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두 번째 마장 ~구원과 피노이 방어전~ ――80――
    2022년 04월 03일 09시 00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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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219gv/80/

     

     

     

     그륀딩 공작과 세이퍼트 장작이 앞으로 나오고, 그 대신 노이라트와 슌첼은 뒤로 물러났다. 예를 차리려고 하는 나를 장작이 말린다.

     

     "비공식이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무리한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이상 어쩔 수 없다. 간소한 인사만으로 끝낸다.

     

     "그다지 놀라지는 않은 모양이로군."

     "놀라기는 했어요."

     

     공작이 우락부락한 표정 그대로 말해와서 일단은 항변.

     

     "경은 현재, 경 자신이 말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부디 라우라 전하의 의향을 경청하고 싶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장작이 다시 웃어제꼈다. 공작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다.

     

     "경은 총명하군."

     

     그런 표정으로 말해도 그다지 칭찬받는 기분이 안 든다. 하지만 비공식이라면 무례한 질문도 허락될 테니 확인해보자.

     

     "실례되는 말투가 되겠지만, 역시 전하가 목적인 분이 계십니까."

     "꽤 많다."

     

     역시 그렇다면서 내심으로 한숨. 응,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나이대의 차이가.

     

     귀족이라면 10세 정도의 나이차의 결혼은 드물지 않아서, 30대 전반 정도라면 기회 있음. 그렇지 않은 경우 아들이 마침 라우라와 만날 것 같은 세대인 귀족. 중간이 없었다.

     다시 말해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미모의 공주님인 라우라의 사위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심산이다 라우라도 마침 결혼적령기니까.

     끈질기게 말했었던 백작가 사람들은 본인인지 아들인지는 둘째 치고, 나이상 라이벌이 될 듯한 나를 이참에 비난해두려고 했던 것이다. 성가신.

     동시에 왕태자가 인접국에서 원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나 할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인접국한테 은혜를 입는 대신 라우라와의 약혼이라도 말이 나오면 이보다 성가신 일이 없다.

     

     다시 말해 본래라면 피노이가 최우선이었을 테지만, 어딘가에서 목적이 뒤틀려버렸다. 적이 마군이지만 문제는 마군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한번 더 비틀면 가극 따위의 타이틀이 될지도.

     

     "경은 라우라와 만난 일이 있을 터인 즉. 어찌 생각하는가."

     "아름다운 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제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할아버지로서의 발언이겠지만 공주를 그냥 부르는 것에는 조금 깜짝 놀랐다. 확실히 이건 비공식이 아니면 못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대답하자, 공작은 크게 한숨을 지었다.

     

     "모두가 경처럼 분수를 알았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심한 말을 해온다.

     뭐 라우라와 어울리는 사람은 마젤이니 그 점은 흘려보낸다. 말에 차여서 죽고 싶지 않으니. 그러니 장작도 그렇게 소리 죽여 웃지 마세요. 어이 노이라트, 웃음을 참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얼굴 새빨갛다고.

     

     "그 견식을 보고 경에게 부탁이 있다만."

     "일단, 듣고자 합니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전투에서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결과를 내었으면 한다."
     "...... 예?"

     

     아니 아니. 설마 그걸 위해 그런 모습까지 하며 절 만나러 왔다는 겁니까.

     

     "다시 말해 [그만한 정공을 올린 체아펠트 자작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라는 구실로 전하한테 꼬이는 벌레를 내쫓겠다는 뜻입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제게 뭘 원하는 겁니까 공작님.

     

     "직접 불러내면 다른 억측이 일어나니, 그래서 이런 장소에 비공식적으로 찾아와서는 공적을 올린데 더해 전하께 흥미 없다는 태도를 취하라는 말씀이신지?"

     "그 말대로다. 그 대신, 무단 전선 이탈의 건도 포함해서 한꺼번에 무마시켜해주마."

     "너무 무모한......"

     

     무례한 일이지만, 공작 정도로 높은 분의 앞에서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웃음을 참은 공작이 입을 열었다.

     

     "경한테는 성가신 일을 떠맡기는 형태가 되어버려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이 일은 정치적인 면이 크다네."

     "정치적......입니까."

     "경은 전하께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은 모양이니 전해두겠네. 이 전장에 대군을 이끌고 온 자들은, 전하의 신랑 후보에서 전부 낙선되었네."

     

     무심코 노이라트와 슌첼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이건 좀 위험하다.

     

     "노이라트, 슌첼, 여기서 들은 일은 비밀이다. 다른 곳에 새어나가면 둘 다 내가 베겠다."

     "아......예!"

     

     두 사람이 직립 부동의 자세로 대답했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상황은 파악한 모양이다.

     두 사람의 표정을 확인한 뒤, 다시 한번 장작을 돌아본다.

     

     "대군을 이끌고 온 자는 전부입니까."

     "전부다. 혹시 전하께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녀라는 말은 들어봤나?"

     "어딘가에서 들은 바가 있습니다."

     

     게임의 지식이지만.

     

     "그럼 이야기는 빠르군. 그리고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여럿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예."

     "다른 자가 다른 신탁을 받아놓았네. 전하의 아들은 고위에 오를 것이라는 내용인데, 이 일은 전하 본인도 모른다네."

     

     노이라트와 슌첼이 숨을 삼킨다. 한편 나는 놀라기는 했지만, 게임의 지식으로 말하자면 마젤이 왕이 되는 엔딩을 알고 있는 만큼 묘하게 납득도 된다.

     게임 안에서 그런 일은 화제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고위 귀족 내에서의 중요한 기밀사항일 테니 이해할 수 있다. 그보다 이 말투로 보면 대부분의 귀족이 모르지 않을까.

     그 부근을 머릿속에서 정리한 다음, 반쯤 확인을 위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여기에 대군을 이끌고 온 자들은 전부 낙선이라고 한 거네요."

     "확실히 마군이 피노이로 향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그걸 호기로 삼는 생각을 가진 자가 나라의 고위에 오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장작 대신에 대답한 공작. 현재, 이미 작위가 귀족인 사람이 더욱 고위에 오른다는 뜻은 자칫하면 왕위에 오르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루웬 전하의 입장은 어떻게 될까?

     이상하게 욕심 많은 녀석이 전하의 배우자 혹은 장인의 자리에 서면, 신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사실 신탁도 반드시 들어맞지는 않다. 마왕의 강함 같은 중요한 부분의 신탁도 없고.

     

     아니 잠깐. 잘 생각해보니 게임에서도 마족은 어째서 라우라를 노렸었는지 설명되지 않았다. 그 당시의 게임이라서 그냥 공주님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죽이지 않고 있었던 것은 뭔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혹시 그것이 같은 근거였다고 한다면?

     

     여러 가지로 신경 쓰이지만 뒷날의 일은 일단 놓아두자,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왕족으로 태어난 이상, 좋아하는 이유만으로 혼인을 할 수는 없는 일. 나라를 위함이 될지 아닐지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공작이 그렇게 말했다. 정론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 비율이고 자기 생각도 섞여있잖아. 공적으로는 왕녀이면서 성녀가 위험하고, 사적으로는 손녀딸의 목숨의 위기. 그걸 기회라고 생각하는 녀석한테 맡길 수 없다는 건 알겠지만.

     

     "다른 자와 비슷한 정도의 공적이면 된다. 같은 정도라면 근거로 대서 밀어붙일 수 있지. 보수도 충분히 내마. 이후의 경의 입장도 배려해주마. 받아들여주지 않겠나."

     

     여기까지 들려주고 내게 거절이라는 선택지가 있을까요~ 보수는 입막음 비용을 말하겠지. 도망칠 길 따윈 없지만.

     

     "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 울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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