 갓은 것이 나부끼고 있고, 강을 건넌 곳에는 돌담 같은 것이 보인다. 한편으로 요새의 벽에 해당하는 부분은 판을 대어놓은 거라서, 마족의 힘으로 치면 간단히 쪼개질 것이다.

     케자리우스는 실소를 지었다. 이런 요새 따위, 어떤 식으로든 함락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건축물에 기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모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주위에 모인 마군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약간의 사나움을 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케자리우스가 싱긋 웃으며 소리친다.

     

     

     『요새의 녀석들을 죽여라!』

     

     워 울프와 워 타이거가 포효와 동시에 달려가서 강을 단번에 건넌다. 요새 안은 조용한 걸로 보아, 두려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마족들은 조소하면서 속도를 올려 흙담에 발을 디뎠다. 오히려 이 흙담을 발판 삼아 도약해서 요새 안으로 뛰어들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 라이칸슬로프의 신체능력이라면 그 정도는 가능한 터였다.

     

     하지만 갑자기 발판이 사라졌다. 흙담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에 푹 빠진 것이다. 흙담으로 보였던 그것은 지지대를 세워둔 문짝에 흙과 모래를 얕게 올렸을 뿐의 물건이었으며, 마물의 체중을 지탱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빠진 곳은 지면을 파놓아서, 정강이까지 뚫려버린 문짝에 한쪽 발이 빠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마군은 그 자리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쏴라!"

     

     요새에서 무수한 화살이 날아들더니, 발이 멈춰버린 마군에게 연이어 쏟아진다. 다리를 빼내려 해도 디딤대가 될 반대쪽 다리도 문짝 위에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힘이 담기지 않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 한쪽 다리가 문짝 너머로 뚫고 나와 지면에 파묻혀버린 모양이 되어 움지이지 못하는 라이칸슬로프의 온몸에 화살이 쏟아진다.

     화살 두세발은 맞아도 목숨을 잃지 않지만, 무수히 꽂혀버리면 생명이 위태롭다. 실제로도 몇 체가 쓰러지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잔꾀를 부리다니!』

     

     게자리우스의 분노의 목소리가 화살 소리를 압도하며 주변에 퍼졌지만, 그것을 상회하는 더욱 큰 화살 소리가 울렸다.

     

     

     

     "멋지게도 밟아버렸군요."
     "도약력이 뛰어나다고는 들었으니까."

     벽이라기보다 기둥을 줄지어 세운 곳의 위에서 전황을 내려다보면서, 홀츠데페의 감탄과 놀람 섞인 발언에 베르너가 대답한다.

     그대로 등을 돌려 요격개시를 안하임에 전하기 위해 요새에서 올라가는 봉화를 바라보면서, 베르너는 말문을 이어나갔다.

     

     "편리하게 쓸만해보이면 그곳밖에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지."

     "그런 모양입니다."

     

     그보다는, 디딤대로 보이는 흙담 비스무리를 만들었다는 편이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대낮부터 모습을 감추려고도 안 할 줄은."

     "그만큼 인간을 얕본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덫이 유효했지만."

     "제2진, 옵니다!"

     "괜찮아. 직접 뛰어들지 못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홀츠데페의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에 쓴웃음을 지은 베르너의 귀에, 긴박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에 대해 냉정한 어조로 대답했다.

     투웅,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요새의 벽에 마물이 도달한 모양이지만, 아무리 라이칸슬로프라 해도 한두 방 때린 정도로 벽이 부서지지는 않을 것이다.

     베르너는 침착한 목소리와 표저을 만들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을 이어나간다.

     

     "퇴각 준비 쪽은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홀츠데페의 대답에 베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요새에서의 기본계획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베르너는, 지시를 내렸다.

     

     "좋아, 보병부터 순서대로 준비에 착수해. 불조심하고."
     "명심하겠습니다."

     

     홀츠데페가 요새 속으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본 뒤, 베르너도 시선을 돌려 낙석 등의 준비를 갖추도록 노이라트에게 지시하였다.

     

     도약하려는 마물한테는 슌첼이 지휘하는 궁병대가 우선적으로 화살을 쐈고, 벽을 부수려 해도 튼튼한 벽은 간단히 부서지지 않는다. 거기다 벽의 측면에서 멈춰 서면 돌이 내려오고 심지어 오물까지 뒤지어 쓰게 된다.

     가까스로 요새 안으로 뛰어든 마물도 있지만, 산발적으로 침입해서는 요새 안에서 기다리던 기사들에 의한 멍석말이를 당해서 피해가 늘어날 뿐이다.

     

     발을 묶는 것과 벽에 달라붙은 것에 의해 군단이 분단된데 더해 오물을 뒤집어 쓴 몰골을 본 케자리우스도 사자의 얼굴에 분노를 표출했지만, 잔재주에 당했다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불쾌하다는 분위기를 내뿜으면서, 케자리우스는 한번 크게 포효했다.

     

     "베르너 님, 적이 물러납니다."

     "다음은 대열을 갖추고 단번에 쳐들어올 거다. 철수 준비를 서둘러."
     "예."

     조금은 더 무리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라는 투정 섞인 생각을 하면서도, 베르너는 적의 움직임의 기묘한 점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 가능성을 눈치채자 쓴웃음을 지었다.

     이 시점까지 그 가능성에 눈치채지 못하다니 나도 참 둔하구나, 라고 자조하면서 머릿속에서 시급히 계획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케자리우스가 소리를 지르자, 마군은 하나의 집단이 되어 단번에 강을 건너 요새에 밀고 들어갔다. 요새를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린다. 케자리우스를 선두로 디딜 장소를 확보하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지킬 사람이 있을 때는 넘을 수 없었던 벽을 한번의 도약으로 쉽게 뛰어넘고 보니, 요새의 안이 기묘하게 검다. 그 검은 연기 속으로 뛰어든 순간, 마군은 혼란상태에 빠졌다.

     

     요새 안에는 엉덩이를 찔려서 날뛰는 10두 이상의 돼지가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그에 의해 지면에 뿌려놓았던 검은 분말이 날아올라서 요새의 광장 일대에 그것이 충만해 있었다.

     분말이 눈에 들어간 자는 고통을 참는 목소리를 냈고, 코에 들어간 자는 재채기를 하며 그 분말을 더욱 빨아들이고 말았다. 멍청하게도 착지한 순간에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에, 뒤에서 뛰어오는 다른 마물이 그 위로 계속 뛰어드는 꼴이 되어버렸다.

     

     요새의 입구에 해당하는 문은 전부 다 제대로 봉쇄되어 있었고, 날아오른 검은 분말이 흩어질 곳은 위밖에 없었으며, 두려움과 고통으로 달리는 돼지 탓에 더욱 분말이 날아올라서 밀도가 짙어지자 벽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음 순간, 요새 바깥에서 불화살이 날아들자 이들의 머리 앞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불화살을 명하고 요새에서 황색에 가까운 화염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빠르게, 베르너는 전속력으로 후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마상, 주변에서 달리고 있던 노이라트와 슌첼이 베르너에게 말을 걸었다. 질주 상태라서 반쯤 소리 지르고 있다.

     

     "베르너 님, 지금 것은 대체?"
     "마법입니까?"

     "저건 분진폭발이라는 단순한 현상이다. 마법이 아냐."

     "저 화염의 기세라면 상당한 피해가......"

     "그래, 그거 전혀 효과 없을걸."

     "예?"

     노이라트에게 대답한 베르너의 말에, 두 사람은 놀람의 목소리로 응했다. 밀폐공간이라면 몰라도, 폭발의 에너지가 전부 하늘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 그럼 어째서."
     "단순히 '뭔가가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란 것은 발을 멈추게 해. 그리고......"

     

     달리면서 베르너가 웃는다.

     

     "녀석들, 인간의 덫은 화려하지만 위력은 없다고 오해하겠지. 이제 두려워하지 않고 날 쫓아올 거야."

     

     단순히 피해를 내기 위한 덫이라면, 기름을 이용한 화계나 구멍함정 쪽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제2의 요새가 첫 고비다. 그곳까지 달리자!"

     "예!"

     

     베르너의 목소리와 함께, 그 집단은 눈에 뜨이도록 편자 자국을 남기면서 제2의 요새로 질주했다.

     폭염과 섬광에 당분간 아연실색하던 마물들이 분노에 몸을 맡겨 외부에서 빗장을 달아놓았던 문과 벽을 때려 부수고 나왔을 때, 이미 베르너 일행은 자취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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