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9 창공⇒cherry tree/In the dark scene2
    2022년 04월 09일 07시 31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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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60/

     

     

     

     "츠구미!"

     

     

     계절은 이제 곧 장마철에 접어들려는 시기다. 온도는 올라가기 시작하고, 날씨가 나빠지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라호시 츠구미의 첫 현지 촬영은 정말 쾌청한 날이었다.

     잘 깔려있는 타일 위. 전날의 비 때문에 남은 물웅덩이가 약간 튀어 오른다. 정말 기쁜 듯이 내게 손을 흔드는 린이 물웅덩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온다.

     

     "린쨩, 안녕."

     "응, 안녕!"

     

     오늘의 나는 흰 뱀이 포인트인 하얀 원피스와, 마찬가지로 하얗고 귀여운 세미 정장이 코디네이트의 메인. 반면 린은 까마귀가 포인트인 검은 세라복과 비슷한 원피스와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다.

     오늘의 코디네이트는 사실상 루루가 두 명 모두에게 해준 것이다. 둘이서 한 세트로 보이도록 짜놓은 것. 내 취향도 기억해줘서 정말 기쁘다.

     

     "늦어서 미안, 츠구미."

     "아니. 바쁠 테니까."

     

     그렇다. 요즘 린은 정말 바빠서, 그레프레 내외에서 만나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난 어떻냐면 광고 일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하루 만에 끝나는 법이다. 시간적 여유는 아직 있다.

     쥬리아와 미미하고도 좀처럼 시간이 맞지 않게 되어서 조금 쓸쓸한 면도 있다. 이런 때 같은 학년이었다면 함께 학교에 다녔을지도 모르겠어~

     

     "그레프레는 어때?"

     "이제야 밤 라그나 편성이 되었어."
     "오, 대단해, 역시 츠구미다. ......크으으, 역시 UR......"

     

     현재시각은 오전 10시. 카메라의 조정, 마이크의 확인. 여러 확인을 하는 동안에, 우리들은 잠깐의 대화를. 어린이다운지 그렇지 않은지 조금 알기 어려운 대화를 즐기고 있자,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린의 옷소매를 잡아끌어서 소란스러운 방향으로 주의를 줬다. 그러자 인파가 갈라지듯이 한 여자가 걸어왔다.

     

     "키리타니 씨 들어갑니다!"

     

     커다란 목소리. 술렁이는 주변. 전에 보았을 때는 정중히 땋아놓았던 검은 머리였는데, 오늘은 파란 통바지와 하얀 블라우스가 잘 보이도록 상쾌한 하프업으로 묶어놓았다. 어느 정도 걸어 다닐 일도 고려한 모양이다.

     키리타니 오우카. 예전, 키리오 츠구미 시절에 함께 연기했던 아역 소녀는, 다 큰 여자로서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스승님~!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 린. ㅡㅡ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대화하는 건 처음이네."

     

     부드럽게 미소짓는 눈동자 안에, 따스한 빛이 감돌고 있다. 그 시절의 쓸쓸한 사쿠라와는 다른 표정. 가슴에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말을 할 수가 없다. 다만 치밀어 오르는 것들을 전부 삼키고서, 난 단지 미소만을 지었다.

     

     "네. 소라호시 츠구미예요.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키리타니 씨."
     "후후, 오우카라고 불러도 된단다. 잘 부탁해, 츠구미쨩."

     

     내민 손을 붙잡는다. 작았던 손을 커졌고, 컸던 손은 작아졌다. 전부 뒤바뀐 것 같은 착각도 들었지만, 이 손의 따스함만은 그날의 자그마한 '사쿠라쨩'과 똑같이 생각되었다. 

     

     "네, 오우카 씨. 잘 부탁드려요."

     

     그런 우리를 바라본 린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레프레 안에서 만나는데 왜 처음 만난 것처럼 그래?"

     "엥, 하지만 컴퓨터 너머의 대화는, 잘 몰라서."

     "컴퓨터라니...... 츠구미쨩은 꽤 낡은 표현을 좋아하나 보네."

     엥 낡았어? 컴퓨터가?

     그리고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서 사쿠라와 나란히 사진을 찍은 적은 있지만, 그건 이동할 때 잠깐이었고.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린은 어째선지 탁탁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모르겠어.

     

     

     

     

     

     

     

     

     여행의 시작 지점은, 먼저 히노모토 방송국 앞이다. 로케 버스에 올라타면서, 오늘 향할 장소에 대한 대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대본 같은 것은(적어도 아역한테는) 없고, 우리는 오늘의 진행순서만 들어놓았다.

     명배우와 어린 아역의 촬영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경비하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경비원이 아닌 경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경찰 분들이 현지 촬영을 지켜주는 걸까?

     그런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스탭과 대화하던 듬직한 분 2명이 우리들에게 걸어왔다.

     

     "여어, 안녕."
     "저기, 안녕하십니까."

     

     백발과 홀쭉한 뺨, 상냥해 보이는 처진 눈은 가늘었고, 입가는 어딘가 느긋하게 풀려있다. 등은 쭉 뻗어 있어서 베이지 코트가 잘 어울린다.

     또 한 명은 젊은 남자인데, 정중하게도 가장 윗 버튼까지 제대로 잠가놓은 짙푸른 정장 차림. 진지한 성격일지도.

     

     "요즘 사건이 많아서 말이여. 나쁜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이 아저씨들이 경호해줄 거다."

     

     그렇게 백발 아저씨가 고하자, 보충하려는 것처럼 젊은 쪽이 한걸음 앞으로 나와서ㅡㅡ달래려는 듯, 허리를 굽혀서 우리와 시선을 맞췄다. 성실하다.

     

     "그는 우가키 경부, 난 단자와 경부보. 경찰 사람이다. 매니저 씨한테 연락처를 건네 뒀으니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편히 연락해줬으면 해."

     

     나로서는 호감도가 높은 인상이었지만, 어른의 딱딱한 말투가 조금 무서웠는지, 린은 재빨리 내 뒤로 숨고 말았다. 하지만 내 손을 쥐고 있으니, 여차하면 내 손을 이끌고 도망칠 것이다.

     왠지 정말 들쭉날쭉한 분위기의 경찰 2명은, 우리한테 손을 흔들고는 다시 인파의 바깥으로 되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연속여아폭행사건이라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분명 그것 관련일 것이다.

     

     "음~ 신경 써도 별 수 없지. 가자, 린쨩."
     "응. 왠지 깜짝 놀랐어."

     "그건 그래. 나도 조금 놀랐을지도."

     

     린과 대화하면서, 지켜보고 있던 스탭들에게로 돌아간다. 그러고 나서 바로 촬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진행 중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이상, 사쿠라와 대화할 기회는 넘쳐날 정도로 있을 것이다.

     사실은 린의 일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키리오 츠구미가 죽은 자인 이상, 설교하는 것도 엉뚱하니까. 해결된 일이기도 하니, 내가 이 이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이후 무슨 일이 있다면 다르겠지만.

     

     "그럼 준비. 3, 2, 1......스타트!"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돌기 시작한다. 먼저 로우 앵글의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나와 린이 오프닝을 연다.

     

     

     

     『연예인, 훌쩍 길모퉁이 낭만담~!』

     

     

     

     연예인, 훌쩍 길모퉁이 낭만담.

     그것이 이 방송의 제목이다. 매주 방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반기마다 한번 방영한다지만, 인기는 높다고 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메인 해설자를 맡은, 키리타니 오우카입니다. 오늘은 귀여운 동료들과, 도쿄의 심볼로 '훌쩍' 떠나보겠습니다. 자, 모두 인사해."

     

     

     순서대로, 먼저 사쿠라가 인사. 그에 이어서 나와 린이 카메라 앞에 선다.

     

     

     "소라호시 츠구미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요루하타 린,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린은 이전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 긴장한 모양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일 때 함께 손을 잡자, 조금 어깨의 힘이 풀린 것처럼 느껴졌다.

     

     

     "ㅡㅡ그럼, 곧장 로케 버스로 현지까지 향하도록 하죠."

     

     

     사쿠라의 말에 따라 로케 버스에 올라탄다. 이동수단이 도보가 아닌 것은 어린이의 체력을 고려한 일일 것이다.

     올라타고서 곧장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차 안에서 여러 조정을 하거나 순서의 확인도 하고, 배치가 모두 끝난 뒤에야 카메라를 돌린다. 이번에는 뒷좌석을 커튼으로 가리고, 맞은편 왼쪽에 사쿠라, 오른쪽에 린과 나라는 배치다.

     

     "아, 나조나조 가면."
     "린쨩?'

     

     자리에 앉아 준비하고 있자, 린이 발치에서 뭔가를 꺼내 든다. 그것은 이마에 물음표의 막대가 돋아나 있는 검은 가면이었다. 눈 주변만 가리고 입가는 드러내는 타입이다.

     손에 들고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하는 린에게, 스탭이 서둘러 달려왔다.

     

     "아, 전의 촬영에서 잃어버린 것 같네요. 일단 앞좌석에 놓아두겠습니다."
     "아, 네."

     "눈치채서 고마워, 린쨩."

     "아뇨."

     

     스탭의 정중한 대응에, 린은 조금 얼굴을 붉혔다.

     

     "그럼 촬영 시작합니다. 3,2,1, 스타트."

     

     다시 카메라가 돌기 시작한다. 방송에서는 화면이 전환된 느낌일 것이다.

     

     

     "지금 향하는 곳은, 도쿄의 심볼입니다. 린과 츠구미쨩은 어딘지 알고 있니?"

     "네!"

     

     

     아마도 도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정보는 린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 정답이 나와버리면 괜찮은 장면을 확보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부러 에둘러 말한다.

     

     

     "자, 츠구미쨩."

     "오오야마 묘지!"

     "아쉽지만, 땡!"

     "에엥~"

     

     

     어때, 완벽하지 않은가. 나도 현지 촬영은 처음이지만, 처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스타트가 아닐까.

     

     

     "저요."

     "그래, 린, 뭘까."
     "아사쿠사 유원지!"

     "후후, 땡. 슬슬 힌트가 필요하려나?"

     "땡이라니...... 스승님, 힌트, 필요해요~"

     

     

     왜 사쿠라는, 지금 린의 대답에 안심한 걸까. 어쩌면 내 선택은 조금 '낡은' 것일지도 모르겠어.

     

     

     "힌트는......도쿄에서 가장 높은 곳, 이란다."

     "아!"

     

     

     나와 린이 동시에 깜짝 놀란 듯한 연기를 한다.

     

     

     "후후, 너무 간단했으려나. 그럼ㅡㅡ그래, 츠구미쨩, 어디라고 생각하니?"

     "저기, 도쿄타워인가요?"

     "땡! 아까웠네."

     "예에?"

     

     

     무심코 묘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 현지에서 실제로 보고, 정답을 발표할게."

     

     

     아니, 도, 도쿄타워가 아냐? 그런 마음이 혼란을 불러일으키자, 오늘 하루의 마음의 준비가 와르르 무너진다. 물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알겠는가. 겨우 20년 만에 도쿄타워보다 높은 건물이 생겼다고는 생각할 수 없잖아.

     

     "기대되네 츠구미."

     "응, 맞아, 린쨩."

     

     몰래 속삭이는 린에게 맞장구치면서, 기대와 불안으로 가득 찬 가슴을 조금 억누른다. 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볼에 경련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에도 바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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