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대관으로서~통치와 군무~ ――144――
    2022년 04월 17일 19시 28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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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46/

     

     

     

     마젤이 눈앞에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황이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무심코 입밖에 내었다.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음~ 뭐 여러 가지 있지만, 일단은."

     

     게자리우스 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저 괴물을 앞에 두고서도 전혀 경계도 긴장도 안 하다니 대단해.

     

     "이쪽을 먼저 어떻게 해야지."

     "......맞아."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자마자, 나뿐만 아니라 노이라트와 슌첼한테도 빛의 장막 같은 것이 펼쳐졌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고맙지만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를 사람을 목격했다.

     

     "전하."
     "라우라면 돼요."

     

     성녀님이 반짝거리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왠지 이제 사고를 정지시켜도 될 것 같은데요. 용사 파티와 같은 전장에 서다니 말도 안 되는 사태라고.

     그 라우라의 옆에는, 왠지 위엄은 있지만 어딘가 괴팍해 보이는 노인이 서 있었다.

     

     "자네가 베르너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아름시크 님."

     

     용사 파티의 노마법사, 우베 아름시크. 첫 대면이지만 잘 알고 있다. 주로 게임을 통해서지만. 그보다 왜 그리 언짢은 듯한 표정이십니까.

     

     "나도 우베라 불러도 괜찮네. 자네한테는 여러 가지로 물어볼 일이 있지만 그것도 나중 일이겠구먼."

     "으랴아!"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루겐츠가 게자리우스한테 공격하고 있었다. 마젤처럼 팔을 날려버리지는 않지만 큰 일격이다. 사자의 몸에서 선혈이 솟구쳐서 지면 위로 떨어진다.

     

     그 루겐츠의 공격에 추격타를 가한 자는 에리히와 페리였는데, 우와, 나 지금의 페리를 이길 수 있을까. 속도로 완전히 상대를 농락하고 있다.

     에리히는......그랬지, 몽크란 맨손이 더 강하니까. 게임을 통해 알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신장 4미터 이상의 이족 보행 사자를 맨손으로 날려버리지 않았으면 해.

     

     "베르너 님!"

     "무사하셨군요!"

     "노이라트, 슌첼. 나는 됐다! 병사를 이끌고 문을 막아!"

     

     그들도 마물이 도망쳐 올 가능성을 깨달았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서 문으로 향해줬다. 어라, 저기 있는 사람들 아이언 해머의 멤버잖아.

     

     "아이언 해머와 스카이워크인가."

     "정답."

     

     아이언 해머를 둘로 나누게 해서, 제각각 용사 파티의 절반씩을 안하임으로 이동시켰다. 아이언 해머는 안하임에 왔던 경험이 있었지.

     기사단과 마군이 격돌 중이고 게자리우스가 안하임 내부로 들어간 탓에, 오히려 안하임의 마을 근처는 기묘한 공백지대가 생겨나 있었나. 그래서 기사단과 마군을 뛰어넘어 안하임 근교로 이동한 뒤 그대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기사단과 동행했을 마젤 일행만이 먼저 안하임으로 온 비결은 이건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우베 할배의 마법이 발동했다. 굉음과 함께 승합차 정도 크기의 불덩어리가 마장에 직격해 몸을 불태운다. 왜 저런 불길이 발생했는데도 이쪽은 전혀 뜨겁지 않은 거지. 너무 마법 판타지다.

     

     "역시 끈질기구먼."

     

     할배가 불쑥 뭔가 말했지만 잘 듣지 못했다. 휘청거리던 게자리우스한테 일격을 더 먹인 마젤이 웃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이야. 베르너랑 함께 싸우는 거."

     "......그렇네."

     

     학생 시절에는 몇 번인가 같이 싸웠었다. 집단전 수업이나 마물 사냥 실습 때 이래인가. 정말 엄청 옛날로 느껴져.

     

     "어쩔래?"

     "내가 맞춰줄게. 너희들은 평소대로 해줘."

     "오케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마젤이 앞으로 나서면서 칼을 휘두른다. 언뜻 보니 페리는 게자리우스의 한쪽 눈이 보이지 않음을 깨달은 것처럼 그쪽으로 돌아가도록 움직였으며, 에리히는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공격 위주인가. 그렇게 되면, 나는.

     

     "여기다!"

     

     일부러 게자리우스의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에서 다리를 노려 낮게 찌른다. 게자리우스가 그걸 피하면서 다음 공격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이쪽과 가까운 방향으로 다가와 내게 팔을 휘두른다. 위험했어. 하지만 계산대로다.

     

     "빈틈 투성이라고!"

     

     그곳은 루겐츠의 공격영역. 거기다 나를 공격한 팔로는 커버할 수 없다. 루겐츠의 일격을 제대로 받아버린 게자리우스의 분노의 목소리가 울린다. 마장이 루겐츠를 돌아보자 페리가 움직여 발리스타의 상처를 노리고 검을 찔러 상처를 넓혔다.

     그 페리를 노리지 않도록 상대의 얼굴을 향해 창을 찌른다. 다시 눈을 빼앗을 것처럼 보이는 일격이다. 내 위치에서라면 녀석은 물러설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에리히의 공격 간격이 된다. 에리히의 일격이 옆구리에 작렬하자, 한순간 움직임이 멈춘 그때 마젤이 검을 내리친다. 살이 잘리는 소리가 주변에까지 울려 퍼졌다.

     

     사람과 마장의 위치가 뒤바뀐 순간, 라우라의 디버프가 움직임을 묶는 빛의 사슬이 되어 마장의 온몸을 속박시켰다.

     믿음직한 멤버와 같이 싸우는 건 즐겁다. 부주의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나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음을 자각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최후의 일격도 마젤이었다. 마젤의 검격은 예리하고 빠르지만 동시에 정확하기도 하다. 그 치명적인 일격을 받고, 게자리우스가 분하다는 듯한 절규와 함께 마치 공중에 녹아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이윽고 그곳에는 엉망진창인 남자의 시체가 남았다. 나중에 확인해두자. 그리고 또 하나.

     

     "검은 돌을 찾자. 그건 위험해."
     "그건 이 몸에게 맡기게. 자네는 따로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우베 할배가 그런 말을 하며 맡아주기로 했다. 그 말이 맞아. 일단 노이라트와 슌첼한테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지시를 내리고 돌벽 위로 달려갔다. 아이크슈테트 이하의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해주었다.

     

     "해냈군요, 각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리를 맞춰, 마장은 죽었다고 말이야!"

     

     돌벽 위에 있는 병사들도 그 의미를 이해한 모양인지, 일제히 소리 맞춰 고함을 친다.

     

     "마장은 죽었다!"

     "우리 군의 승리다!"

     

     돌벽 위에서 마을 안으로 목소리가 퍼진다. 그것은 요새 바깥에 닿자, 그곳에서 싸우던 왕국군 병사와 기사들이 그에 응하는 듯 소리 내었고, 이윽고 안하임의 마을 전체가 거대한 환호성에 휩싸였다. 그에 내쫓기는 것처럼 마물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칠 곳 따윈 없지만.

     

     무기의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공방전의 끝을 이제야 실감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전후처리는 있지만 지금은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지쳤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 먼저 경한테 여러 가지로 묻고 싶은 바가 있다만."

     

     영주관에 돌아가자마자, 갑자기 우베 할배와 1대1이 되었습니다. 그보다 사람을 내치고서까지 이렇게 하다니 무슨 일인지.

     

     "솔직히, 업무가 남아서...... 무슨 일인가요."

     "여러 가지로 물어봐야겠지만, 먼저 이걸 확인해야겠구먼. 경은 마젤과 라우라 일행에게 대륙지도를 보여줬다고 하던데."

     "예 뭐 그랬죠."

     

     그러고 보니 보여줬던 생각도 든다.

     

     "지도는 모든 나라에서 국방을 위해 기밀로 하고 있지. 국내의 지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자들이 부지기수여. 국내의 지도라도 파악한 자는 왕족 이외의 소수뿐. 외국의 마을의 위치뿐만 아니라 대륙 전토의 모양까지 파악하고 있는 자네는 뭐하는 놈이냐."

     ...... 아무래도 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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