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9 창공⇒cherry tree/In the dark scene7
    2022년 04월 10일 03시 20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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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65/

     

     

     

     카메라맨, 디렉터, 프로듀서. 감독은 없지만, 대본이 있고 배우가 있고 무엇보다도 관객이 늘어서 있다. 그럼 이 이상의 무대는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 혼자 잔디 위에서 연기를 한다. 그렇게 하면 조금 전 몰래 나타난, 보기에도 수상한 검은 천을 뒤집어쓴 인물이 날 납치하러 온다고 한다. 자, 준비가 끝날 때까지, 잠시 관객석에 귀를 기울여보자.

     

     

     "요정의 상자의 애다. 공주님도 할 수 있으려나?"

     "뭐? 토키의 그 아이잖아? 여유 아냐?"

     "츠나기쨩은 정말로 아이였구나. CG가 아니었어."

     "린쨩 귀여워. 엥? 저거 혹시 한 세트?"

     "저 검은 건 뭐야? 무서워."

     

     

     반응은 그럭저럭인가. 내가 공주님의 배역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ㅡㅡ음, 기대반 의문반이라는 정도인가. 후후후, 불타오른다.

     배역에 이름은 없고 직업으로 부르는 느낌이다. 나는 공주, 츠나기는 용사, 린은 마법사, 악역은 키다리 왕. 이번에는 키다리 왕이랄 수는 없으니, 이것만 적당히 변경한 모양이다.

     

     

     "그럼 기다리셨습니다. '정이의 아군'의 시작이오~"

     

     

     나이토 씨는 상당히 목청이 좋아서, 이번에는 나레이터로 발탁된 모양이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른다. 그러자, 내 마음도 공주님으로 바뀌어간다.

     추억 속의 '피스'에 피스 사인을 보내자. 그들에게 마음이 전해지도록. 그들이, 어딘가에서 이 장소에서의 나날을 아름답게 떠올릴 수 있도록.

     

     

     "ㅡㅡ정말, 무서운 밤이네요."

     

     

     상상하라.

     여기는 성. 왕이 통치하는 나라의 중심.

     

     

     "일곱 번 달이 바뀌는 밤, 제게 거대한 악이 나타난다. 예언의 날은 오늘, 오늘 밤. 드디어 오고 말았어."

     

     시선을 떨구며 팔 앞에서 손을 맞잡고는, 기도하듯이 입을 연다.

     

     

     "아아, 용사님, 부디 저를 지켜주세요."

     

     

     지켜질 뿐인 공주님.

     사랑받으며 커온 여자아이.

     그런 자신을 연기해간다.

     

     

     "ㅡㅡ안됐지만, 용사는 오지 않아. 내 부하가 이미 먹어버렸거든."

     "누구세요!?"

     "지금 쯤이면, 산보다 크고 바다보다도 어두운 눈을 가진 용이, 용사의 목을 뜯어먹고 있겠지."

     

     

     그리고 드디어, 검은 천이 벗겨진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관객의 술렁거림. 연극 중이니까 자중하고는 있지만, 눈에 띄게 놀라는 기색이 전해져 온다.

     검은 망토, 검은 스틱, 검은 가면. 그것은 틀림없이, 로케 버스에 놓아뒀던 그 가면이다. 과연, 그녀가ㅡㅡ오우카 씨가 악역을 맡았구나!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악역을 하지 않을 거라면서 선택지에서 제외시켜뒀어.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아, 공주, 나의 공주여, 같이 와주겠나?"

     "안 가요. 이름도 대지 않는 불한당!"

     "오오, 그랬었지. 아직 이름을 대지 않았구나."

     

     망토를 나부끼며 걷는 모습. 눈가를 가린 가면에 손을 대며 싱긋 웃는 표정. 낮게 발성하는 그 대사는, 몸속을 내달리는 것처럼 울린다.

     

     

     "내 이름은 흑암흑가면. 악당이라네."

     

     

     그녀는 그야말로, 흑암흑......음? 뭐라고?

     아아, 아니, 맞다. 그러고 보니 '사쿠라쨩'은 네이밍 센스가 꽝이었다. 그러고 보면, 옛날 촬영에 등장하는 토끼(암컷)한테 '시로마루타마로' 고 이름 붙였었지.

     아아, 아니, 안 되겠다. 사고가 옆길로 새고 말았다. 연기 연기.

     

     

     "저는 악의 손에 떨어지지 않아요. 설령 이 몸을 빼앗긴다 해도, 반드시 용사님이 구하러 와주시겠죠!"

     "하하하하하, 그거 기대되는군! 아름다운 공주님을 내 부인으로 삼으려 생각했지만, 그런 일이라면 좋다. 만일 달이 한번 더 솟아오를 때까지 용사라는 녀석이 널 도우러 오지 않는다면, 너는 내가 제물이 된다! 자, 함께 가자!"

     "꺄아아아악."

     

     

     오우카 씨에게 안겨서 무대의 외측으로 간다. 일단, 오우카 씨가 쓰고 있던 천을 스탭이 들고, 우리들의 모습을 숨겨주는 모양이다.

     자, 이다음은 슬슬 츠나기와 린이다. 솜씨를 볼까.

     

     

     "ㅡㅡ마법사여. 이 앞이 틀림없겠지."

     

     

     먼저 놀란 것은, 맑은 목소리였다. 관객에게 닿을 정도가 아닌, 멀리 있어도 귀로 듣고 말 듯한, 잘 통하는 목소리다.

     

     

     "예, 틀림없습니다."

     "과연. 무수한 산을 넘고, 용을 격파하고, 태양의 반짝임에 인도되기를 오랜 세월. 드디어 그 악역의 거성에 도착했는가."

     "돌아가죠, 용사. 당신의 강함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
     "필요 없어."

     

     

     츠나기는 그렇게 검을 휘두르는 듯이 손을 들었다. 그곳에 수납된 검은 없다. 사실은 소도구가 있었겠지만, 즉흥극이라서 준비하지 못했다. 나무 막대기나 비슷한 걸로 대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츠나기는 맨손인 채로 검을 쥔 듯 연기한다.

     

     

     "내가 물러난다면, 다른 누가 그녀를 구할 수 있지."

     "그건......"

     "내 검은 분명 그 산보다도 커다란 용에 의해 저주받았다. 하지만, 난 아직 상처 하나 입지 않았어."
     "알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ㅡㅡ이 마법사, 이 몸을 당신에게 맡기지요."

     "든든하군. 고맙다, 나의 친구여."

     

     

     린 또한 잘한다. 오디션 때와는 또 다르다. 너무 몰입하지 않지만, 배역이 잘 스며들어 있다.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역할 만들기를 끝내고 그걸 표현하는 기술. 이것이 연기 중이 아니었다면, 무심코 박수 한 번이라도 쳤을 것이다.

     

     

     

     "같은 시각, 악의 성. 흑암흑가면과 마주하는 공주가 있습니다."

     

     

     

     나레이션의 목소리가 울린다.

     내 눈앞에는, 입맛을 다시는 미모의 악인이 부들거리는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정말로 약속을 지킬까? 정말로 용사가 올까? 정말로, 이대로도 괜찮을까?

     

     

     

     "자 공주님, 용사는 오지 않는군.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봐라."

     

     

     내미는 검은 지팡이. 많은 저주가 부여된 마검.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떨리고 심장은 찢길 것 같다.

     아아, 하지만, 나는 맹세했던 것이다. 단지 지켜질 뿐의, 단지 사랑받을 뿐의, 단지 울먹일 뿐의 공주님이 아닌, 이 나라의 왕녀로서 악의 맞서자고.

     

     

     

     "거절하겠어요."

     

     

     

     설령 이 몸이 스러진다 해도.

     

     

     

     "뭣이?"

     

     

     마음만은 부서지지 않는다.

     

     

     

     "설령 마지막 순간이 온다고 해도, 제 마음은 빼앗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세요."

     

     

     

     자, 힘없는 공주님을 시작하자.

     다만 이 공주는, 조금 튼튼하겠지만.

     

     

     

     

     

     

     

     

     

     

     

     

     

     

     

     

     

     

     

     

    ――/――

     

     

     탁 트인 하늘의 풀밭 위, 기억한 대사를 머릿속에서 되새긴다. 츠나기에게 있어 '연기한다'라는 행위는 철이 들 때부터 배웠던 기술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모니터 저편에 관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극장보다도 훨씬 가까운 위치에 객석이 있다. 긴장을, 또다시 연기의 가면으로 무마시켰다.

     

     '운 좋게 주역의 자리를 얻었다. 이제는 내가 가장 돋보일 뿐.'

     

     츠나기에게는 목적이 있다. 이루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를 위해 발버둥 치면서 얻은 무대다. 여기서 대실패라도 한다면, 눈뜨고 볼 수 없는 일이 된다.

     배우는 4명. 요루하타 린은 위협적이다. 그 포텐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라호시 츠구미는 경계대상이다. 동년배 치고는 두드러졌지만, 보고 있자니, 누르지 못할 것도 없다. 문제는 키리타니 오우카. 수도 없이 목적을 가로막았던 강적이다. 츠나기는 오우카>린>츠구미 순으로 위협도를 늘어놓았다.

     

     '막은 올라갔다. 검은 없지만, 연기의 실력을 보이는 거라면, 없는 편이 나아.'

     

     손목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움직임을 크게. 중심의 위치, 몸에 밸런스, 그리고 시선. 마치 손끝에 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관객의 시선으로 파악한다.

     츠나기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일거수 일투족에서 무엇 하나 타협해본 일이 없다.

     츠구미와 오우카의 장면이 끝나면, 츠나기는 용사로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린은 츠나기의 지원 역이다. 오우카만 삼켜버릴 수 있다면, 츠나기의 승리는 뻔하다.

     

     그래서.

     

     

     "설령 마지막 순간이 온다고 해도, 제 마음은 빼앗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세요."

     

     

     츠구미가 말한 목소리가 가슴에 울렸을 때, 츠나기는 단지 한 명의 관중인 것처럼 숨을 삼켰다.

     지켜질 뿐인 공주님일 터였다. 대본과 대사는 변함없지만, 카피이긴 해도 알 수 있다. 펜의 글자가 번질 정도로 쓰였을 주석에는, '연약하게, 무리하는 것처럼!' 이라고 쓰인 대사다. 하지만, 이건 어떤가. 지금의 한 마디는, 그런 연약한 말이었던가.

     

     '아.'

     

     보인다.

     차가운 돌바닥에 무릎 꿇고/ (아니, 여기는 잔디밭이다)

     밤바람에 떨리는 어깨를 감싸며/ (아니, 지금은 대낮이다)

     드레스가 더러운 것도 상관 않고?/ (아니, 아니, 아니!)

     

     '오산이다.'

     

     예를 들어, 무릎이 아픈 듯한 표정으로 있거나.

     예를 들어, 어깨를 어루만지며 추위에 견디는 몸짓으로 있거나.

     예를 들어, 드레스의 더러움을 부끄러워하는 동작으로 있거나.

     

     

     "......다부지네. 아아, 그래. 난 네가 강하고 굳세기 때문에."

     

     

     키리타니 오우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츠나기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것은, 초조함이다. 용사가 주역인 이야기가 되어야만 하는데, 지금은 이제 공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움직이고 있다. 용사의 활약을 보고 싶은가, 용사에게 구출되는 공주를 보고 싶은가. 그 차이는 크다.

     

     

     "그 마음을 꺾어버리고 새빨간 피로 목을 축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공주에 턱을 손으로 들어서, 목덜미를 대중에게 드러낸다. 규중처녀인 아가씨에게 대한 모욕이다. 그 모욕을, 용사는 용서해서는 안 된다. 용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츠나기는 마음을 전환한다. 자신에게 부여한 쇠사슬을 느슨히 하고, 리스크를 짊어지며, 실력을 이끌어내기로 결의한다.

     

     '어차피.'

     

     어차피, 뒤로 물러설 수는 없으니까.

     

     

     "이제 못 참아. 어차피 용사는 오지 않는다. 널 먼저 먹어버리마."

     

     

     츠나기는 자신의 안쪽 밑바닥으로 잠겨 들었다.

     나는 용사다. 수많은 눈물을 떠올리고, 사람들을 구하고, 악을 쓰러트려서, 단지 사람들에게 화자 되게 된 용사다. 용사는 꺾이지 않으면, 굴하지 않으며, 지지 않는다.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면, 나는ㅡㅡ나는, 용사니까.'

     

     그렇다, 자기 암시에 의해, 츠나기는 의식을 전환시켰다.

     

     

     "잠깐!"

     "쳇, 벌써 왔나. 역시 용 따위로는 발을 묶을 수도 없나."

     

     

     오우카는 그렇게 츠나기를 내려다보며 내뱉었다. 자신의 수하라 해도 가차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공주를 돌려받겠다, 흑암흑가면!"

     "용사여. 오오, 오오, 빛의 용사여. 신에게서 받은 검은 저주받은 모양이군. 그걸로 어떻게 날 격파할 셈이냐?"

     

     

     검은 저주받았다.

     완벽한 태세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정의와, 우정의 힘으로."

     

     

     그럼에도 츠나기는 그렇게 단언한다. 믿음직한 친구가 있고, 구해야 할 약자가 있다. 그런 때 악에게 지지 않고 씩씩하게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 츠나기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었다.

     

     '공주는 울지 않아. 하지만, 분명 마음으로 울고 있다.'

     

     츠나기는 씩씩하게 돌입해서, 드디어 악과 대치하는 것이다.

     

     

     "핫, 하하하하하하하! 정의와 우정의 힘? 그게 어쨌다고!"

     "뭐든 될 수 있지. 왜냐면ㅡㅡ"

     

     

     악의 거성, 웅크리고, 기도하지만, 그럼에도 시선을 떼지 않는 공주의 모습.

     

     

     

     "용사님ㅡㅡ당신을 믿고 있었답니다."

     

     

     

     아아, 그 말이 있다면, 츠나기는 몇 번이나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믿어준다는 일은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니까.

     

     

     "자, 공주를 원한다면 날 쓰러트려라!"

     "마법사여! 내가 저걸 끌어들인다. 그 틈에!"

     "알겠다.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수호의 마법이여, 용사에게 요새의 힘을!"

     

     

     친구의 힘으로 용기가 샘솟는다. 츠나기는 크게 도약하여, 린을 처리하려고 지팡이를 들어 올린 오우카에게로 향했다. 내딛고 검을 추켜올려서, 오우카의 스틱과 부딪히도록 연출한다.

     크게 튕겨내자 자세도 뒤로 물러나고, 크게 내딛자 오우카 또한 그 방향으로 물러선다. 이제 이펙트만 붙인다면 완벽하게 치고받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네 상대는 나다!"

     "건방진 짓거리를!!"

     

     

     만월.

     어스름.

     돌의 성.

     

     

     잔디의 위?

     내디딜 때마다 돌바닥으로 바뀌는 감각.

     탁 트인 하늘?

     달빛이 성의 창문으로 새어든다.

     

     

     관객?

     아니, 지켜보는 자는, 다부진 공주뿐이다.

     

     

     "왜 그녀를 구하려고 하지!? 지위냐? 명예냐? 아니면, 저 여자를 원해서냐!?"

     "아니, 달라."
     "그렇다면, 왜!"

     

     

     대답을.

     격한 검무 속에서, 자신을 믿고 똑바로 지켜보는 공주에게.

     

     

     

     "그녀가 날 믿어주니까. 믿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용사의 역할이니까ㅡㅡ그러니 나는, 널 쓰러트린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구전되는 용사라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져서는 아니 된다.

     

     

     

     "용사! 공주는 구했다!"

     "뭣이!? 네놈, 어느 사이에!"

     "우오오오오옷!"

     

     

     츠나기의 기백에 밀린 오우카의 옆을 지나친 린이, 츠구미를 구출한다. 그러자, 자연스레 관객의 목소리가 츠나기의 귀에 날아들었다.

     

     

     

     "힘내."

     "힘내라, 용사!"

     "지지 마!"

     "용사, 힘내라, 힘내라!"

     

     

     

     어린이의, 어른의, 남자의, 여자의, 젊은이의, 노인의.

     배우들의 연기에 매료되어서, 극의 일부가 되어서,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서, 이야기의 일부가 된 것처럼 진심 어린 성원을 보낸다.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져.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게 힘을 줘. 그래서, 용사는 싸울 수 있다!"

     "빈약한 사람의 마음이, 설마, 이런!? 큭, 아뿔싸!"

     

     

     결항. 하지만, 대본 그대로, 운명 그대로, 천칭은 용사에게 기운다. 츠나기가 휘두른 검이 스틱을 튕겨내자, 오우카는 크게 뒤로 몸을 젖혔다. 츠나기는 떨어지는 스틱을 몸을 피하며 손에 잡고는, 그것을 오우카의 가슴에 꽂는 것처럼 연기했다.

     오우카 또한 그에 맞추는 것처럼, 꽂힌 스틱을 마치 저항하는 것처럼 쥐어서 츠나기의 움직임을 도와줬다.

     

     '분해.'

     

     츠나기는 그 오우카의 연기에, 가슴속으로 생각했다

     

     

     "내 승리다."
     "약한, 인간, 따, 위, 에ㅡㅡ"

     

     

     "쓰러지는 오우카. 괴로운 표정, 자연스레 쓰러지는 것처럼 보이는 몸짓. 관객의 환호성 속에서, 츠나기는 스틱을 버리고, 린에게 지탱되면서 일어난 츠구미를 보았다.

     ㅡㅡ보여, 졌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하이라이트에는 개입하지 않고 츠나기를 북돋웠고, 클라이맥스에서는 한걸음 내디뎠다. 달려가고 싶은 것을 참고서, 상대를 배려하여 자기 다리로 선 여자. 그렇다, 관객도 느꼈을 것이다. 환호성에 휩싸였던 무대가 조용해진다.

     

     '분해.'

     

     츠나기는 그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한걸음 츠구미에게 다가갔다.

     

     

     "늦었습니다, 공주."
     "아니......아니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용사."

     

     

     구름 사이에서 새어든 햇빛이, 츠구미의 볼을 비춘다. 그제야 처음으로, 츠나기는 그녀의 볼에 눈물자국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분해.'

     

     

     소리 내지 않았던 것이다. 두려움에 떨어서 울었음에도, 결코 소리 내어 울부짖지 않았던 것이다. 그 긍지에, 츠나기는 뭐라 대답해야 좋을까. 츠구미의 볼에 손을 뻗다가, 그것이 그녀의 긍지를 더럽히게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주저했다.

     

     '아.'

     

     주저하고서, 눈치챘다. 눈물 자국은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츠나기가 손을 뻗은 것으로 울 뻔했다. 혹은 울었던 흔적이 있었음을, 관객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은 눈치챈 것이다. 씩씩한 왕녀는 불합리함이 닥쳐왔음에도 약함을 내보이려 하지 않은 채, 긍지 높은 의지만으로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츠나기의 연기까지 포함해서, 완성하는 연출.

      츠구미의 연기에 유도당한 것을, 자신의 의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분해, 분해, 분해.'

     

     츠구미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는다. 한걸음 다가가서 들여다본 눈동자는 하늘보다도 선명해서.

     

     

     "저와, 그 나라로 돌아갑시다."

     "네ㅡㅡ고마워요 용사. 정말로, 흑, 고마워요. 아아, 뭔가, 사례를."

     

     

     그때 눈물이 넘쳤던 것이, 분했다. 츠나기의 힘이 더 있었다면, 이 하늘에 비는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분해, 분해, 하지만.'

     

     츠나기의 연기는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린의 완벽한 보조가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우카의 가증스러운 악역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츠구미가 저렇게나 관객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생생하지는 않았겠지.

     

     

     

     "아니. 당신한테 비는 어울리지 않아. 제게 뭔가 주고 싶다면, 부디 웃는 얼굴을."

     "ㅡㅡ네."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니, 츠구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ㅡㅡ연기란, 즐거워.'

     

     츠나기의, 살아가기 위한 연기에 균열이 난다.

     물을 얻은 물고기처럼, 츠나기의 가슴속에는 환희가 차오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일 정도로 몰입한 연기를, 이제 와서야 손이 떨리고 있었음을, 츠나기는 깨달았다.

     

     

     "이걸로 '정의의 아군' 공연은 끝납니다.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디렉터의 나레이션이 나오자, 츠나기는 단지 재촉당하는 대로 츠구미와 나란히 섰다. 그녀의 따스한 손에 붙잡히자, 든든했다. 하지만 츠구미는 그 감정을 무시했다.

     

     '안 돼, 온기 따위를 원해서는.'

     

     머리를 흔들어 마음을 내쫓았지만, 이제야 눈앞의 광경을 깨달았다.

     

     

     

     "대단했어!"

     "잘했다, 용사, 타이밍이 좋았어!"

     "공연은 평범한데 배우가 대단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

     "상영일은 언제야? 녹화해야 돼!"

     "흐흑, 공주님, 잘 됐다."

     

     

     

     

     환호성.

     환희의 목소리다.

     츠나기 일행의 연기에, 누구나 미소를 활짝 피워주었다.

     

     

     '완패다. 응, 하하, 졌다고. 하지만.'

     

     

     함께 고개를 숙이는 소녀. 그 귀에 닿도록, 츠나기는 말을 남긴다.

     진정 가장 큰 위협이며, 적이며, 경의를 표하는 한 사람에게 배우로서.

     

     

     

     

     "다음에는 지지 않아ㅡㅡ츠구미."

     

     

     

     

     그렇게, 츠나기는 어딘가 오늘의 하늘과도 같은 마음으로, 작은 선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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