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대책과 배제~ ――97――
    2022년 04월 06일 00시 54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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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97/

     

     

     

     "저기, 무슨.......?"

     "아아니, 이쪽의 일."

     

     내가 멀뚱멀뚱 얼굴을 들여다보자, 리리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아 미안, 그 얼굴은 내 쪽이 더 대미지가 커.

     

     "리리."

     "네."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주방에 가서 부드러운 반죽을 이 정도 가져올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쟁반에 올려서."

     "반죽, 이요? 알겠습니다."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 얼굴을 보고 농담이 아니라고 이해했는지 리리는 곧장 방을 나갔다.

     돌아오기 전에 내쪽도 재빨리 준비하자. 시제품이 들어간 상자를 손님용 테이블에 이동시킨 뒤 집무용 자리에 앉아서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일단 밀쳐내고서, 펜을 이리저리 휘갈긴다. 마침 모두 썼을 때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들려온 뒤 리리가 돌아왔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래, 고마워. 리리는 아직 예의범절을 공부 중이었지?"

     "네? 아, 네. 그리고 계산도......"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공부하는 사이에 그려줬으면 하는 게 있어."

     "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반죽을 올린 쟁반을 건네주는 리리. 이건 점토 대신이다. 귀족의 집무실에 반죽을 들고 오는 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점토를 들고 오면 더욱 문제다. 그보다 필요 없기 때문에 근처에는 점토가 없다.

     그리고 내 경우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할 수 없는 이상, 모형을 보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손이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더러움을 닦기에 적당한 파지가 많이 널려있으니까.

     

     먼저 일부를 접시 위에 얇게 펴고는 펼쳐서 판 모양으로 만들고, 손가락으로 일부를 오목하게 만든다. 위에서 보면 다수의 점으로 그려진 ※마크 같은 형태로 위치를 조절.

     이어서 구멍에 들어갈 정도의 구체를 만들고, 구멍 안에 넣는다. 구멍의 깊이는 구체가 대략 절반 정도 드러나는 느낌.

     

     "이것은요?"

     "이렇게."

     

     처음에 티세트와 함께 들고 왔던 접시를 위에 올린다. 접시를 검지 손가락만으로 가볍게 돌리자 접시 자체가 빙글 돌았다. 재료가 반죽이라서 부드럽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소형 턴 테이블의 완성이다.

     

     "와......"

     "사실 금속으로 된 공을 쓰면, 중앙으로 축을 덧대서 옆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돼. 그렇게 하면 이걸 토대로 무거운 물건도 간단히 돌릴 수 있게 돼. 단지 입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말이야."

     

     시제품으로서 받은 골프공 사이즈의 철구를 보여주고 탁자 위에서 가볍게 굴려 보이자, 의미심장하다는 듯 리리가 상체를 기울이나. 가까워.

     

     "들어볼래?"

     "괘, 괜찮은가요?"

     "무거우니까 조심하고."

     

     양손 위에 올려주자, 꺄아 하는 작은 목소리를 냈지만 떨어트리지는 않았다. 그대로 양손 위에서 굴리거나 높게 들었다 내려본다. 뭘까, 강아지가 신기한 장난감을 받아서 놀기 전에 앞다리나 코로 찔러보며 확인하는 것 같다. 무심코 훈훈해졌지만 그렇게 있을 수도 없다.

     

     나는 철구를 받아 들면서, 다시 한번 턴 테이블에 눈길을 주었다.

     

     "난 내일 성으로 일하러 가야만 하니, 그 사이에 이 판을 그려줄 수 있을까. 구체가 패인 곳 안에서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는 그림으로. 그때의 시간을 얻을 수 있게 어머니나 노르베르트한테 말해둘게."

     "네. 저기, 크기는 어느 정도라고 써야 할지......?"

     "그건 제작자한테 의뢰할 때 이 시제품을 보이고 비교하면서 설명할 테니 괜찮아."

     

     시제품 상자를 열고 안에 든 금속판을 보인다. 이것도 실물 크기는 아니지만 그건 입으로 설명하면 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램프 그림도 예쁜 종이에 다시 그려주면 고맙겠어. 그때 이 가장자리 부분을 굵게, 튼튼하게. 그리고 여기가 삼각형이 되도록......"

     "네."

     

     턴 테이블과 함께, 위에 있는 본체의 그림도 부탁한다. 설명이 자세한데 더해 일을 늘려버려서 미안하게 생각했지만, 리리는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몫은 따로 급료를 낼 거야."

     "아, 아뇨, 그런, 필요 없습니다."

     "아니 이건 지불해야만 한다고."

     

     이건 메이드의 일이 아닌 다른 업무라서, 따로 지불하지 않으면 통제가 안 된다. 그리고 리리의 그림은 돈 내야 할 수준이고.

     

     "으으......"

     

     왠지 작게 끙끙댄다.

     

     "노르베르트한테는 내가 말해두겠지만, 그린 것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

     "무, 물론이에요."

     

     말할 것도 없었나. 하지만 일거리를 늘릴 뿐인 것도 뭣해서 일단 종이에 써두었던 것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말인데."

     "숫자가 가득......표인가요, 이거."

     "음~"

     

     방금 턴 테이블의 설명에 썼던 반죽의 자그마한 공을 두 개 들어서 접시에 올린다. 그 옆에 두개 더. 그 옆에 두 개를 더.

     

     "이건 몇 개?"

     "6개네요."

     "응. 그리고, 이 표의 세로의 2, 가로의 3이라고 적힌 부분은."

     "6인데요......아."

     

     응, 구구단의 표다. 하지만 이 근육뇌 세계, 이 정도도 없어서 학생 시절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은 새삼스럽게 구구단을 쓸 일이 없었지만.

     

     "대단해요, 이거. 알기 쉽네요. 감사합니다."

     "아, 응, 참고로 해. 이쪽도 귀찮은 일을 부탁했으니, 힘들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해."

     "네, 있는 힘껏 할게요!"

     

     덕분에 살았지만 이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는 할팅 일가의 유전인가 뭔가. 일단 리리한테는 반죽을 치우도록 하고, 난 바닥의 쓰레기를 치우면서 이후의 예정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던 중, 어쩌면 주판을 만들면 팔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시간도 없으니 포기하자. 살아남는다면 리스트에 더해두기로 하자.

     

     

     그리고 훗날 노르베르트가 말하기를, 리리를 경유해서 알게 된 구구단의 표을 다른 고용인한테 가르칠 때도 쓰고 있으니 이런 편리한 것은 좀 더 빨리 가르쳐달라고 어머니가 불만을 말했었다고 전해주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숫자와 계산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표라는 것은 확실히 이 세계에서는 드문가. 이 세계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이 나이에 들어서 문화 차이를 체험하다니. 자기가 알고 있다고 해서 타인이 꼭 알고 있는 것도 아니구나. 반성.

     


     

     ??? : 아아, 이것은 불이란 것이다.

     ??? : 대단해!!

     ??? : 아아, 이것은 젓가락이란 것이다.

     ??? :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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