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7 인연×카운트=카운트×앙심 scene3
    2022년 04월 01일 10시 40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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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46/

     

     

     

     "거기까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의식의 틈을 파고든 그 짧은 소리는, 우리들의 입을 간단히 막아버렸다. 제각각 머리를 식히려고 숨을 쉬는 어른들. 그런 짓을 하면 바로 쿠루마라는 아저씨의 표적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이었지만, 기우였다. 왜냐면 츠구미는 한마디 고했다고 생각하자마자 안개처럼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쿠루마의 냉정해진 머리가 비난의 표적을 찾기 전에, 시선의 틈새를 누비는 것처럼 대머리 아저씨 (디렉터라고 한다)의 그림자에 숨었기 때문이다. 그 깔끔한 수법에, 내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지는 않나 걱정된다.

     

     "저기 저기, 쿠사츠~ 촬영 아직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에밀리쨩."

     

     이 에밀리라는 주니어 아이돌은, 이번에 쿠사츠가 불러온 모양이다. 쿠사츠...... 클라이언트가 파견했다는 신경질적인 남자지만, 초이스가 의문이다. 금발 메쉬라고. 츠구미의 대항마로 삼을 거라면, 적어도 단색으로 하라고. 너무 화려하잖아. 사전에 준비라던가 좀 하지.

     

     "리리와 나, 어느 쪽이 주역인지 모르겠다면 말야~ 승부하면 되잖아. 범죄 플레이처럼."

     "게임이 아니라니까요......"

     "어때, 쿠루마 씨, 안 돼?"

     

     그렇게, 에밀리가 쓸데없는 말을 꺼냈다.

     

     "그럼, 에밀리쨩의 제안대로, 보다 좋은 필름을 정식 채용ㅡㅡ"

     "잠깐. 그 제안이 좋은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건, 츠구미잖아. 끼어든 쪽은 그쪽이라고."

     "ㅡㅡ하아. 시간낭비입니까. 괜찮겠죠? 소라호시 츠구미 씨?"

     

     쿠루마 씨가 빈정대는 것처럼 말하자, 확실히 짜증이 솟구친다. 만일 츠구미가 거부를 해준다면, 나도 당당하게 모두와 함께 돌아가야겠다.

     하지만, 뭐라고나 할까, 예감이 든다. 이 아이는 처음부터, 이렇게 작은데도 배우였다. 이렇게나 어린데, 내부에는 이미 한참 전부터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과연 이것을 거부할까.....

     

     "거절해도 된다고? 츠구미."

     

     내 물음에도, 츠구미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13살이나 차이나는 상대에게, '어른스럽구나'라는 감상을 품게 되어버릴 정도로, 츠구미는 침착하였다.

     

     "아니요, 저는 상관없어요. 다만, 심판은 공저한 분께 부탁하고 싶은데요......"

     "그건 그렇겠지. 그럼, 감독한테 부탁하는 게 당연할 텐데, 어떤가요? 쿠루마 씨?"

     "그건 불공평하다. 스태프도 두 사람 더해서 총 3명. 적당히 고르자. 너랑 너! 알겠지!"

     "앗, 잠깐."

     

     적당히라고는 말했지만...... 뻔하다. 그들은 쿠루마가 일부러 보여준 고급시계와 가죽구두를 보고 있던 사람이다. 혹시, 에밀리에 찬성한다면, 아니 쿠지라의 편을 든다면 자기들도 마찬가지로 좋은 것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의 눈이다.

     

     "그럼, 처음에는 에밀리가! 괜찮지?"

     

     에밀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만만히 달려 나왔다.

     

     "네, 하세요."

     "앗싸! 빨랑 끝내버려야지. 나 한다, 쿠사츠!"

     "저, 정말, 에밀리쨩도 참."

     

     저쪽의 스타일리스트가, 에밀리의 머리를 묶어 올린다. 그 사이, 난 나대로 이번 촬영의 상세를 확인해본다.

     

     "이번에 선전하게 될 토키는, 여름 레몬맛입니다. 여름철에 드시게 된다 해도 잘 안 녹고, 중심부는 달달한 화이트 초코이며 코팅은 레몬맛. 처음은 상쾌하며 뒷맛이 달달하다는 컨셉입니다. 천진난만하게 노는 남매를 연출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됩니다. 아역 배우를 기용했다는 점도 있으니, 되도록 아역 배우는 천진난만한 행동을 하게 하고, 카이 씨는 그에 따르도록 해주세요."

     "토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좋습니까?"

     "아역의 천진난만함과 순진무구함을 레몬과 결부시킵니다. 그런 뒤에 나레이션을 깔아 둘 테니, 토키를 먹거나 나누거나 하면서 개성에 맞춘 연기를 해주세요. 그걸 위해서, 반드시 남매라는 걸 염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애드립이 많구나. 보통 CM에서는 제대로 콘티를 정해놓는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에는 단란한 가족이 테마라고 들었던 기분도 든다.

     아니, 그게 아닌가. 연기대결이라는 묘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은 구성으로 바꾼 건가.

     과연......저 CM프로듀서, 유능해. 지금도 실실댈 뿐인 쿠루마와는 다르게, 감독 일행과 의논하고 있다.

     

     "이것이 토키 여름 레몬맛입니다."

     "음......음, 맛있어. 신맛과 단맛의 배합이 적당해."

     그렇다면, 나도 정신을 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설명을 듣고 있는, 츠구미의 옆얼굴을 본다. 진지함 그 자체의 표정으로, 토키를 보고, 먹고, 약간 진심으로 놀라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그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불평을 토로하지 않았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그렇게나 냉대받았는데도 씩씩하게 맞서고 있다.

     

     '다섯 살이라고. 아직, 겨우 다섯 살이다.'

     

     다섯 살은, 보통 저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츠구미는 똑바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그 마음가짐에 응하지 않고서 뭐가 선배 배우냐.

     

     "그럼, 준비 부탁합니다~!"

     "네."

     "예~!"

     

     언제나 여유를 갖고 전력으로.

     카키누마 소조의 조카를 붙잡아서 어중간한 자리를 마련한 그 아저씨한테는,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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