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대책과 배제~ ――102――
    2022년 04월 06일 20시 11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102/

     

     

     

     일단, 논리는 그럴듯하다.

     다만 이 제안은 책임이라고 말하면서도 명백하게 다른 의도가 있다. 책임을 구실로 용사의 가족을 수중의 카드에 더하겠다는 심산인가. 넘어져도 그냥은 안 일어나는 것이 귀족이지만, 정말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하는구나.

     내 뒤에서 마젤의 가족 중 누군가가 숨을 삼키는 기척이 들었다.

     

     "저의 가문에는 맡길 수 없다는 말씀이신지."

     "그럴 셈은 아니라네, 베르너 경. 어디까지나 같은 백작가로서 소동의 책임을 지겠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이쪽에 있었으니까."

     

     좋은 미소잖아, 이 녀석. 애초에 그쪽의 관리가 문제였다면서.

     

     "뭐, 본인들한테 묻는 게 제일 좋겠지. 할팅 가문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여기서 귀족다움을 꺼내버렸다. 평민이 귀족의 '호의'에 NO라고 말할 리가 없잖아. 귀족답다고나 할까 방식이 더럽다. 말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웃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욱 해서 뭔가 한마디 해주려고 생각한 그 순간, 아버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엘도안 경, 그걸 제안할 상대가 다른데."

     "......무슨 뜻인지? 잉고 경."

     

     엘도안 경이 노려보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아버지는 태연하다. 자연스레 홍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입을 열었다.

     

     "할팅 일가는 체아펠트에서 맡도록 왕태자 전하께서 의뢰하셨지."

     "그 건이라면 위트호프트에서 전하께 부탁을 올려놓았네 같은 백작가이니, 본인들이 반대하지만 않으면 문제는 없을 터."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시게."

     

     내 쪽을 잠깐 바라본 것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순순히 다시 앉는다.

     

     "확실히 체아펠트 가문에서 맡도록 전하께서 의뢰하셨지. 하지만 할팅 일가가 왕도에 거주하는 동안의 담당 책임자는 우리 가문이 아니라 세이퍼트 장작이다."

     ".......뭐?"

     "경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나. 원래는 세이퍼트 장작이 맡기로 되어있었지만, 장작께선 피노이의 전장에 계시지 않았나. 당분간 체아펠트에서 대신 맡아줬으면 한다는 전하의 의뢰였지."

     

     단번에 엘도안 경의 안색이 나빠졌다.

     

     "전날, 그륀딩 공작한테도 도움을 부탁했다. 우리 가문만으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함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말이지. 공작께서는 체아펠트 가문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겠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 상담에 응해주겠다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다만."

     

     아, 승부가 안 돼. 왕비님의 친가의 당주가 문제없다고 단언한 상대라면 담당자의 교대에 너무 무리가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이제야 깨달았다. 이 일, 어느 의미로 계획대로인가.

     

     나라는 장작이 책임자라는 사실을 틀림없이 공표하지 않았다. 여기서 용사를 이용하려고 생각할 귀족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리리를 눈에 띄는 팔러메이드로 발탁한 것도 여기에 용사의 가족이 있다는 어필이 목적인가.

     

     

     

     그 후 엘도안 경 일행은 뭐라뭐라 말했지만, 결국 아무런 제안도 못하고 물러났다. 방 바깥에서 대기하던 노르베르트 일행과 일단의 예절로 저택의 문을 나설 때까지는 배웅한다.

     우리들의 뒤에서 리리만이 쫓아온 것은 팔러메이드로서의 일. 지금의 아리 부부는 배웅조차 못할 입장이다

     

     "...... 죄송합니다, 아버지."

     

     도발에 걸렸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석연치 않지만 사과해둔다.

     

     "베르너, 귀족에게는 분노 또한 무기다. 하지만 감정 그대로 발산하는 분노는 칼을 든 자에게 맨손으로 덤비는 것과 같지. 감정을 억눌러라."

     "예."

     

     내심 무안해하며 일단 응접실로 돌아가자, 아리 부부가 왠지 미묘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백작님, 이번 일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너희가 엘도안 경 쪽이 더 좋다고 한다면 배려는 해주마."

     "아뇨, 민폐가 아니라면 이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리 씨가 바로 대답했다.

     

     "그런가, 그리고 엘도안 경이 사과의 뜻으로 갖고 온 것은 받아두게나."

     "그, 그것 말씀입니다만, 이런 거금은......"

     "그런가. 그럼 베르너, 네가 대신 맡아둬라."

     "예엣?"

     

     이상한 목소리가 나왔다. 아니 아니, 왜 내가. 아버지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마젤 군과 다시 상담할 때까지 맡아두면 될 거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반론을 못하잖아. 확실히 마젤도 포함해서 상담해야겠다.

     

     "그거면 되겠나?"

     "예, 부탁드립니다."

     

     확인했더니 일가족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내가 잠시 맡겠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그렇게 선언하자, 오히려 안심한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날 믿어주는 걸까. 미묘한 위통을 느끼면서 집무실로 돌아가는 도중, 뒤에서 쫓아온 리리가 슬쩍 말을 건다.

     

     "정말 고맙습니다, 베르너 님."
     "아니, 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기뻤어요. 화내 주셨던 일도, 저쪽의 귀족한테 가지 않고 끝난 일도."

     "아......"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뭐, 뭐 응, 이후로도 잘 부탁해."
     "네."

     

     리리가 미소를 가득 지으면 끄덕인다. ......이정도까지 살갑게 굴면 나도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겠어.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