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8 오디션∴오베이션 scene1
    2022년 04월 04일 15시 49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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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50/

     

     

     

     

     "드디어, 이것을 말해줄 때가 온 모양이네."

     

     그렇게 위엄 있게 고한 사람은, 각본가인 아카사카 군이다. 그는 회의실에 모인 우리들 아역 배우에게, "진실을 말할 때가 온 모양이다." 라면서, 여태까지 비밀로 해왔던 리리와 리리야의 관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이나 촬영을 거듭한다면, 전생을 가진 내가 아니어도 깨닫게 되는 법이다. 쥬리아와 미미와 린, 그리고 나는 찰나의 순간 아이컨택트를 교환하여, 아카사카 군을 추켜세우기로 정했다.

     

     "저, 전혀 몰랐어여!"

     

     그리고 첫방에, 미미의 발음이 흐트러졌다.

     

     "이, 이야~ 눈치채지 못했는데, 글치 린!"

     "으으으으으응, 저저저저저전혀 몰랐어."

     "저기, 둘 다, 음, 그.......저도 몰랐습니다!"

     

     쥬리아와 린이 약간 떨면서 고하길래, 잠깐 지원사격을 해줄까 주저하다가 결국 말을 맞추고 말았다. 모두들 근본은 솔직하네.

     아카사카 군은 그 나름대로, 우리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을 것이다. "이야~ 속여서 미안." 이라고 국어책 읽듯이 말하며 맞춰주고 있다. 이거 혹시, 지금 딴지를 걸면 누구나 불행해지는 결말이......음, 좋아, 마지막까지 따라가자.

     

     "그래서 다음 촬영부터는 리리와 리리야의 핵심에 다가가는 장면도 늘어나게 돼. 뭔가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된다?"

     "네, 녜에"

     "알겠슘다."

     "어이 린, 혀쨟댜고. 저도 괜찮슘다!"

     "아마 모두 혀쨟아져뗘...... 알겠습니다, 아카사카 선생님."

     

     왠지 낙담해있는 아카사카 선생을 회의장으로 보내고, 우리는 이 자리에서 휴식이다. 어쩐지 요즘 모두와 이렇게 모이는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넷이 한데 모여 쉬니까 기쁜 마음도 있는 듯한.

     

     "린쨩은 요즘 어때?"

     "물어보는 게 할멈 같다고, 츠구미."

     "확실히, 친척 아줌마 같애."

     "린쨩, 쥬리아쨩, 그, 그건 좀......"

     

     무심코 굳어버린 나의 등을, 미미가 살며시 쓸어준다. 그래, 확실히 "요즘 어때?" 는 미묘하다. 사실 절묘하다. 절묘하게 친척 아줌마다.

     

     "너무 지나쳤나? 미안, 츠구미."

     "아, 아니. 괜찮아. 조금 여러 가지로 자각했을 뿐인걸."

     "그래?"

     "응. 아, 아하하하."

     

     안 되겠다, 이 화제는 내 마음이 죽어버려.

     

     "그, 그래, 저기 린쨩. 그레프레말인데......"

     "아, 그거, 린쨩이 첫 임금으로 과금한다고 말했어."

     "그러고 보니 우리들한테도 첫 임금 들어왔겠네~"

     "그래그래, 그거. 새로운 뽑기로 뽑은 캐릭터의 성능이 좀."

     

     모두 마찬가지로 보인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요. 단지 그, 화염, 바다, 폭풍, 땅, 밤, 낮의 여섯 속성이 있고, 나는 밤 속성만 쓸 수 있지만 한 번에 다섯 명밖에 쓰지 못하는 모양이라서 누구를 골라야 좋을지 모르겠는걸.

     무기를 갖추고 스킬을 레벨업하고 계약수를 생각해서...... 아,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전혀 린의 지적대로 되지 않는다.

     

     "린쨩?"

     "아, 저기~ 그레프레?"

     "린, 쨩?"

     

     린쨩은......아니, 그러고 보니 린쨩은 요즘 그다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연기 책을 읽고 있어서 방해하지 않았지만, 혹시 게임에 질려버렸다던가?

     ㅡㅡ그렇게나 좋아했었는데? 첫 임금으로 과금을 선언하면서 정말 열심히 룰을 기억하고, 게임을 너무 해버린 바람에 스마트폰을 몰수당하자 울고 말았던 그 린이?

     

     "린, 요즘, 공부 많이 하던데, 퍼졌어?"

     "윽, 쥬리아. 난 매일 레벨업하고 있다고."

     "그, 그건 기대되지만, 무리하고 있지 않아?"

     

     쥬리아와 미미가 린의 좌우에서 손으로 어루만진다. 린은 머리를 붕붕 흔들면서도, 제대로 대답해주었다.

     아니 하지만, 기억이 날아갈 정도의 레슨이라니 너무 지나친데. 그야 나도 한 번은, '연귀야업(恋鬼夜業)'의 촬영에서 너무 고양이인 척을 하는 바람에 자기를 고양이라고 생각해버려서, 우르우한테 장난치다가 혼났던 일이 있지만...... 그것도, 우르우의 "부주의!" 라는 설교로 자아를 되찾았었다.

     

     "그레프레, 그레프레, 음~ 츠구미, 시험 삼아 보여줘."

     "응......알았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사건 이후로 들고 다니고 있다)을 꺼내서, 얼굴인식으로 켠다. 익숙지 않다. 그게 아니라, 으음, 어플을 눌러서 캐릭터 일람을 불러내고, 린의 앞에다 보여주었다.

     

     

     "이것이 그레프레.......그레이트브레이브판타지아 한정 오버드 요루리리!?"

     "리, 린쨩?"

     

     

     린쨩은 그렇게 외치자마자, 내 스마트폰을 내 손 채로 움켜쥐더니 구멍이 뚫릴 정도로 바라보았다.

     

     "필살기는 [야왕의 기아]로 게이지 오버록에다가 아군 전체의 확정 연속 공격과 흡수!? 해방 웨폰은!?"

     "으, 으음~ 영혼해방웨폰......이거?"

     "공격력 순 2식 [대]와 4면초가 [대] 와 120으로 급소[대].......픽업, 픽업은!? 끄, 끝났네."

     

     린은 내가 모르는 말을 술술 이어 말한다. 그러고 나서 새파래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린쨩......?"

     "히잉."

     "우와아아앗, 린쨩!?"

     "흑, 흐윽, 으아, 아아앙."

     

     눈에 눈물을 가득 채우더니, 급기야 울고 마는 린. 어루만지거나 쓸거나 해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일단 손을 잡고 진정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울렸구나."

     "우, 울리게 했네."

     "에엥, 내가!?"

     "잠깐 자리를 비워줄 테니, 제대로 달래라고, 츠구미."
     "그, 그래..... (화이팅, 린쨩!)"

     

     쥬리아와 미미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비운다. 린은 고개를 끄덕여줬지만, 잘 모르는 모양이라고 이거. 그리고 둘 다 숨어있을 셈이겠지만, 문 틈새에서 제대로 보인다고.

     뭐 하지만, 내 탓에 울고 만 것은 틀림없다. 지금은 린쨩한테 달라붙어서 그녀를 달래주자.

     

     '하지만, 이렇게나 좋아했는데 왜 잊고 있었던 거람?'

     

     가슴이 술렁이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다. 린은 초연한 것처럼 보여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말할 줄 아는 아이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의 린은 어딘가 붕 떠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린 자신의 마음의 경계가 녹아버린 것만 같은.

     

     "저기, 린쨩. 요즘 뭔가 이상한 일ㅡㅡ"

     "실례합니다." 
     "ㅡㅡ히익?"

     

     갑자기 의식이 끊긴다. 어떻게든 눈물을 닦은 린과 그런 린에게 손수건을 건네던 내 앞에 나타난 자는, 오디션 때도 신세 졌던 동료 배우 미나우치 란 씨였다.

      란 씨는 나와 린을 교대로 바라보며,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린쨩한테 볼일인가요?"

     "아아, 아뇨, 울고 있는 모양이라서 잠깐. 무례하게 보고 말아서, 죄송합니다."
     "흐윽, 괜찮, 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과금으로 이겨내야 해......!"

     "그래, 첫 임금도 나오니까......"

     "?"

     

     과금, 과금인가~ 다시 말해, 모처럼 녹화했는데 공포신이 지상파용으로 잘린 것을 알고 나서, 울어재낀 다음 화풀이로 VHS 비디오를 한 세트 샀지만 전편이 스페인어라서 사전을 사는 것과 같은? 알지 알아.

     

     "츠구미~ 나랑 미미는 촬영이 있어서 이만~"

     "나중에 봐, 츠구미쨩, 린쨩!"

     "아, 응, 알았어~!"

     

     쥬리아와 미미는 그렇게 우리한테 말하고는, 매니저들과 함께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되자 자연스럽게도, 이 자리에는 우리들 3명만 남게 되었다.

     약간 껄끄러운 침묵 속, 먼저 입을 연 자는 란 씨였다.

     

     "사실은 미카도 씨하고 함께 말씀드리는 편이 좋았겠지만요."

     

     란 씨가 그렇게 운을 떼었기 때문에,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코하루 씨한테서 받았던 벨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두 번 흔들었다.

     

     "츠구미쨩, 그건ㅡㅡ"

     "부르셨습니까, 츠구미 님."

     "ㅡㅡ엥!? 미, 미, 미카도 씨, 엥."

     

     그러자,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코하루 씨가 란 씨의 뒤에서 팟 하고 나타났다. 부르기는 했지만, 코하루 씨 어디에 있었어?

     

     "저, 정신을 차리고...... 실은 츠구미쨩한테, 오디션을 권유하러 왔답니다."

     "제게?"

     "네. 정확히는, 린쨩과 츠구미쨩한테요. 린쨩한테는 이미 다른 방면으로 승낙을 받아뒀습니다."

     "브이."

     

     아직도 조금 흰자위가 붉은 린이, 손가락 두 개를 세우며 피스 사인을 만든다. 조금은 상태가 좋아졌으려나.

     

     "서류심사 외에도 추천 자리가 둘 있습니다. 그것을 츠구미쨩과 란쨩에게 주려고요."

     "추천......."

     

     서류심사부터 이겨서 올라가고 싶은 기분도 들지만, 눈앞의 기회를 놓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무엇보다, 약간 걱정되는 린도 참가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없기는 하지만...... 신경 쓰이는 점도 있다.

     

     "저기, 란 씨."

     "네, 무슨 일이죠?"

     "무엇의 오디션인가요?"

     

     란 씨는 "아아, 실례했네요." 라고 고한 뒤, 스마트폰을 열어서 기획서의 제목을 보여주었다.

     

     

     

     " 『키리타니 오우카의 파란만장한 반생』ㅡㅡ다큐멘터리 특별 방송에 나오는 키리타니 오우카의 유년기 '사쿠라'의 아역 오디션이에요."

     

     

     

     그 말에 숨을 삼킨다. 그것은 옆에서 본다면, 대여배우의 아역 오디션에 놀라는 어린이처럼 보일 것이다. 왠지 란 시의 표정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의 내심은 다른 일로 가득했다. 키리타니 오우카. 그날, 포스터에서 보았던 상냥한 여성. 그 사람이, 전생에서 정말 사이좋았던 '사쿠라쨩' 이라는 사실에, 머릿속에서 결부되어.

     

     '다시 만날 수 있어? 사쿠라쨩을, 내가.'

     

     제대로 말이 안 나온다. 하지만 이것만은 전해야만 한다면서, 나는 단지 란 씨에게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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