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7 인연×카운트=카운트×앙심 scene2
    2022년 04월 01일 09시 39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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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45/

     

     

     

     하치오지 시의 교외에 있는 가옥의 앞. 역사가 느껴지지만 제대로 손질된 문이 벌써 한걸음 앞인데, 우리들은 어째선지 제지를 당하고 있다. 아무래도 연락의 혼선이 빚어져서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듯하다.

     받아들일 준비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의문으로는 생각하지만, 스태프 분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코하루 씨의 시선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추궁하려 해도 할 수 없다.

     

     "저기, 루루."

     "움직이지 마. 양산이 흐트러져. 잘 들어? 츠구미. 네 피부에 티가 나기라도 하면 전 세계의 손실이야. 그런 일은 내 프라이드가 용서 못 해."

     "...... 네."

     

     촬영을 위해 자외선 차단제는 발라놨지만, 아무래도 그래서는 안심할 수 없는 모양이다. 쿨하게 내뱉는 루루한테, 난 네라며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느낌...... 이건 혹시 더블 부킹인가. 이미 촬영을 시작하고 있다던가? 겹쳤으니 돌아가라고 말하기 어렵겠지.

     

     "ㅡㅡ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물러나도록 하죠. 훗날 정식으로 항의문을 보내겠습니다."

     "기기기기기, 기다려주십쇼!"

     "당사의 여배우는 이런 장소에서 계속 세워둘 만한 숭고한 이유라도 있다면, 듣도록 하지요."

     

     ....... 이렇게, 비슷한 대화도 이걸로 네 번째다. 그래도 코하루 씨가 남아있는 이유는, 내가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신인 배우의 신분. 여기서 이런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아.

     

     

     "어이 아가씨, 이게 무슨 상황이래?"

     "저희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데요."

     "흐음?"

     

     

     들려온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숙했던 것이라서,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당황해서 돌아보고ㅡㅡ무심코 숨을 삼켰다.

     

     

     "그거 말야, 나도 포함되는 거냐?"

     

     

     부드러운 곱슬기의 갈색 머리, 샤프한 얼굴과 죽 찢어진 눈, 다크 블루의 가느다란 안경. 한숨과 함께 스마트한 자세로 나타난 자는, 전생에서 정말 많이 보았던 모습과 빼닮았다.

     

     "카키누마, 씨......?"

     "음? 넌 혹시, 카키누마 소조의 팬? 젊은 시절의 숙부와 많이 비슷해서 질릴 정도로 많이 들었다고."

     "앗, 죄송합니다. 부주의했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자, 그는, 그 시절의 카키누미 씨는 거의 짓지 않았던 부드러운 미소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하핫, 신경 쓰지 마. 영광이라고 해야겠지. 그 사람은 내 목표고, 넘어야 할 벽이니까. ㅡㅡ나는 카이. 네 이름은?"

     "츠구미ㅡㅡ소라호시 츠구미예요.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응, 잘 부탁해."

     

     쿨한 외모인 반면, 명랑하여 대화하기 쉽다. 숙부......라는 말은, 카키누마 씨의 조카인가. 18세의 미성년자 배우라고 하면, 키리오 츠구미의 사후에 태어난 사람이다 전생의 기억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어떤데? 들여보내 줄 거야?"

     "예! 앗."

     "호오? 츠구미 님은 안 되고, 카이 씨는 괜찮다는?"

     

     아아, 코하루 씨의 이마에 푸른 핏줄이!

     이제는 참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저기ㅡㅡ"

     "그래? 그럼 나도 돌아간다."

     "엥, 그, 그건 좀."

     "ㅡㅡ엥?"

     

     그렇게 한걸음 내딛으려던 나를 제지하는 것처럼, 카이 씨가 앞으로 나온다. 그러고 나서 고한 말은, 우리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기대의 신인' 소라호시 츠구미와 함께 연기한다고 듣고 상응하는 준비를 해왔다. 그게 무리라고 한다면 거기까지다. 거짓말을 들면서까지 할 생각은 없어. 연기자를 찾는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봐. 나는 내 실력으로, 날 원하는 자리에 갈 뿐이다."

     

     

     

     의연하게 내뱉는 모습에서, 카키누마 씨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카키누마 씨 또한 자존심 넘치는 사람이었다. 불합리한 요구에 처음으로 나서는 자는 언제는 카키누마 씨였다.

     압도되어 숨을 멈추며 뒷걸음질 치는 스태프. 엄처안 기백에, 두 말을 못 하고 있는 것이리라.

     

     "츠구미. 이 부근에 좋은 이태리 음식점이 있는데, 점심이라도 어때?"

     "와~ 멋져요. 사양하지 않을게요."

     그렇게, 정말 활짝 핀 미소로 권유해 준 카이 씨한테 수긍한다. 그러자 경직된 스태프의 등 뒤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뛰쳐나와서는 턱을 지면에 대면서 카이 씨의 발치에 달라붙었다.

     

     "ㅡㅡ아아아아! 와~! 죄송합니다, 바로 지나가시게 해드리겠습니다아아아!"

     "아,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났어. 츠구미, 저곳의 이태리 식당은 전채가 특히 맛있다고."

     "사정도 말씀드릴 터이니, 부디, 부디~!!"

     

     건장한 대머리 남자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악의가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까 하고 카이 씨를 보니, 카이 씨는 매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지었다.

     

     "어쩔까? 난 이태리 식당으로도 괜찮지만."

     

     그렇다, 카이 씨는 내게 물어본다. 정말 재치 있는 분이다. 내가 중재한 덕에 원만히 수습되었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 어린이답게, 그의 배려에 편승하는 것이 예의다.

     나는 그의 부드러운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면서, 미소 지었다.

     

     "카이 씨와 촬영, 하고 싶어요."

     "응, 알았어. 츠구미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이번에는 이야기를 들어주지 뭐."

     "예이이이, 자 이쪽으로!!"

     

     다만, 소동이 난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제부터다. 참아준 코하루 씨의 손을 잡아주자, 그녀는 어딘가 안심한 것처럼 손에 힘을 주었다.

     촬영만으로 끝나는 건 조금 어렵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우리들은 카이 씨와 그의 매니저의 뒤를 따라서 문을 지나쳤다.

     

     

     

     

     

     

     

     

     

     

     

     

     

     흙의 지면에는 커다란 나무, 빨랫줄에 널린 빨래, 물을 뿌리는 용도의 국자와 통. 촬영의 소도구를 갖춰놓은 옆, 촬영 준비를 세팅해놓은 텐트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단 모처럼 카이 씨의 등에 숨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몰래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자.

     

     

     "ㅡㅡ그러니까, 클라이언트의 의향이라구요."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이쪽으로서도, 섭외가 끝난 배우를 불필요해졌다고 내쫓으면 신용에 금이 가기 때문에......"

     "그럼, 클라이언트의 신용에 금이 가는 건 상관없다는?"

     "그건 아닙니다만, 플래닝도 끝나고 콘티도 통과되었고 스케쥴 조정도 끝나서 이제 촬영 당일이라는 단계에서 출연자를 변경하겠다고 말씀하시면, 상응하는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예 그렇습니까' 라고 수긍할 수는 없습니다."

     

     

     응, 알겠다. 카이 씨를 쉽게 들여보내려 했다는 이유는, 내 대역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의향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 제작현장에서는 거스를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닌 기분도 들지만..... 어쨌든 클라이언트는 신이다.

     

     "저기, 아베 P, 출연자 분이 오셨습니다."

     "마침 잘 됐다. 제가 말씀드리죠."

     "앗, 잠깐, 쿠루마 씨!"

     

     대머리 씨의 말에 반응해서 곧장 이쪽으로 걸어온 자는, 볼이 야윈 신경질적인 남자였다. 남자는 카이 씨를 보고 눈에 희색을 지었지만, 다음으로 날 보고는 한쪽 눈썹을 들며 불쾌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카이 씨. 저는  『미자키 오리고』에서 온 쿠루마라고 합니다."

     "처음 뵙습니다, 배우인 카이입니다. 이쪽은, 오늘 함께 연기하게 될 아역 배우인 소라호시 츠구미쨩입니다."

     "저기, 잘 부탁드립니다!"

     

     물 흐르는 듯한 소개에, 모처럼이니 따라가 본다. 그렇게 하자, 쿠루마 씨는 난감하다는 듯 어깨를 내리며 한숨을 지었다.

     

     "스태프의 통지를 들었겠지? 너는 부외자다. 돌아가도록."

     "츠구미 님, 어떠신가요?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원하는 모양입니다만."

     "막 만들었을 뿐인 프로덕션이 허세 부려도 소용없다. 또 일거리를 잃고 싶지 않지? 그렇게까지 해서 악역을 기용할 이점은 없다고."

     

     음~ 그건 이상하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기용하지 않았으면 되는 것을. 그렇게 되면 생각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간섭인데, 누가, 무얼 위해서?

     

     "저기~ 아직~?"

     

     해답이 나오기보다도 빠르게, 해답이 찾아온 모양이다. 밝은 금발로 염색한 분홍색 그물코. 프린트 셔츠의 위에는 점퍼. 숏팬츠와 하이 삭스. 무심코 신음이 나올 것 같은 요즘 세대의 여자아이가, 트윈테일을 휘날리면서 달콤한 목소리로 쿠루마 씨를 바라본다.

     나이는 일곱 혹은 여덟 살인가. 걸음걸이는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침. 교정 가능한 범위지만, 중심이 흔들리고 있는 걸 보면 레슨은 그리 좋아하지 않을지도.

     

     "아, 카이다! 대단해. 이것 봐, 쿠사츠! 카이라고! '아침노을'의!"

     

     목소리의 늘어남은 좋다. 미미 정도는 아니지만, 레슨을 받으면 절규계 공포영화의 피해자 배역은 해낼 수 있어 보인다.

     

     "에밀리쨩, 선배니까 막 부르면 안 돼요."

     "아, 맞다. 오늘은 잘 부탁해, 카이 씨."

     

     싱글벙글하며 가볍게 고하는 에밀리? 쨩. 쿠사츠 씨는 그녀의 매니저겠지. 가는 눈과 바짝 묶은 머리의, 기가 약해 보이는 여성이다.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오늘의 난 츠구미쨩과 일할 예정인데."

     "츠구미쨩?"

     

     그렇게 말한 에밀리는 날 바라보았다. 예쁜 붉은 눈동자다. 음? 붉은? 아아, 컬러 콘택트렌즈. 분명 전생의 내가 20세 정도 때 유행했었지. 나도 흰 콘택트렌즈에 신세 진 일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라호시 츠구미예요."

     "으으음~? 아아~!! 히이라기 리리! 카이 씨, 왜 그런 나쁜 아이랑 일해!?"

     "난감하군. 더욱더 츠구미쨩과 일하고 싶어 진다고."

     

     뭐 하지만, 조금 알 것 같다. 클라이언트 안에서 날 쓰고 싶다는 사람과 이 아이를 쓰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까지 날 쓰고 싶다는 사람이 이야기를 진행시켰지만, 그 사람이 오지 못하게 되니 다른 파벌 사람이 와버렸다는 거구나.

     이렇게 되면 제작 스태프는 완전히 피해자네.

     

     "저기, 역시 세간의 이상은 나쁜 아이라서."

     "그 말씀이지만 츠구미 님은 홍보를 통해 좋은 인상을 얻어놓았는데요?"

     "엥~ 쿠사츠으, 나쁜 아이보다는 내가 더 좋지~?"

     "아니 잠깐만요 쿠사츠 씨. 애초에 최종 체크는 여태까지 담당하던 기노야마 씨였잖아요? 그때의 계약과 다르다고 말씀하셔도 곤란해요."

     "그러니 빨리 결론을 지어주시지 않으면, 저희들 측으로서도 곤란합니다."
     "저기 카이 씨 사진 찍어줘. 자, 쿠사츠, 카메라 카메라."
     "아니 저기 에엑, 위, 위험하다고요, 에밀리쨩."

     

     난리법석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루루는 도와줄 형편도 아니고, 코하루 씨는 저 안에 있다. 카이 씨도 점점 열이 뻗쳐오르는지, 어조가 거칠어지고 있다.

     음~ 어린애로서는 참견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대로 수습이 안 되어도 곤란하다. 미안하지만, 중재는 하도록 하자.

     

     

     노호성.

     호흡.

     안돼.

     짜증.

     

     

     완전히 겹쳐진 것처럼 보여도, 항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자는 몇 명에 불과하다. 대화하는 도중이라 해도 호흡은 있으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의식에 틈새가 생긴다. 이 틈새를 노려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습득한 기술인데ㅡㅡ이 하이스펙 보디라면, 이 인원을 상대로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의식의 틈새.

     

     

     호흡을 읽고, 의식을 누비는 것처럼, 타이밍을 재어서. 팔을 벌리며 되도록 커다란 소리가 나오도록ㅡㅡ마주친다.

     

     

     "거기까지."

     

     팡, 하는 메마른 소리. 소리를 울릴 목적의 박수는, 그야말로 노렸던 대로 공간을 진동시킨다. 그러자, 모두가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저기, 여러분. 한숨 돌리고 대화해보지 않겠어요?"

     "죄ㅡㅡ죄송합니다, 츠구미 님.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어ㅡㅡ어라? 나, 어라?"

     "어ㅡㅡ쩔 수, 없지. 너무 열불을 내버렸다."

     

     

     제각각 가까운 접이식 의자에 걸터앉는다. 내 것은, 계속 내 머리카락 부근의 체크를 하고 있던 루루가 들고 와 줬다. 덤으로 자기 몫도.

     

     

     

     

     자, 이제야 겨우, 진정하고서 대화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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