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9 창공⇒cherry tree/In the dark scene3
    2022년 04월 09일 10시 21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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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61/

     

     

     

     스미다 공원에서 흘러가 스미다 강과 만나는 키타지켄 강을, 느릿하게 걸어본 일이 있다.

     그날은 분명 스미다 강에서 일하면서 지역 분과 대화하다가, 키타지켄 강이 아라카와로 이어졌다는 말을 듣고 일한 뒤에 들러본 것이었다. 다만 이것이 예상보다도 더 거리가 있어서, 아라카와는 커녕 도중의 나카가와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깨닫고, 촬영 후의 피로감도 있어서 결국 오시아게의 상점가에서 한잔 걸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왼쪽 위의 스미다 공원에서 내려와 동쪽으로 난 개천을 따라 동쪽으로 향함

     

     오시아게라는 마을은 이게 또 꽤나 인정이 넘치는 상점가여서, 술집을 순례할 때마다 친구가 늘어난 것은 좋은 추억이다. 분명 여배우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사인지를 걸어둔 가게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키리오 츠구미? 모르는데~!" 라고 말하면서도 걸어준 아저씨는, 아직 살아계실까.

     그래그래, 오시아게 상점가에서 스미다구 쪽으로 걸어가면, 나리히라교의 밑에 막 생긴 공원이 있어서 작은 연극을 보며 한잔 기울였던 일도 있었지. 그 연극이 너무나도 정열에 가득 차 있어서 가끔 다니고 말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립구나~

     

     

     그런, 어찌저찌해도 기억을 돌이켜보면 추억이 흘러넘치는 마을이었지만.

     

     

     "헐."

     "츠구미, 입 벌리고 있다고."
     "읍."

     

     정비된 근미래적인 도시와, 옛 흔적이 없는 역 주변. 로케 버스에서 내려왔을 때는 어디인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내 기억과는 이차원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것은,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우뚝 솟은 하얀 탑. 마치 그래, 이 이상 쌓아 올리면 의사소통능력이 엉망이 될 듯한, 무자비한 거탑이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뭐야 저거 무서워.

     

     

     

     "츠구미쨩, 괜찮아?"

     "예이."

     

     

     아니, 하지만 20년인걸. 겨우 20년 만에 이런 게 완성되었어? 도쿄타워도 꽤 무서웠지만, 여배우 스위치를 넣지 않고 이것을 올라가?

     

     

     "그런 고로, 정답은 도쿄 스카이트리였습니다. 린은 알았니?"

     "네, 스승님~!"

     

     

     도쿄 스카이트리. 그것이 이 탑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하늘로 치솟은 나무다. 오시아게역 구내에서 직통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지상에서 천천히 향한다.

     사쿠라ㅡㅡ아니, 이상한 말이 나와도 곤란해. 머릿속에서도 오우카 씨라고 불러두자. 그래, 오우카 씨와 우리들이 나란히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를 걷는다. 화제의 과자점 따위를 말하면서, 화제를 잡담으로 전환한다.

     

     

     "오늘은 세트로 코디네이트했니?"

     "예. 츠구미의 스타일리스트 씨가 츠구미의 취향으로 맞춰졌습니다."
     "츠구미쨩의 취향?"

     "아, 저, 개구리나 뱀이나 까마귀가 좋아서요."
     "오, 그랬구, 나?"

     

     

     아, 잘못했다, 그냥 대답하고 말았다. 내 취향은 그다지 평범하지 않은걸.

     

     

     "저도 츠구미와 만나는 동안, 까마귀가 귀엽게 보였어요."
     "엥~ 까마귀는 귀여운 게 아니라 멋지다구."

     

     우리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오우카 씨는 약간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카메라가 보면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일 테니 세이프인가.

     역에서 빙 돌아서 건물 주변을 걷다가, 드디어 스카이트리 내부로 침입을 개시한다. 티켓은 이미 샀기 때문에 그대로 위로 올라간다는 형식이다.

     다만 바로는 올라가지는 않고, 오우카 씨가 판을 들고 스카이트리 퀴즈를 내준다는 진행이다. 방영일은 7월이 될 테니, 여름휴가에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정보제공을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도쿄 스카이트리가 언제 생겼는지, 알고 있는 사람?"

     "음~ 린쨩, 알아?"

     "시, 십 년 정도 전인가요? 스승님~"

     

     

     린도 자신이 없어했지만, 나로서는 완전히 미지의 건축물이다. 적어도 20년보다는 새롭, 겠지?

     

     

     "아까워! 정답은, 2012년, 8년 전에 관광시설로서 오픈했단다."

     "8년 전......오빠가 다섯 살 때다!"

     "코우 군이 기준이네, 린쨩."

     "어라, 츠구미 쨩은 요루하타 코우 군하고도 사이가 좋니?"

     "네. 린쨩의 집에 놀러 갈 때, 가끔 코우 군이 놀아줬어요."
     "그랬구나. 어떤 놀이를 했었니?"

     "즉흥극이에요. 후후, 린쨩이 카메라맨이고, 쥬리아쨩하고 미미쨩이 손님이에요."
     "그랬구나. 다음에 이 언니한테도 보여줄 수 있겠니?"

     "네!"

     

     

     즉흥극이라고 하자, 오우카 씨는 기대된다는 듯 눈을 빛냈다. 이런 방송에 나오고 있지만, 역시 근본은 배우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현생에서는 한 번도 키리타니 오우카라는 여배우의 연기를 보지 못했다. 한번 제대로 감상해보고 싶어.

     

     그러고 나서, 몇몇 문제가 나왔다. 전장 634미터. 5층까지는 통상 플로어고, 전망대, 전망회랑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후지산의 꼭대기에서 운해를 바라본 일은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이다. 먼저 전망대에서 하늘을 보고, 그곳에서 점점 위로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럼, 출발할까요."
     "오~!"

     "오, 오~"

     

     

     스태프 분들도 최소인원만 엘리베이터에 타고 올라간다. 바깥은 보이지 않는 타입의 엘리베이터지만, 훨씬 위로 가는 것은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망대조차 도쿄타워의 특별전망대보다 높다던가.

     기운차게 엘리베이터에 탄 린과 다르게, 조금 엉거주춤해진다. 돌이켜보면, 난 연기할 때를 제외하고 이런 높은 곳에 왔던 일이 있었던가. 도쿄타워는 사적으로 가보았지만, 그곳도 처음에는 촬영으로 갔었다.

     

     

     "자, 도착했어."

     "오오~ 대단해. 츠구미, 저것 좀 봐, 예뻐!"

     "으아아아......"

     

     

     흥분한 기색의 린한테 손을 이끌려서, 스태프들의 인원정리로 비어버린 장소를 나아간다. 왠지 눈을 감고 말았지만, 츠구미가 "자." 라면서 보채자 눈을 감고 있을 수도 없었다.

     

     

     

     "와아......"

     

     

     

     웅대한 하늘. 확 트인 세계. 그리고 근원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생리적인 공포. 어째서 이 감각을 잊고 있었을까. 공포를 즐기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고서, 어떻게 공포로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두렵다는 말은, 즐긴다는 뜻도 되니까. 공포와 맞서는 일은 괴롭기만 한 것이 아냐. 삼켜버리면 된다고,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오우카 씨, 저건 뭔가요?"

     "저건ㅡㅡ"

     

     

     오우카 씨, 나, 린쨩. 모두가 전망대를 돌아다닌다. 이제 방금 전까지 느꼈던 불안은 사라졌다.

     

     

     

     

     

     

     

     

     

     

     

     

     

     

     

     

    ――/――

     

     

     

     스카이트리가 도쿄의 심볼이 되고서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흘렀을까. 가능하다면 첫 제자와의 첫 로케는 츠구미 씨가 좋아했던 도쿄타워로 가보고 싶었지만, 린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니까, 당분간은 환멸을 느끼게 할 실수는 하고 싶지 않다.

     내 눈앞에서 대화를 즐기는 두 사람을 본다. 한쪽은 내 제자가 된 소녀, 린. 또 한쪽은 오디션에서 린과 경쟁했던 소녀, 츠구미. 흑과 백, 빛과 어둠, 마치 대조적인 이 두 사람은, 그날의 나와 츠구미 씨처럼도 보였다.

     

     "대단해, 구름의 움직임이 보여!"

     "정말이네, 린쨩. 아, 까마귀다."

     ".....,오, 잘 찾네, 츠구미."

     

     카메라의 앞이라는 것도 잊고 즐겁게 떠드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흐뭇하다. 멀리서 보는 일반인들도 정말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기색이었고, 나 또한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하나 불합리한 불평을 말하자면.

     

     "까마귀는 멋있으니까, 바로 알 수 있어."

     "그래......?"

     

     이것은 어떻게 좀 안 될까.

     

     "츠구미쨩, 창가는 무섭지 않니?"

     "아뇨! 무서운 것이란, 즐거워요!"

     "그, 그렇니."

     

     두려움을 즐기는 감각.

     까마귀는 뱀은 그렇다 쳐도, 개, 개......그 녹색의 악마를 귀엽다고 단정 짓는 감성.

     어린아이니까 연기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으니 제쳐둔다 쳐도, 마구 발산되는 '츠구미 씨' 스러움은 대체 뭘까?

     말도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혼이라도 환생해서 츠구미 씨의 의식과 의사는 아니어도 비슷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해버린다면 어쩌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이 아이의 언동에, 계속 두근거렸다.

     

     

     '심연에서 끈질기게 지켜보고 있는 츠구미 씨. 부디, 그럴 리가 없다고 웃어주시겠어요?'

     

     

     다시 태어났다니, 그런 판타지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존경하는 마음은 계속 갖고 있어도, 매달리지 않겠다고 막 결심한 참이다. 그 맹세를 깨트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오만으로 휘둘린, 귀여운 제자를 위해서도.

     그렇기 때문에 날 뒤흔드는 것은 그만뒀으면 하지만, 그것이 불합리한 부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단지 친구와 처음으로 온 야외 촬영에 흥분하고 있을 뿐인, 천진난만한 소녀니까.

     

     그리고.

     

     "자, 츠구미. 유리 바닥."
     "엥, 자, 잠깐만."

     

     린이 먼저 유리 바닥에 올라서, 츠구미한테 손짓한다. 역시 유리 바닥을 주저하는지, 츠구미는 내딛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저기, 오우카 씨."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날 올려다보는 츠구미. 스카이트리에서 보이는 창공보다도 선명한 눈동자가, 주저하는 것처럼 흔들린다.

     

     "손을 잡아도, 될까요?"

     "ㅡㅡ그래, 물론."

     그래, 그리고. 츠구미 씨는 이런 기특하고 귀여운 말은 안 해.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어.

     츠구미의 손을 붙잡아서 안심시켜준다. 이걸로 이제 괜찮아ㅡㅡ잠깐, 이럼 혹시 나도 함께 올라가는 흐름? 잠깐, 나도 높은 곳은 그다지 좋아하는 게......앗.

     

     "오우카 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좋은 경치네."

     "네, 놀라가 보니, 재밌네요!"

     

     아아 정말이지, 될 대로 돼라.

     그런 감상과 함께 가슴에 솟구치는 것은 '장래가 걱정'이라는 다섯 글자.

     부디 제 연기가 드러나지 않도록,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게 해 주세요.

     

     나는 가슴속에서, 심연의 츠구미 씨에게 계속 그렇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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