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ater9 창공⇒cherry tree/In the dark scene62022년 04월 09일 20시 59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64/
일련의 촬영을 끝내고 로케 버스에 올라타자, 스탭이 내게 전단지를 갖다 주었다. 오늘 하루 함께 일해줬던 디렉터인 나이토 씨다.
"자. 츠구미쨩의 매니저 씨한테도 확인 맡았는데, 문제는 없어 보이니까."
"감사합니다!"전단지를 받아서 펼쳐보았다. 공연시간은 낮 3시와 저녁 6시의 두 번. 하굣길의 중고등학생과 정시 퇴근하는 직장인이 볼 수 있는 시간대다. 소재는 '정의의 아군'이라는 제목이라서, 그들답다.
무심코 미소가 흘러나오자, 옆에서 찰싹 달라붙어서 들여다보던 린이 궁금하다는 목소리를 내다.
"그렇게나 재밌어 보여?"
"에, 으, 응. 신경 쓰일지도."
그런 우리의 반응에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나이토 씨는 "그래." 라며 소리 내었다.
"그럼 잠시 들러볼래?"
"괜찮은가요!?"
"그래. 괜찮다고 생각해. 잠깐 확인해볼게."
하지만, 이곳은 로케 버스의 안. 프로듀서한테도 목소리가 들린 모양이라서, 바로 고 사인이 나왔다. 카메라를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방송각이 나온다면 프로그램에도 쓴다고 한다.
역시나 방송맨. 어떤 상황에서도 방송각을 놓치지 않다니, 업계인의 귀감이다. 앗, 하지만 카메라를 돌린다는 말은, 바쁠 터일 오우카 씨도 휘말리게 된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서 오우카 씨의 자리로 고개를 향하자, "괜찮단다." 라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오늘의 스케줄은 비워뒀어. 모처럼이니 나도 가보자꾸나."
"오오, 스승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린이 무심코 그렇게 환호성를 지르자, 로케 버스의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장소는 오시아게 상점가에서 스미다 강 방면으로, 나리히라교 밑의 오요코가와 친수공원이다.
오요카가와 친수공원은, 1995년에 생긴 커다란 공원이다. 오요카가와 강을 따라서 만들어졌고, 길가나 중앙에 강이 흐르고 있다. 나리히라교의 밑 부근은 무대가 되는 꽃시계 측의 커다란 광장 외에도, 배를 본뜬 건축물과 낚시터 등이 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완전히 즐기고 말았던 도쿄 스카이트리에서 정말 가까워서, 주행 중이었던 로케 버스를 유턴시키게 했다.
"일단 처음에는 둘이서 가볼까."
"네!"
핸디캠을 든 스탭과 나와 린. 총 3명이서, 먼저 아무렇게나 걸어보기로. 갑자기 명배우 키리타니 오우카가 가버리면 큰 소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나와 린도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가까이 다가오려는 분들의 견제도 포함해서, 듬직한 스탭이 핸디캠을 들어주고 있다.
"츠구미, 이거, 어디로 가야 돼?"
"다리 밑을 지난 저편이라고 생각해."
"좋아, 출발~!"
"오~!"
어디까지나 스탭은 끼어들지 않고, 어린이 두 명이서 진행한다. 커다란 배 같은 건축물은 나리히라교 관광안내소로 쓰이고 있다. 스탭이 선행하여 구청의 허가를 받고, 안내소 쪽에도 설명을 해준 모양이다. 나중에 소개 영상을 끼어넣을 모양이다.
그 앞에서 크고 커다란 조형물에 올라가 보거나 하면서 다리 밑을 빠져나간다. 그렇게 하면 눈앞에 커다란 꽃시계(화단)가 있다. 좋은 날씨라서 전망도 좋다. 하지만, 시간은 오후 2시. 이제 무대의 리허설 정도는 하고 있을까 생각하지만, 광장에는 그냥 뛰어노는 어린이 정도만 보인다.
"츠구미, 저거, 아역일까?"
"아니라고 생각해."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자, 돌로 된 벤치에 할아버지가 1명, 멍하니 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급진 갈색 정장과 중절모의, 지팡이를 짚은 노신사다.
"린쨩, 저 사람한테 물어볼까?"
"응, 알았어. 따라갈게."
말을 걸기는 무서웠을까. 린은 내 손을 붙잡고 한걸음 다가왔다. 가까워.
"저기."
"응? 뭔가, 아가씨."
물 흐르는 듯한 발음. 주름 투성이의 얼굴에 떠오르는 상냥한 미소. 왠지, 한숨 쉬고 싶어지는 듯한 분위기. 조금, 전생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여기서 연극을 한다고 들었는데요, 뭔가 아시나요?"
"연극?"
"이 전단지에......"
그렇게 노산사에게 전단지를 건넨다. 그렇게 하자, 그는 눈을 가늘게 하며 전단지를 보고는 "과연.", 하며 납득한 듯한ㅡㅡ그리고 쓸쓸히 웃었다.
"이걸 보거라."
"이거?"
"아가씨한테는 아직 어려운 한자겠지만, 여기 상연일이 쓰여 있지?"
상연인을 오늘이 틀림없다고 생각ㅡㅡ아.
"......헤이세이 20년."
안전선의 확인에만 신경 쓰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헤이세이 20년이라고 한다면, 으음, 으음, 지금이 레이와 2년이니까, 2008년인가. 12년 전이네.
실망해서 어깨를 늘어뜨리는 우리에게, 아저씨는 온화하게 말을 건다.
"하하하, 어쩔 수 없지. 나도 그들의 연극 팬이었거든. 어떻게든 되돌아오지 않나 해서, 무심결에 상연일에 맞춰 오게 되어버린단다."
"이 '피스'의, 팬인가요?""그래, 물론이고 말고. 정열을 가슴에 담았던, 기분 좋은 젊은이들이었다. 하지만 1명이 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고 만 것을 계기로, 점점 어영부영해져서ㅡㅡ정신차리고 보니, 그날의 추억만이 남아버렸구나."
"할아버지......"
그랬구나. 이제 그 사람들의 연기는 보지 못하는 건가. 눈을 감으면 눈꺼풀 뒤에 떠오른다.
그, 4명이 나란히 서서 보여줬던 피스 사인은, 이제 볼 수 없는 건가.
"이 전단지도, 너처럼 내게 말을 걸어준 아이가 갖고 있었지. 관광안내소에 공원의 역사의 일부로서 그럭저럭 되는 양이 보관되어 있거든."
"아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래, 관광안내소에 놓여있었구나. 의문은 풀렸다. 거기서 1장 들고 가서 날린 거겠지. 종이비행기로 만들려고 갖고 갔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 서글픈데.
"다시 한번 여기서 연극을 보고 싶지만...... 이제 포기할 때일지도 모르겠구나."
뭐라 말을 걸면 좋을까. 나 또한, 이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 연극을 즐겼던 '키리오 츠구미'가 아닌데.
그렇게 힘없이 고개 숙인 나의 등을, 린이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고마워, 린쨩ㅡㅡ"
"그럼, 하면 되잖아?"
"ㅡㅡ뭐?"
린에게 감사를 표하려던 그때, 갑자기 할아버지의 맞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은 키라서 눈치채지 못했는지, ㅏ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열중해서 그런지, 스탭은 그 아이를 말릴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주저함을 날려버리는 것처럼, 광장 쪽으로 달려 나온 아이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너희들은 아역 배우지? 그럼, 하자. 사람이 부족하다면 나도 힘을 빌려줄게."
그렇게 말하며, 그 아이는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자물쇠의 초커가 흔들린다. 윙크를 날리면서 어딘가 득의양양하게 웃는 소녀.
그녀를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옆의 린이 "아." 하고 소리 내었다.
"츠, 츠나기쨩, 츠나기쨩이다!"
"츠나기쨩.......이라면, 아, 요츠바의!!"
"요튜버라고, 츠구미."
"아."
린한테 수정당해서 말문이 막힌다.
그래, 이 아이가, 코우 군이 꼬셨다는 아이구나. 코우 군도 남자네.
"소재는 정의의 아군이지?"
"...... 하지만, 그래. 응, 하고 싶어. 조금 허가를 맡아도 될까?"
"OK, 기다릴게."
뒤를 돌아보자, 무선으로 대화하던 스탭의 '잠깐만'의 사인. 로케 버스에서 내려온 여러 스탭이, 깜짝 놀라는 할아버지와 츠나기에게 얼굴 공개의 허가를 맡는다. 그녀는 촬영에 대해서 흔쾌히 대답해줬고, 핀 마이크를 부착하게 되었다.
이거, 무선으로 계속 상황이 중계되고 있던 걸까. 절차가 너무 매끄럽잖아. 재빨리 내려온 디렉터 나이토 씨가, 내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괜찮다면 츠나기쨩한테, 정이의 아군과 인질 줄 어느 쪽을 하고 싶냐고 물어봐줘."
"네?"
"츠구미쨩, 공주님도 할 수 있지?"
"아, 네."
어, 어라, 내가 공주님? 나, 나하고는 안 맞는데~ 악역이면 안 되나?
그보다, 그렇게 되면 린은 악역으로 결정되려나? 린한테 내릴 지시를 물어보자, 정의의 아군이나 공주님 어느 쪽이라는 느낌이다. 아직 내가 악역을 할만한 여지가 남았다고 믿고 싶다.
"관광안내소에 대본이 남아있어서 카피해왔어."
"예에.""이야~ 인기 요튜버가 있었다니 행운이었다. 이건 스페셜 특보를 짤 수 있겠어!"
환호성을 올리며 떠나가는 나이토 씨를 바라본다. 린까지 입을 떠억 벌리며 그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소라호시 츠구미예요. 오늘은 잘 부탁해, 츠나기쨩."
"린. 요루하타 린. 오빠가 신세 졌습니다."
"츠구미와 린이네. 잘 부탁해!"
명랑하게 웃음 짓는 츠나기한테, 린은 빠져들었다. 동경하는 연예인이 곁에 있다는 느낌일까. 조금 복잡할지도.
인원정리도 하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얼굴이 나와도 된다는 사람을 선출하여,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간단한 관객석을 만든다. 접이식 의자 등은 없었기 때문에, 관광안내소에서 빌려온 돗자리가 중심이다. 좋은 날씨 덕분에, 어제의 비가 완전히 마른 것도 다행한 일이다.
"린, 내가 그 '용사'여도 괜찮아?"
"괜찮아."
츠나기가 정의의 아군을 고르고, 린은 그걸 지원하는 모양이다. 4인극이니 그렇게 되겠지. 인질 구출 후, 악과 싸우는 정의의 아군한테서 공주님을 지키는 역할이다.
자, 그렇게 되면 악역은 어떻게 되는 걸까. 뭐, 4인극이니 어딘가에서 끌고 오려나? 넘겨받은 대본을 휙휙 넘기자, 그것만으로도 내용은 눈에 들어왔다. 어레인지도 OK인 모양이니, 모처럼이다, 즐기도록 하자.
"츠구미를 수출하는 거구나. 힘내자, 츠나기쨩."
"쨩은 없애도 된다구? 린."
"좋아 알았어, 츠나기."
린쨩, 순응이 빠르구나~ 린도 다시 두세 번 대본을 읽어 들였지만, 츠나기는 나와 마찬가지로 한번 훑는 것만으로도 기억한 모양이다. 그 츠나기가, 날 향해서 강한 미소를 향한다.
"지지 않아."
"지지......?"
이것은 승부, 인걸까. 만일 내가 악역이었다면 '원하던 바다' 라고 대답해도 좋겠지만, 지금의 나는 공주님이니까.
......음, 뭐 하지만, 승부를 하는 생각으로 나가자. 이 자리에 남은 네 명의 추억에 지지 않도록 연기를 하자.
"응, 알았어. 나도 지지 않아, 츠나기쨩."
"그렇게 나오셔야지."
도전한다면, 싸우자.
그 열기가, 분명 무엇보다도 이 연극을 무르익게 할 것이다.
'......는, 좋지만.'
결국, 악역은 누가 해?
무대가 막을 올리면 날 납치하러 온다는 악역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일만이, 아주 조금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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