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두 번째 마장 ~구원과 피노이 방어전~ ――82――
    2022년 04월 03일 16시 35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82/

     

     

     

     이튿날 이른 아침, 지금까지의 내구전을 하는가 싶었던 분위기가 거짓말인 것처럼 왕국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행동을 일으킨 곳은 왕국군 최좌익에 위치해 있던 제1기사단이다.

     일부러 말에서 내려 기마의 돌진력을 활용하지 않고, 좌익의 더욱 외측에 있는 산맥을 살려 측면으로 돌아가게 놔두지 않게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자, 마물군도 깎이는 것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 상대의 수를 줄이면 돼."

     

     전체적인 작전의 일환임을 이해하고 있는 필스마이어가 기사들의 행동을 견제하면서, 주의 깊게 적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이윽고 먼 곳에서 한층 거대한 그림자가 필스마이어의 눈에 비쳤다.

     

     "좋아, 마술사는 신호를. 전군 후퇴. 저것과는 싸우지 마. 희생자를 남기지 마라."

     

     필스마이어의 지시에 따라서 마술사가 한층 더 커다란 불덩어리를 공중으로 쏘아 올렸다. 이윽고 제1기사단은 마술사 부대의 지원을 받으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움직인 것은 왕국군 최우익에 배치된 제2기사단이다.

     제2기사단은 제1기사단의 전투지역에서 불덩어리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자, 기사의 속도를 더해 가열찬 기세로 옅어진 마군에 돌입하여, 그대로 대신전의 문을 노리는 것처럼 파고들었다.

     

     "착각하지 마. 대신전에 들어가는 척을 할 뿐이다."

     "하지만 단장님. 이대로 가면 대신전에 들어갈 수 있어 보입니다만......"

     

     제2기사단의 단장인 힌데르만에게, 옆에 있던 기사가 말을 건다. 하지만 힌데르만은 고개를 저었다.

     

     "제2기사단이 들어가 버리면 대신전의 식량이 못 버텨."

     "분하군요."

     주위의 마물들이 연이어 허물어지고 있다. 마군의 주 전력은 마장 베리우레스와 함께 제1기사단 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장을 따라가지 않은 마물들은 대신전에 왕국군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필사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저항은 너무 무리한 일이라서, 필연적으로 마군의 피해는 증가를 거듭하고 있었다.

     

     "단장님!"

     "왔는가! 불화살!"

     

     거대한 그림자를 확인한 기사가 내지른 경고를 들은 힌데르만이 불화살을 쏘도록 명하자, 옆에 있던 기사가 재주 좋게 불화살을 하늘로 향해 쏘아 올렸다. 제2기사단은 그대로 썰물처럼 급속히 후퇴하기 시작하여, 마장 베리우레스가 그 부근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이탈하기 시작했다.

     파충류의 시체가 널린 장소에 도착한 직후, 베리우레스는 다른 함성을 귀로 들었다. 제1기사단의 옆에 배치되어 있던 귀족군이, 전장의 베리우레스에서 떨어진 지점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베리우레스는 노골적으로 분노의 표정을 지으면서 전투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발을 옮겼다.

     

     

     

     "베르너 님, 이런 걸로 괜찮으신지?"

     "괜찮다고. 먼저 마장이 없으면 그럭저럭 승부가 되다고 병사한테 자신감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으니까."

     

     노예병이나 숫자만 채운 하급 병사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맥스의 질문에 대답한다. 물론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맥즈에게 눈길을 향했다.

     

     "그냥 웃어도 된다고."

     "아뇨, 이미 충분히 웃었습니다."

     "그건 거짓말로도 부정하라고!?"

     

     무심코 호통쳤지만 다른 사람이 이런 복장이었다면 나도 웃음을 참는 정도는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의 나는 여성용 순백 원피스, 민다리에 샌들이라는 모습이니까. 으으, 발치가 썰렁하다.

     

     이 모습은 무단으로 전장을 이탈한 행위에 대한 처벌로 이루어졌다. 이 모습으로는 기승도 금지. 도보로 이동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는 꼴이 되어버린다.

     

     나는 도망친 것이 아니라서 도망죄 쪽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무단으로 이탈한 행위 자체는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이 모습을 하면 뭐라고나 할까...... 음, 주변의 호기심 어린 눈이 괴롭다. 내일도 이 모습인 것이 더욱 괴롭다.

     

     "오."

     "피리살이 날아올랐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먼 곳에서 바람에 타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피리살이란 것은 전생 일본의 우는살같은 것인데, 화살을 쏘면 소리가 난다. 좋은 소리라서 난 꽤 마음에 들어 하는데, 신호에 쓰는 거라서 평소에는 쓰지 않는다. 아쉽다.

     그 소리를 신호로, 이번에는 제2기사단의 옆에서 함성이 일어난다. 그 부근에 배치되어 있던 귀족군이 전투에 들어간 것이리라. 분명 그 부근에는 할포크 백작의 부대가 있었지. 힐데아 평원에서도 일군을 이끌었다고 하니 물러날 때는 알고 있겠지.

     

     작전으로서는 복잡하지 않다. 왕국군은 어차피 통일적인 움직임은 불가능하다. 지휘계통도 그렇고 전열도 너무 옆으로 길어서 지시에 시간차가 발생하는 건 절대 피할 수 없다. 그럼 차라리 통일적인 싸움을 시작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각자 움직이면 된다.

     

     본래라면 각개격파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포인트는 적에게 베리우레스 이외의 지휘관이 없다는 점이다. 베리우레스가 오면 진을 물리며 원거리 사격전에 들어가고, 베리우레스가 없는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선다.

     귀족끼리 공적을 다투고 있어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베리우레스가 없는 곳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귀족도 있기 때문에, 그 전투지역에서는 마군의 피해가 무시 못할 수준이 된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한편 마군은 포위된 상태에서 대치하게 되지만, 적의 주력이 베리우레스와 함께 무리 지어 움직이기 때문에 물러날 때를 알기 쉽다. 그 녀석 커다랗기 때문에 먼 곳에서도 눈에 띈다고.

     베리우레스가 온 곳은 도망친다. 그리고 베리우레스와는 다른 장소에서 나은 적의 2선급 전력을 철저하게 소모시킨다. 기본적으로 이것의 되풀이. 이것이 가능한 적은 적에게 기동력이 높은 기병이 없다는 이유도 크다.

     

     적이 군대가 아닌 단순한 집단이라면 그나마 병사 수준에서도 방법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부근에서는 평범한 병사라 해도 상당히 힘들기는 하다는 모양이지만.

     그리고 전부터 신경 쓰였던 점도 멀리서 확인한다. 역시라고나 할까 베리우레스가 없는 곳에서는 무수한 개인전이라는 느낌이고 집단전을 한다고는 할 수 없겠어. 그에 맞춰주는 왕국군 부대도 있는 모양이지만.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지금 생각해도 별 수 없으니. 먼저 베리우레스의 인내력을 고갈시키는 것부터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